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00화 (100/239)

< 82화 브랜디 >

“흐아아암, 잘 잤다.”

낮잠을 충분히 잔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사실 현실의 시간으로는 밤이니까 낮잠이란 말에 어폐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충분히 쉬어서 원기가 올랐기에 또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오늘의 선술집 메뉴를 만들어봐야겠지.”

슬슬 선술집을 열 준비를 해야하므로, 메뉴 선정이 필요했다.

미리 생각해둔 것은 우선 햄버거와 피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몇 가지를 더 떠올리게 되었다.

“와인을 증류시켜서 브랜디를 만들어 보기로 했었지. 그리고 화덕을 더 크게 만들어서 이제부턴 여러 개를 동시에 구워봐야겠어. 그리고 초장이랑 고추냉이 간장을 만들어서 회도 먹어봐야겠다.”

새로운 술, 제빵 계획, 회를 만들어 보는 것까지 생각해보았다.

특히 브랜디와 회를 만들 생각을 하니까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고추냉이가 자랄 시간이 필요해서 아직 회를 만드는 것은 이를 것 같았다.

“그럼 브랜디부터 만들어 볼까.”

“브랜디는 증류기의 제작 카탈로그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골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증류기로 걸어갔다.

그리고 증류기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본래는 발효통의 발효액을 증류시키기 때문에 증류기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증류, 브랜디

적포도주를 증류해서 생산되는 증류주. 당연하게도 과일주로도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맛과 향이 독특하고 강하다.

필요한 재료 : 와인

필요한 도구 : 증류기]

“브랜디라, 정말로 기대되는데.”

나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브랜디는 비록 폭탄주를 만들 수 있는 위스키에 비해서 대중적이지 않은 느낌이지만 엄연히 좋은 양주로 취급된다.

으레 서양 술들이 그렇듯, 숙성 년도에 따라 가격이 무척 천차만별이다.

“이것도 숙성통에 숙성시키면 오래 숙성시킨 맛을 내겠지?”

“그렇습니다. 다만 브랜디의 경우 2시간보다 더 오래 숙성시킬수록 맛이 깊어집니다.”

“최대 몇 시간까지 숙성시켜야 하는 거야?”

“주인님의 세상에서 브랜드의 최대 숙성 등급은 70년까지 있습니다. 손쉬운 구현을 위해 2시간 이상 숙성시키면 아이템화 되고, 오래 숙성시킬수록 해당 등급의 맛과 향에 가까워지도록 구현했습니다.”

“고증을 했단 말이군. 그럼 가능한 오래 숙성시키는 수밖에 없겠네.”

얼마나 오래 숙성시켜야 맛이 들까?

증류하는데 2시간, 기본적으로 숙성하는데 2시간이다.

하지만 거기에 더 맛을 깊게 하려면 더 오래 숙성해야 한다고 하니까, 숙성을 위해 술 맛을 못 보도록 만들어 버리는 함정이 있었다.

“곤란해······ 고급술이 아까워서 술병만 핥는 꼴이 되어버릴 것 같아.”

만들기 전부터 곤란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동시에 빨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숙성통을 하나 더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증류기 두 개를 연결하고, 와인 100리터를 증류시키기로 했다.

와인의 절반인 100리터를 증류시키는 이유는 물론 많은 양의 브랜디를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대략 50리터 정도를 소모한다고 생각하면 나머지 50리터는 계속 숙성시켜 맛을 더 좋게 해볼 목적이었다.

흠, 다른 술들은 계속 숙성통에 넣어두는데, 이런 식이라면 와인병에 따로 담아 숙성년도를 구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와인이 부글부글 증류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벌써 맛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지만, 마냥 그것만 두고 볼 수 없으니 다른 할 일을 찾았다.

“다음은······ 더 큰 화덕을 만들어 볼까.”

지금 내가 쓰는 화덕은 크기가 좀 작아서 한 번에 빵을 하나씩 밖에 굽지 못 했다.

적어도 다섯 개는 동시에 구울 수 있는 화덕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덕으로 다가가면, 새로운 화덕을 만들기 위해 그것을 부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쩐지 부수기가 아까운데······ 게다가 부술 방법도 묘연하잖아?”

시험 삼아 망치를 휘둘러 때려보았지만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화덕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보고 조금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발치로 태산이가 굴러왔다.

[태산이가 당신에게 데굴데굴 굴러와 자신이 도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응? 도와줄래?”

[꾸벅꾸벅]

끄덕끄덕인지 꾸벅꾸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대답을 하는 태산이었다.

나는 괜히 귀엽다고 생각되어서 태산이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럼 도와줄래? 화덕을 부숴서 새로 만들어야해.”

[태산이가 졸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태산이는 그런 대답을 한 후에, 정령술을 부렸다.

곧 화덕의 굳은 황토가 흐물흐물하게 부드러워지고 벽돌들이 무너졌다.

땅의 정령이라서 이런 것이 가능한 것 같았다.

[정령술 레벨 업!]

“잘했어, 태산아!”

나는 태산이를 칭찬하곤 황토와 벽돌로 분리된 재료들을 우선 인벤토리에 다시 넣었다.

뭔가 으쓱한 모습인 태산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건축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건축, 대형 황토 화덕

좀 더 규모가 큰 화덕, 한 번에 여러 개의 빵이나 요리를 구울 수 있다. 단, 커진 만큼 더 큰 화력이 필요하다. 또한 요리를 태우지 않도록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한 재료 : 황토 150개, 벽돌 100개

필요한 도구 : 건축 스킬 Lv4, 조합 스킬]

“정말 크군. 이 정도면 전문 제과점에서 쓰는 오븐만한 크기야.”

