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맥주와 벌꿀주 >
씨앗을 사고 돌아오자마자 밭을 갈았다.
이번에는 작물 400개분의 밭을 더 확장했다.
음머어어어
브어어엉
옥스와 태산이가 노력해준 덕분에 작업은 순조로웠다.
태산이는 아예 옥스의 등에 타서 밭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삐이이익
밭을 다 간 다음엔 바람이가 거름과 씨앗 뿌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정령들과 옥스의 도움 덕분에 1,000개의 작물을 심는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다.
[정령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정신력이 상승하였습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소소하게 정신력도 올랐다.
밭의 규모를 늘렸으니 분수기를 더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왈왈왈!
불돌이를 이용해서 용광로를 데우고 분수기를 만들었다.
분수기 하나당 50개의 작물에 물을 줄 수 있으므로 8개의 분수기를 더 만들어야 했다.
어느덧 분수기의 숫자가 26개가 되었다.
정령술 도구는 정령석을 꾸준히 소모하기 때문에 향후 자주 광산에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해보였다.
여하튼 분수기를 만든 다음, 새로운 밭에 설치해서 물을 대었다.
“휴우, 땀도 흘렸고. 좀 쉴까.”
대장간에서 분수기를 만드느라 땀을 흘린 나는 휴식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수영 생각이 나서 호수에 뛰어들었다.
내가 물에 뛰어들자, 물방울은 호크를 타고 따라왔고, 태산이는 수영을 하며 다가왔다.
거북이가 된 태산이는 땅에선 느리지만 물에선 제법 빨랐다.
브어어어엉
냐오오옹
태산이와 물방울이 수영대결을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물방울은 호크의 등에 탔으니 호크가 수영하는 거지만 말이다.
경주는 태산이가 압도적인 차이로 이겨버렸다.
태산이가 빨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호크는 경주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 했는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방울이 분한지 호크에게 꾹꾹이를 했지만 호크는 아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에고고 편하고 따뜻하다.”
왈왈!
멍멍!
월월!
수영을 하고 난 뒤엔 모닥불 하나를 피우곤 그 곁에서 누워 낮잠을 청했다.
불돌이와 실버, 골드가 곁으로 와서 앉아 같이 잠을 잤다.
게임 속에서 먹고 농사짓고 놀고 자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야 일 생각이 났다.
“으함, 슬슬 다시 일해 볼까.”
따신 곳에서 누워있으니 일어나기가 귀찮아졌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번에 할 일은 술을 빚는 것인데, 기대가 되었기 때문에 귀찮음을 떨칠 수 있었다.
<군신>길드의 미나가 준 술에 관한 힌트는 맥주와 벌꿀주였다.
과일주와 칵테일도 언급했지만 오늘은 맥주와 벌꿀주만 만들어볼 생각이다. “우선 맥주부터 만들어볼까.”
나는 발효통이 늘어서 있는 곳에 다가가 제작 카탈로그를 띄웠다.
그리곤 맥주를 검색해보았다.
[에일]
[라거]
[홉 맥주]
[스타우트]
[밀 맥주]
“맥주 종류가 많이 검색되네.”
그냥 ‘맥주’라고 하나만 검색될 줄 알았는데, 세부적인 종류로 여러 개가 나왔다.
무얼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뭘 골라야 할까······.”
“주인님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맥주 브랜드는 라거 맥주에 해당합니다.”
“그럼 에일로 해야겠다. 우리나라 맥주는 맛이 끝내주게 없거든. 아, 물론 게임 속 라거는 맛있겠지만 말이야. 다른 종류의 맥주도 마셔보고 싶으니까.”
오늘은 에일로 하고 내일은 라거하고, 그런 식으로 한 종류씩 만들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에일의 레시피를 띄워보았다.
[발효, 에일 1리터
상면발효해서 만드는 맥주. 라거에 비해 맛이 진하고 향이 좋다.
필요한 재료 : 보리 2개, 이스트 3개, 물 1리터
필요한 도구 : 발효통, 농사 스킬 Lv6]
이스트는 매일 골렘이 만들어서 넘쳐나는 상황.
