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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03화 (103/239)

< 85화 회와 막걸리 >

나는 곧바로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고추냉이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내가 찾던 것이 검색되었다.

[요리, 고추냉이 가루

고추냉이는 ‘와사비’의 순 우리말, 맵고 톡 쏘는 특유의 맛 덕분에 회 등의 요리에 소스로 쓰인다. 가루로 만든 고추냉이를 물에 적당히 섞어 걸쭉하게 만든 후 조리하거나 시식한다.

필요한 재료 : 고추냉이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요리 스킬 Lv1]

“이건 조합 스킬로 간단히 만들 수 있나보네.”

가루로 빻는 작업은 조합 스킬이 대체해주는 모양이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직접 해야 하는 것은 물을 적절히 섞어 걸쭉하게만 만들어주면 횟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 ‘고추냉이’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나는 얼른 고추냉이 가루를 만들었다.

인벤토리에서 고추냉이 하나가 나타나선 홀로그램 용기에 담겼다.

내친 김에 걸쭉한 고추냉이를 만들어보려고 나무 병 하나를 목공 스킬로 만들었다.

“물방울아, 여기 물 약간만 담아줄래?”

냐오오옹

찰랑, 하고 물방울이 물을 조금 담아주었다.

나는 6:1 비율 정도로 고추냉이 가루와 물을 섞고 흔들었다.

와시비의 매운 냄새가 났고, 나는 걸쭉해진 그것을 살짝 떠서 먹어보았다.

“으으, 코가 확 뚫린다.”

아무래도 제대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나는 코를 찌르는 매운 맛과 톡 쏘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간장에 섞으면 딱 좋은 고추냉이 간장이 될 듯했다.

피자를 방금 먹었는데도 회 생각이 절절히 나는 맛이었다.

“음, 일단 고추냉이 간장은 이렇게 만들었는데, 초장은 어떻게 만들지?”

고추냉이 간장과 초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초장에 찍어먹다보면 고추냉이 간장에도 찍어먹고 싶어지고, 또 그 반대로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초장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져서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검색해보았다.

[요리, 초고추장

초장이라고도 불리는 고추장 소스. 매콤하고 시큼한 맛이 회에 잘 어울린다.

필요한 재료 : 고추장 듬뿍, 설탕 조금, 식초 약간, 마늘 3개

추가 재료 : 물엿 혹은 꿀 조금

필요한 도구 : 재료를 섞을 적당한 용기와 도구, 요리 스킬 Lv2]

“흠, 재료는 얼추 다 있나?”

고추장도 만들어뒀고, 설탕은 좀 남아 있고, 식초는 사과식초를 만들어뒀다.

마늘은 많은 편이고 물엿은 없지만 꿀이 있다.

그런데 꿀보단 물엿을 쓸 것 같은데, 물엿은 조청이라고 해서 일종의 꿀인 셈이니까 꿀로 대체할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필요한 도구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따로 적힌 걸 보니, 스킬로 ‘짠’하고 만들어지지 않는 듯했다.

나는 나무 그릇을 만든 후, 제작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별 반응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대충 알 것 같네.”

초장을 만드는 것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나는 온실을 나와 고추장을 담가놓은 항아리로 향했다.

그리고 항아리에서 고추장을 두 스푼 퍼서 용기에 담고, 사과식초를 적당히 부었다.

그 다음엔 설탕을 넣고, 마늘을 다져서 넣는다.

마지막으로 꿀을 아주 약간 섞어 걸쭉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비주얼은 확실히 초장인데······.”

나는 일단 냄새를 맡아 보았다.  사과식초의 시큼한 사과향이 났다.

나쁘지 않은 향이라 살짝 찍어 맛도 봐보았다.

맵고, 시큼하고······ 그리고 약간 달았다.

꿀이 들어가서 단 것 같았다.

“일반적인 초장하곤 조금 다르지만, 맛이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은 편인가?”

전문 미식가는 아니기에 냉정하게 평하기는 어렵지만, 내 입맛에는 나쁘지 않았다.