제작 모형을 보니, 화덕에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도 넓어서 실력만 된다면 5개가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이 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실력에 안 태우고 얼마나 만들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알아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제대로 된 화덕용 팬을 만들어야겠어.”

지금까지는 하나씩만 구웠기 때문에 작은 접시에 담아서 익힌 다음 집게로 접시를 끄집어 내는 식으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전문적으로 해야겠다는 느낌이다.

물론 전문적이라고 해봐야 커다란 팬을 만들어서 굽는데 쓰겠다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화덕 만들기에 돌입했다.

“태산아 또 부탁할게.”

[데굴데굴 꾸벅꾸벅]

제작 버튼을 누르고, 대형 화덕의 모형을 위치시켰다.

그런 다음 태산이가 많은 양의 황토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벽돌의 모양을 만들면 그 다음은 불돌이의 차례였다.

왈왈!

불돌이가 울음소리를 내면서, 벽돌들을 구워 만들었다.

다시금 생각하는 거지만, 정령술은 확실히 편하다.

이게 없으면 게임에 구현된 건축의 난이도도 엄청나게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정령술은 엄밀히 말하면 전투 스킬이라 이걸 배우면 다른 전투스킬을 배우는데 제한이 걸린다고 정령술사가 말했었다.

강해지고 싶은 유저에겐 그런 선택이 강요되는 상황이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활 스킬도, 정령술도 외면 받는 것이고 말이다.

“재료는 다 모았네, 수고했어. 불돌아.”

왈왈!

벽돌을 잘 구워준 불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불돌이는 더 관심 받고 싶다는 듯이 드러눕기도 해서 배도 만져주었다.

그런 불돌이의 모습을 보고 실버도 다가와 드러누웠기에 같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물방울도 가까이와선 발라당 누웠기에 또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더니······

“얘들아! 다 몰려오면 안 돼!” 삐이이익

음머어어어어

꼬꼬꼭

······바람이와 호크, 옥스까지 오려는 모습이라, 아이들을 만류해야 했다.

물론 다 쓰다듬어 주긴 했다, 너무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여하튼 애들을 다 쓰다듬어 준 뒤, 벽돌을 쌓고 태산이가 황토로 틈을 메우는 작업을 했다.

크기가 커서 기존의 화덕을 만들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나름대로 전통건축물 장인이 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그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생활 스킬의 참맛이기도 했고 말이다.

“다 됐다!”

멍멍!

왈왈!

냐아아오옹

삐이이익!

꼬꼬꼭

음머어어어

[데굴데굴]

모형을 다 완성하자, 조합 스킬의 영향을 받아 화덕이 만들어졌다.

만들어지자 아이들이 제각각 울음소리를 내면서 제 일처럼 신나했다.

나도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새롭게 단장한 화덕을 바라보았다.

당장 빵을 구워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는 김에 피자를 만들어 볼까?”

나는 게임으로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조리도구를 얻은 요리사가 된 기분으로 뭔가를 요리하고 싶어졌다.

화덕을 이용해 만들어볼 수 있는 요리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오늘 만들어 보기로 한 피자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불돌아, 대장간을 써야겠다.”

왈왈!

화덕용 팬을 만들어야 했다.

나는 불돌이에게 말했고, 불돌이는 영리하게 알아듣고는 대장간으로 나와 함께 뛰어갔다.

불돌이는 용광로를 데웠고, 나는 제작 카탈로그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보았다.

[대장기술, 대형 조리용 사각 팬

오븐이나 화덕에 음식을 조리할 경우 유용한 팬. 무거운 조리도구다.

필요한 재료 : 철괴 5개

필요한 도구 : 대장기술 Lv3, 용광로]

“이거면······ 피자는 2개 정도 구울 수 있겠다.”

레귤러 사이즈 피자 정도의 크기는 2개 정도 수용할 법한 넓이였다.

딱 시험삼아 해보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화덕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피자를 다시 찾아보았다.

[요리, 피자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요리. 다소 정크푸드같은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다양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요리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개, 이스트 1개, 베이컨 5개, 양파 1개, 토마토소스 약간, 햄 3개, 파프리카 4개, 치즈 3개, 꿀 적당히

추가 재료 : 적당한 종류의 버섯, 올리브, 마늘, 새우, 감자 등 적절한 토핑

필요한 도구 : 화덕, 요리 스킬 Lv4, 조합 스킬]

“필요한 재료는 햄과 베이컨, 토마토 소스 정도를 제외하곤 다 모았네.”

햄은 아마도 돼지고기, 그러니까 그 대용품인 멧돼지 고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햄을 만들기 위해서 햄도 제작 카탈로그를 찾아보았다.

[제작, 햄

소금을 쳐 훈제한 일종의 가공육, 본래는 보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맛이 좋아서 대중화된 음식이다.

필요한 재료 : 돼지고기 1개, 소금 1개

필요한 도구 : 훈제용 석쇠, 불, 요리 스킬 Lv2]

햄은 훈제를 해서 만드는 것이었다.

재료도 돼지고기와 소금으로 아주 심플했다.“피자보다 이걸로 먼저 연습해보면 되겠군.”

석쇠를 이용해 모닥불로 훈제시킬 수도 있었지만, 화덕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나는 제작 버튼을 누른 다음 멧돼지고기 3개에 소금을 쳐서 방금 만든 대형 조리용 사각 팬에 올려 화덕에 집어넣었다.

화덕은 불돌이가 불을 지펴 아주 열기가 뜨거웠고, 나는 고기가 제대로 너무 타지도, 덜 익지도 않도록 집중력을 발휘해 지켜보았다.

[잘 훈제한 4등급 햄]

곧 아주 잘 익은 햄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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