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18화 (118/239)

< 99화 태산이의 변화(2) >

앙증맞은 짧은 팔과 다리.

레오파드를 연상시키는 등딱지의 모습.

여전히 졸린 귀여운 얼굴.

“브어어엉”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태산이의 모습은 바로······

“······육지거북이잖아!”

“브어엉”

강아지인 불돌이 정도 크기의 육지거북이였다.

느림보 같고, 졸린 것 같은 얼굴을 앙증맞게 등딱지 밖으로 내밀고 있는 모습이 정말로 태산이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살짝 머리를 쓰다듬었다.

“브어엉”

“중급정령이 되니까, 좋니 태산아?”

“브엉!”

내 물음에 태산이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왈왈왈!

멍멍멍!

월월월!

불돌이, 실버, 골드가 다가와 태산이를 핥으며 애정표현을 했다.

태산이는 그 애정표현이 수줍은지 등딱지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냐아오옹

꼬꼬꼭

삐이이익

그다음엔 물방울, 호크, 바람이가 태산이에게 다가갔다.

태산이는 그들이 다가오자 숨었던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물방울은 아주 조심스럽게 앞발로 태산이의 앞다리를 만졌다.

태산이는 브어엉 울고는 앞다리를 악수하듯 물방울과 맞닿았다.

냐오옹

브어엉

물방울은 태산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듯했고, 태산이는 물방울의 관심을 피하지 않는 눈치였다.

호크는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태산이를 내려다보았고, 바람이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태산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태산이는 다부진 매의 얼굴인 바람이의 얼굴이 수줍은지 다시 얼굴을 숨겼다.

“요 귀여운 녀석!”

“브어엉!”

수줍어하는 것이 너무 귀엽게 보여서 등딱지를 마구 쓰다듬었다.

태산이는 기분 좋은 듯이 울었다.

그렇게 한참 귀여워해준 다음 마저 사냥을 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도 태산이의 귀여움은 멈추지 않았다.

“브어엉, 브엉.”

“너무 느리잖아! 귀여워!”

태산이는 엉금엉금 최대한 빨리 기어가려고 했지만 매우 걸음이 느렸다.

괜히 거북이가 아닌 것이다.

그게 또 귀여운 것이, 태산이는 최대한 빨리 기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불돌이, 실버, 골드가 태산이를 응원하듯 앞에서 짖기도 했다.  “태산아 도와줄게.”

“브어엉.”

“옥스야 태산이를 태워줘.”

“음머어어.”

나는 태산이를 들어서 옥스의 등에 올려놓았다.

옥스는 온순하게 태산이를 등에 싣고 움직였다.

태산이는 옥스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거북이의 네 다리로 꽉 매달렸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옥스의 등은 넓어서 떨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기동력을 확보한 태산이었고, 우리들은 움직일 수 있었다.

위윙, 위이이이잉

카가가가각

“크워어어억”

나는 오크들을 계속 톱날 검으로 베어버렸다.

잔인하게 피가 튀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무기의 성능이 좋다보니 전투는 대부분 시시하게 흘러갔다.

한 두 마리는 내가 상대하고 그 이상은 동물들과 정령들이 처리했다.

옥스는 태산이를 태우고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지만, 실버가 대신 탱킹을 했다.

힐러로 골드와 물방울이 있어서 위험하지 않았다.

그런 사이 불돌이와 바람이, 호크가 딜링을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무기를 부실한 걸 들고 왔어도 아이들의 전력이 좋아서 할 만했을 것이다.

“50마리를 거의 다 잡은 것 같은데······ 응?”

와아아아아!

오크들을 잡으면서 3층의 깊은 곳까지 들어왔었다.

그때,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유독 커다란 오크가 있었다.

그 오크는 특이한 함성을 지르면서 커다란 도끼를 앞세워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광산 오크 워로드]

“보스몹인가보다! 얘들아, 나보다 앞서지 마!”

오크들을 썰면서 전투 감각을 익힌 나는 과감하게 앞장섰다.