정확히 알아보려면 회를 만들어 먹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회, 회, 맛좋은 회, 바닷물고기는 27마리밖에 없는데······ 하나는 내가 꿀꺽 해야겠네.”

니야옹 냐옹 냥냥

장난스럽게 흥얼거리며 말하면 물방울이 냥냥 거리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물방울은 음료만 마실 수 있지만, 물고기 하나를 꺼내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고기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진짜 고양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저 호기심일 뿐인지, 조리대에 감성돔 하나를 꺼내 놓아도 뛰어올라서 낚아채 가거나 하진 않았다.

“회치기!”

나는 괜히 소리 내며 스킬로 회를 쳤다.

딱히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스킬이 알아서 해주는 수준이지만, 횟집 요리사가 된 기분을 냈다.

곧 나무 접시에 회가 풍성하게 놓였다.

커다란 감성돔 한 마리를 떴으니까, 횟집에선 2만 원 이상은 나갈 것 같은 양이었다.

현실이라면 혼자서 먹기 힘들 양이긴 한데······

“이걸 어쩌나, 게임에선 나 혼자 다 먹을 건데!”

······남주기 아깝다는 기분이 들어서 이것 하나 정도는 나혼자 다 먹을 생각 뿐이었다.

왈왈!

멍멍!

“아, 너희들에겐 나눠줄게.”

불돌이와 실버가 울음소리를 내어서 존재감을 어필했다.

아무리 남 주기 아까운 맛있는 것도,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에겐 줄 수밖에 없지.

푸짐한 회가 완성되었으니, 나는 작은 접시도 2개 만들어서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을 살짝 담았다.

이걸로 먹을 준비가 끝났나, 싶었지만 하나가 부족한 것을 느꼈다.

“피자엔 콜라를 마셨지만, 회에는······ 음, 막걸리면 되겠다.”

서양 술은 맛이 좋긴 하지만 회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서양엔 본래 생선을 날로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술이고, 회랑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요즘에야 횟집에서 소주나 맥주를 마시긴 하지만, 사실 막걸리는 수지가 맞지 않아서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께선 홍어 같은 독한 회를 잡수실 때, 일부러 막걸리를 찾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맛을 기대하면서 막걸리를 쪼르륵 따랐다.

“얘들아 건배!”

냐아아아옹

멍멍!

왈왈!

꼬꼬꼭!

삐이이익

막걸리를 담은 잔을 괜히 들어 보이며 동물들에게 건배를 하니, 모두 모여 울음소리를 내었다.

나는 먹어주세요, 하고 기다리는 것 같은 감성돔 회를 한 점 집어서 초장에 찍어먹었다.

“으으으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초장도 회도, 너무도 훌륭하다.

거기에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셔보았는데, 정말이지······ 어촌의 향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젓가락을 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서 먹어보았다.

역시 맛있다! 고급 횟집의 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맛은 그 이상이다.

맛뿐만 아니라 양도 엄청 많으니까, 절로 풍족한 기분이 들었다.  “자, 너희들도 먹어. 실버 한 점, 불돌이 한 점, 아, 물방울은 막걸리 조금 마셔봐. 호크는······ 먹을래?”

꼬꼬꼭!

“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실버와 불돌이에게 회를 주고 물방울에겐 막걸리를 조금 주었다.

호크는 먹을 수 있나? 하고 조금 궁금해졌지만, 달라는 것처럼 울어서 줘보았다.

날렵하게 부리로 쪼아서 먹는 호크였다.

“맛있다. 흠, 그런데 뭔가 잊은 것 같은 게······ 맞아! 상추랑 깻잎이 있잖아?”

얼마 전, 매운탕과 된장삼겹살을 만들 때 상추와 깻잎을 재배해 먹었다.

남은 것들이 꽤 있기 때문에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상추와 깻잎을 꺼내었다.

“마늘도 있으니까, 마늘을 좀 썰어서······ 된장도 가져와야지.”

나는 최대한 맛있게 먹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된장도 접시에 담아 온 나는 먹을 준비를 완전히 끝냈다.

