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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16화 (116/239)

< 97화 톱날 검 >

나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마을에 도착했다.

곧바로 향한 곳은 당연히 식료품점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식료품점 아가씨가 나를 알아보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그녀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네곤 바로 용건을 말했다.

“오늘도 씨앗을 사러 왔는데요.”

“네, 어떤 것을 찾으세요?”

“그러니까······ 보리 200개랑, 사탕무, 배추, 양상추 각각 100개씩. 그리고······ 음······.”

나는 미리 사기로 했던 것을 말한 뒤, 잠시 고민을 했다.

밭의 규모로는 100개 정도의 작물을 더 심을 수 있다.

하지만 뭘 심어야 하는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혹시 뭘 만드시려는 건지 여쭤보아도 괜찮을까요?”

“네?”

“음식을 만드시려고 농사를 지으시는 것 아니신가요?”

“그렇죠.”

“호호, 역시 그렇군요. 선술집을 만드셔서 음식을 판매하신다고 들었어요.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NPC들 사이에서도 좀 화제가 되었나?

드물게 언급을 하는 식료품점 아가씨였다.

“제가 좀 도와드릴 수도 있는데, 어떤 걸 만드시려는 거죠?”

“김치랑 돈가스랑 샐러드요.”

“음, 대충 예상이 되네요. 그럼 제 생각에는 샐러드에 추가할만한 재료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샐러드는 재료가 신선하기만 해도 맛이 좋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럼 뭐가 좋을지······.”

“혹시 옥수수는 길러보신 적이 없지 않으신가요?”

“옥수수요? 아하, 그러고 보니 옥수수를 만들어서 콘옥수수를 추가시키면 되겠군요.”

콘옥수수는 샐러드에 자주 등장하는 감초 같은 녀석이다.

물론 안쓰는 샐러드도 있지만, 사실 샐러드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재료를 딱히 정형화하기 힘들다.

“그럼 옥수수도 100개로 해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네 그럼 전부해서 3만 골드에요.”

“여기 있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식료품점 아가씨와 정겹게 인사를 한 뒤, 식료품점을 나섰다.

식료품점까지 따라 들어온 동물과 정령들도 한번씩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정겹게 울음소리를 내곤 나를 따라나왔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자, 얘들아”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실버와 불돌이, 골드가 대표해서 대답하듯 짖었다.

우리들은 다시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농장에 돌아왔다.

농장엔 여전히 골렘이 로렌의 창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주인님.”

“응, 옥스도 잘 있었어? 금방 돌아왔지만.”

음머어어

골렘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골렘의 곁에 있던 옥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옥스는 온순하게 울었다.  “그럼 옥스야, 오늘도 밭 갈자.”

음머어어어어

“그래그래, 밭 갈면 맛있는 사료도 듬뿍 줄게.”

옥스는 울음소리를 냈을 뿐이지만, 나는 옥스의 말을 대충 알아들은 것처럼 말했다.

옥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내 말을 듣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옥스를 데리고 밭으로 향해, 쟁기를 씌웠다.

“태산이도 같이 밭갈자.”

[꾸벅꾸벅]

태산이는 특유의 조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인지 모를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도 옥스를 도와 밭을 함께 갈았다.

“밭을 갈자, 사랑은 일구기 어려우니 밭이나 일구자.”

냐야오오오오옹

나는 음정 박자 가사가 깡그리 엉터리인 노래를 부르면서 밭을 갈았다.

호크의 등에 타서 이곳저곳을 게으르게 이동 중이던 물방울이 나의 노래를 듣자, 불쾌하다는 듯이 울었다.

“농부 아저씨, 노래가 그게 뭐에요!”

“완전 센스 없다!”

“하하하하!”

울타리 쪽에서도 내 노래를 들은 학생 구경꾼들이 익살맞은 야유를 퍼부었다.

나는 하하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그들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로 밭을 계속 갈았다.

옥스와 태산이, 그리고 괭이를 든 골렘이 합심해서 밭을 갈면 금방 밭을 갈았다.

그다음에 활약할 녀석은 바람이다.

