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97화 (97/239)

< 79화 바다낚시 >

그 후 한동안 일광욕과 해수욕을 마음껏 즐기면서 쉬었다.

그러다가 슬슬 손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물장난, 모래장난하면서 노는 것도 좋지만, 바다하면 또 낚시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모래사장에서 하는 낚시를 원투낚시라고 하던가?”

나는 낚싯대를 꺼내며, 나의 어렴풋한 낚시 상식을 떠올려 보았다.

어렴풋이 심야 낚시프로 따위에서 본 기억으로는 파도치는 모래사장에서 휠을 멀리 던져 파도나 물고기와 힘겨루기 하듯이 낚시를 하던 것 같다.

그런 전문 낚시꾼을 따라 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이건 게임이니 스킬을 활용할 수 있다.

“낚시 스킬!”

낚시대를 휭휭 휘둘러서 줄을 멀리 던졌다.

잔잔한 호수에서 낚시하는 것과는 달리 파도쳐서 흔들리는 찌와 낚싯줄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나는 휠을 적당히 감아가면서 줄이 끊기지 않도록 하면서도 낚시스킬로 보이는 물고기들 쪽으로 미끼를 옮기려고 했다.

“왔다! 입질이다!”

곧 입질이 크게 느껴졌다.

현실이었으면 파도에 의한 것인지 잘 분간하지 못 했을지도 모르지만, 낚시 스킬로 어떤 물고기가 미끼를 문 것이 보였다.

나는 열심히 낚싯대를 당기며 휠을 당겼다.

묵직한 느낌이라 입질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너무 팽팽해졌다 싶으면 풀어주고, 다시 당기는 것을 반복해 물고기의 힘을 뺐다.

어설프게 낚시꾼을 흉내내는 것이지만, 그럭저럭 잘 통했는지 물고기의 힘이 점차 약해졌다.

철퍽!

“오예!”

결국 물고기가 힘에 져서 물을 박차고 튀어올랐다.

휠을 그대로 감아서 물고기를 가져와보았다.

“아니 이것은?”

그러자 그 힘 센 놈의 자태를 직접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감성돔(40cm)]

"횟집에서나 보던 건데, 이걸 낚아버리네.“

······돔 종류 중에서 꽤 이름 있는 축인 감성돔이었다.

그것도 40센티나 되는 커다란 녀석!

아직도 힘이 남아서 낚시바늘에 물려 있는 몸을 꿈틀이고 있었다.

두툼하고 넓적한 몸을 보면 절로 회쳐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먹을까? 하다가, 지금은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이 없어서 만들어 먹기로 하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때였다.

[히든 일일 도전과제 퀘스트 발동!]

[퀘스트, 바닷물고기들을 낚자.

처음으로 바닷물고기를 낚시한 당신. 본격적으로 물고기들을 낚아보자.

클리어 조건 : 바닷물고기 30마리 낚기(현재 낚은 물고기 2마리)

클리어 보상 : 500 업적점수]

“앗, 퀘스트 떴잖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도전과제 퀘스트가 떴다.

내용을 보니까 바다에서 낚시한 것이 뭔가 연관이 되어서 퀘스트가 뜬 모양이었다.

나는 얼른 퀘스트를 수락하고 봤다.

“30마리······ 이제 28마리를 잡아야 한단 거네. 좀 많은데.”

일단 수락하고 봤는데, 낚싯대로 낚기엔 너무 많은 수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골램의 목소리가 들렸다.[주인님, 다른 방식을 함께 사용하여 물고기를 잡아도 낚은 걸로 인정됩니다.]

“앗, 그래? 하긴, 아까 바람이가 잡은 정어리도 포함되었으니까. 그럼 다 같이 하면 되겠네.”

골램의 말대로라면 호크와 물방울, 바람이가 도와줘도 된다는 것 같았다.

그럼 한결 수월해질 것이었다.

“물방울아, 호크야, 바람아. 같이 물고기 낚자!”

냐오오옹

꼬꼬꼭

삐이이익

내 말에 물방울과 호크, 바람이가 제각각 울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곧 바람이가 하늘을 다시 비상하여 바다를 저공비행하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언제든 낚아챌 듯한 모습이었다.

