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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17화 (117/239)

< 98화 태산이의 변화(1) >

개쩌는 무기를 만들었으니, 이제 광산으로 떠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전에 몇 가지 일이 생겼다.

[공진씨, 오늘도 안녕하세요!]

“아, 시화씨. 안녕하세요”

우선 시화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오늘은 제가 조금 늦을 것 같아서 귓속말을 드렸습니다.]

“예, 그렇군요. 마침 저도 할 일이 생겨서 괜찮습니다.”

[다행이군요, 오늘은 특별히 제안할 게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음, 저도 말씀드릴게 있군요. 이따가 만나 뵙고 말씀나누시죠.”

[네, 즐겜하십시오.]

“······즐겜?”

시화의 귓속말이 끝났다.

즐겜이 뭐야? 즐겁게 게임하란 뜻인가?

여하튼 그 후 다른 일도 생겼다.

[일일 도전과제 퀘스트 발생!]

[퀘스트, 직접 만든 무기 사용해보기

무기를 만들었다, 장인은 자신의 무기를 시험해보고 싶기 마련이다.

직접 만든 무기로 몬스터를 처치하자.

클리어 조건 : 직접 만든 무기로 50마리 이상의 몬스터 처치

클리어 보상 : 500 업적점수]

일일퀘스트가 발생한 것이다.

업적점수를 다 사용했었는데, 마침 광산에 가서 몬스터를 사냥할 생각이니 적절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골렘아, 도전과제 퀘스트는 생활스킬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마법공학으로 만들어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기에 생활 스킬과 관련된 것으로 판정된 것입니다.”

“음, 몬스터를 사냥하라는 건 전투에 가깝긴 하지만······ 무기 성능 테스트라고 생각하지 뭐.”

사냥엔 그리 관심이 있진 않지만, 광산에 이래저래 챙겨야 할 게 많고, 레벨 업을 해서 태산이를 중급 정령으로 소환하고 싶으니 영 안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럼 가볼까.”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골렘은 로렌의 창을 들고 농장을 지키기로 했다.

나는 로드릭 경의 갑옷을 입었다.

어윈의 방패는 너무 무거워서 가서 장착하기로 했고, 옥스를 불러 등에 올라탔다.

“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인데, 안장과 등자를 만드는 편이 좋을까?”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주인님. 안장과 등자를 만들면 격한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옥스를 타고 질주할 일은 없으니까 나중에 그럴 일이 생기면 꼭 만들어야겠네.”

지금은 고삐만 만들어서 씌워준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천천히 타고 가는 데엔 문제없다.

다만 나중에 필요해지면 만들기로 했다.

“옥스야 가자, 너희들도 따라오렴.”

꼬꼬꼭

왈왈왈!

멍멍멍!

월월월!

냐아아옹

삐이이익

[데굴데굴]

당나귀를 타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황소를 탄 기사의 꼴이라 영락없이 돈키호테다.

거기에 동물과 정령들이 따라오고 있으니, 피리부는 사나이? 음,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진풍경이다.  그래선지 가는 길에 이 진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장 주인양반, 어디 가는가?”

“광산에 갑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 좀 채광하려고요. 사냥도 조금 할 생각이고.”

연배가 좀 있고, 인상 좋아 보이는 분이 말을 걸기도 했다.

장비를 보니 대충 중견 레벨 정도의 유저 같았다.

“채광을 하나 보군. 다들 그냥 철광석 좀 캐다가 팔아서 초반 자금만 마련하는 용도로 쓰는데, 주인장이라면 또 뭔가 특별한 거겠지?”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대장기술을 배워서 무기를 만들어 파는거죠.”

“대장기술이라······ 나도 베타테스터였네. 힘들기도 하고 효율도 생각보다 안 나와서 다들 포기했는데, 자넨 끈기가 있는 모양이군.”

“저도 운이 좋았죠 뭐.”

“겸손하군. 여하튼 수고하게.”