바로 회 상추쌈을 해먹을 준비를 말이다!

“상추가 커다란데, 회를 한 점만 넣을 순 없지. 자, 들어갑니다, 한 점, 두 점, 세점, 에라이 다섯 점!”

커다란 상추에 커다랗게 썬 강성돔 회를 다섯 점이나 넣고 거기에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을 묻힌 뒤, 마늘에 된장을 묻혀 놓는다.

그런 다음 터질 듯이 커진 쌈을 야무지게 먹는다!

오독오독, 아사삭, 꿀꺽

“으으음! 마시써!”

회가 씹히는 맛,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이 어울리는 맛, 마늘과 된장의 맛, 상추의 상큼한 맛까지······ 하나도 맛없는 것이 없었다.

거기에 막걸리까지 더해지니, 과히 이것은 천국의 맛이었다.

“막걸리와 회라······ 정말 어울리는데 횟집에선 맛보기 힘들지. 막걸리집에선 회를 팔지 않고.”

현실에선 궁합이 좋아도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다.

경제적인 이유나, 활어회와 숙회의 차이라든지, 뭐 그런 격식들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서 구현된 맛은 그야말로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의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양도 많지, 맛도 좋지······ 이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사먹으려고 줄을 설 것이다.

“저 사람 먹고 있는 회, 양이 대박인데······.”

“왜 저 사람은 맨날 우리가 보는 앞에서 먹는 거야, 어디 가서 좀 먹든가!”

“껄껄, 이 사람아. 우리가 구경하고 있으니 약 오르라고 그러는 거 아닌가?”

“저렇게 많은 회를 쌓아놓고 술과 마시면······ 크으!”

구경꾼들의 목소리가 잠시 들렸다.

맛있게 먹느라 들리지도 않고 있었는데, 사실 피자 먹을 때부터 구경꾼들이 제법 있었다.

그때도 아우성 거렸는데, 듣고도 모른 척 했었다.

아니, 사실 먹느라 그런 말에 귀 기울일 틈도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사실 이 회도 마찬가지였는데, 내가 구경꾼들의 반응을 알아보고 싶어서 인지했다.

“저런 반응이면 이것도 잘 팔리긴 하겠지?”

어차피 경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수량이긴 하지만, 맛을 보여주긴 힘들어도 이 정도 양의 회라면 아마 경쟁이 만만찮게 붙을 것 같았다.

예상하기로는 아마 만원을 좀 넘길까? 그 정도 선에서 끝나면 나로선 OK다.

내 선술집의 메뉴는 현실의 그것들 보단 저렴하게 파는 것이 모토처럼 되어버렸다.

원재료 값이 없기 때문에 그래도 이윤이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이 게임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다른 사람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돈을 벌려면 얼마든지 악독하게 벌 수 있지만, 돈보단 만족감이 우선이다.

이윤에 목숨 거는 건 현실의 각박한 서류와의 싸움만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중엔 회 정식처럼 만들어보고 싶네.”

쓰기다시······ 그러니까 횟집의 밑반찬들도 마련하고, 여러 물고기를 이용한 모둠회를 만들거나, 회랑 매운탕을 같이 팔거나, 회 비빔밥을 만들어 팔거나 말이다.

그럼 더 이상 선술집이 아니라 횟집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루 정도 컨셉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꺼억, 잘 먹었다.”

나는 꾸역꾸역 회를 다 먹었다.  부른 배만큼 만족감이 감돌았다.

막걸리도 맛있어서 회가 더더욱 맛 있었으니, 취기가 얼큰하게 올랐다.

“아아, 이제 좀 쉬다가······ 선술집을 열어 볼까.”

이제 선술집을 열때가 슬슬 되었다.

물론 빵은 미리 구워두어야 하지만, 일단은 쉬고 싶었다.

나는 벌러덩 땅에 드러누워 피자에 회까지 먹어서 터질 것 같은 배를 두들기며 쉬었다.

먹고 자고 내키면 일하고······ 낙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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