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99화 (99/239)

< 81화 온실 >

“크흠, 그럼 텔레포트를 해드리겠습니다.”

무뚝뚝할 줄만 알았던 마법사 청년은 마음껏 아이들을 쓰다듬은 후, 만족한 모습으로 말했다.

하펜 마을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물들을 데리고 마법진에 서게 되었다.

“텔레포트 지점은 마을 광장과 마을 입구가 있습니다.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마을 입구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농장으로 돌아갈 생각이므로, 입구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곧 나와 아이들은 빛에 휩싸였고, 시야가 밝아졌을 땐 하펜 마을의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바캉스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라 안심이 되는가 하면, 재밌게 놀았던 바다의 짠내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뭐, 오늘만 날은 아니니 다음에도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농장으로 향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응, 별일 없었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농장에 도착하자, 골램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했다.

골램의 인사를 받은 나는, 변함없이 평화로운 농장을 보며 아늑함을 느꼈다.

역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안도감인 것 같다.

그런 훈훈한 느낌이 들고 있을 때, 골램이 말했다.

“밭의 작물들을 수확했습니다.”

“수고했어.”

바다에 가있는 동안 심어놓았던 작물들이 다 자랐고, 골램이 그것을 수확한 듯했다.

골램은 교환창으로 쌀 200개, 밀 100개, 보리 100개, 양상추 100개, 파프리카 243개, 그리고 올리브 53개를 건네주었다.

“자 그럼 우선······ 술부터 보충할까.”

막걸리와 위스키, 와인을 담그기로 했다.

막걸리는 아예 동났었고, 위스키는 조금 남았고, 와인은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채워두고 싶었다.

나는 발효통을 이용해 그 세 가지 술을 담갔다.

[막걸리 발효 중 - 1시간 59분]

[그레인 위스키 발효 중 - 1시간 59분]

[스카치 위스키 발효 중 - 1시간 59분]

[와인 발효 중 - 1시간 59분]

“오늘은 막걸리 생각이 많이 나네.”

바다를 다녀와선지, 생선이 땡겼고, 자연히 회 생각이 나면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어졌다.

하지만 우선 다른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바로 식료품점 청년과 이야기했던 온실을 만드는 일이었다.

골램에게도 그 말을 했더니, 골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건축 스킬과 유리를 이용해 온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인님.”

“응, 일단 카탈로그부터 살펴봐야겠다.”

골램의 조언을 들은 나는 건축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곧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건축, 온실

열을 보존해 따뜻하거나 더운 기온을 만들어주는 건물. 겨울이나 가을에 작물을 기르거나 온열대 작물을 기를 때 유용하다.

필요한 재료 : 유리 40개, 목재 40개, 못 2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조합스킬, 목공 스킬 Lv3, 건축 스킬 Lv4]

“유리가 많이 필요하네. 불돌아!”

왈왈!

“용광로에 불 피우자!” 왈왈왈!

당연한 것이지만 온실이라 유리가 많이 필요했다.

곧바로 불돌이를 불러서 대장간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불돌이는 즐겁게 쪼르르 달려와선 개집이라도 되는 듯 용광로 안으로 쏙 들어가 불을 피웠다.

삐이이익

바람이는 내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골램에게 날아와 골램의 어깨 위에 앉았다.

매의 밝은 귀로 내 말을 듣곤, 골램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호크와는 달리 매라서 아주 똑똑한 모양이었다.

뭐, 호크가 멍청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호크는 멍청하다기 보단······ 그냥 닭이다.

“후욱, 후욱.”

곧 나와 골램은 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두 명이 나눠서 20개씩만 만들면 되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

물론 한 개에 5분이 걸려서 1시간 40분은 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원한 사과주스를 마셔가면서 했더니 그냥저냥 할만 했다.

[진득한 노동으로 힘과 체력, 인내심이 길러졌습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좋아, 유리는 이제 다 만들었군.”