꼬꼬꼭

냐아앙

호크는 물방울을 등에 앉히곤 물가로 향했다.

닭치고는 크기가 상당해진 호크여도 파도를 타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물방울이 물을 조종하여 호크가 헤엄치기 쉽도록하는 듯했다.

호크는 파도를 타듯이 헤엄쳐가서 이따금 물속에 고개를 처박아 물고기를 낚기 시작했다.

나도 애들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낚시를 계속했다.

한편 옥스와 불돌이, 실버는 물고기를 낚을 재주는 없어서 자기네들끼리 달리기 경주를 하는 모양이었다.

꽤 재밌는 구경거리라서 입질이 올 때까지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어이쿠, 또 걸렸다.”

하지만 입질은 곧 무섭게 왔다.

이번에도 대어일 것 같은 예감!

풀었다 놨다하면서 힘을 빼고 낚아올린다!

아까보다 요령이 조금 늘어난 느낌이었다.

[감성돔(45cm)]

“좀 더 큰 녀석이네!”

약간이지만 더 큰 녀석이었다.

나는 입질을 느끼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싱글벙글하며 녀석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사이 호크와 바람이가 많은 물고기를 가져오고 있었다.

[우럭(40cm)]

[정어리(14cm)]

[보리멸(20cm)]

[쏨뱅이(30cm)]

[전갱이(30cm)]

다양한 물고기들을 용케도 잡아오는 호크와 바람이였다.

물론 물방울도 도와주었고 말이다.

나는 물고기들을 차곡차곡 쌓는 재미로 다시 낚싯대를 휘둘렀다.

옥스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실버와 불돌이를 구경하면서 기다리니 또 입질이 왔다.

그런데 이번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힘이 느껴졌다.

“우왓!”

물고기에게 끌려간다는 말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상어라도 낚은 건가? 그런 생각이 한순간 들 정도였다.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이렇게 힘이 센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인데, 더 걱정인 것은 낚싯대가 부러질지도 모를 정도란 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급 낚싯대로 사는 건데 말이다!

“불돌아, 실버야, 옥스야, 나 좀 끌어당겨줘!”

음머어어어

멍멍멍!

왈왈! 내 힘만으로는 힘이 들 정도라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불돌이와 실버, 옥스가 다가와 나를 거들었다.

옥스는 내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나를 밀어주었고, 실버와 불돌이는 귀엽게도 내 바지자락을 물어 끌었다.

옥스 덕분에 더 이상 밀리지 않았고, 실버와 불돌이가 끌어당겨 준 덕분에 이 굉장한 힘을 가진 녀석을 물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끌어낸 뒤에도 무게가 너무 묵직했다.

“와 이건······.”

[돌돔(60cm)]

낚싯줄에 매달려 온 녀석의 정체는 바로 돌돔이었다.

청새치, 상어, 고래처럼 규격 외의 녀석들을 제외하곤 힘이 아주 센 녀석으로 유명하다.

40센티만 되어도 성인 남성이 힘에 달릴 정도라는데, 그것보다 20센티나 더 큰 녀석이었으니 오죽했을까.

물론 게임이라 낚시 난이도를 감안했겠지만, 입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철퍽철퍽

“아직도 팔팔한 거 봐라, 하하하!”

아직도 힘이 넘쳐서 펄떡이는 놈을 인벤토리에 겨우 넣었다.

그 후로도 나와 아이들은 계속 낚시를 했다.

비슷한 물고기들이 크기별로 잡혔다.

[낚시스킬 레벨 업!]

[퀘스트 달성!]

[500 업적점수 획득!]

곧 바닷물고기 30마리를 다 잡아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나는 바람이와 물방울, 호크를 다시 불러들였다.

“으하, 재밌게 잘 놀았다!”

냐아앙

꼬꼭

삐이익

멍멍!

왈왈!

음머어어어

[데굴데굴]

푹신한 모래사장에 털썩 누워버리면서 말하는 나였고, 친구들도 울음소리를 내면서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체력을 좀 소모했기에 쉬면서도 배를 좀 채우고 싶어졌다.

아까 회는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이 없어서 잠시 보류했었지만······

[정어리 3마리]

“요 녀석들이나 구워먹어 볼까?”

······바닷물고기라고 꼭 회로 먹으란 법은 없다.

