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제과점 >
이 마을에는 작은 식당이나 식료품점은 있지만 제과점이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사과파이를 만들어 팔았다.
그게 발전해서 지금은 선술집에서 빵을 팔고 있지만 말이다.
“제과점을 지으면 마을 번영도도 분명 오를 거야. 그리고 여러모로 생활 스킬을 홍보하는 방법도 되겠지. 선술집에서 파는 양은 아무래도 제한적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선 발전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땅 관리 스킬로 마을의 상태창을 띄워보았다.
[영지, 하펜 마을
초보 이방인들을 인도하는 초보자 마을 중 하나. 본래는 촌장이 다스렸으나, 마을에 기여도를 쌓은 이방인 ‘사공진’이 영주가 되었다. 아직은 소속된 국가가 없는 자유 영지다.
거주 인구 : 472명
세금 수입 : 24시간마다 102,421골드
현재 자금 : 1,032,364골드
영지 발전도 : 3405/5000
주민 사기 : 나쁘지 않음]
“발전도가 1,000이나 올랐잖아? 무기상점이 잘 되어서 그런가?”
발전도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 있었다.
5,000이 되면 정식 영지가 된다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촌장이 말한 나쁜 방법으로 정체시킬 생각도 없고, 군신길드의 도움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일을 멈출 생각은 없다.
“그럼 건물 건설에 제과점을 찾아볼까.”
나는 곧바로 영지 건설 커맨드로 카탈로그를 띄웠고, 그곳에서 제과점을 검색했다.
[영지 건설, 제과점
질 좋은 빵을 만들어 파는 곳. 좋은 빵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기가 올라간다. 식료품점이나 요리사들과 연계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데 성공하면 영지의 번영도가 올라간다.
필요한 재료 : 목재 40개, 못 30개, 석재 50개, 벽돌 20개, 황토 30개
필요자금 : 40만 골드
필요조건 : 2,000이상의 번영도]
“역시 있군. 이것도 광장 쪽에 짓는 것이 좋겠지? 상점은 입지가 가장 중요하니까. 가자 얘들아!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삐이익!
브어엉
냐오옹
꼬꼬꼭
애들을 데리고 다시 광장 쪽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한 김에 무기점을 바라보았는데, 해밀튼 노인이 무기점을 잘 꾸며놓은 것 같았다.
한 번 안에 들어가보니 안에는 대장간에 있던 무기와 방어구들이 비치되어 제법 무기점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초보 유저들이 그곳에 들러 싼 가격에 일반 무기들을 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장사는 잘 되고 있으니, 걱정 말게나!”
“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해밀튼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런 후, 제과점을 지을 곳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여기가 좋을 것 같네. 식료품점이 바로 옆이니까. 흠, 그나저나 이 제과점을 맡아줄 관리인······ 그러니까 파티시에가 필요한데, 이 마을에 제과를 할 줄 아는 NPC가 있으려나?”
사람을 구해야 하는 점이 좀 묘연했다.
직접 운영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러려면 농장이나 선술집 운영에 악영향이 끼칠 것 같았다.
“만약 빵을 구울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구워서 빵을 납품한 뒤, 점원만 고용하는 식으로? 음, 제한적이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 같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찾아봐야겠네.”
사람은 어떻게 찾는게 좋을지도 고민해보았다.
구인광고 하듯 표지판이라도 만들어 놓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우선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식료품점 아가씨다.
거기서 간단한 식빵이나 보리빵 정도는 파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찾아가보았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씨앗을 사러 오셨나요?”
“아뇨, 그게······.”
내게 인사하는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식료품점 옆에 제과점을 지을 생각인데, 거기서 빵을 굽고 팔 생각이 없냐고 말이다.
나는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리일 것 같네요. 제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만들 수 있는 빵은 보리빵이나 식빵처럼 아주 간단한 것 뿐이에요. 식료품점을 하지만 제과실력은 그다지라서요.”
“제가 사제의 연을 맺어드릴 수 있는데요.”
“그래도 제 실력이 너무 떨어져서 만들 수 있는 빵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예요. 그저그런 수준의 빵만 팔거라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수준을 바라시진 않으실 것 같네요.”
“아······ 이런 걸 팔 생각인데, 무리입니까?”
나는 여분으로 남아 있던 샌드위치를 꺼내보았다.
“맛있어 보이네요, 맛을 한 번 봐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나는 그녀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맛보곤 말했다.
“굉장히 맛있네요. 안타깝지만 마을의 어느 사람도 이런 맛을 낼 정도로 제과를 하진 못할 거예요.”
“그렇군요.”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무기점이야 스미스씨도 어느 정도 기술이 있고, 박리다매 전략을 노릴 수 있어서 상관없었지만. 제과점은 곤란했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박리다매 전략도 기본 수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냥 맛없는 빵이나 파는 곳이 되어서 장사가 안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역시 내가 빵을 납품하고 점원만 고용해서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점원으로 추천해주실 만 한 분은 없습니까?”
“점원이라······ 그 정도라면 제 동생도 가능할 듯해요. 제 일을 자주 도왔으니까요.”
“제가 고용해도 될는지 모르겠군요.”
“손님······ 아니, 영주님의 부탁인데, 거절할 순 없죠. 마을을 위한 일이니까요.”
“그럼 건물을 지은 다음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녀와는 그 정도로 대화하고 식료품점을 나섰다.
탐탁지 않은 점이 있긴 하지만 구인 문제는 일단락 했으니 건물을 지을 때다.
