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04화 (104/239)

< 86화 브랜디와 햄버거 >

나는 소화가 될 때까지 느긋하게 배를 두드리며 누웠다.

한 시간 가량 빈둥댔더니 배는 꺼졌는데, 술이 좀 더 마시고 싶어졌다.

술, 그러고 보면 브랜디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쯤 증류도 숙성도 끝났을 것이었다.

증류기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예상대로 증류가 끝난 브랜디가 숙성통에 담겨져 있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와인잔에 브랜디를 담았다.

“브랜디하면 대부가 떠오르는데, 시가 하나를 물고 브랜디를 홀짝이는 마피아 대부가 생각나는군.”

나는 으레 잔을 감싸듯 쥐고서 브랜디를 홀짝였다.

막걸리도 맛있지만, 확실히 숙성해서 먹는 양주의 맛은 각별하다.

그리고 위스키와는 확연히 맛과 향이 달랐다.

곡류로 담그는 위스키와는 달리 브랜디는 와인의 맛과 향이 남아 있었다.

와인과의 차이라면 탄닌이 느껴지는 와인은 산뜻한 강렬함이 있다면 브랜디는 부드럽고 달콤한 편이다.

“이러다가 술 종류 별로 하나씩 모으는 거 아닌가 싶네.”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사실 아직 게임에서 만들지 않은 술들은 많다.

맥주, 소주, 럼, 보드카······ 친숙한 것부터 국내에선 바(bar)에 가지 않으면 구경도 못할 생소한 것까지 아직 만들지 못한 술들이 많다.

하나씩 만들어 본 후에, 칵테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도 바텐더 비슷한 흉내는 내지만, 그땐 정말로 바텐더처럼 칵테일을 섞어 보는 것이다.

그럼 꽤나 재밌을 것도 같다.

“꺼억, 브랜디는 이거면 일단 된 것 같네.”

브랜디 한 잔을 다 마신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마시고 싶다면 더 마셔도 좋지만, 아쉬울 때 멈춰두는 것이 다음에 마실 때 더욱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면서 잔을 거두었다.

나는 다시금 취기가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햄버거도 만들어봐야겠는데······ 어우, 먹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겠군.”

피자에 회에 막걸리에 브랜디까지 마셨다.

이미 포만감은 넘친 상태고, 배도 빵빵해져서 다시 배고파 질 때까진 못 먹을 것 같았다.

그래도 팔기 전에 만들어 보긴 해야 하므로 햄버거의 제작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요리, 햄버거 10개

정크푸드의 대표적인 음식. 하지만 그런 편견과는 달리 야채와 고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음식이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0개, 양상추 1개, 양파 1개, 토마토 3개, 베이컨 20개,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패티 10장, 치즈 5개, 케찹 적당히, 마요네즈 적당히

필요한 도구 : 조리도구, 불, 요리 스킬 Lv4, 조합 스킬]

햄버거는 샌드위치처럼 한 번에 열 개씩 만들어지는 요리였다.

베이컨을 구웠던 샌드위치처럼 패티를 만들어서 굽는 모양이었다.

다만 마요네즈가 없다.

얼마 전에 샌드위치의 추가재료로 마요네즈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케찹만 만들어 넣고 잊었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은 있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마요네즈를 만들기 위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요리, 마요네즈 1리터

기름지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는 드레싱 소스. 본래 샐러드 소스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여러 요리에 양념으로 두루 쓰인다.

필요한 재료 : 계란 10개. 아무 종류의 식물성 기름 750ml, 식초 약간, 소금 3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요리 스킬 Lv3]

“우선 마요네즈를 만들어 볼까.”

“마요네즈는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들을 용기에 담아 15분간 섞기만 하시면 완성됩니다.”

“케첩보다 간단하네?”

케첩은 가열을 하고 절임통을 이용해야 했었다.

하지만 마요네즈는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나는 큰 나무 그릇 하나를 만든 뒤, 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인벤토리에 있는 계란이 알아서 노른자만 걸러져 나무 그릇에 담겼다.

