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36화 (136/239)

< 117화 팬케이크 >

지혜양의 대답을 들은 후, 나는 일사천리로 트로페 마을로 향했다.

그리곤 항구로 직행하여 힐링 호에 타, 바다로 나왔다.

그녀에게 말한 대로, 힐링 호는 호화롭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소박한 배였지만 그녀는 불만이 없는 모양이었다.

“물방울아, 바람아. 고기잡자.”

냐오옹

삐이익

나는 그물을 준비하면서 낚시를 하려고 했고, 지혜양은 뱃전에 기대어 그런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물방울과 바람이는 그물을 던지면서 낚시를 하는 나를 정령술로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그녀와 놀아주었다.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고기들을 건져 올렸다.

“와, 그렇게 잔뜩 잡아 올리는 거예요?”

“정령술을 써서 그래요.”

“이 고양이랑 매가 도와주는 거군요?”

“네, 물방울이랑 바람이에요.”

냐오옹

삐이익

물방울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얼굴을 다리에 비볐고, 바람이는 내 어깨에 앉아선 그녀에게 경례를 했다.

그녀는 두 아이의 반응이 귀여운 모양인지 싱긋 웃었다.

나는 계속해서 낚시에 집중했는데, 지혜양은 옆에서 내가 낚시하는 것을 계속 기웃거리며 보았다.

“혹시 낚시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하면 괜히 방해되는 거 아닐까요?”

“그물 말고 그냥 낚싯대도 있어요.”

“하지만 낚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

“물방울이 도와줄거라서 괜찮아요, 물방울아, 도와줄거지?”

냐오오옹

“그렇다네요.”

“알아듣고 말하는 거예요?”

지혜양의 반문이 있었지만, 나는 빙그레 웃을 따름이었다.

곧 인벤토리에서 낚싯대를 꺼내 그녀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 미끼를 달아 던진 뒤, 낚싯대를 그녀에게 건넸다.

“잡고 있다가, 입질이 오면 당기면서 감으면 되요.”

“입질이 온줄 어떻게 구분하죠?”

“느낌이 확연히 달라요. 자, 잡아봐요.”

내 설명을 들은 그녀는 낚싯대를 잡았다.

곧 얼마지 않아 낚싯대가 흔들렸다.

“와아, 이거 재밌어요. 짱인듯?”

“그런 말도 쓰는군요?”

“뭐예요? 저도 대한민국 학생이라고요.”

뭔가 고상한 아가씨 느낌의 말투였는데, 갑자기 고등학생 같은 말투도 해서 놀랐다.

그런데 고등학생 말투 쪽이 어색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아무래도 아가씨 같은 말투가 입에 맞는 모양이다.

“물고기는 이제 어쩌죠?”

“그건 저한테 맡기세요.”

나는 낚싯바늘에서 생선을 떼어내었다.

맛있어 보이는 감성돔이었다.

회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나는 단검을 들었다.

“회 먹을래요?”

“저 회 좋아해요. 초밥은 더 좋아하고요.”

“하하, 초밥은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초밥도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여러 종류의 초밥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컨대 초밥에 적절한 생선을 종류별로 모으는 것이 어려웠다.

바다나 강에서 잡히는 생선종류가 고정이 아니라 무작위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회를 뜨곤, 고추냉이와 초장, 그리고 깻잎과 상추를 꺼냈다.

지혜양은 그걸 멀뚱히 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야무지게 상추와 깻잎쌈을 해서 회를 먹었다.

“으음, 마시쪙.”

“맛있어요?”

“꿀맛이죠.”

나는 씨익 웃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게 야무지게 먹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까?

그녀도 곧 나를 따라서 쌈을 해먹었다.

서투른지 입에 초장을 묻히면서 말이다.

“맛있네요.”

“하하하하하. 입가에 묻었어요.”

“앗, 티슈가······.”

“손으로 닦고, 물방울의 물로 손을 씻으면 되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내 눈치를 보면서 입가에 묻은 초장을 닦았다.

어쩐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음, 괜히 부끄럽게 해버렸나?

말 안 해줘서 계속 묻히고 다니도록 하는 것보단 나았지만 말이다.

그 후 나는 그녀에게 콜라 하나를 만들어주었고, 나는 와인이 든 가죽물통을 홀짝였다.