물론 내가 전투감각을 익혀도 시화나 군신 길드원들만큼 잘 싸울 순 없었다.

곧 위협적인 오크 워로드의 커다란 도끼가 나를 쪼갤 듯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나는 겁먹지 않았다.

“브어어엉.”

깡!

태산이의 바위 보호막이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생긴 바위가 허공에 생겨서 도끼를 막아주었다.

와아아아아?

오크 워로드는 또 그 특이한 함성을 질렀지만, 지금은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이 뭔지 모르는 눈치인 듯했다.

“뭐, 모르면 죽어야지! 얘들아 덮쳐!”

위이이이잉!

톱날검으로 오크 워로드의 옆구리를 베었다.

동시에 실버가 다리를 물었고, 물방울의 얼음창이 날아갔다.

불돌이의 화염도 작렬했고, 바람이의 칼날 같은 바람도 쇄도했다.

호크도 맹렬하게 오크 워로드를 쪼아댔다.

와아아아아······ 와아아······.

공격을 마구 받은 오크 워로드는 계속 그 함성을 질렀지만, 힘을 잃고 죽어버렸다.

보스 몬스터였지만, 싱겁게 끝나버렸다.

[레벨 업!]

[일일 도전과제 퀘스트 완료!] [500 업적점수 획득!]

오크 워로드를 잡으니 레벨업도 하고 퀘스트도 완료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원석 1개 획득]

[무식하게 큰 아다만타이트 도끼 획득]

보스몹인 워로드가 특이한 전리품을 드롭했다.

“다이아몬드 원석? 보석인데 아직 세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잡템은······ 아니, 잡템이 아닌 것 같아.”

다른 오크들은 가져가도 별 쓸모가 없을 것 같은 ‘무식하게 큰 도끼’를 드롭 했다.

녹여서 다른 무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그냥 철광석을 쓰는 것과 차이를 없을 것 같아서 줍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도끼는 ‘아다만타이트’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미스릴이나 오리하르콘처럼 판타지에서 자주 써먹히는 금속 이름이다.

“일단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까 가지고 돌아가 봐야겠다.”

시화나 골렘은 쓸모를 알 것이 분명하니,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좋아보였다.

나는 그것들을 챙기곤 갈증을 느껴 가죽물통에 담아온 와인을 조금 마셨다.

“크으, 이제 노동의 시간이군.”

와인으로 목을 축인 뒤, 나는 마력석들을 캘 준비를 했다.

태산이도 중급 정령으로 만들었고, 일일 퀘스트도 완료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온김에 마력석과 정령석을 챙겨 가야한다.

그 외에 소금이나 석회, 철광석도 말이다.

나는 곡괭이를 들고 열심히 채광을 시작했다.

흠, 딱히 나 혼자 해도 상관은 없지만 골렘을 데려왔다면 채광을 같이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투도 중요했으니 골렘은 농장에 남는 것을 자청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3층, 2층, 1층으로 돌아오면서 필요한 광물들을 캤다.

몬스터들이 당연하게 꼬였지만 애들이 나를 지켜줘서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광물들을 다 캐고 난 뒤 광산을 나왔다.

“으아, 밖에 나오니까 공기가 너무 좋다. 물방울아 물 좀 뿌려줄래?”

냐오오옹

광산을 나온 나는 곧바로 물방울에게 물을 부탁해 세수를 했다.

시원한 공기에 차가운 물까지 더 해지니 시원하다 못해 추운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따뜻한 봄 날씨라서 상관 없었다.

“사냥, 사냥 갑니다! 도적 사냥 가요!”

“님 아직도 파티 못감? 쯧쯧.”

바깥에는 여전히 사냥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도적이란 직업은 파티에 잘 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분명 몇 시간 전에 광산으로 들어갈 때도 파티를 구하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음? 잠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들을 보던 중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기왕 온김에 여기서 간단한 것을 팔면 좋지 않을까?

음식 종류는 무리더라도 주스 종류는 팔 수 있다.

