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01화 (101/239)

< 83화 피자와 콜라 >

“햄만으로도 굉장할 것 같은데.”

훈제한 햄이 만들어내는 냄새가 너무 좋았다.

당장이라도 케첩에 찍어 밥이랑 먹고 싶을 정도.

짭짤할 것이 분명했기에 술안주로도 그만일 것 같았다.

당장 와인 한 잔을 걸쳐서 먹고 싶지만, 피자를 만들어야 하므로 꾹 참았다.

피자를 두 판 만들어 볼 생각이니까, 햄 3개를 더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서 굽는 연습을 계속해보았다.

계속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애초에 여러 개를 굽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베이컨이네. 피자 두 판이면 10개가 필요하군.”

나는 요리 스킬에서 베이컨을 찾아 10장의 두툼한 베이컨을 팬에 놓고 훈제시켰다.

베이컨에도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이 햄만큼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이런 햄과 베이컨이 듬뿍 들어간 피자는 맛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베이컨도 확보했다.

멍멍!

왈왈!

“어허, 조금 기다려. 피자로 만들어서 줄게.”

실버와 불돌이가 아주 군침을 흘리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햄과 베이컨을 그냥 던져주고 싶지만, 피자로 만들어서 주고 싶어서 참았다.

물론 현실이었다면 치즈가 들어가는 피자를 개들에게 주는 건 곤란한 일이지만, 게임이니 상관없다.

“베이컨도 만들었고, 이젠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야겠네.”

나는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서 토마토소스를 검색해보았다.

[요리, 토마토소스 1리터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 다양한 서양요리에 쓰인다.

필요한 재료 ; 토마토 4개, 마늘 2개, 양파 1개, 올리브유 조금, 설탕 약간, 소금 약간

추가 재료 : 후추

필요한 도구 : 냄비, 적당한 조리도구, 요리 스킬 Lv2]

“흠, 추가 재료로 후추가 있긴 하지만, 그냥 후추는 빼고 만들 순 있겠네.”

그런데 재료에 또 올리브유가 있다.

당연히 올리브로 만들 수 있겠지.

나는 올리브유도 검색해보았다.

[요리, 올리브유 1리터

올리브로 기름을 짠 것. 특유의 향기와 맛이 일품이다.

필요한 재료 : 올리브 20개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1, 조합 스킬]

올리브유는 올리브가 많이 들긴 했지만, 스킬을 누르는 것만으로 기름이 짜져서 완성이 되었다.

곧바로 토마토소스를 만들기로 하고, 제작 버튼을 눌렀다.

“토마토소스는 간소화된 제작과정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보고 있던 골램이 말해주었다.

그의 말대로 멋대로 토마토 하나가 내 손에 쥐어졌다.

그걸로 뭘 하라는 말 같았다.

“우선 토마토의 꼭지를 떼어내고 칼집을 내주십시오.”

나는 도마 대용이나 다름 없는 간이 목재 조리대를 꺼내 토마토를 손질했다.

꼭지를 떼고 십자로 칼집을 내주었다.

옆에 생긴 파란 홀로그램 모형을 따라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질한 토마토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주십시오.”

“데치기라······ 가정 시간에 시금치 데쳐 본 이후로는 처음 해보네.”

어쩐지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와중에, 나는 가열기를 꺼내 냄비를 놓았다.

물방울에게 부탁해서 물을 받아 끓였다.

그 물에 토마토를 넣고 1, 2분 정도 데쳤다.

“데친 토마토를 얼음물에 식혀야 합니다.”

“물방울아, 얼음이랑 물 부탁해.”

냐아아앙

얼음과 물도 정령술을 이용하니 아주 편하게 구할 수 있다.

물방울이 울음소리를 내며 만들어 준 얼음물로 뜨거워진 토마토를 식혔다.