일단 소금은 있으니 소금 간해서 구워먹으면 아주 맛있을 것 같았다.

나는 흑요석 단검을 꺼내 정어리를 손질했다.

내장을 빼내는 정도의 물고기 손질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스킬을 쓸 것도 없다.

게다가 게임이라서 물고기의 잔뼈가 없기 때문에 손질은 그야말로 손쉽다.

그렇게 손질한 물고기를, 목재를 이용해 만든 꼬치에 꽂아 넣고, 모닥불을 피워 훈제시켰다.

즉석 소금간정어리 훈제!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물고기가 훈제되는 동안은 먹으면 안 돼, 불돌아, 실버야.”

멍멍!

왈왈!

정어리 냄새에 실버와 불돌이가 군침을 흘렸지만, 내 말을 잘 따라서 얌전히 기다렸다.

그런 와중에 나는 곡물로 사료를 만들어서 옥스와 호크에게 나눠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옥스는 채식동물이므로 정어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호크는······ 아마 고기를 먹을 순 있을 텐데, 아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바람이와 태산이는 고기를 못 먹는 모양이다.

물방울은 고양이지만 물이 본체라서 물고기보단 뭔가 마시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방울에겐 사과주스 하나를 만들어주었다.

“자, 먹으렴!” 왈왈!

멍멍!

정어리가 잘 훈제되자, 실버와 불돌이에게 나눠주었다.

현실에선 소금간이 된 음식을 개에게 주는 것은 좋지 않지만, 역시나 게임이라서 아무런 지장은 없다.

실버는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워버렸고, 불돌이는 먹기는 하는데, 몸 속에서 소화되기보단 불타 없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다.

“으으음, 맛있어.”

비록 즉석에서 소금간한 훈제였지만, 꼭 잘 간이 된 안동굴비나 간고등어를 먹는 기분이었다.

부드러운 생선살은 입속에서 살살 녹았고, 감칠맛과 짠맛이 아우러진 느낌?

술안주로 그만이었기에 가죽물통에 담은 와인을 홀짝였다.

가져온 와인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물고기에는 백포도주가 더 적당한 것 같지만 이대로도 좋았다.

마침 생각이 나서 청포도도 심을까도 생각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기분이 좋아진 나는 노래 한 곡을 불렀다.

“어촌 마으으을 어귀에 서서, 마을의 평안함을 기원하느으은.”

멍멍!

왈왈!

냐아아앙!

노래를 부르면 실버와 불돌이, 물방울이 추임새처럼 울음소리를 내었다.

나는 흥이 돋아 계속 노래를 불렀다.

마치 개인 해변에 온 것처럼 나와 동물 친구들뿐인 해변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은 정말로 행복했다.

여긴 왜 한적할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유야 뭐 아무래도 좋았다.

아마 사냥터가 아니라서 한적하겠지, 라고 대충 생각했다.

아마도 그런 이유가 맞을 것이고 말이다.

“좀 쉬다가 이곳 마을에 들러서 특별한 거라도 파는지 알아볼까?”

슬슬 돌아갈 때가 되었지만, 빈 손으로 돌아가기 보단 이곳 마을은 뭐가 다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오늘 잡은 물고기들은 어쩔지 생각해보았다.

정어리 3마리를 먹었으니, 27마리의 여러 물고기들이 남았다.

전부다 횟감으로 일품인데, 한두 마리 내가 회로 먹는다고 치면 25마리 정도는 선술집의 메뉴로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어떻게 파느냐였다.

전에 매운탕을 팔았을 땐, 물고기 종류와는 상관없이 매운탕으로 팔았는데, 회로 팔아볼 생각이라면 이건 그래선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닷물고기 회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가치를 더 둘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맛도 실제로 다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크기가 너무 제각각이라 회로는 매운탕처럼 가격을 일관화 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럼 뭐 경매시켜야겠다.”

특별메뉴로 만들면 아마 관심 있는 사람은 먹을 것이다.

다만 와인이나 위스키는 회에 잘 어울리는 술이 아닐 것 같았다.

막걸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그보다 정말 잘 쉬었다!”

나는 이곳으로 바다여행을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기지개를 폈다.

일상의 피로가 전부 풀리는 기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