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22화 (122/239)

< 103화 돈가스 >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나는 애들과 놀아주면서 휴식을 취했다.

와인을 홀짝이면서 불돌이, 실버, 골드에게 공을 던져주면서 말이다.

녀석들은 꼬리를 열렬히 흔들면서 공을 쫓아가 물어왔다.

난 녀석들을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냐오오오옹

물방울은 느긋이 내 옆에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개들에게 공을 던져주고 비어 있는 내 손에 얼굴을 마구 부비면서 ‘어서 날 만져라냥’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런 것을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선 ‘캣 엠퍼러 타임’이라고하던가?

꼬꼬꼭

브어어엉

삐이이익

호크는 바람이랑 뭔가 통하는지 서로 울음소리를 내면서 마주보고 있었다.

흠, 문득 드는 생각이지만 호크의 다음 진화는 어떤 모습일까? 설마 날아다니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한편 태산이는 웬일로 졸지 않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원래 하급 정령일땐 돌덩이라서 수영을 못 했는데, 거북이의 모습이 되어선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게다가 수영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유유자적하게 호수를 떠다니고 있었다.

“끄으으응, 잘 쉬었다. 슬슬 다음 일을 해볼까.”

애들과 노닥거리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한 나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섰다.

김장을 다 담갔으니 다음에 할 일은······.

“돈가스를 만들어야지.”

오늘의 메뉴, 돈가스를 만들 것이다.

돈가스 재료는 이미 다 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만들기 위해 제작 카탈로그를 열었다.

[요리, 돈가스

돼지고기를 이용한 튀김요리, 일본 경양식의 대표적인 음식이나, 한국에서도 다른 스타일로 인기가 있는 요리다.

필요한 재료 : 돼지고기 1개, 빵가루 1개, 튀김가루 1개, 달걀 1개, 후추1개, 소금 1개, 적당한 식용 기름, 돈가스 소스 적당히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4, 조합스킬, 조리도구]

“밀가루는 좀 남았으니까 빵가루는 문제없고······ 튀김가루는 밀가루랑 전분으로 만들지.”

“그렇습니다. 전분은 탄수화물을 이용하면 무엇으로든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작물 중 여유분량이 많고 적당한 작물은 감자입니다.”

“그럼 감자를 쓰면 되겠다. 남은 돈가스 소스인데, 한 번 검색해볼까.”

[요리, 돈가스 소스

돈가스에 부어먹는 소스. ‘우스터 소스’가 필요 없는 레시피이기 때문에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개, 케첩 조금, 식초 조금, 물 적당히, 버터 1개, 설탕 1개, 간장 적당히, 후추 적당히,

필요한 도구 : 냄비, 조리도구, 요리 스킬 Lv1, 조합 스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모양이네. 근데 우스터 소스가 뭐지?”

“영국 우스터 지방에서 유래된 소스로, 각종 채소와 향신료, 조미료를 넣어 숙성한 조미료입니다. 감칠맛과 신맛을 더해주어 스테이크나 햄버거의 소스로 이용됩니다. 돈가스에 관련해선 일본식 돈가스에 자주 사용됩니다.”

“음, 그렇군.”

골렘이 백과사전처럼 말했다.

말을 들어보니 한 번 만들어보고 싶기도 한데, 왠지 재료가 굉장히 복잡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돈가스 소스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진 않는 모양이니, 지금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재료들을 가지고 제작 버튼을 누르자 조합 스킬이 알아서 냄비에 재료들을 담았다.

그것을 끓여 간단하게 돈가스 소스를 만들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아는 돈가스 소스에 비해 약간 색깔이 연한 것 같았지만 맛은 다르지 않았다.

“상당히 유용한 레시피 같은데, 이거 누가 만든건지 알아?”

“집밥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제 데이터베이스에 적혀 있습니다.” “앗, 그럼 백주······ 크흠, 여하튼 그 분의 레시피란 말이네.”

나는 혼잣말이어도 뭔가 저작권적인 문제가 생길까봐 발언을 삼갔다.

여하튼 맛있는 돈가스 소스를 만들었다.

