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02화 (102/239)

< 84화 온열대 작물 수확 >

[영양과 맛이 풍부한 음식을 먹었습니다. 강력한 추가효과를 받습니다.]

[활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추가 효과, 힘 + 25 민첩 + 20 체력 + 25 지능 + 18 정신력 + 18]

“오오, 버프 5종이 한번에? 굉장하잖아?”

피자를 완식하자 추가효과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피자와 콜라만으로 버프 5종이 한 번에 들어왔다.

지난 번에 버프 5종을 한 번에 얻기 위해서 고기, 채소, 과일 메뉴를 따로 다 시켰던 손님이 떠올랐다.

피자는 고기와 채소, 과일이 다 들어간 요리다 보니 버프 5종이 발동한 듯했다.

“이건 얼마에 팔아야 할까? 똑같이 7000골드로 팔면 다들 이것만 살 것 같아서 고역일 것 같은데.”

비슷한 버프 수준이었다면 똑같이 7000골드에 팔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도저히 같은 가격을 매기기엔 효과가 너무 좋았다.

상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

안 그러면 다른 메뉴들은 상대적 이점이 줄어들어 주문량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수준인가? 이다.

“너무 비싸게 팔고 싶진 않아. 현실의 피자 가격은 정말 미친 수준이지.”

현실의 피자는 원재료 값이나 인건비를 다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수익창출 때문에 이해가 안 될 것은 아니지만, 학생 시절에 그렇게 먹고 싶었어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지 못 했다.

그 반발심리 때문에라도 비싼 가격에 팔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선술집이 인기 있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뛰어난 버프효과도 있지만, 현실의 음식보다 맛이 더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란 것이다.

그러니 너무 높은 가격은 오히려 그 장점을 깎아 없애는 격이다.

“좋아. 만 골드 정도가 좋겠어.”

딱 3,000골드만 더 비싼 가격에 팔기로 했다.

버프 효과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조금 작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생색내가면서 올리고 싶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취미생활로 장사를 하는 거니 나만 재밌다면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가격이면 충분하다.

현실에선 만원에 먹기 힘든 수준의 맛있는 피자를 여기선 현금가치 만 원인 만 골드에 먹을 수 있다면 누군들 안 기뻐하겠는가?

버프는 덤에 불과하다.

이렇게 팔아도 내겐 무조건 이득이니 돈에 대해서도 궁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말이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으아, 일단 쉬어야겠다.”

피자의 가격을 결정한 후, 나는 그 자리에서 드러누웠다.

피자 한 판은 현실이었다면 다 먹지 못할 양이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다 먹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피자는 나눠먹는 음식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상당했으니 말이다.

혹시 정말로 두 사람이 이상이 나눠 먹는 것을 상정해서 만든 음식은 아닌지,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딱히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나눠 먹으면 섭취한 음식의 비율과 영양밸런스를 따져 버프의 양이 나눠집니다.”

“흠, 꼭 아니란 것도 아니란 말이네. 메뉴에 피자는 2인분이라고 써두는 것도 좋겠다.”

현실의 피자집이라면 M사이즈나 L사이즈로 또 가격을 따로 매겨서 팔았겠지만, 그러진 않기로 했다.

경영 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없지만, 즐길 수 있는 것은 같이 즐기자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순전히 내가 이 생활 스킬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행운이었고, 그 행운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인색하게 구는 것은 벌 받을 짓 같아서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눈을 감았다.

멍멍!

왈왈!

냐오오옹

꼬꼬꼭

삐이이익

[데굴데굴]

시원한 농장의 바람이 불고, 들리는 것은 듣기 좋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새삼 느끼지만, 이런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많은 삶의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단순히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삶의 여유였다.  이 게임을 하기 전엔 나는 정말로 위태로운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일이라는 모래 속에 파묻힌 사막을 걸어가는 회사원, 비유하자면 그런 식이었다.

나는 오아시스를 갈망했고,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이 게임을 찾았다.

그리고 시화에게도 말했지만 내가 이 ‘생활의 달인’이라는 히든 피스를 찾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아마 이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나는 그 정도로 ‘힐링’에 목말라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충분해. 하하.”

그렇게 갈망하고서 얻은 것은 아주 작은 일탈에 불과했다.

피땀 흘리듯 일해서 번 돈으로 비싼 가상현실 캡슐을 산 것 말이다.

그럼에도 얻은 것은 굉장히 커다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비록 가상이라 할지라도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마음의 안식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이 가상현실 게임을 권하진 않더라도 나와 비슷한 작은 일탈을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었다.

흔히들 ‘취미’라고 부를 만한 그런 것 말이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말처럼, 나에겐 그렇게 해서 길이 열렸으니까.

“주인님, 온실의 작물들이 전부 자랐습니다.”

“후우······ 쉬었으니, 이제 수확을 해볼까.”

골램의 말에 나는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온실로 향했다.

온실에 심은 작물은 고추냉이, 후추, 바나나, 파파야, 망고, 레몬이다.

올리브도 있지만, 올리브는 옮겨 심은 것이라 아직 수확할 때가 아닌 듯했다.

나는 골램과 함께 과일들부터 수확했다.

10그루들뿐이지만 수량이 결코 적지 않았다.

