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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33화 (133/239)

< 114화 8일차 로그인 >

월요병은 모든 이들의 고질병이다.

주말의 평일화가 이미 익숙한 나에게도 월요병은 똑같이 힘들다.

사실상 주말과 평일의 퇴근 시간이 차이가 없다 해도, 기분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고나 할까?

여하튼 오늘은 좀 나른한 하루를 보내고, 9시에 퇴근을 맞이했다.

“응?”

한껏 야근을 하고 회사를 나오고 있을 때였다.

평소와 다른 광경이 있었다.

‘웬 여학생이 회사 앞에 있지?’

척 봐도 고급스러운 교복이라 명문고의 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회사 앞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학생이 늦은 밤에 이곳에 있을 이유라고 해봐야······.

‘야근하는 사람들 중에 가족이 있나?’

그런 이유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회사까지 찾아와서 마중을 나와 주는 딸이라,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구의 딸일까? 우리 회사는 사원부터 임원, 회장님까지 야근하는 회사라 범위가 너무 넓다.

나는 쓸 때 없는 추리를 그만두면서 떠나려는데 묘한 기시감이 자꾸 들었다.

학생의 얼굴이 어째 좀 낯이 익은 것이다.

“······.”

“······.”

그리고 그 학생도 내 얼굴을 어쩐지 보고 있었다.

나는 멋쩍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기시감을 뒤로 하고 얼른 걸어가버렸다.

빨리 집에 가서 <마일스톤>에 접속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 가는 내내, 그 학생의 모습에 대한 기시감이 계속 들어서 신경이 쓰였다.

그런 기시감은 집에 돌아와 씻고 나서야 사라졌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

뜨거운 물에 몸을 씻은 나는 곧바로 캡슐에 들어가 <마일스톤>에 접속했다.

농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오늘도 즐거운 게임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골렘아, 안녕!”

멍멍멍!

월월월!

꼭꼬꼬

음머어어!

골렘이 다가와서 내게 인사했고, 실버와 골드도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호크도 근처에 다가와 꼬꼬댁 울었으며, 엉덩이 무거운 옥스도 근처까지 다가와선 나를 날름 핥았다.

나는 동물 친구들을 맘껏 쓰다듬어 준 뒤, 사료도 꺼내 주었다.

실버와 골드에겐 고기도 나눠주고 말이다.

“자 이제 정령 친구들도 불러야지.”

일과의 시작처럼 정령들을 불렀다.

왈왈왈!

삐이익

냐오옹

[데굴데굴]

불돌이, 바람이, 물방울, 그리고 태산이를 불렀다.

다만 지금은 만들어 둔 정신력의 비약이 없어서 태산이는 하급 정령으로 불러야만 했다.

“금방 비약 만들어서 중급 정령으로 소환해줄게!”

[꾸벅꾸벅]

나는 자동 연금술도구로 비약을 달이면서 말했다.

자는 것에만 관심 있어 보이는 태산이도 중급 정령이 되고 싶은 모양인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음, 비약 만들어 지는 동안 농사라도 지어야 하는데, 뭐가 필요한지 살펴볼까.”

오늘 만들어 보기로 한 음식은 마카롱, 토스트, 팬케이크, 스테이크, 통닭이다.

“종류가 좀 많은데······ 마카롱부터 살펴볼까.”

나는 요리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마카롱을 검색 해보았다.

[요리, 마카롱 5개

이탈리아 원산의 과자. 원산이 프랑스로 알려진 것은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국왕 앙리 2세 시집올 때 혼수로 이탈리안 마카론을 가져오면서 생긴 루머로 추정된다. 현대의 마카롱으로 모습이 완성된 때는 색소와 크림이 추가되어 개량된 20세기 이후다.

필요한 재료 : 아몬드 가루 1개, 설탕 20개, 슈가파우더 1개, 계란 5개

추가 재료 : 색소로 이용할 적당한 과일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6, 조리도구, 조합 스킬]

“자세한 것은 몰라도 설탕이 무진장 많이 드는 음식 같네.”