보리는 200개가 있으니 총 100리터의 에일을 만들 수 있다.
나는 발효통 100개에 보리와 이스트를 넣고 물을 담은 뒤 제작버튼을 눌렀다.
꽤 노동력이 드는 일이었지만, 골렘과 분담을 해서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에일 발효 중 - 1시간 59분]
“이걸로 에일은 됐고······ 다음은 벌꿀주네.”
벌꿀주는 미드(mead)라고 불리는 서양의 술이다.
이름 그대로 꿀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술이다.
하지만 서양의 전통주라 바(bar)같은 곳에선 드물게 팔기도 한다고 들었다.
나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제작 카테고리의 레시피를 검색했다.
[발효, 벌꿀주 2리터
서양의 전통주중 하나. 꿀을 발효, 숙성시켜 만든다.
필요한 재료 : 벌꿀 750ml, 이스트 3개, 물 1리터
추가 재료 : 적당한 과일의 과즙 혹은 적당한 첨가물
필요한 도구 : 발효통, 농사 스킬 Lv5 조합스킬]
“간단한 것 같네. 그런데 과즙을 넣는다고?”
“취향에 따라 첨가물을 추가하셔도 좋습니다.”
“보통 과즙을 넣어?”
“멜로멜이란 벌꿀주의 한 종류는 제조과정에 과일을 첨가합니다. 그 외에도 때때로 계피, 생강가루 등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나는······ 사과즙을 넣어볼까?”
이른바 사과벌꿀주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벌써 기대가 되었다.
나는 제작 버튼을 누르고 발효통에 벌꿀과 이스트, 물을 담았다.
그리고 추가재료에 사과를 추가시켰다.
조합스킬이 알아서 과즙으로 만들어 발효통에 추가해주었다.
[벌꿀주 발효 중 - 1시간 59분]
다른 99개의 발효통에도 똑같이 하여서 200리터의 벌꿀주를 발효시켰다.
나는 맥주와 벌꿀주의 숙성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하나씩 만들어두었다.
그런 뒤로는······
“할 일이 없네.”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직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떼울까?”
오늘 만들 옷에 쓸 옷감과 실을 만들어두어도 좋을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양털이 넘치는데, 소모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군.”
바로 양털의 악성재고였다.
물론 쌓인다고 뭐 나쁜 건 없지만 신경 쓰이기 마련이었다.
“과일처럼 양털이나 양털 옷을 팔만한 곳이 없으려나?”
“북부의 추운 지방에선 양털이나 모직을 값비싸게 사들입니다.”
“흠, 그럼 한 번 텔레포트 서비스로 추운 곳에도 가봐야겠네.”
골렘의 조언을 기억하면서 물레와 베틀을 돌렸다.
오늘도 하프의 음색이 나는 베틀로 옷감을 만들었다.
그렇게 리듬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발효가 끝났다.
숙성통에 옮겨 담은 맥주와 벌꿀주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군침이 돌았다.
“한 잔씩 마셔 볼까.”
나는 맥주잔 하나를 만들어서 에일부터 담아보았다.
거품이 가득한 맥주가 잔에 담겼다.
과일을 쓰지 않았는데도 과일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대로 한 모금 마셔보았다.
“으음, 확실히 맛이 진해. 우리나라 맥주는 너무 싱거운데. 물을 많이 타서 그런가?”
국산 맥주와는 너무 확연히 맛이 달라서 놀랄 수준이었다.
나는 과일모둠 하나를 만들어서 남은 맥주를 맛있게 마셨다.
그렇게 500cc 짜리 맥주잔을 깨끗이 비웠다.
“끄억. 다음은 벌꿀주다.”
맥주를 마시자 배가 불렀지만, 술 배는 따로 있는지 바로 벌꿀주를 마시고 싶어졌다.
나는 와인잔에 벌꿀주를 따랐는데, 색깔이 황금빛 같아서 영롱했다.
사과즙을 넣어서 그런지 사과향이 강렬하게 났다.
맛을 기대하면서 한 모금 마셔보았다.
