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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15화 (115/239)

< 96화 7일차 로그인 >

‘공진아, 네가 안마의자 보내준 거 맞니? 얘는 이런 거 괜찮데도······’

구매한 안마의자가 부모님 댁에 도착한 것 같다.

낮에 잠깐 통화하여 오랜만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내 안부를 물으시다가 안마의자를 보낸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금껏 키워주신 은혜만으로도 안마의자 정도로는 갚지 못할 것인데, 한사코 자신들에게 돈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안마의자를 월급으로 산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만 했다.

‘뭐? 그럼 혹시 위험한 거 하고 있는 거 아니니? 주식은 폐가망신의 지름길이란다. 그런 건 있는 사람들만 한단다. 주식은 아니라고? 그럼 뭐니?’

오해를 하시는 어머니께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금 난감해졌다.

게임으로 돈 벌었어요, 라고 말하면 왠지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 기분의 근원은 유년시절,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혼났던 기억의 학습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게임에 빠져 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다.

‘게임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얘야, 혹시 게임에 빠져서 회사도 그만두고 그러는 거. 내가 이제 너한테 게임 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아니지만, 사람은 버젓한 직장이 있어야 한단다. 그런 거 아니라고? 그래, 난 우리 아들 믿어.’

어머니는 게임으로 돈을 벌었다는 나의 설명을 다소 위험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뉴스에 나온 게임에 대한 정보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게임을 하다가 싸움을 한다든지, 심하면 살인을 했다, 가산을 끌어들여 붓다가 망했다, 등등

뉴스는 자극적인 것들만 내보낸다, 그리고 어머니는 시골에 사시고 계시니 때문에 뉴스가 세상의 정보를 접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내게 그런 경고를 하셔도 이상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어쨌거나 안마의자 보내준 건 정말 고맙구나, 네 아버지랑 한 번 써봤는데 아주 시원했다. 그나저나 요즘 사귀는 아이는 있니? 너도 나이가 찼잖니? 알다시피 너무 늦게 결혼하면 아이가 고생한단다. 바빠서 사귈 틈이 없다고? 그래도 네가 어디 빠지는 곳은 없잖니? 학

력 좋고 대기업 사원이면 누구랑 맺어져도 나쁘지 않을 수준이다. 그러니까······.’

그 후 어머니는 결혼에 대해서 아주 긴 잔소리를 하셨다.

연락을 할 때마다 하시는 잔소리라서 기분 나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근황을 묻는 수준의 말씀일 뿐인 것이다.

게다가 28살이 되어도 애인 소식도 없는 나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주말에도 반복되는 야근 때문에 그런 걸 만들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럼 몸 건강히 하고 잘 지내거라. 일도 좋지만 건강해치면 말짱 다 헛것이다. 조만간 김치 보내주마, 그럼 엄마는 이만 끊을게.’

어머니와는 통화는 거기까지였고, 나는 일요일인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일했다.

결혼을 위해 애인을 사귀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고 싶어도 사실 그런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은 애인을 사귀거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말이다.

내가 다소 보수적이라고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대학시절에도 나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애인을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군대에 가면 헤어질 것이기 때문에, 무책임한 사랑을 해버릴지 몰라서, 그때에도 학업이나 취업에 신경 써야만 해서.

그러다보니 나이를 먹고, 기회라고 할 만한 것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걸 자각했을 때, 후회한 적도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더 이상 아니지.”

흔히 시든다고 말하던가? 사람도 꽃처럼 시들기 마련이다.

서른 가까이 되니 그런 것이 느껴졌다.

젊게 타오르던 혈기는 식고, 사랑이라는 열정에 달관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꽃인 셈이지만, 나는 그러려니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쩌겠는가? 그리고 사랑을 택하기엔 너무도 각박한 세상이었다.

“혼자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어쨌거나! 오늘도 시작해볼까.”

사색에 잠겨 있던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캡슐을 작동시켰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을 반기며 게임에 접속했다.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완료하면 언제나 같은 농장의 풍경이 펼쳐졌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왔어, 골렘아.”

멍멍!

월월! “실버, 골드. 둘 다 잘지냈니?”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는 골렘이었고, 그 뒤를 이어서 실버와 어제 새로 분양한 골든 리트리버 골드가 나에게로 달려와 애정표현을 했다.

오늘따라 유달리 실버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짝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 물론 골든 리트리버인 골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개들도 짝이 있는데, 나만 짝이 없구나.”

멍멍멍!

월월월!

내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실버와 골드는 얼굴을 핥으며 애정표현을 하는 걸로 대답할 뿐이었다.

뭔가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던 기분이 치유 받는 것 같았다.

“그래, 너희들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지. 그럼 모두 불러 볼까?”

정령들도 부르기 위해서 사과주스 하나를 만들어 마셨다.

부족한 정신력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시원한 사과주스를 마셔 100의 정신력을 넘기고, 곧 바로 정령들을 소환했다.

왈왈왈!

“잘 있었어, 불돌아?”

작고 활발한 강아지 진돗개 불돌이

냐아아옹

“물방울아, 쓰다듬어 줄까?”

샤아아아!

여전히 애교와 하악질을 반복하는 러시안블루 아기고양이 물방울

삐이이이익

“오늘도 잘 부탁해, 바람아.”

삐익!

날렵하게 내 어깨에 안착해 경례를 하는 매, 바람이.

[데굴데굴]

“태산이도 안녕?”

[꾸벅꾸벅]

돌덩이인 하급 정령으로 소환되어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귀여운 태산이까지.

모두가 모이니 시끌벅적해지는 기분이었다.