“바람아! 오늘도 부탁해!”

삐이이이익!

바람이가 매의 울음소리로 울곤 비료 뿌리는 것부터 도와주었다.

마나가 많이 들긴 하지만 설렁설렁하면 문제없었다.

비료를 뿌린 다음엔 씨앗을 뿌리는 것도 도와주었다.

원래는 노동력을 들여서 심어야하지만 바람이가 도와주면 씨앗을 심는 것이 척척이다.

오히려 손으로 심는 것보다 더 정확하니, 그냥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이제 네 차례야, 물방울아.”

냐오오오옹

이제 물을 줄 차례다.

물방울은 밭에 각각 설치되어 있는 분수기에 물의 기운을 부여했다.

그러자 물이 스프링클러처럼 솟아올랐다.

꿀꿀꿀, 꿀꿀꿀, 꿀꿀꿀

꼬꼬댁

음머어어어

매애애애애, 매애애애

그럼 돼지삼형제와 암탉, 암소, 그리고 양 두 마리가 다가와서 자라는 잡초들을 뜯어먹는다.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 자동화 농법의 판타지 버전이다!

“아, 마나가 딱 떨어졌네, 잠시 쉬어야겠다.”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뭐? 너희들도 할 일을 달라고?”

멍!

나의 물음에 실버가 대표해서 대답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니 고민하는 척 했다.

“너희들은 쓰다듬기 담당이다!”

멍멍! 왈왈! 월월! 이 녀석들은 농사짓는 것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귀여움으로 내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이다.

세 마리의 개 모두가 활짝 웃으면서 내 쓰다듬을 교대로 받았다.

발라당 드러눕기도 하고, 내 얼굴을 핥기도 하고, 앞발을 들어 내게 매달리기도 하는 등 온갖 재롱을 다 부렸다.

덕분에 나는 결혼 이야기를 들어서 생겼던 묘한 외로움을 금방 잊었다.

이런 귀여운 녀석들이 있는데, 사랑이 필요한가?

뭐,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냐아오오옹

“물방울아 너랑도 놀아달라고?”

꼬꼬꼭

이젠 아예 자가용처럼 호크를 타고 다니는 물방울이었다.

놀아달라는데, 개 삼총사와는 달리 수영을 하고 싶은 눈치다.

물론 물방울은 호크를 타면서 수영하겠지만 말이다.

“좋아! 수영하자. 하는 김에 낚시도 할까, 골렘아? 매운탕재료로 삼으면 좋을테니까.”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기계적으로 말하는 골렘이었지만 어쩐지 그도 흥겨워보이는 눈치였다.

나는 그에게 낚싯대를 맡기고, 로렌의 창을 건네받았다.

로렌의 창을 작살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첨벙!

“수영하자, 물방울아!”

냐아오오옹

꼬꼬꼭

삐이이이이익

물에 뛰어들고 헤엄치면서 말하면 물방울을 등에 태운 호크가 오리처럼 헤엄치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바람이가 날아서 호수의 먹잇감을 노렸다.

골렘은 호숫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웠고, 물방울은 그런 모두에게 적당히 물고기를 유도했다.

로렌의 창을 들고 잠수하는 나에게도 물고기를 몰아주었고, 나는 대충 물고기에 창을 꽂아 잡을 수 있었다.

“으햐, 많이도 잡았다.”

붕어, 잉어, 송어, 배스, 쏘가리······ 온갖 민물고기들이 다 잡혔다.

다 좋은 매운탕거리들이다, 배스 같은 경우는 현실에선 단백질의 누린내가 심해서 조리에 주의가 많다지만 이 게임에선 나나 손님의 시식 결과 다 맛있었다.

대충 50마리는 잡아서 오늘 장사에 충분할 것 같았다.

정말이지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낚시였다.

“충분히 쉬었고, 이제 뭘 할까나.”

[꾸벅꾸벅]

아직 농작물들이 다 자라려면 시간이 남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수영에 끼지 못하고 졸고 있는 태산이가 보였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래 맞아! 오늘은 광산에 가서 태산이를 중급 정령으로 만들어주기로 했었어.”