지나가던 중년 사내와 간단한 대화를 한 후, 계속 걸어 광산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콧노래도 불렀다.

삑삐빅 삐이익 삑

꼬꼬꼭 꼬꼭

음머어어

내 콧노래에 맞춰서 바람이와 호크, 그리고 옥스가 울음소리를 내었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면 어느덧 광산에 도착하고 있었다.

“파티 구함! 제발 데려가 주세요! 딜 자신 있는 도적입니다!”

“님 붕대 많이 가져옴?”

“돈 없어서 얼마 없어요.”

“그럼 안됨 수고.”

여전히 광산 앞에선 초보 유저들이 파티를 구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는데, 왜 2, 3층에는 아무도 없는 걸까?

일전에 골렘에게서 좀 더 고레벨의 유저들이 파티를 맺어서 가야하는 수준이라곤 하는데, 그곳에서 유저를 본 적이 없었다.

이 광산의 2, 3층이 인기가 없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그건 광산의 난이도에 비해 전리품이 값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내가 그런 생각을 하자, 골렘의 원격대화가 들렸다.

수상한 쪽지를 통해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다.

“수지가 안 맞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유용한데.”

[그 광산은 생활 스킬을 배운 유저에게 적합하도록 설계된 던전입니다. 정령석과 마력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덕분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생활 스킬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1층 외에는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흠, 애석한 사연이군.”

생활스킬이 사장되어서 광산도 더불어 인기가 없는 듯했다.

어쩐지 광산이 외로워 보였다.

흠, 오늘은 어째 내가 너무 감상적인 느낌인데, 결혼 이야기를 들어선가?

나는 그런 기분을 마음 한편으로 밀어넣고,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앗, 선술집 주인이잖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매일 잘 먹고 있습니다, 요즘 거기서 술이랑 맛탐방해서 즐겁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광산 안에 들어서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이래저래 눈에 띄는 내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한 사람은 저렇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물론 날 처음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사람들은 동물과 정령들을 잔뜩 끌고 다니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와 동물 많다. 강아지에 골든리트리버, 저건 늑대? 그리고 닭 위에 아기고양이가 타고 있네.”

“색깔을 보면 정령인 듯. 동물들도 있지만.”

“정령사는 똥클래스 아님?”

“근데 저 사람 장비가 엄청 좋아 보이는데.”

“고인물의 부캐인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에 관해 마구잡이로 추측하고 있었다.

정령사에 관한 인식도 그리 좋지 않은 모양이다.

전투직이지만 생활 스킬에 아주 유용한데 말이다.

만약 내가 생활의 달인이 되지 못했다면, 아마도 정령사를 해야 비슷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정령술은 생활 스킬에 편의를 많이 제공해주었다.  이래저래 정령술이 각광 받지 못하는 게 아쉬운 일이었다.

“철광석이랑 소금은 돌아오는 길에 캐야겠다.”

2층으로 가는 길에 1층의 철광석들이 보였지만, 당장은 캐지 않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캐도 되기 때문이었다.

갑옷을 입고 캐면 무진장 덥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 옷을 갈아입고 캐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1층은 전투도, 채광도 하지 않고 패스했다.

어차피 그냥 고블린들은 사냥해도 레벨 업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게 2층으로 내려왔다.

“여기도 일단 무시하고 지나가야겠다.”

2층 또한 돌아오는 길에 정령석을 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몹들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정예 고블린은 그냥 고블린보단 쎄고 경험치도 주긴 하지만, 그냥 빨리 3층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게다가 굳이 내가 싸울 필요도 없었다.

꼬꼬꼬꼭!

삐이이익

냐아오옹!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꾸벅꾸벅]

그냥 옥스를 타고 지나가고만 있어도, 정령과 동물 친구들이 알아서 사냥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정예 고블린이 쎄다고 해봤자, 결국 고블린이었다.

게다가 수적으로도 우리 쪽이 우세해서 순식간에 자동 사냥이 되었다.