음머어

꼬꼬꼭

“옥스야, 호크야. 골렘에게 맛있는 사료 많이 먹었지?”

그런 와중에 옥스와 호크도 다가오고 있었다.

물방울은 호크가 다가오자마자 등에 올라탔고, 바람이도 옥스의 등에 안착했다.

이젠 삼총사가 된 실버와 골드, 불돌이는 옥스의 주변을 마구 돌았다.

옥스는 큰형님처럼 점잖게 있었지만 말이다.

사이좋은 동물과 정령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라, 나는 한동안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주인님, 부재중에 수확한 작물들입니다.”

“응, 고마워.”

그런 나에게 골렘이 다가와 수확한 작물들을 건넸다.

사과, 포도, 딸기, 올리브, 바나나, 레몬, 망고, 파파야, 꿀, 양털, 우유, 마나물망초, 송로버섯, 금빛 야생삼 등등 이젠 종류도 많지만 숫자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골렘이 게임시간으로 8시간마다 수확하기 때문이었다.

[농사 스킬 레벨 업!]

[목축 스킬 레벨 업!]

골렘에게 수확물을 받고 나니 스킬이 레벨 업 하기도 했다.

“오늘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주인님?”

“음······ 일단 뭘 만들지 생각해보고 심을 작물을 골라야겠네.”

골렘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뭘 만들지 고민해보았다.  어제 미나에게 술에 관해선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조언해준 것은 맥주와 벌꿀주와 과일주, 그리고 칵테일이었다.

다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끌리는 생각이었다.

“우선 맥주의 재료로 보리를 사야겠어. 벌꿀주나 과일주는 여기 있는 재료로도 충분할 것 같아. 칵테일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

“그다음은 요리와 제빵입니까?”

“그래. 우선 요리부터 생각해보면······ 아,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김치를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김치를 만들 수 있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한 번 볼까.”

나는 골렘의 대답을 듣곤 곧 바로 요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요리, 김치 1포기

한국인의 대표 반찬이자 발효식품인 김치. 잘 담근 김치면 밥 한 공기가 그냥 뚝딱! 물론 파생요리도 엄청나게 많다.

필요한 재료 : 배추 1포기, 무 1개, 마늘 20개, 고춧가루 20개, 아무 종류의 액젓 100ml, 양파 1개

추가재료 : 첨가할 만한 적당한 재료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2, 조합스킬]

“역시 있네, 그런데 재료가 상당히 많은 걸. 몇 개는 있지만 몇 개는 새로 사야해. 그리고 액젓은 바다에 가야 하잖아?”

“액젓으로 쓸 만한 생선은 까나리, 멸치, 새우입니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로 낚을 수 있습니다. 혹은 트로페의 어시장에서 살 수 있습니다.”

“흠······ 고민해봐야겠네.”

그냥 사면 편하긴 하지만, 그물로 낚을 수 있다고 하니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했다.

꼭 액젓 때문이 아니더라도 바다에서 배낚시를 해보고 싶었다.

“김치는 배추 사탕무를 사는 걸로 하고, 그럼 그 다음으로 만들 것은······ 오늘 먹은 저녁메뉴로 해볼까.”

“어떤 음식을 드셨습니까?”

“‘뒷골목식당’에서 나온 돈가스 맛집의 체인점에서 돈까쓰를 먹었지. 저녁에도 영업해줘서 겨우 먹을 수 있었어. 그럼 돈가스로 해볼까.”

나는 그렇게 결정하곤 다시금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요리, 돈가스

돼지고기를 이용한 튀김요리, 일본 경양식의 대표적인 음식이나, 한국에서도 다른 스타일로 인기가 있는 요리다.

필요한 재료 : 돼지고기 1개, 빵가루 1개, 튀김가루 1개, 달걀 1개, 후추1개, 소금 1개, 적당한 식용 기름, 돈가스 소스 적당히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4, 조합스킬, 조리도구]

“재료가 많네.”

“현재 주인님이 보유하고 계신 식자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흠, 돈가스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따로 사야할 것은 없단 말인가.”

인벤토리에 식자재가 이것저것 있는데, 그것만으로 만들 수 있는 듯했다.

“그럼 사야할 건, 보리, 배추, 사탕무인데, 보리는 맥주를 만들 거니까 좀 여유 있게 사야겠다. 아니, 잠깐. 잊은 게 있구나.”

“무엇입니까?”

“돈가스인데 샐러드가 빠지면 섭하지. 샐러드 재료인 양상추를 사야겠어.”

“그럼 사야하는 것은 보리, 배추, 사탕무, 양상추입니다.”

“그래, 보리만 200개 사고, 나머진 100개씩 사고······ 밭이 100개 정도 남는데 그건 가서 생각해봐야겠다.”

계획을 짠 나는 우선 기지개를 폈다.

기분의 문제겠지만 현실의 피로가 남아 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뒤 골렘에게 다녀오겠다고 했다.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멍멍멍!

왈왈왈!

월월월!

냐아옹

꼬꼬댁

삐이익

[데굴데굴]

음머어

골렘이 인사하자, 다른 녀석들도 나를 따라오며 브레멘 음악대처럼 울음소리를 내었다.

다만 옥스는 엉덩이가 무거운 것처럼 농장을 떠나진 않고, 나를 배웅하는데 그쳤다.

“앗! 농장 아저씨 들어왔다.”

“농장 아저씨 안녕하셈!” 마을로 향하는 중, 나를 농장 아저씨라고 부르는 학생 초보유저들이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인사에 답했다.

자, 오늘도 즐거운 농장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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