마찬가지로 건물은 내 건축 스킬로 지었다.
석재가 많이 필요했는데, 태산이가 브어어엉 울면서 열심히 바위를 만들어주었다.
화덕을 짓는데 필요해 보이는 황토도 만들어 주었고, 벽돌은 불돌이가 화르륵 구워주었다.
남은 일은? 어깨가 빠질 듯이 망치질 하는 것만 남은 것이다.
“농장 아저씨 또 뭐 짓는다.”
“이번엔 무슨 건물이지?”
“아직 외형만 봐선 모르겠어.”
또 무슨 건물이 지어지자 사람들이 몰려와 수다를 떨었다.
“근데 농장 아저씨가 갑자기 왜 마을에 건물을 짓고 있는 걸까?”
“그러게 부동산 권리는 어떻게 얻고?”
“이 마을 영주라도 된 거 아냐?”
“에이 설마, 랭커 길드들도 아직 영주가 된 사람이 없는데.”
숙덕이는 말들이 귀를 간질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망치질을 했다.
한 300번 쯤 망치질을 하고 나니, 건물이 다 지어졌다.
“헥헥, 힘들다.”
냐오오옹
삐이이익
“고맙다 이녀석들.”
다 만든 후, 나는 가죽물통에 든 와인을 마시며 숨을 헐떡였다.
물방울과 바람이가 냉기와 찬바람을 만들어주어 시원하게 해주었다.
녀석들을 쓰다듬어 주면서 만들어진 제과점을 바라보았다.
아주 멋들어지게 잘 만들어졌다.
빵 그림이 그려진 간판까지 말이다.
“저 간판은······ 제과점이잖아!”
“제과점이다! 이제 저기서 빵을 파는 건가?”
“선술집에서 빵을 팔았는데, 이제 상시로 살 수 있는 걸까나?”
“와 그럼 이제 낮에도 버프 받고 게임할 수 있겠네, 개꿀!”
구경꾼들은 벌써부터 좋아하는 듯했다.
나는 아직 제과점을 개장하진 않고, 그 안을 보았다.
“무기점보다 가구는 풍성하네.”
매대나 카운터는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화덕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진열된 빵이 하나도 없어서 마찬가지로 휑해 보였지만 말이다.
“파티시에가 없는 것은 정말 큰 문제지만······ 어쩔 수 없지, 방법이 생길 때까지 제과점의 빵은 내가 만들어봐야겠다. 마법사 길드에 납품할 사과파이도 만들겸 다른 빵들도 만들어 볼까?”
인벤토리에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빵을 만들 수 있다.
제과점의 화덕을 시험해볼 겸, 빵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불돌이가 쏘옥 들어가 불을 피워주었고, 굴뚝으로 연기가 나가며 빵굽는 냄새가 퍼졌다.
납품할 사과파이와 판매할 사과파이, 사과타르트, 크루아상을 만들어 보았다.
피자나 샌드위치, 햄버거도 있었지만, 일단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빵만 만들어 본 것이다.
“자, 그럼 점원을 구하러 가볼까.”
내가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출근 시간이 머지않아서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부탁해 그녀의 동생을 점원으로 고용하려고, 제과점을 나왔을 때였다.
“또 보네요.”
“음? 아, 학생. 또 보는군요.”
구경꾼들을 지나가는데, 낯익은 사람이 있었다.
선술집에 자주 들리는 빵을 자주 주문하던 학생 아가씨였다.
어쩐지 부잣집 아가씨 같은 느낌이 드는 학생 말이다.
자주 빵에 대한 조언을 들었지.
“제과점을 지으신 건가요?”
“아, 네.”
“그럼 이제 선술집에선 빵을 안 파시는 거예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과점이 잘 운영되면 좋겠지만, 좀 곤란한 점이 있어서요.”
“어떤 점이 곤란한데요?”
그 학생과는 대화를 여러 번 나눠서 그런지, 편하게 말했다.
나는 제과점을 만들었지만, 정작 거기서 빵을 만들어줄 파티시에가 이 마을엔 없단 것을 말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제가 빵을 만들어두고, 점원이 파는 식으로 할 생각입니다. 판매가 제한적이게 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죠.”
“······그렇군요.”
“참, 오늘도 선술집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카롱이랑 토스트랑 팬케이크였던가요? 힌트도 잘 받았고요. 내일 꼭 만들어 보죠.”
“네, 그런데······.”
“네?”
“유저는 파티시에로 고용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유저요? 흠······.”
나는 잠깐 그녀의 말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 것 같네요. 저 말고는 생활 스킬을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어서요. 현실의 파티시에 분이 이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고용할 방법도 묘연하죠. 무엇보다 NPC보다 사람은 믿기가 힘들어서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았던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학생이 기껏 조언을 해줬는데 쓸모없었다고 주눅 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저기······.”
“네?”
“······아니에요. 잘 되길 바랄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마지막에 뭘 말하려고 했는지 조금 궁금했지만,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선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그녀의 동생 ‘줄리아’를 소개받았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줄리아 양.”
아직 소녀티가 팍팍 나는 붉은 머리 소녀였다.
싹싹한 성격 같아, 일단 접객은 잘할 것 같았다.
“그럼 곧바로 일할게요, 영주 오빠!”
“그래요······ 힘내요, 줄리아 양.”
너무 싹싹해선지 곧바로 나에게 오빠라고 말했다.
그렇게 마을에 제과점도 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