다른 재료들은 골라야하는 것도 있고, 식초는 항아리에 담겨 있으니 떠와야 한다.  소금도 인벤토리에 있긴 하지만 자동으로 넣어지진 않았다.

“기름은 올리브유랑 송로버섯 기름이 있는데······ 일단 지금은 올리브유는 많지가 않으니까 이번엔 송로버섯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결정한 나는 송로버섯 기름을 750ml 정도 그릇에 부었다.

식초는 역시 사과식초를 썼다.

송로버섯과 사과의 향이 섞여서 묘한 향기를 냈다.

현실에서 이런 조합으로 마요네즈를 만든 적이 있을까 싶지만······ 뭐 어떤가? 게임인데,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거기에 소금까지 넣은 뒤, 나무 주걱으로 열심히 저었다.

골램의 말대로 15분 정도 섞자, 아이템화가 되었다.

[잘 만들어진 4등급 마요네즈 1리터]

“음, 완성이군. 그런데 완성품에도 사과향이랑 송로버섯 향이 나네.”

시제품으로 팔리는 마요네즈보다 훨씬 좋은 냄새가 났다.

이걸로 햄버거를 만들면 꽤 맛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가 벌써 들었다.

그런데 햄버거도 이런 식으로 간소화된 제조과정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패티를 만드는 과정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대충 예상한 일이었다.

그럼 소고기랑 돼지고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겠는데, 아무래도 물소고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물소고기를 쌓아두고 잘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햄버거는 소고기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결정한 나는 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조리대에 다져진 소고기와 양파가 놓였다.

“양파를 반으로 갈라 한 개를 잘게 써십시오. 볶으실 때 소금을 뿌리셔야 합니다.”

골램이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양파를 반으로 잘랐다.

그리곤 가열기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둘러 양파를 볶았다.

물론 소금을 뿌리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 다음엔 패티와 함께 그릇에 담아 주물러 패티를 만드십시오. 화상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흠, 햄버거가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건줄은 몰랐는데.”

“레시피에는 누락되어 있지만, 패티에 더 많은 재료를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추가 재료로는 다진 마늘, 밀가루, 머스타드 소스, 후추 등이 있습니다.”

“흠 몇 개는 추가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머스타드 소스는 무리일 것 같지만, 마늘이나 빵가루, 후추는 추가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만들 수도 있는데, 괜히 귀찮은 짓을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 어렴풋이 생기는 장인정신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늘을 다져넣고, 밀가루와 후추 가루도 만들어서 투입시켰다.

그리곤 그것을 주물러서 패티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제 패티를 익히시면 자동으로 햄버거가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9번 더 반복하시면 됩니다.”

“그럼 패티를 다 만들어두고 익혀볼까.”

골램의 조언을 들은 나는, 한꺼번에 굽기로 결정하고 패티를 계속 만들었다.

재료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패티 만드는 것은 재밌을 정도로 간단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10개의 패티를 만들 수 있었다.

“자 이제 구워볼까?”

나는 프라이팬에 다시 기름을 두르고 패티를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한 냄새가 너무 맛깔나게 나고 있었다.

요즘은 수제 햄버거집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딱 맛집으로 소문 난 햄버거집에서나 날 법한 냄새였다.

게다가 패티가 다 구워지자 햄버거는 알아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만들어진 햄버거 빵과 양배추, 토마토, 양파가 두둥실 허공에 뜨면서 조합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가 만들어졌는데, 비주얼과 향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정말 맛없을 수가 없겠다.”

육즙이 죽죽 흐르는 패티에 신선한 야채들이 들어 있고, 거기에 수제 케찹과 마요네즈······ 딱 수제 햄버거의 정석이라고 할 법한 것이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꾹 참았다.

지금 말고, 배고플 때 팔다 남은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와 곁들어 먹으면 최고일 거란 생각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곧 햄버거 10개를 모두 만들 수 있었다.  “흠······ 오늘부터는 미리 만들어두고 팔기로 했었나? 하긴, 그러지 않으면 힘들 것도 같은데.”

