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7일차 로그인 >
‘공진아, 네가 안마의자 보내준 거 맞니? 얘는 이런 거 괜찮데도······’
구매한 안마의자가 부모님 댁에 도착한 것 같다.
낮에 잠깐 통화하여 오랜만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내 안부를 물으시다가 안마의자를 보낸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지금껏 키워주신 은혜만으로도 안마의자 정도로는 갚지 못할 것인데, 한사코 자신들에게 돈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안마의자를 월급으로 산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만 했다.
‘뭐? 그럼 혹시 위험한 거 하고 있는 거 아니니? 주식은 폐가망신의 지름길이란다. 그런 건 있는 사람들만 한단다. 주식은 아니라고? 그럼 뭐니?’
오해를 하시는 어머니께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금 난감해졌다.
게임으로 돈 벌었어요, 라고 말하면 왠지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 기분의 근원은 유년시절,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혼났던 기억의 학습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게임에 빠져 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다.
‘게임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얘야, 혹시 게임에 빠져서 회사도 그만두고 그러는 거. 내가 이제 너한테 게임 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아니지만, 사람은 버젓한 직장이 있어야 한단다. 그런 거 아니라고? 그래, 난 우리 아들 믿어.’
어머니는 게임으로 돈을 벌었다는 나의 설명을 다소 위험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뉴스에 나온 게임에 대한 정보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게임을 하다가 싸움을 한다든지, 심하면 살인을 했다, 가산을 끌어들여 붓다가 망했다, 등등
뉴스는 자극적인 것들만 내보낸다, 그리고 어머니는 시골에 사시고 계시니 때문에 뉴스가 세상의 정보를 접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내게 그런 경고를 하셔도 이상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어쨌거나 안마의자 보내준 건 정말 고맙구나, 네 아버지랑 한 번 써봤는데 아주 시원했다. 그나저나 요즘 사귀는 아이는 있니? 너도 나이가 찼잖니? 알다시피 너무 늦게 결혼하면 아이가 고생한단다. 바빠서 사귈 틈이 없다고? 그래도 네가 어디 빠지는 곳은 없잖니? 학
력 좋고 대기업 사원이면 누구랑 맺어져도 나쁘지 않을 수준이다. 그러니까······.’
그 후 어머니는 결혼에 대해서 아주 긴 잔소리를 하셨다.
연락을 할 때마다 하시는 잔소리라서 기분 나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근황을 묻는 수준의 말씀일 뿐인 것이다.
게다가 28살이 되어도 애인 소식도 없는 나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주말에도 반복되는 야근 때문에 그런 걸 만들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럼 몸 건강히 하고 잘 지내거라. 일도 좋지만 건강해치면 말짱 다 헛것이다. 조만간 김치 보내주마, 그럼 엄마는 이만 끊을게.’
어머니와는 통화는 거기까지였고, 나는 일요일인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일했다.
결혼을 위해 애인을 사귀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고 싶어도 사실 그런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은 애인을 사귀거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말이다.
내가 다소 보수적이라고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대학시절에도 나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애인을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군대에 가면 헤어질 것이기 때문에, 무책임한 사랑을 해버릴지 몰라서, 그때에도 학업이나 취업에 신경 써야만 해서.
그러다보니 나이를 먹고, 기회라고 할 만한 것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걸 자각했을 때, 후회한 적도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더 이상 아니지.”
흔히 시든다고 말하던가? 사람도 꽃처럼 시들기 마련이다.
서른 가까이 되니 그런 것이 느껴졌다.
젊게 타오르던 혈기는 식고, 사랑이라는 열정에 달관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꽃인 셈이지만, 나는 그러려니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쩌겠는가? 그리고 사랑을 택하기엔 너무도 각박한 세상이었다.
“혼자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어쨌거나! 오늘도 시작해볼까.”
사색에 잠겨 있던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며 캡슐을 작동시켰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을 반기며 게임에 접속했다.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완료하면 언제나 같은 농장의 풍경이 펼쳐졌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다녀왔어, 골렘아.”
멍멍!
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