골램이 다음 단계를 계속 말해주었다.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고 다져주십시오. 그런 이후 마늘과 양파도 다진 후, 올리브유를 넣고 냄비에 넣어주십시오, 그리곤 설탕과 소금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주시면 완성됩니다.”

“그리 어렵지 않네.”

골램의 말을 이해한 나는, 그대로 따라했다.

마늘과 양파를 다지고, 토마토와 함께 냄비에 넣은 뒤, 올리브유를 적당히 부었다.

그 후 끓이면서 저었는데, 토마토의 수분 때문인지 따로 물을 넣지 않아도 걸쭉하게 끓일 수 있었다.

[잘 요리한 4등급 토마토소스 1리터]

완성되자 아이템화 되어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마개가 있는 나무 병 하나를 만들어서 넣어두었다.

“드디어 피자를 만들 때로군.”

필요 재료들을 드디어 다 모았다.

나는 기세를 타서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피자를 검색해 제작 버튼을 눌렀다.

철푸덕

“얼래?”

제작 버튼을 누르자 손에 동그란 밀가루 반죽 덩어리가 손에 쥐어졌다.

이거로 뭐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골램이 말했다.

“피자도 간소화된 제작과정이 요구됩니다, 주인님.”

“그런가, 반죽부터란 말이군.”

“요리용 밀대를 만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 반죽을 피는 거 말이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간이조리대를 꺼내 반죽을 놓곤, 목공 스킬에서 요리용 밀대를 검색해보았다.

[목공, 요리용 밀대

반죽을 밀어 펼 때 쓰는 도구. 제빵과 제과에 필수적인 도구다.

필요한 재료 :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목공 스킬 Lv1]

뚝딱뚝딱 파란 모형을 망치질해서 밀대를 만들었다.

나는 그걸로 동그란 반죽을 조심스럽게 밀어 폈다.

내 손재주를 믿기가 어려웠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곧 두툼하고 넓은 피자도우가 만들어졌다.

그다음은 쉬웠다, 조합 스킬이 도와줬기 때문이었다.

허공에 파프리카, 햄, 베이컨, 양파, 치즈가 떠올라서 알아서 썰리면서 피자 도우 위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쿵짝짝 쿵짝.”

나는 그 모습에 흥겨워져 뽕짝을 읊었다.

크흠, 괜히 혼자서 신난 것 같다.

여하튼 소스와 꿀도 두르고, 그럴듯한 ‘기본적인’ 피자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추가재료를 넣으시겠습니까?]

“흠, 추가 재료로 쓸 수 있는 건······ 송로 버섯이랑 올리브, 마늘, 감자 정도겠군.”

지금 있는 걸론 그 정도만 넣을 수 있었다. 송로 버섯을 넣는 건······ 어쩐지 평범한 것은 아닌데, 사실 너무 귀해서 피자에 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넣어서 맛이 나빠지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곤 송로버섯을 추가재료에 포함시켰다.

현실이었다면 피자의 가격이 송로가격 때문에 엄청나졌겠지만, 게임이니 상관은 없다.

일관성을 위해 이것도 7000골드에 팔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먹어서 버프의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추가 토핑이 얹힌 피자는 정말 풍성해 보였다.

구으면 정말 굉장할 것 같아서 당장 굽고 싶었지만, 하나를 더 굽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또 하나를 세팅시켰다.

“이제 구워볼까?”

팬에 나란히 놓인 피자 두 판을 불돌이가 신나게 떼고 있는 화덕 안으로 넣었다.

그런데······

“킁킁, 내, 냄새가 장난이 아니잖아?”

······굽는 냄새가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너무 맛있는 냄새, 바깥에 있다가 피자집에 들어가면 맡을 수 있을 법한 전혀 다른 공기의 냄새였다.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무조건 먹게 만들 법한 그런 것.

피자가 ‘넌 이미 먹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을 법한 냄새다.

당장이라도 팬을 꺼내 피자를 먹고 싶었지만, 집중력 있게 화덕 안을 바라보면서 피자가 다 익기를 기다렸다.