아니, 가열기를 이용하면 고기 종류도 가능하다.

‘재밌을 거 같은데 어디 한 번 해볼까?’

돈을 벌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잠깐 흥미 위주로 할 생각이다.

물론 돈도 벌면 좋지만 말이다.

나는 우선 목공 스킬로 가판대를 뚝딱뚝딱 만들었다.

거기에 메뉴판을 만들어 석회 분필로 글씨를 적었다.

[각종 주스 팝니다. 사과, 딸기, 레몬, 망고, 포도, 파파야, 토마토 가능.

마시면 지능 25, 정신력 25 오름. 3500골드

고기 훈제 구이도 팜.

먹으면 체력과 힘이 오름. 3500 골드.]

선술집에 비하면 매우 간소한 메뉴다.  여기엔 화덕이 없기 때문에 빵을 굽거나 할 순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만들 수도 있지만, 그냥 간단하게 장사해볼 생각이라 그러지 않았다.

예컨대 간소한 메뉴만 파는 포장마차나 푸드트럭 같은 것이다.

“어라? 저 사람 저기서 장사하는 거야?”

“주스를 판다고? 이 게임, 요리도 할 수 있었어?”

“나 저 사람 알아. 농장 아저씨라고 유명한 사람임. 요즘은 선술집에서 장사하던데 오늘은 여기서 장사하시네.”

“근데 버프가 생긴다고? 진짜임?”

“진짜임. 버프 개쩜. 훈제 구이가 땡기네. 평소 선술집 음식 가격보다 반값이야.”

훈제 구이는 말 그대로 훈제만 해서 팔거기 때문에 가격을 일부러 반값으로 해보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유인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한 둘씩 찾아와 주스와 훈제구이를 사기 시작했다.

“햐, 맨날 보리빵만 먹었는데 맛 죽인다.”

“버프 효과도 쩔잖아? 아놔 이걸 왜 지금까지 몰랐지?”

“아저씨, 이제 여기서도 장사 하나요?”

반응은 좋은 듯했다.

어떤 사람은 다음에도 장사를 하는지 묻기도 했다.

나는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오늘은 광산에 볼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장사하는 거예요. 평소엔 선술집에서 장사하니, 그곳에 와주세요.”

“에잉 아쉽다. 사냥터에서도 장사하시면 대박일 텐데”

그 손님은 아쉬운 듯해 보였다.

지나가듯 한 말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아서 일단 기억해두었다.

그 후로도 약 100명이 넘는 손님이 주스와 고기들을 사갔다.

순식간에 던전 앞의 사람들에게 전부 판 것이다.

“이 버프면 2층에 가도 될 것 같아.”

“근데 2층에선 건질게 별로 없잖아? 차라리 딴 사냥터를 가지.”

“그러네······ 정령석이라는 쓸모 없는 광석 뿐이고. 빨리 1층에서 렙업하고 버프 떨어지기 전에 사냥터 옮기자.”

“풀버프 받은 도적 파티 구합니다!”

“오, 님 주스랑 고기 다 먹었음? 파티 합시다.”

“아싸 드디어!”

더 이상 팔 사람이 없어보였기에 가판대를 접었다.

사람들은 버프를 먹어서 사냥의욕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2층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여전히 생활 스킬이 각광 받지 못한 탓이다.

그건 그렇고, 도적인 사람도 드디어 파티를 구한 모양이다.

어쩐지 내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네.

“얼마나 벌었지? 계산해보면······ 367,500골드를 벌었네.”

게릴라 장사한 것치곤 나쁘지 않은 수익이었다.

장사하면서 꽤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너희들도 재밌었어?”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꼬꼬꼭

삐이익

음머어

냐오오옹

브어엉

고기와 주스를 산 사람들이 애들과도 어울려 주어서 애들도 재밌었던 모양이다.

즐거운 울음소리와 함께 가판대를 정리하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나는 태산이와 함께 옥스의 등에 올라탔다.

“자 농장으로 돌아가자!”

이제 돌아가서 수확을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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