특히 바나나는 8개 정도가 한 뭉치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한 그루에 대략 24개씩은 열렸다.

그것도 알아 엄청 굵어서 대물이 따로 없었다.

“너무 많으니 하나쯤 먹어도 상관없겠다. 냠!”

피자를 먹어 배가 부르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는 명언을 떠올리며 바나나 하나를 까먹었다.

거의 팔뚝만한 바나나를 까먹으니, 행복한 맛이 났다.

과일모둠에 넣어서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과일모둠 하나에 하나만 추가시켜도 양이 엄청날 것 같다. 먹는 사람은 좋겠네.”

예쁘게 플레이팅하면 분명히 과일모둠이 더 풍성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바나나는 호불호도 갈리지 않는 과일이라서 호평이 기대되었다.

여하튼 나는 바나나 하나를 먹어치운 뒤, 수확을 계속했다.

바나나를 다 수확한 뒤, 그 다음으로 따는 것은 레몬이었다.

레몬은 크기가 그리 크진 않았다.

오이와 마찬가지로 크기가 커지면 안의 씨들도 커져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과일이기 때문이다.

레몬에이드를 만들면 기가막히게 맛 좋을 것 같은데······

“이걸 생으로 먹는 사람도 있단 말이지.”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것을 떠올렸다.

예능프로에서 벌칙으로 생으로 먹이기도 하지만, 내가 본 다큐멘터리에선 레몬 농부가 막 수확한 레몬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샘솟았는데, 그 농부가 달다고 평한 것이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생으로 먹어보고 싶어졌다.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레몬 하나를 깨물어 먹었다.

“으으으으······ 시다. 근데 달다.”

레몬의 엄청나게 신 과즙이 입안에 퍼졌다.

나는 부르르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농부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당한 단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지중해 농부의 지중해에서 키운 레몬만이 단맛을 내는 것인지, 아니면 이게임에서 만든 레몬이 유독 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씨도 좀 많고······ 다른 사람들도 생으로 먹기엔 좀 무리겠다.”

시고 단 것이 나는 그다지 무리 없이 먹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건 요리재료로만 쓰기로 했다.

레몬에이드를 만드는 것 정도만 우선 생각나지만, 나중에 여러 가지 만들 수 있겠지 뭐.

그 다음은 파파야였다.

외형은 야자나무와 비슷하지만, 한 개 속을 갈라 보니 안은 전혀 딴판이었다.

“검은 씨앗이 엄청 많네. 먹는 건 이 껍질 부분인가?” 단단한 검은 씨앗이 잔뜩 있긴 하지만, 멜론처럼 껍질 쪽에 붙은 과육을 먹는 듯했다.

나는 칼로 베어서 살짝 먹어보았는데, 맛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과일인데 과일 같은 맛이 아니잖아?”

과일의 상큼하고 아삭한 맛 대신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났다. 멜론과는 또 다른 맛이다.

약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는 맛인데, 과일모둠에 추가시켜도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파파야가 술집의 과일모둠에 흔히 쓰이는 과일은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파파야는 ‘천사의 열매’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호평인 과일이다.

“갈아 마셔도 좋겠지만, 생으로 먹기에도 나쁘진 않아. 한 번 과일모둠에 넣어보는 게 좋겠다.”

바나나에 이어서 하나 더 추가되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망고! 망고는 늘 옳지!”

다음 과일은 망고였다.

망고는 말 그대로 늘 옳다.

망고의 맛은 특별한 게 없다.

달고, 또 달고, 계속 달다!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망고를 싫어할 리가 없었다.

“으음, 정말 달아. 열대 과일은 당도가 정말 높아서 좋단 말이야.”

비록 아삭함이나 상큼한 맛은 좀 덜할지 몰라도 이렇게 달기만 하는 것도 행복한 맛이다.

이것도 과일모둠에 추가시켜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과일모둠에 넣는 과일이 너무 많은 것도 같은데······.”

아직까진 수용 가능한 범주였지만 만약 나중에 과일이 더 늘어나면 무작정 더 추가시키는 것은 곤란할 것 같았다.

그럼 과일모둠을 A,B,C 이런 식으로 나누어서 파는 건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과일이 그만큼 많아졌을 때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가격은······ 일단은 동결시켜 놓을까?”

과일모둠에 추가 과일을 넣게 되긴 했지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신중해졌다.

웬만하면 올리고 싶지 않았다, 피자와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말이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3500골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아보였다.

“다음은 후추네, 유명한 항해 게임이 생각나는군.”

후추, 현대에는 그저 평범한 향신료지만 과거에는 금값에 버금가는 재산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그 점이 너무 유명해서 항해를 소재로 하는 매체에선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육류 보존과 육류 요리에 주로 쓰였지만, 지금은 후추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두루 쓰인다.

피자의 추가 재료에도 후추가 있었고 말이다.

후추는 아마도 후추가루로 갈아서 쓰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론 이 녀석이네.”

나는 녹색의 풋고추를 닮았으면서도 고추는 아닌 녀석을 수확했다.

바로 고추냉이다.

이 녀석의 쓰임새는 아주 간단하다.

‘와사비’라고 더 잘 불리는 고추냉이 간장으로 만드는 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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