루팅도 귀찮아서 안하고 지나갔다.

기껏해야 고블린의 정수나 골드 정도만 쓸모있을 텐데, 이제 그런 푼돈과 잡템 수준의 정수는 눈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3층까지 도달했다.

“음, 다시 봐도 예쁜 곳이야.”

보랏빛 마력석들이 빛나고 있어서 아름다운 곳이었다.

물론 2층도 정령석들이 푸르게 빛나서 예뻤지만, 3층은 몽환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다만 여기에 있는 몹들은 우락부락한 오크들이지만 말이다.

“준비해볼까.”

나는 어윈의 방패를 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마법공학 톱날 검을 들었다.

위이이이잉

톱날 검이 벌써 살벌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피를 갈구하는 모습 같았다.

“그럼, 가자 얘들아!”

멍멍멍!

한바탕 사냥을 할 시간이었다.

나와 아이들은 오크들을 향해 돌격했다.

내가 가장 선두에 서서 한 오크에게 톱날 검을 휘둘렀다.

위이이잉 카가가가가각

“끄아아아아앗!”

“오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잔인한 광경이 보였다.

톱날 검이 돌아가면서 오크의 살을 ‘찢고 가르고’ 있었다.

검으로 ‘벤다’라기 보단 톱으로 ‘찢는다’에 가까운 것이다.

피가 매우 많이 튀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더 놀라고 있었다.

그런 공격을 받은 오크는 단 한방에 절명했다.

로렌의 창을 썼을 땐 두 세 방은 견딘 오크가 말이다.

“으아아아, 이거 너무 잔인하잖아. 뭐, 성능은 좋긴 하다만······.” 시체는 곧 사라졌지만, 피가 튀는 광경은 잔인했다.

물론 많이 여과된 모습이었다.

현실이었다면 내장이 튀는 것까지 보였겠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피가 좀 튀고 얌전히(?) 죽을 뿐이다.

그래도 전투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에겐 충분히 잔인한 광경이었다.

“무기 성능이 너무 좋은 것도 문제네······ 하지만 일단 만든 거 쓰는 수밖에 없지 뭐.”

아직 다른 오크가 남았지만 여유로워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다른 오크들은 애들이 상대하고 있었다.

투덜거림을 마친 나는 남은 오크들에게도 다가가 톱날 검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줬다.

모두 피를 왕창 흘리고 죽어버렸다.

그 뒤로 오크를 계속 사냥했는데, 오크는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아서 20마리쯤 잡으니 레벨이 5 늘었다.

30레벨이 되었는데, 레벨은 낮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체력에 1, 정신력에 2씩 배분해서 정신력을 10 더 올린 것이 중요했다.

“이제 태산이를 중급 정령으로 만들 수 있겠다.”

순수 정신력이 103에 도달했다.

음식 효과와 비약을 이용하면 정신력을 150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것들을 꺼냈다.

[잘 만든 4등급 사과파이]

[잘 만든 7등급 하급 정신력의 비약]

지능과 정신력이 오르는 사과파이와 어제 시화에게 팔지 않고 하나 남겨 둔 정신력의 비약이었다.

생활의 달인 효과로 인해 4등급의 사과파이는 정신력을 25 보충해준다.

둘다 먹으면 목표한 정신력인 150이 넘는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사과파이를 먹었다.

오크들의 피가 튀었지만, 물방울이 씻겨줘서 말끔한 상태다.

목이 마르면 사과주스도 같이 마셨다.

“꺼억, 다음은 비약이다.”

비약도 곧바로 들이켰다.

맛은? 끔찍했다. 사과파이를 나중에 먹을걸.

“태산아, 바로 중급정령으로 소환해줄게.”

[꾸벅꾸벅]

태산이는 기쁜 듯이 꾸벅꾸벅 거렸다.

나는 태산이를 역소환하고 다시 중급 정령으로 소환했다.

그런 태산이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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