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27화 (127/239)

< 108화 영지 건물 건설 >

[무기상점]

[제과점]

[보석상점]

[교회]

······.

건물 건설 커맨드를 클릭하자, 여러 제작 카탈로그가 떴다.

미리보기로 건물을 볼 수 있었는데, 건축 스킬과 여러모로 비슷해 보였다.

아마도 이런 것을 마을에 지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끌끌끌, 혹시 마을에 건설할 건물을 보고 있나?”

남에겐 나의 시스템창이 보이지 않지만, 촌장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넘겨짚어 맞췄다.

“그렇습니다. 건축 스킬과 비슷하군요.”

“그렇지, 하지만 조금 다르다네. 영주의 자격으로 건설하는 건물은 건축 스킬의 레벨을 요구하지 않지. 한 번 아무 건물이나 살펴보게나. 차이를 알 걸세.”

촌장의 말을 들은 나는 다시 시스템창으로 눈을 돌려, [무기상점]을 클릭해보았다.

[영지 건설, 무기상점

각종 무기와 방어구를 팔 수 있는 상점. 인근의 대장간이나 장인들과 연계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데 성공하면 영지의 번영도가 올라간다.

필요한 재료 : 목재 50개, 못 30개, 석재 30개

필요자금 : 30만 골드

필요조건 : 2,000이상의 번영도]

“어떤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필요조건에 건축 스킬이 없더군요. 하지만 번영도가 필요한 듯합니다.”

“그렇다네, 각 건물마다 영지의 번영도가 필요하다네. 그거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겠군.”

촌장은 수염을 쓰다듬은 뒤, 말을 이었다.

“영지의 번영도는 말 그대로 영지가 번영한 정도를 뜻한다네. 높을수록 영지가 더 번영했다는 뜻이지.”

“지금 하펜 마을의 번영도는 2,385 이군요. 그런데 최고점이 5,000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그건 정식 영지가 되는데 요구 되는 번영도라네.”

“정식 영지는 무엇입니까?”

“흠흠, 그걸 설명하려면 지금의 영지가 어떤 것인 지부터 설명해야겠군. 아이고, 늙어서 말을 계속 하려니 목이 타는구먼.”

“이거라도 드십시오.”

“고맙구먼.”

목이 마른 것 같은 촌장에게 즉석에서 사과주스를 만들어주었다.

촌장은 그것을 맛있게 마셨다.

“크으, 맛이 좋구먼. 자네 농장에서 직접 기른 것인가?”

“그렇습니다.”

“내 추측이지만, 자네의 농장도 이제 우리 영지에 편입되었을 걸세. 농장을 키우고 번영시키면 영지가 성장한다는 의미지. 크흠, 일단 그렇다는 말일세. 그런데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 영지는 말일세······.”

촌장은 다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초보 영지, 혹은 임시 영지라고 부를만한 것이라네. 우리 마을이 초보 이방인들이 시작하는 곳이란 것은 알고 있지 않나?”

“그렇습니다. 저도 여기서 시작했는걸요.”

“그런 마을은 마일스톤의 가호 덕분에 외세의 침략이나 강한 몬스터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네. 이방인들은 그런 곳을 ‘초보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더군.”

초보존이라면 몇 번 들어본 말이었다.

농장의 구경꾼이나 손님들이 몇 번이고 말했던 것이다.

다만 사전적으로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아본 적이 없었다.

“국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자유영지라고 봐도 무방하다네. 이 상태에선 낮은 번영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어도 여러모로 안전한 상태이기도 하지. 신인 영주인 자네가 여러 가지를 연습해볼 수 있는 때라네.”

“그럼 정식 영지가 된 이후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 ‘초보존’의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네. 즉, 침략 당할 수 있단 의미지.”

“······.”

그럼 정식 영지가 되는 것이 더 나쁜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촌장은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네, 정식 영지가 되면 오히려 손해가 아닌가 싶겠지? 뭐 틀린 생각은 아니라네. 적어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선 계속 임시 영지로 남아 있는 편이 좋지. 하지만 말일세, 자네가 제대로 영지를 다스릴 마음이 있어서 영지를 키운다면 번영도는 자동으로 오를테고, 결국 정식 영지가 되어야만 한다네.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지. 물론 일부로 영지를 쇠퇴하게 만들 순 있겠지만······ 자넨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은 아니겠지?”

“······일부러 쇠퇴하게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기에 그런 거죠?”

“영지를 파괴하거나 착취하는 것 말이지.”

“그런 거라면 할 생각 없습니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기껏 키운 영지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착취한다는 것은 더욱 내 신념이 아니다.

그게 이득이 얼마고, 돈이 얼마가 되던 간에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게임에 불과한데, 어떤 방법이든 다 쓸 수 있지 않나?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게임에서도 평화롭고 옳은 방법을 택하고 싶다.

게다가 정식 영지가 되기 싫어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내가 무능해서 어려운 것을 피한다는 것 같지 않은가?

난 그게 더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잘 생각했네, 만약 그런 일을 한다면 자네가 영주의 자격을 잃을 수도 있으니.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범죄자가 될 수도 있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마음은 품지 않길 바라겠네.”

더구나 촌장의 말을 들어봐선 그런 꼼수는 별로 이득이 되는 선택도 아닌 모양이었다.

곧 촌장이 말을 계속 이었다.

“여하튼 영지를 키우다 보면 정식 영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세. 그러니 그 방비를 해야지. 단순히 내정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외세의 침략이나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비해 방위력도 키워야 한다네. 그리고 정식 영지가 되면 국가를 정해 편입되는 편이 좋지. 그래야 어느 한 나라에는 보호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군요, 대충 알겠습니다.”