나는 기지개를 펴며 중얼거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사우나 같은 대장간을 얼른 나왔다.

대장간 노동은 힘들긴 하지만, 땀이 쫙 빠지는 기분에 바깥 공기를 쐬면 시원해서 뭔가 해방감이 느껴진다.

나는 조금 쉬고 싶어져서 와인을 따라 마셨다.

꼬꼬꼭

냐아앙

안주삼아 물방울이 호크의 등에 타서 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것을 구경했다.

그런 내 주변에는 실버와 불돌이, 그리고 태산이가 모여 낮잠을 즐겼다.

나도 충분히 쉴 만큼 쉬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우선 2시간이 지나서 발효통의 위스키 발효액들을 증류기에 옮겨놓았다.

그런 다음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곳으로 향했다.

“이쯤에······ 지으면 될 것 같네.”

나는 제작 카탈로그의 제작 버튼을 눌러 모형을 띄우곤 크기를 가늠했다.

올리브 나무를 심은 곳에 지어놓으면 적당할 크기였다.

대략 100개 정도의 작물이나 과수를 키울 수 있을 규모 같았다.

하지만 올리브 나무가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서 곤란하였다.

“주인님, 온실을 만드실 겁니까?”

“응, 그런데 올리브 나무를 다른 곳에 놔둬야 할까나······.”

“올리브 또한 온열대의 과일입니다. 온실에 옮겨 심으면 더 높은 등급의 올리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오, 그렇구나. 그럼 옮겨 심어야 하니, 잠시 파내야겠네.”

나는 삽을 꺼내 올리브 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무를 파내었다.

스킬에 의존하는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꽤 고역인 일이었다.

올리브 나무가 그나마 10그루뿐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삽을 한 자루 더 만들어서 골램에게 쥐어주어 노동량도 줄였고 말이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나무를 모두 캐는데 성공했다.

“웃차. 그럼 만들어 볼까.”

골램과 함께 그것을 잠시 치워두고 다시 제작버튼을 눌러 파란 모형의 위치를 선정했다.

보아하니 유리를 설치할 나무 뼈대를 망치로 만드는 듯했다.

열심히 파란 모형을 두드려 뼈대를 만들었다.

사다리를 이용해서 지붕의 뼈대도 만들어, 완성된 모습을 보니 유리만 설치하면 온실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유리도 망치로 두들겨서 완성하는 건가? [유리 모형의 위치를 지정해, 유리를 설치하여 주십시오.]

“······그건 아닌 듯하네.”

그렇게 잠깐 생각했었지만, 뼈대를 다 만들어 놓으니까, 다른 메시지가 떴다.

그럼과 동시에 40개의 네모 난 파란 홀로그램 모형이 우수수 떨어졌다.

대충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저걸 뼈대로 만들어놓은 곳에 들어서 설치하면 유리로 변하는 모양이다.

홀로그램 모형을 들어보니, 크기가 꽤 커도 홀로그램이라 가벼웠다.

그걸 하나 뼈대에 놓아보니 내 예상대로 유리로 변하고 있었다.

“직소 퍼즐 맞추는 기분이네.”

제작자가 이걸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힘이 들지도 않아서 재밌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골램과 나눠서 20개씩 끼워 맞췄지만 말이다.

[건축 스킬 레벨 업!]

“크, 그림 같다.”

다 맞추고 나니 건축 스킬이 완료되어 제대로 된 온실의 모습이 되었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유리 온실이라서 효율은 잘 모르겠지만 외관은 더 아름다웠다.

“정말로 온실이라 더운 느낌이네.”

“현재는 봄이기 때문에 햇빛을 받아 열을 자동으로 보온합니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온열기를 만들어 열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그렇군.”

골램이 추가적인 정보도 말해주었다.

지금은 필요 없지만 가을 겨울에는 히터가 필요하단 말이다.