빵 메뉴가 제법 많아졌다.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와 햄버거처럼 한 번에 다량을 생산하는 것들도 나와서 빵은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힘들게 되어버렸다.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샌드위치만 미리 만들어두는 것을 해보기도 했지만, 조금 신통찮은 면이 있었다.

“역시 제과점처럼 미리 만들어두는 게 좋겠어. 사실 많이 만들어두고 인벤토리에 넣어뒀다가 팔기만 하면 되니까, 안 될 이유는 없지.”

한 20개 정도씩 만들어두고 주문을 기다려두면 한결 나을 것 같았다.

물론 어떤 메뉴는 더 잘 팔리고 덜 팔리는 것이 생기겠지만······ 그땐 즉석에서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다른 빵을 제안해보면 될 것이다.

장사수완을 발휘하기 나름일 것이었다.

“그럼 오늘은 피자랑 햄버거를 추가시키고······ 아, 콜라에 브랜디도 추가시켜야지. 음식 쪽엔 회가 있고.”

패티를 구우면서 오늘 추가시킬 메뉴를 생각해보았다.

햄버거는 한 번 더 만들면 20개가 완성되고······ 피자는 열심히 구워둬야할 것 같은데, 어쩐지 피자는 비싸게 팔아도 주문량이 쇄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프 5종의 강력함 때문이기도 하고, 피자는 늘 인기 있으니 말이다.

“그럼 나머지도 만들어 볼까.”

햄버거는 다 됐고, 피자를 선두로 해서 샌드위치,사과파이, 사과타르트, 생크림 크로와상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20개씩.

얼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릴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정도는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난 이런 걸 즐기는 편이었지?

사람들은 몬스터와 싸우는 것을 즐기는 모양이지만, 내 게임 플레이는 농사짓고, 뭔가 만드는 것이다.

그걸 누군가가 사주면 기쁘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곤 화덕으로 향해 빵을 굽기 시작했다.

멍멍멍

왈왈왈

꼬꼬꼭

냐아옹

삐이익

음머어

[태산이가 입이 없지만 함께 노래 부릅니다.]

빵을 굽는 동안 동물과 정령 친구들이 내 휘파람을 따라하듯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채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빠르게 흘러지나갔고, 나는 목표했던 수량을 만들 수 있었다.

슬슬 선술집을 열 준비가 완료 된 것이다.

나는 선술집의 뒷문을 박차고 들어가 준비를 하고선 메뉴를 추가했다.

[오늘의 메뉴

음식 : 된장삼겹살(7,000골드), 매운탕(7,000골드) 샌드위치(민첩 + 20, 힘이랑 체력 + 10, 7,000골드), 사과파이(7,000골드), 사과타르트(7,000골드), 생크림 크로와상(7,000골드), 햄버거(7,000골드), 피자(10,000골드, 버프 5종) 케첩 및 각종 잼(버프효과 강화, 500골

드)

안주 : 과일 모둠(3500골드, 과일 추가되었음!), 베이컨 5개(3500골드)

음료 : 우유(1,500골드) 사과주스(3,500골드), 포도주스(3,500골드), 딸기주스(3,500골드), 요구르트(3,500골드), 콜라(3,500골드), 레몬주스(3,500골드), 망고주스(3,500골드) ※음료에는 첨가물로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술 : 그레인 위스키(6,000골드), 스카치 위스키(6,000골드), 블렌디드 위스키(6,000골드) 와인(6,000골드), 막걸리(1,500골드), 브랜디(6,000골드)

오늘의 스페셜 : 바닷물고기 회 26마리, 경매함.]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나는 만족스럽게 메뉴판을 보았다.

준비가 다 끝났다.

오늘도 즐거운 장사의 시간이었다.

“어서오세요! 햇살 선술집입니다!”

나는 선술집 문을 열면서 힘차게 외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