“머랭 과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설탕이 많이 소모됩니다.”

“머랭 과자가 뭐야?”

“프랑스어 meringue에서 유래되었으며, 흰자 난백에 설탕을 넣어 휘핑한 후 오븐에 구워낸 부드러운 반죽을 의미합니다. 머랭 과자는 그 머랭을 이용해 만든 과자를 뜻합니다.”

“아하, 붕어빵 같은거구나. 밀가루로 만드는 빵이 아니구나.”

“그렇습니다.”

골렘과 대화를 하여 오늘도 사소한 상식을 얻었다.

“그런데 색소로 이용할 적당한 과일이란 건, 색소로 과일을 쓴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타르색소는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대용으로 과일을 이용해 색소를 만들도록 구현되어 있습니다. 붉은색은 사과, 분홍색은 딸기, 보라색은 포도, 노란색은 레몬, 오렌지색은 오렌지 등이 있습니다.”

“과일은 여러 가지 있으니까 마음껏 골라 쓰면 되겠다.”

과일은 준비에 문제가 없었다.

골렘이 이미 잔뜩 수확해놓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하나가 문제였다.

“아몬드가 없는데, 아몬드는 열대작물 아닌가?”

“열대보단 해양성 기후에서 잘 여뭅니다. 겨울이 춥고 여름이 건조하고 따뜻해야 합니다. 트로페 마을에서 씨앗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온실에서 길러야겠구나. 10그루 정도면 되려나.”

“한 그루당 10개 이상의 아몬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향후 수확량을 고려해볼 때 10그루면 충분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 욕심내는 건 좋지 않지.”

그럼 일단 아몬드를 사기 위해 트로페 마을로 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나는 밭을 비워두고 가는 것은 영 탐탁지 않았다.

“지을 만한 게······ 일단 밀이랑 보리랑 쌀 사둬야겠다.”

밀은 빵을 만드는데 밀가루로 소모가 크고, 동시에 위스키의 재료다.

보리는 맥주를 만드는데 필요하고, 쌀도 막걸리용으로 사야한다.

1,000개분의 작물을 심을 수 있으니까, 각각 500개, 300개, 200개씩 사야겠다.

맥주와 막걸리는 하루에 동이 다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매일 이렇게 심어야할 것 같다.

“그럼 마을로 가볼까.”

“농장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럼 부탁해, 골렘아. 금방 다녀올게.”

골렘은 로렌의 창을 들고 든든하게 경비를 섰다.

나는 동물과 정령 친구들을 이끌고 마을로 휘파람을 불며 걸어갔다.

마을에 도착하니,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 마을 어쩐지 개꿀 아니냐?”

“레알임. 갑자기 쓸모없는 몬스터 정수를 NPC가 웃돈 주고 사들이기 시작했음.”

“거기다가 무기점에 옵션이 괜찮은 무기를 팔기 시작했어.”

“나도 앞으로 장비 여기서 맞출 거임.”

“텔레포트 서비스도 되는 곳이라 이동도 편함.”

지나가면서 수다를 들어보면 무기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체로 호평인 듯 했다.

거기다가 마탑 회원이 된 마법사 길드 덕분에 교통도 편해져서 유동인구가 늘어난 모양이다.

그래서 마을에 사람들이 많아진 것일테고 말이다.

“근데 제과점 빵은 다 팔렸더라.”

“응, 너무 인기가 쩔어서 다 팔렸다나봐.”

“더 굽지 않는 건가?”

“거기 점원은 파티시에가 아니라서 만들 줄은 모른데.”

“그래? 그럼 누가 만들어서 파는 거지?”

“그건 말이야, 요 근처의 농장을 하는······.”

제과점에 관련된 수다도 들렸다.

자연스럽게 내 얘기도 들려서 시선을 살까봐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다 팔려버렸구나.

무기점과 제과점을 들러야 할 것 같다.

일단 식료품점부터 들린 뒤에 말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영주님.”

식료품점 아가씨는 오늘도 온화하게 인사를 했다.

