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95화 (95/239)

< 77화 여행 결심 >

음머어어어어어

옥스에게 쟁기를 씌워서 밭을 갈았다.

오늘도 옥스는 열심히 밭을 갈아주었다.

넓은 밭을 가는데도 옥스는 불만 하나 보이지 않아서 참 온순하고 착하단 생각이 들었다.

기특해서 사료를 듬뿍 먹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공진씨, 접속하셨군요.]

“아, 시화씨. 연락드리는 것을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오,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걸요.]

그때, 시화가 연락을 주었다.

잊고 있었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접속한 뒤에 시화에게 연락을 주었어야 했다.

나는 잊은 것에 대해서 사과하자, 시화는 온화하게 대답했다.

곧 시화가 말을 이었다.

[오늘도 정수를 모아뒀습니다. 지금 가져다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언제든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농장에 들리겠습니다.]

“네.”

시화와의 귓속말은 거기서 끝났다.

그 후 나는 계속해서 밭을 가는데 집중했다.

골램이 괭이를 들고 반대쪽에서 태산이와 함께 밭을 갈았고, 실버와 불돌이, 물방울은 내 주변에서 뛰놀았다.

바람이와 호크는 꽤 친해졌는지, 바람이가 저공비행을 하면 호크가 푸드덕 거리면서 나는 시늉을 했다.

흠, 혹시 호크가 다음 진화를 하면 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수영까지는 몰라도 닭이 하늘을 날 순 없으니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종 자체가 다르게 진화하면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밭을 다 갈았을 때였다.

멍멍!

왈왈!

내 주변을 맴돌며 놀던 실버와 불돌이가 맹렬히 농장 울타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시화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그쪽으로 향하니, 역시나 시화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화씨.”

“안녕하세요. 공진씨. 혹시 바쁘신 중이었습니까?”

“아뇨, 방금 잠시 일을 끝낸 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말씀 나누시죠.”

나는 그를 선술집으로 안내하였다.

언제나처럼 테이블에 앉은 그에게 와인 하나를 건네주고, 베이컨을 즉석에서 구워주었다.

간단하게 과일 모둠을 내줄 수도 있었지만, 레드 와인에는 고기가 어울린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그 맛을 느낄 겸, 베이컨을 훈제시켜 내놓았다.

“냄새가 정말 좋군요.”

“베이컨일 뿐이지만, 맛은 좋을 겁니다.”

“초보자 마을만 아니었다면 저희 길드원들도 직접 와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쉬운 일입니다.”

“길드원들이 와서 먹기에는 좀 거리가 멉니까?”

“대부분 먼 곳의 사냥터에서 사냥이나 던전 레이드 같은 것을 하니까요.”

“시화씨는 쉽게 오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 여기로 텔레포트 깃털을 이용하는데 돈이 좀 듭니다. 물론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길드원들이 일일이 다 써버리면 꽤 많은 지출이 되거든요.”

“안타까운 일이군요. 어젠 사과파이 말고도 꽤 많은 메뉴를 만들었는데.”

그 말을 할 때쯤, 베이컨이 다 훈제되어서 시화에게 2개 반을 나눠주었다.

나도 똑같이 두 개 반을 나눠 접시에 담고, 와인을 곁들어 먹어보았다.

간단한 안주에 레드와인이었지만, 조화로운 풍미가 입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나를 따라서 베이컨과 와인을 먹고 마시는 시화의 표정도 좋았다.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그럼 마법사 길드의 텔레포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뭐, 저도 써본 적은 없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하던데.”

“텔레포트 서비스는 가능한 곳이 제한적입니다. 지금 저희 길드원들이 있는 곳과 이 마을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텔레포트 서비스가 되지 않습니다. 뭐, 이곳의 마법사 길드의 수준이 올라가면 모를까······.” “수준이 올라간다는 게 무슨 말이죠?”

“마탑 회원이란 것이 있습니다. 마탑을 짓기 위한 자격이 되는 것인데······ 그런 경지에 도달한다면 저희가 있는 곳까지 텔레포트 서비스가 닿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초보자 마을의 마법사 길드가 그럴 리가······.”

“그거, 도달했습니다.”

“······네?”

시화의 말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시화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이 마을의 마법사 길드요. 마탑 회원 자격을 얻었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시화는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그를 위해 보충 설명을 하였다.

“제가 전에 말씀 드렸던가요? 저는 마법사 길드에도 사과파이를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똑같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는데······ 듣기로는 그 마탑 회원 자격을 얻는데 사과파이가 유용하다는 거였죠. 그리고 어제 그 자격을 얻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엄청 굉장한 일인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군요.”

“마탑이 세워진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굉장한 일입니까?”

“초보자 마을의 마법사 길드가 그런 수준이 된 건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당장 제 길드원들이 있는 마을에서 바로 이곳으로 텔레포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 의미니까요.”

“하지만 그건 텔레포트 깃털로도 가능한 거 아닌가요?”

“가격의 차이가 크니까요. 이제 제 길드원들도 공진씨의 선술집에 직접 찾아와서 식사를 할 수 있겠군요.”

“음, 그건 좋은 일이군요. 하지만 뭐, 그것 외에는 별 다를 거 없잖습니까?”

나는 시화가 왜이리 호들갑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공진씨, 원래 이런 자유마을은 마을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영주로 뽑힙니다. 제 생각에 아마도 공진씨가 현재 그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일 것 같군요.”