“끌끌끌, 내가 아는 것은 이 정도라네. 나머진 자네에게 달렸다네. 새로운 영주여, 부디 우리 마을을 잘 부탁하네. 현명하게 다스려주게나.”

“말씀 감사했습니다, 촌장님.”

촌장과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나와 시화는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촌장의 집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시화가 말했다.

“이제 영주가 되신 거군요.”

“네, 그런데 마을의 현황을 보니······ 지금은 그렇게 큰 이윤은 없을 듯합니다.”

나는 시화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 마을의 세금 수입과 자금에 대해 말했다.

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합니다. 신생 영지니까요. 앞으로 더 발전시키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향후 정식 영지가 되었을 때 방위 부분은 저희가 협조했으면 합니다. 내정이야 공진씨가 맡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방위 부분은 저희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은 임시 영지지만, 계속 마을을 키우면 정식 영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시화씨.”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공진씨.”

대화를 거기까지 나누곤, 나와 시화는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곤 시화가 말했다.

“지금부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합니다만.”

“어떤 것이죠?”

“오늘 주신 재료들 말이죠. 아직 양모 옷과 가죽 갑옷 밖에 만들지 못 했습니다만, 괜찮다면 그것들을 이용해서 하나 실험을 해보는 게 어떤가 싶어서요.”

“어떤 실험 말이죠?”

“그러니까······ 무기상점을 지어보는 겁니다.”

“무기상점을요? 만드신 것을 파실 생각이십니까?”

“네, 왠지 제 감에 따르면 이윤이 엄청날 것 같아서요. 일단 오늘 만든 것을 보시죠.”

나는 시화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오늘 만들었던 ‘잘 만든 3등급 산행하는 스켈레톤의 양모 상하의’와 ‘잘 만든 3등급 부서지지 않는 슬라임의 만티코어 가죽 하이드 아머 상하의’를 보여줬다.

“변함없이 기가 막히게 좋은 옵션의 아이템들이군요. 남에게 팔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먼저 여쭙고 싶은 겁니다. 저는 이 아이템들로 얼마나 이윤을 크게 남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이게 다 영지의 이윤이고, 군신 길드와 나누게 될 돈이니까요. 하지만 군신 길드 쪽에서 이 아이템들을 직접 쓰는 것이 좋다면 그냥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네.”

시화는 내게 그렇게 말하곤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과 귓속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얼마 후, 그가 말했다.

“한 번 해보죠.”

“정말 괜찮겠습니까?”

“공진씨의 아이템을 우리가 더 확보하는 것도 좋겠지만······ 크게 봐서 길드 운영에 있어선 이윤을 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섭니다. 지금껏 스폰서의 돈으로 공진씨의 아이템을 샀는데, 사실 그게 눈치가 좀 보이는 일이거든요. 이번에 만약 반대로 돈을 벌어다 주면 스폰서 쪽도 더욱 적극적이게 되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무기상점을 만들어보죠.”

거기까지 대화한 나와 시화는 광장 쪽으로 향했다.

건물을 짓는데 적당한 입지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장사의 기본은 상가의 입지라고들 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에 지어야 눈에 띄어서 들어와보기라도 하는 것이다.

광장에는 널찍한 공터들이 있었기에 입지를 찾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나는 영지 건설을 이용해 무기상점을 만들어 보았다.

만드는데 300,000골드가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건설 버튼을 누르니 별도의 메시지가 떴다.

[건축 스킬을 가지고 계십니다. 건축 스킬을 이용해 직접 건축을 하실 수 있습니다. 직접 건축하실 경우, 제작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오, 이건······.”

“무슨 일이죠?”

“마을 사람들이 건설해주지 않아도 제가 직접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선술집도 그렇게 지었는걸요. 다만 재료에 석재가 필요한데······.”

지금 내겐 석재가 없다.

벽돌 정도는 만들 수 있는데, 필요한 재료에는 분명 석재가 들었던 것이다.

브어엉 브엉!

그때, 졸고 있던 태산이가 열렬히 울었다.

곧 태산이 위에 대화 메시지가 떴다.

[태산이가 자신이 석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음? 정말이니?”

[태산이가 중급 정령이 되어서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대단하구나! 그럼 당장 지을 수 있겠다.”

나는 태산이의 머리와 등딱지를 쓰다듬어 주었다.

태산이는 기쁜 듯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잠시 후, 태산이는 공터의 모래와 흙을 변형시켜 석재로 만들었다.

그런 태산이의 힘 덕분에 곧바로 무기상점을 만들 수 있었다.

스킬의 보조 덕분에 망치질만 열심히 하면 되었고 말이다.

골렘이 없어서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러는 사이 구경꾼들이 몰리기도 했다.

“응? 건물 새로 짓나?”

“그런데 저 사람······ 군신 길드의 흑태자잖아!”

“건물 짓는 사람은 햇살 농장의 농장주야.”

“지금 무슨 건물을 짓는 걸까?”

“망치질만 해도 건물이 지어지내, 근데 쉬지도 않고 한다. 한 번 망치질에 조금씩 밖에 안지어지네.”

“저러니까 생활 스킬이 사장당하지.”

새로 건물이 지어지고, 그 옆에 시화가 기다리고 있다보니 눈길을 산 것이다.

여하튼 한 시간 정도 망치질을 하고 나니, 무기상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스킬 ‘건축’ 레벨 업!]

“다 됐습니다, 시화님.”

“뭔가 만드시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끈질긴 인내심이 없으면 역시 생활 스킬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망치질을 한 200번은 하신 것 같은데······.”

“뭐, 하려고 하면 못할 것은 아니죠. 여하튼 일단 무기상점 안으로 들어가죠.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네.”

나와 시화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무기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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