“흠, 달달한데? 벌꿀주라서 원래 달달한가?”
“본래는 씁쓸한 맛이 강하지만,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 단맛을 강화시켜 구현했습니다.”
“그렇군. 이것도 충분히 팔릴만하겠어.”
맛이 나쁘지 않아서 충분히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벌꿀주도 맛있게 마셨다.
“술고래가 따로 없군. 그나저나 오늘 만들 메뉴는 전부 만들어봤네?”
이래저래 신 메뉴 연구는 끝이 나버렸다.
그럼 선술집을 열 준비를 해야한다.
우선 빵을 미리 구워둬야하기 때문에 나는 불돌이를 화덕에 보냈다.
불돌이는 왈왈 짖으며 화덕 안으로 들어가 불을 뗐다.
화덕을 이용해 사과파이와 사과타르트, 생크림 크로와상을 각각 50개씩 구웠다.
지난 번에 화덕을 크게 개조해서 만드는 시간이 한층 단축되었다.
“그 다음에는 샌드위치랑 햄버거······ 피자도 몇 개 구워놓자.”
나는 대충 예상되는 구매량에 맞춰 빵을 구웠다.
그렇게 빵을 다 굽자, 4시간이 지나서 밭에 심어놓은 밀과 쌀이 다 자랐다.
그것들을 수확해 다음에는 술들을 보충했다.
위스키, 와인, 막걸리, 브랜디······ 차례대로 발효통을 이용해 소모한 분량을 채웠다.
어느덧 그러니 여덟 시간 정도가 흘러갔다.
“정리하고 메뉴를 한 번 적어볼까.” 나는 선술집의 메뉴판을 보곤 오늘 메뉴에 맞게 추가시키거나 수정했다.
[오늘의 메뉴
음식 : 된장삼겹살(7,000골드), 매운탕(7,000골드) 샌드위치(민첩 + 20, 힘이랑 체력 + 10, 7,000골드), 사과파이(7,000골드), 사과타르트(7,000골드), 생크림 크로와상(7,000골드), 햄버거(7,000골드), 피자(10,000골드, 버프 5종) 케첩 및 각종 잼(버프효과 강화, 500골
드), 바닷물고기 회(10,000골드, 46마리 수량 한정)
안주 : 과일 모둠(3500골드, 과일 추가 되었음!), 베이컨 5개(3500골드)
음료 : 우유(1,500골드) 사과주스(3,500골드), 포도주스(3,500골드), 딸기주스(3,500골드), 요구르트(3,500골드), 콜라(3,500골드), 레몬주스(3,500골드), 망고주스(3,500골드) ※음료에는 첨가물로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술 : 그레인 위스키(6,000골드), 스카치 위스키(6,000골드), 블렌디드 위스키(6,000골드) 와인(6,000골드), 막걸리(1,500골드), 브랜디(6,000골드), 맥주(1,500골드), 벌꿀주(1,500골드)
오늘의 스페셜 : 돈가스와 샐러드(13,000골드,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상승!)]
술에 맥주와 벌꿀주를 추가시켰다.
둘 모두 현실에서도 고가의 술은 아니기 때문에 막걸리와 같은 가격으로 책정했다.
박리다매를 노리는 것이다.
어제의 스페셜 메뉴였던 회는 가격을 만원으로 책정해서 올려두었다.
그리고 오늘 만든 돈가스와 샐러드는 스페셜 메뉴로 추가시켰다.
가격은 피자보다 3,000골드 더 비싸게 팔기로 했다.
버프가 더 좋기 때문에 그럴만하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흠,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 그나저나 손님들이 서서 먹긴 하지만 선술집도 개조시키는 게 좋으려나.”
“건축 스킬을 이용해 선술집을 더 크게 개조시킬 수 있습니다.”
“흠, 내일 한 번 해볼까.”
오늘까진 이대로 영업해보기로 했다.
평소에 열던 시간이 거의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선술집 열었습니다!”
표지판을 Open으로 바꾸면서 외쳤다.
오늘도 즐거운 선술집 개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