그리고 그 히터는 아마도 정령술을 이용해 만들 것 같았다.

“온실을 만들었으니까, 이제 작물을 심어야지!”

트로페 마을에서 사온 온열대 작물들, 후추, 고추냉이, 망고, 바나나, 파파야, 레몬을 심을 생각이다.

하지만 우선은 파냈던 올리브 나무를 온실 안으로 들여야할 때였다.

다행히 입구를 크게 해놓아서 들이는데 문제는 없었다.

땅을 팠던 곳에 그대로 다시 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골램과 태산이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괭이로 밭을 갈았다.

“후, 온실 덥다, 더워.”

온실에서 밭을 가는 일은 매우 더운 일이었다.

열대지방에 와서 농사를 짓는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 그게 맞겠지, 지금 심으려는 작물이 그쪽의 것들이니 말이다.

왈왈!

다른 아이들은 태산이나 바람이 정도를 제외하곤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는데, 불돌이는 이 더운 곳이 좋은지 들어와서 혀를 헥헥 거리고 있었다.

불돌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녀석은 나와 골램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겹지 않게 해주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런 녀석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삐이이이익!

밭을 다 간 다음에는 바람이가 씨를 바람으로 부려 일정하게 심어주었다.

온실 안은 더운데도 바람이의 바람은 이상하게 시원했다.

“분수기를 한 개 더 만들어야겠네.”

올리브 나무를 심을 때 분수기를 하나 더 만들었는데, 한 개가 더 필요한 규모가 되어버렸다.

나는 불돌이와 대장간으로 향해서 분수기를 만들었다.

그걸 온실로 돌아와서 설치하고 나니, 일 하나를 끝낸 기분이 들었다.

“아아, 뻐근하다.”

일했으면 또 쉬어야 한다.

현실에선 그러지 못하지만, 여기선 그럴 수 있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그것이 내 게임의 모토다.

나는 우선 열을 식히고 싶어서 호수에 풍덩 뛰어들었다.“야후!”

옷을 입고 뛰어들었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젖어도 그냥 말리면 되니 말이다.

나는 실컷 물장구를 치고 논 다음 뭍으로 나와 털썩 앉았다.

멍멍!

“이 녀석! 하하!”

실버가 다가와 내 얼굴을 핥으며 애정표현을 했다.

왈왈!

어느새 불돌이도 다가와 앞발을 들어 내게 매달렸고, 그 녀석도 쓰다듬어 주었다.

불돌이는 곧 실버와 이리저리 뛰어 놀기 시작했다.

둘은 정말 친한 듯했다.

냐아아앙

아기 고양이 물방울도 와서 드물게 배를 까고 드러누웠다.

배를 만져주니 냐아아앙! 하고 울었다.

개와는 조금 다른 반응이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오묘했다.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긴 하지만 말이다.

삐이이익!

바람이도 와서 내 어깨에 앉았다.

바람이는 크기가 그리 크진 않아도 위풍당당한 매였지만, 그도 주인의 사랑을 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고, 배를 간질여 주니까 기분 좋게 울었다.

[데굴데굴데굴]

“오, 태산아, 너도 쓰다듬어 줘?”

[꾸벅꾸벅]

태산이가 데굴데굴 거리면서 굴러와 내 옆에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알쏭달송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조는 것인지, 아니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돌을 쓰다듬어 주니 싫어하는 기색은 안보였다.

“그런데 태산이도 중급으로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태산이만 계속 하급 상태로 놔두기가 좀 뭣했다.

하지만 그럴려면 정신력을 150까지 올려야 한다.

내 순수 정신력은 현재 91, 버프의 힘으로 20~30까진 보정한다고 해도 좀 모자라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사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건 꼭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좋은 곳을 구경하면서 사냥하는 거라면 몰라도, 광산에 가서 사냥하는 것은 좀······ 심심했기 때문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낮잠이나 또 자자!”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다시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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