“돈가스 하나 정도 만드는데 필요한 밀가루는 충분한데······ 오늘 팔아야 하는 술이나 빵을 만들 밀가루는 좀 부족하네. 쌀도 좀 부족하고. 만든 뒤에서 씨앗이나 사러 가야겠다.”

잠깐 인벤토리에 있는 작물을 확인해보며 말했다.

이제 밭의 규모도 또 늘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밀과 쌀처럼 한 개씩 밖에 나지 않지만 재료 소모가 많은 작물이 슬슬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매일 틈날 때마다 심긴 했는데, 수월하게 한 번에 수확하려면 밭을 늘려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돈가스를 만들어서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니,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곧바로 돈가스의 제작버튼을 누르니, 조리대에 돼지고기의 대용인 멧돼지고기의 등심부위가 놓였다.

“주인님, 먼저 고기에 칼집을 낸 후, 연육작용을 위해 망치로 두들겨야 합니다.”

“쉽지.”

골렘이 곧바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말해주었고, 나는 그가 조언한대로 칼집을 내고 나무로 만든 돈가스 망치로 고기를 두들겼다.

충분히 연해진 고기는 돈가스로 쓰기 딱 좋은 모습이 되었다.

“다음은 소금과 후추를 이용해 밑간을 하셔야 합니다.”

“그런 다음엔?”

“빵가루와 튀김가루, 계란물을 차례대로 고기에 묻힌 뒤, 식용 기름으로 튀겨야 합니다.”

“기름은 역시 송로버섯 기름으로 해야겠다.”

현실이었으면 마트에서 산 식용유로 튀겼을 테지만, 여기엔 풍미가 아주 좋은 송로버섯 기름이 있으니 그걸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전문 요리사 흉내를 내면서 고기에 빵가루와 튀김가루, 계란물을 묻힌 뒤, 그대로 끓는 송로버섯 기름에 투척했다.

치이이이이이익

“냄새부터 끝내준다.”

웍에 튀기는 냄새가 범상치 않다.

송로버섯 기름의 좋은 향과 돼지고기 익는 냄새가 잘 어울렸다.

곧 튀김옷을 잘 차려입은 고기를 건져올렸다.

“돈가스소스를 골고루 부으면 요리가 완성됩니다.”

“잠깐, 붓는 건 좀 이따가 해도 되지?”

“다른 할 일이 있으시다면 상관없습니다.”

“돈가스를 먹을 땐, 샐러드가 있어야지!”

어느 곳이든 돈가스 집에 가면 돈가스와 함께 샐러드가 나온다.

돈가스를 먹기 전에 샐러드를 먹어 입맛을 돋우기도 하고,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애초에 샐러드도 만들기로 했었고 말이다.

나는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요리, 샐러드

생야채와 과일의 조합. 식전에 식용을 돋우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하거나 다이어트 용 음식으로 적당하다.

필요한 재료 : 양상추 1개, 취향에 따른 샐러드 드레싱

추가 재료 : 취향에 따른 야채와 과일, 혹은 적당한 식재료.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1, 조합 스킬]

“재료의 자유도가 엄청난 모양이네.”

“샐러드는 추가재료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흠, 나는 과일이 많으니까 과일 샐러드로 하고······ 드레싱은 요구르트가 있으니까 요거트 드레싱으로 하면 되겠다.

골렘과 상의하여 그렇게 결정한 나는 요거트 드레싱을 검색해보았다.

샐러드와 마찬가지로 요리 스킬 Lv1에 조합 스킬이 요구되는 간단한 레시피였다.

요구르트에 양파를 다져넣고 소금과 식초를 쳐서 만들었다.

시중에 도는 플레인 요거트 드레싱 맛이 났다.

그 후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옥수수를 조합 스킬로 콘옥수수로 만들고, 사과, 딸기, 토마토를 추가하여 나만의 샐러드를 만들었다.

“자 그럼 샐러드도 만들었고, 밥을 돈가스 옆에 놓은 뒤에······ 돈가스 소스를 부엉부엉.”

브어어엉

돈가스를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흥얼거리고 있으면 태산이가 내 말소리를 따라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태산이의 울음소리를 따라한 거구나.