배 위에서의 맛있는 식사가 끝난 뒤, 나는 좀 더 그물낚시를 하곤 배를 육지로 돌렸다.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트로페 마을의 식료품점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나와 식료품점 청년은 인사를 나누곤 평소의 거래를 했다.

적정량의 과일을 팔아서 400만 골드의 수익을 얻었다.

“오늘은 아몬드 나무 씨앗을 사고 싶은데요. 있나요?”

“네, 있습니다. 몇 개나 드릴까요?”

“10개만 주세요.”

그리고 마카롱을 만들 때 필요한 아몬드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 아몬드 나무 씨앗도 샀다.

“혹시 마카롱을 만들려고 아몬드 씨앗을 사신 거예요?”

“네, 맞아요.”

“그냥 아몬드를 사면 편하지 않나요?”

“편하긴 하겠지만, 농사짓는 재미는 없잖아요. 저는 그런 재미로 이 게임을 하거든요.”

식료품점을 나서선 그런 대화를 나눴다.

농사에 재미를 느낀다는 나를 조금 흥미롭게 보는 듯한 지혜양이었다.

우리들은 곧장 하펜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그곳에서 무뚝뚝한 마법사 청년이 안내하면서 다시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았다.

“오늘은 따님이랑 오셨네요.”

“아닙니다.”

하펜 마을로 가기 전에 이번에도 작은 오해를 받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아서 다시 하펜 마을의 입구로 돌아왔다.

그 후에는 농장으로 향했다.

“골렘아 안녕, 다녀왔어.”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가축들을 돌보면서 근면하게 농장을 지키고 있는 골렘에게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온 정령과 동물 친구들은 신이 난 듯 사방을 뛰어다녔다.

바람이만 내 어깨를 지켰고, 태산이는 졸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뭘 하실 거예요?”

“마카롱을 만들어 볼 거예요. 저는 그 날 추가하기로 한 메뉴를 항상 만들어서 시식 해봐요.”

“저도 도와도 되죠?”

마카롱을 만든다고 하니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하는 그녀였다.

어지간히 제과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안될 거 없죠.”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 이유를 그녀에게서 들은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만류하거나 핑계를 대면서 따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안 사정에 간섭은 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응원은 해주고 싶어졌다.

나라도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그 분에 대한 무엇이든 추억하면서 살아갈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선 아몬드를 심어야 해요. 비료를 써도 다 자라려면 4시간이 걸리겠네요.”

“······.”

내 말에 갑자기 의기소침해지는 그녀였다.

하지만 나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니 그동안 토스트랑 팬케이크를 만들어 봐요.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아, 그것들도 제가 추천한 메뉴네요.”

“맞아요.”

다시 화색이 되는 그녀였다.

“그럼 아몬드를 심는 동안 잠시 쉬고 계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온실로 향했다.

태산이가 엉금엉금 기어서 따라왔고, 물방울도 도도하게 따라왔다.

10개만 심기 때문에 바람이는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지만, 기특하게도 따라와줬다.

실버와 골드, 불돌이는 지혜양과 놀아주면서 그녀에게 애정표현을 잔뜩 하고 있었다.

“밭갈고, 비료뿌리고, 씨뿌리고, 물주고······.”

노래를 부르며 간단하게 아몬드를 심었다.

그러고 있으니 마침 시스템 창이 떴다.

[히든 일일 퀘스트 발동]

[퀘스트, 아무 음식이나 500개 만들기

오늘도 음식을 만들어 보자. 500개는 충분히 만들 수 있겠지?

클리어 조건 : 아무 음식이나 500개 만들기

클리어 보상 : 500 업적 점수]

일일 퀘스트였다.

500개는 이제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망설임없이 수락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쉬고 있는 지혜양에게 돌아갔다.

“다 심었어요. 이제 만들어 볼까요?”

“네!”

평소엔 조신하고 도도하지만, 빵을 굽자는 말만하면 뭔가 활달해지는 지혜양이었다.

문득, 나는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골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골렘아, 사제의 연을 유저······ 그러니까 이방인끼리도 맺을 수 있니?”

“맺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제의 연으로 적용 받는 효과는 전투 직업의 경우 같은 직업일 때만 적용됩니다. 생활 스킬의 경우는 모든 것이 다 적용됩니다.”