영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괜히 머쓱하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씨앗을 사러 오신 거죠?”

“네, 밀 씨앗 500개랑 보리 씨앗 300개, 볍씨 200개 주세요.”

“네, 5만 골드예요.”

“여기 있습니다.”

간단하게 계산을 마쳤다.

거래한 김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제과점에 들여놓은 빵들이 다 완판 되었다고 하던데, 줄리아 양에게서 별 말 없던가요?”

“빵을 파는 재미가 있데요. 이방인 분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맛있는 빵을 접할 수 있어서 기뻐한데요. 다만 빵이 금방 다 떨어져버렸다고 해요.”

“꽤 많이 만들어두고 갔는데······ 역시 파티시에가 없으면 곤란하겠네요.”

“마을이 발전하면 파티시에가 우리 마을에 올지도 모르지만,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 찾아보는 방법도 있죠. 아니면 이방인 분들 중에서 찾아보는 건 어때요?”

“음, 생각해 볼게요.”

파티시에를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 듯한데, 다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트로페 마을도 제과점은 없던 거 같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영주님이 되셨으니까, 농사라면 사람을 고용하셔도 될 듯 한데요.”

“아뇨, 저는 농사를 재미로 하기 때문에 그건 곤란합니다.”

“호호, 뭔가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나저나 그럼 줄리아 양은 제과점에 없겠군요?”

“네, 문을 잠그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만약 다시 부르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찾아와서 말씀하세요. 혹시 지금 제과점을 여실 건가요?”

“아뇨, 그러고 싶어도 빵이 없습니다. 나중에 찾아오죠.”

나는 그렇게 말하곤 그녀에게 인사하고 식료품점을 나왔다.

내가 손을 흔들자, 정령과 동물 친구들도 일제히 손이나 앞발을 들어 인사했다.

귀여운 녀석들.

이제 농장으로 돌아가도 좋지만, 마을에 온 김에 무기점을 들러보았다.

“안녕하세요, 해밀튼 어르신.”

“오, 자네왔는가? 아니, 영주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어르신.”

무기점에 들어가 해밀튼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다.

대장간의 무기가 비치된 무기점은 제대로 박력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기박물관을 보는 기분이다.

“장사는 잘 되고 있다네, 내 대장간도 이렇게 장사가 잘됐으면 할 만했을 텐데.”

“스미스씨가 맡고 있으니까 대장간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겠죠.”

“그래, 하지만 자네가 사제의 연을 맺어준 덕분이겠지. 아참, 혹시 자네 장사가 얼마나 잘 됐는지 알고 싶은가?”

“네? 뭐······ 알고 싶긴 하죠.”

“여긴 자네 소유의 건물이니까, 건물의 수익을 ‘땅관리’ 스킬로 알아볼 수 있다네. 스킬을 써보면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을게야.”

“아하, 알겠습니다.”

해밀튼 노인의 조언을 들은 나는 곧바로 땅관리 스킬을 써보았다.

그러자 곧 ‘보유 영지 건물’이라는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클릭해보니 [무기점]과 [제과점]이라는 커맨드가 나타났다.

나는 [무기점] 커맨드를 클릭했다.

[하펜 마을 - 무기점

상태 : 좋음, 문제없음

수익 : 131만 골드]

“131만 골드가 수익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응, 그만큼 벌었단 뜻이지. 지출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게 다 자네의 돈일세, 원한다면 출금해갈 수 있네.”

“아, 그렇군요.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는데, 장사가 잘 되었나 보군요?”

“그럼 불티나게 팔렸지. 광산의 고블린들의 정수만 받아서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었는데도 상당한 물건이 나왔거든. 이방인들이 환장해서 사갔지.”

해밀튼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런데 경매는 언제 하냐고 자주 묻더군. 자네가 만들어 경매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 그건 나중에 할 겁니다. 선술집을 운영한 뒤에요.”

“뭐,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예, 어르신.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수고하게나.”

해밀튼 노인과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 후 나는 농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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