[데굴!]

잠시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나 말했다.

태산이가 깜짝 놀라 일어나 버렸다.

“광산에 가야겠네, 근데 로렌의 창은 골렘이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무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아니면 골렘이 전투에 참여하고 실버랑 골드를 여기에 둘까?”

“전투 시뮬레이트 결과 현재 제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또한 골드의 회복 능력을 이용하는 편이 더 좋을 것으로 계산됩니다.”

“회복 능력? 골드에게 회복 능력이 있어?”

“골든 리트리버는 친구견입니다. 경비견과 투견으로서의 성능은 없지만, 친구견의 능력인 회복 능력을 파티원에게 걸어줄 수 있습니다. 체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과연, 물방울이 있긴 하지만 골드를 데려가면 물방울의 부담이 덜어지겠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남는 편이 좋습니다.”

“알았어, 그럼 무기를 만들어야겠다. 그런데 무기를 뭘 만들까······.”

아직 시화가 오지 않아서 강화용소재도 없고 강화석도 없다.

오늘 만들 무기를 들고 가서 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아직 시화의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귓속말을 해볼까, 했는데 그냥 아무거나 만들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계속 쓸 무기를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어제 마법사 길드 아가씨에게서 힌트를 들은 게 있단 말이지. 마법공학을 베이스로 무기를 만들 수 있지 않아?”

“그렇습니다, 마법공학을 이용한 특수한 무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조마법에 한해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는 마법공학 부착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한 번 제작 카탈로그부터 볼까. 마법공학!”

나는 호기심이 동해 마법공학의 제작 카탈로그를 불러냈다.

몇 번 뒤적이듯 넘기니,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보였다.

[마법공학, 마술동력 톱날 검

위협적이고 날카로운 톱날이 달린 검. 마법석의 마술력에 의해 ‘전기톱’처럼 돌아간다. ‘체인소드’라는 별명이 있다. 강한 방어력을 가진 갑옷도 ‘깎아내며’, 두꺼운 가죽도 절단하고, 사소한 상처도 출혈을 깊게 유도한다.

필요한 재료 : 철괴 5개, 마력석 5개

추가 재료 : 강화용소재

필요한 도구 : 망치, 용광로, 마법공학 세공도구, 대장기술 Lv5, 마법공학 Lv3]

“오, 이건······ 굉장히 멋진데.”

마치 전기톱 같이 돌아가는 톱날이 돌아가는 검이었다.

미리보기에서도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강화용소재가 없어도 뛰어난 성능을 보장하는 무기입니다. 특히 출혈이 가능한 적에게 효과적입니다.”

“3층까지 본 몬스터들 모두 피를 흘리는 녀석들이니까, 효과적이겠네. 그럼 이걸로 만들어야겠다.”

왈왈왈!

“알았어, 불돌아. 대장간으로 가자!”

왈왈!

불돌이는 벌써 용광로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인지 나를 보채듯 울었다.

나는 불돌이를 데리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후 골렘과 합을 맞춰 망치질을 했다.

망치질을 40번 정도 하니, 톱날칼의 외형은 만들어졌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작동’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당연히 마법공학 처리를 해야했다.

납땜질 말이다.

그리 유쾌하기만 한 작업은 아니다.

“그래도 골렘이 도와주니까 훨씬 수월해지네.”

그러나 이젠 골렘도 세공도구를 가지고 나를 도와준다.

복잡한 마법공학 회로를 톱날검 곳곳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회로를 다 완성했을 때였다.

[잘 만든 7등급 마술동력 톱날 검 : 공격력 60 내구도 : 20/2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명품 검. 마법공학을 적용시켜 만들었다. 마력석이 떨어지면 평범한 톱날 검이지만, 동력이 충전되는 한 돌아가는 톱날로 치명적인 출혈을 강요하는 무서운 검이다. ]

강화용소재가 적용되지 않아서 특별한 옵션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무기였다.

위이이이이잉

“죽인다.”

자고로 남자는 공구에 꼴리기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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