여하튼 ‘짜잔’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돈가스가 만들어졌다.  도자기 접시가 아닌 나무 접시인 게 조금 흠이지만, 그건 그것대로 중세풍이라 멋스럽긴 하다.

“후후후, 골렘아 최근 드라마엔 재벌 집안도 돈가스 집에서 상견례하더라.”

“PPL로 인한 무리한 각본 교체로 판단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돈 많은 집안이 스테이크 썰지 뭐가 아쉬워서 돈가스 썰겠니? 그래도 그거 생각하니까 나도 부자된 기분이다야.”

소모적인 잡담을 한 후, 나는 나이프와 포크로 돈가스를 썰었다.

연육작용이 잘 됐는지 아주 부드럽게 썰렸다.

그렇게 돈가스를 한입 먹었다.

“으으으으으으음, 돈가스에 소스에 송로버섯의 풍미가 너무 좋다. 어디 샐러드도 한 번.”

샐러드도 먹었다.

아삭아삭한 과일들과 양상추, 달콤한 콘옥수수가 잘 어울렸다.

다시 한 번 돈가스를 먹고 그 다음은 김치를 먹었다.

“역시 김치는 국민 반찬이야.”

김치의 매운맛이 돈가스의 느끼한 맛을 완전히 잡아주었다.

목이 마르면 콜라를 만들어 마셨다.

스테이크를 생각하면서 와인을 마셔볼까 하지만, 재벌집 상견례를 돈가스 집에서 하는 웃긴 드라마가 생각나서 그만뒀다.

그 드라마에서도 와인을 마시는 것이 가관이었지.

돈가스 집에 웬 와인이란 말인가? 물론 예약손님이었을 테니 준비를 했을 테지만 말이다.

아무리 PPL이었어도 웹소설 작가가 농사짓는다는 것만큼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느껴졌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을래!”

멍멍!

왈왈!

월월!

“나눠달라고? 녀석들······ 자 옛다.”

나는 애절한 표정으로 눈빛 공격을 하는 실버와 골드, 불돌이에게 고기를 한점씩 돌렸다.

녀석들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나는 흐뭇하게 그걸 보곤 마저 돈가스를 야무지게 먹었다.

밥, 샐러드, 고기, 어느것 하나 남길 것이 없어서 곧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졌다.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포만감이 가득 찼습니다.]

[고기와 야채, 과일이 잘 어울려진 식사를 했습니다.]

[균형 맞은 식사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상승합니다.]

“헐, 버프가 쩔잖아?”

지금까지 고기는 힘과 체력, 과일은 지능과 정신력, 채소는 민첩을 올려준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이렇게 모두 균등하게 오른 적은 없었다.

피자가 모든 능력치를 올려주긴 했었지만, 능력치마다 굴곡은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굴곡도 없이 모두 30을 올려주었다.

“혹시 샐러드의 힘인가?”

“그렇습니다. 샐러드가 영양 밸런스를 잘 맞추었습니다.”

“과연, 역시 샐러드를 넣은 건 잘한 일 같다. 이건 더 비싸게 팔아도 될 것 같아.”

메뉴 옆에 버프 효과까지 적어놓으면 불티나게 팔릴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늘 장사도 기대가 되었다.

물론 아직 장사를 하려면 멀었지만 말이다.

“조금 쉬다가, 농장을 좀 키워야겠어. 작물 400개분의 밭을 더 늘려야할 것 같아.”

“확장 작업은 제가 도맡아 하겠습니다.”

“오, 그래. 그럼 나는 그 사이에 일단 밀이랑 쌀 좀 사올게.”

위스키와 막걸리의 재료인 밀과 쌀은 하루 소비량이 크다.

그래서 미리 사두기로 했다.

골렘은 즉시 망치를 들고 농장의 울타리를 확장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얼른 마을의 식료품점으로 향해서 쌀과 밀을 사왔다.

밀은 700개, 쌀은 300개의 씨앗을 샀다.

밀은 술 외에도 빵의 밀가루로 소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돌아오니 골렘이 울타리를 더 늘려서 밭의 부지를 확보해놓았다.

역시 골렘이 있으니 일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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