“그렇구나, 나는 전투 스킬은 별 의미 없으니까 상관없겠네.”

골렘에게 정보를 얻은 나는 지혜양에게 사제의 연을 맺자고 말했다.

“게임 시스템 같은 건가요?”

“네, 맺으면 제 ‘생활의 달인’ 패시브 효과를 받을 수 있어요. 그 효과를 받으면 결과물이 더 좋아지거든요. 맛있어지는 거죠. 아, 혹시 작위적으로 맛을 내는 것은 곤란한가요?”

“아니오. 게임에서야 게임이 구현한 맛을 내는 편이 좋겠죠. 연습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곧 나와 그녀는 사제의 연을 맺었다.

그냥 의미 없는 게임 시스템이지만, 사제의 연이라고 하니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그러니까 토스트에 필요한 재료는······.”

“식빵, 치즈, 베이컨, 햄, 마요네즈, 케찹, 계란 그리고 취향에 따라 양상추와 각종 소스예요.”

“음, 저는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디 한 번 재료를 드릴 테니까, 스킬 없이 직접 만들어 볼래요?”

“네.”

내 제안을 그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는 식빵을 밀가루와 이스트로 구웠고, 그녀는 베이컨과 햄, 그리고 계란을 프라이팬으로 익혔다.

치즈를 얇게 썰고, 양상추를 곁들여 층층이 쌓으며 마요네즈와 케찹을 뿌려서 마무리했다.

그러자 제법 괜찮은 비주얼의 토스트가 만들어졌다.

[잘 만든 3등급 에그햄베이컨 토스트]

“맛있겠네요.”

나는 어쩐지 군침이 돌았다.

회를 먹었는데도 또 배가 고파지는 기분이었다.

“먹어보실래요?”

“학생은요?”

“저는 아까 회를 먹어서 배가 불러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먹을게요.“

나는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기분에 방긋 웃으며 토스트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한입 크게 베어먹었다.

아삭!

양상추의 아삭함이 먼저 나를 반겼다.

그다음엔 햄과 베이컨의 짭짤함, 그리고 계란의 담백함, 이어서 치즈맛도 났다.

케찹과 마요네즈는 그 맛들을 조화롭게 해주었다.

“으으음, 마시쪙.”

“정말 잘 먹으시네요.”

“먹는 게 남는 거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죽 물통의 와인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술을 좋아 하시나봐요?”

“술 없으면 못삽니다. 하하하.”

나는 토스트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말했다.

토스트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희 아빠한테도 제가 만든 빵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워낙 바쁘셔서 집에서 보는 시간이 너무 없어요. 가끔 식사할 때도, 셰프가 만든 음식만 드시고요.”

“······.”

셰프라, 집에 고용된 전용 셰프가 있는 모양이다.

역시 부자의 사고는 따라가기가 힘들어!

“그래도 따님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싫어하는 아버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요?”

“네, 아무리 파티시에 일에 반대해도요.”

나는 어쩐지 시무룩한 그녀를 격려했다.

“정 그러면 처음엔 빵은 아니더라도 음식으로 한 번 떠보는 것은 어때요? 마음에 들어하시면 다음에 빵도 만들어 드리고, 파티시에해도 되냐고 은근히 물어보는 거죠. 그럼 기분이 좋아서 허락해줄지도 모르잖아요?”

“안 그럴 걸요.”

“왜요? 재능이 있단 것을 알려드리면······.”

“아빠는 제가 공부해서 사업을 이어받길 원해요.”

“네?”

사업을 이어 받는다? 음, 조금 이상한데.

임원인 아빠를 따라 입사를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임원이 따로 하는 사업이 있단 말인가?

물론 엄청 부자인 것 같으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지만 말이다.

“엄마가 죽어도 모른 척하는 그런 가업 따위, 이어받고 싶지 않은데도요.”

“으음······.”

다시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했다.

“저기요.”

“네?”

“팬케이크라고 하면 웃는 표정이 되는 거 알아요?”

“······.”

“그러니까 팬케이크 만듭시다. 자, 팬케이크!”

나는 입가에 검지를 데며 웃는 표정을 만들어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팬케이크.”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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