“지금이닷!”

다 익었다고 여겨지자마자 쏙 빼냈다.

두 판의 피자는 아주 황홀한 비주얼을 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잘 녹아 있는 치즈하며, 감자 토핑에 송로버섯의 향······ 피자 전문점에서도 보기가 힘든 비주얼이다.

“콜라가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콜라는 탄산수를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콜라도 만들 수 있어?”

“그렇습니다.”

“그럼 탄산수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데?”

“정령술 도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당장 찾아봐야겠다.”

피자는 탄산음료와 궁합이 아주 잘 맞다.

주스나 와인, 우유와 마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보통은 콜라와 함께 먹지 않는가?

나는 당장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부터 찾아보았다.

‘탄산수’라고 검색해보니, 아마도 골램이 말한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목공, 탄산수 제조기

정령술을 이용한 신비한 도구, 물을 넣고 공기를 피스톤 운동하여 주입하면 물을 탄산수로 만들어준다.

필요한 재료 : 목재 5개, 정령석 2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3, 정령술 Lv4]

“흠, 현실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게 있다고 듣긴 했는데······.”

정령술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있는 걸로 안다.

직접 써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미리보기에서 보이는 외형은 작은 피스톤 같은 모습이었다.

피스톤의 입을 물에 담그고 피스톤질을 하면 되는 듯했다.

나는 콜라와 피자를 먹고 싶어서 얼른 망치를 두들겨 만들었다.

“이걸로 탄산수는 만들 수 있게 됐는데, 콜라는 재료가 어떤 게 들려나?”

내가 알기로 그 유명한 C모 회사의 콜라는 레시피가 공개되어 있지 않는 걸로 안다.

그리고 탄산수 외에도 들어가는 성분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걸 다 구현한 걸까?

나는 궁금해져서 얼른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요리, 콜라

남북전쟁 시절 미국에서 코카잎을 넣어 만든 음료에서 기원한 탄산음료. 당연한 말이지만, 코카잎 따위를 넣는 것은 구현되어 있지 않다.

필요한 재료 : 탄산수 적당량, 설탕 20개 이상

추가 재료 : 과즙용 과일 아무거나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5, 조합 스킬]

“설탕이 무진장 많이 드네!”

“고증에 기반하여 설탕을 많이 넣도록 구현되었습니다.”

“하긴, 탄산음료는 설탕 덩어리란 말도 있지.” 사실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을 먹고 살찌는 이유는 햄버거나 피자에 있지 않고, 콜라와 염분이 높은 감자튀김이라고도 한다.

특히 탄산음료는 상상을 초월하도록 많은 설탕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예전에 운동할 때도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살면 운동한 것이 도루묵이라고 트레이너가 말했었지.

여하튼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게임이므로 실컷 마셔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콜라를 만들었다.

“색소 같은 건 넣지 않았는데, 색이 검네?”

“식용색소를 구현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스킬로 만들시 자동으로 검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렇군, 하긴 만약에 색소를 안 넣으면 그냥 사이다겠지.”

골램과 그런 대화를 나누곤 콜라를 한 모금 마셔보았다.

매우 달고, 톡 쏘는 콜라의 맛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맛은 P모 회사 콜라보단 C모 회사 콜라에 가까운 듯했다.

여하튼 콜라도 만들었고······

“드디어 피자를 먹을 때군!”

······피자가 식기 전에 콜라를 만들었다.

나는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온 관우가 된 기분으로 콜라를 마시며 피자를 먹었다.

“으음, 꿀맛!”

칼로 조각을 내서 먹는데, 한 조각 다음엔 두 조각, 두 조각 다음엔 세 조각으로 계속 입에 들어갔다.

물론 다른 한 판은 동물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줬다.

불돌이와 실버가 게걸스럽게 먹었다.

물방울에겐 콜라를 나눠주었다.

역시 피자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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