“기여도요? 그게 높으면 영주가 된다는 겁니까?”

“네, 어떤 식으로든 마을을 발전시키면 얻는 거죠. 지금은 초보자 마을이지만,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바뀔 겁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영주를 선출하는 식이죠. 그때 공진씨가 영주로 뽑힐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별로 그런 자리 탐나지는 않습니다만.”

시화의 말에 나는 조금 심드렁했다.

나는 이미 농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게임에서 ‘영주’니 ‘성주’니 하는 것에 대해 다소 편견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쪽 세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업으로 게임을 하는 대형 길드가 어떤 게임의 영주나 성주를 다 해먹는다는 것 말이다.

물론 그런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길드를 조직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그게······ 안 좋은 소문이 좀 있는 것이다.

조폭이 연루되어 있다느니, 운영자와 뒷거래가 있다느니, 성이나 영지를 빼앗기자 현피를 뜬다드니······.

어릴 적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 그런 예들을 들었다.

물론 게이머들이 다 그런 것이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소수의 악례는 항상 본질을 흐리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여하튼 나는 게임에서 영주나 성주가 되는 것에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시화는 그런 전업 게이머인 프로게이머 길드의 수장이기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베타테스터 중에서도 초보자 마을을 실제로 영지화 시킨 예는 없었는데······ 공진씨는 그런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저는 영주가 되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의 농장 일에나 관심이 있죠. 그게 더 방해될까봐 걱정이군요.”

“뭐, 당장 영주가 되는 것은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보십시오. 제 예상으로는······ 공진씨가 영주가 되면 엄청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화는 점잖은 인상에 드물게 흥분을 보이며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대답했다.

“그보다 오늘 가져온 정수를 볼 수 있을까요?”

“아참, 이야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셌군요. 여기 있습니다.”

[홉 고블린의 정수 50개]

[화산 코볼트의 정수 50개]

[황무지 오우거의 정수 50개]

[자이언트의 정수 2개]

[강화석 7개]

“음? 강화석을 일곱 개나 주시는 겁니까?”

“네, 그게······ 지난번에 해주셨던 속성 강화의 효과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참에 제작해주시는 아이템 전부에 속성 강화를 해주셨으면 해서 7개를 모아왔습니다.”

“양모 상하의, 가죽 상하의, 무기 두 개, 철제 갑옷 하나. 그렇게 일곱 개란 말이군요.”

“네.”

어제 준 아이템의 종류였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화였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하죠. 특별히 요청하실 것은 없습니까?”

“음, 탱커 분이 하나 요청하신 게 있는데······.” “어떤 것이죠?”

“그렇게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너아머가 양모 옷이다니 보니 더위를 느낀다고 하시더군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기억해두죠.”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화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다 마셨다.

그리곤 일어나 공손히 악수를 나누었고, 뭔가 흥이 난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나도 선술집을 나가 그를 보니, 그는 텔레포트 깃털을 쓰지 않고 마을로 향하는 듯했다.

내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러 가는 모양이다.

가는 도중에 몇몇 팬인 유저들이 그를 알아보고 시달리는 모양이지만, 내 알바는 아니었다.

나는 할 일을 마저 하러 밭으로 돌아갔다.

“바람아! 도와줘!”

삐이이이익!

이제 할 일은 비료를 뿌리고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바람이가 도와주면 정말 쉬워지는 일이었다.

강한 바람이 나무 수액으로 만든 고급 비료를 밭에 골고루 흩뿌려 주었고, 그 작업이 끝나면 씨앗들을 종류별로 심는다.

바람에 맡겨둬도 좋지만, 나는 괜히 기분을 내보려고 파프리카는 직접 심기도 했다.

아까 마신 와인의 취기가 거나하게 올라서 호미질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밭 작물들은 모두 심었다.

“이제 올리브를 심을 건데······ 10개만 심어두면 피자 만드는 용도로는 충분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씨앗을 10개만 샀었다.

과수는 이제 많이 심으면 내가 없을 때 골램이 엄청나게 많이 수확해서 다 소화시키기가 힘들다.

물론 그 물량을 그냥 헐값에 팔아도 되긴 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유용하게 써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중히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사과와 포도, 딸기가 넘쳐나니 과일 모둠이나 잼, 와인, 각종 주스는 재료 걱정이 없지 않은가?

여기선 푼돈으로 팔아버리기 보단 필요한 재료로 아껴뒀다가 식품으로 파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앞으로 과수는 이런 식으로 심어야겠어. 하는 김에 분수기도 하나 더 만들고······.”

나는 올리브 씨앗을 과수들이 있는 곳 옆에 맞춰서 심고선, 대장간으로 향해 불돌이로 용광로를 지폈다.

그리고 뚝딱 분수기 하나를 더 만들어서 올리브 나무를 심은 곳에 설치했다.

“읏차, 잠깐 쉴까.”

나는 휴식을 하기로 결심하곤 호숫가에 앉아 이번엔 위스키를 홀짝였다.

그러자 문득 또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더록스한 스카치 위스키를 다 마시면서 호수의 전경을 바라보자, 그런 센티멘탈한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당장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얘들아!”

꼭꼬꼬?

음머어어?

왈왈!

멍멍!

냐아아아

[데굴데굴]

삐이이익

“무슨 일이십니까, 주인님?”

“바다에 가자!”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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