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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94화 (94/239)

< 76화 6일차 로그인 >

김 팀장은 공진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오늘도 전전긍긍했다.

오늘은 공진이 만드는 아이템이 너무 사기라서 자칫하면 이성을 잃고 제재를 가할 뻔했다.

하나 같이 성능이 너무 좋아서 밸런스 붕괴가 우려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적어도 그것들을 잔뜩 사고 있는 군신 길드가 경쟁에서 앞서 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이런 젠장, 다른 길드들이 알면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르겠군.”

물론 그런 항의가 들어와도 곤란할 것은 없었다.

생활스킬을 도외시한 것은 유저들의 선택이지 운영자가 강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진에게 접촉한 길드도 군신 길드뿐이다.

유명 길드 수장들 중 공진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이 군신 길드의 시화뿐이어서였다.

“바보들 같으니. 정보가 느린 것도 정도가 있잖아!”

김 팀장은 괜히 공진의 가치를 모르는 다른 길드들을 비난했다.

졸지에 공진을 응원하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이 똑같이 공진과 접촉해서 아이템을 똑같이 얻었다면, 그가 지금처럼 밸런스 때문에 전전긍긍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애초에 공진이 그런 아이템을 마구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어쩌지······ 개발팀 쪽과 상의해서 우리도 저런 아이템을 업적 상점에 풀어야 하나?”

김 팀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그건 좋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밸런스를 망치는 아이템이 문제인데, 그것에 대항하여서 그만한 아이템들을 풀어놓는다?

그만큼 바보 같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봐도 대형 길드들이 아이템을 독식할 텐데, 유저들의 원성까지 사게 될 일이었다.

김 팀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후우······ 그보다 이 공진이란 친구. 거래장에 골드를 올렸네.”

우려하던 일 중 하나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었다.

공진이 자신의 골드를 거래장에 푼 것이다.

400만 골드,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돈이었다.

김 팀장의 예상 이상으로 골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천천히 골드를 소모해준다면 우려하던 골드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젠장, 부러워죽겠네.”

······이리도 쉽게(?) 돈을 버는 공진을 보고, 김 팀장의 배만 좀 아프게 되었지만 말이다.

* * *

간혹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내게 특별한 역마살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가끔 생기는 변덕으로 말이다.

특히 오늘처럼 주말 출근을 한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주말이란 감각을 잃은 지 오래지만, 본래 쉬어야 한다는 욕망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억압된 휴식에 대한 갈망이 여행욕구로 표출되는 것 같았다.

“후우······.”

평일과 다를 바가 없는 시간에 집에 도착하여, 아무도 없는 방을 열어보는 심정은 그런 생각을 더욱 가속시켰다.

생색내듯 주말이라고 야근을 해도 조금 일찍 퇴근시켜주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같은 시간에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자가용이라도 사면 좀 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세금이니, 관리니, 보험이니 하면서 귀찮은 것이 잔뜩 늘어날 것이라 관두었다.

나는 피로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오늘은······ 접속하기 전에 거래장에 올린 골드를 확인해볼까?”

씻고 나온 나는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 PC를 켜서 거래장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곧 보안절차를 거친 뒤, 내가 올린 골드의 현황을 볼 수 있었다.

[판매 골드 : 400만 골드

총 매각 골드 : 400만 골드

정산 현금 : 388만 골드(원천징수 3%)]

“다 팔렸네?” 판매 내역을 살펴보니, 출근 한 후 1시간 이내로 전부 매각되어 버렸다.

나는 새삼 마일스톤이 인기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골드 수요가 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건 눈엣가시 같은 세금을 제외하고 약 400만원 돈이 생겼다.

“우선 어머니, 아버지 안마의자부터 사드려야겠다.”

오늘 회사에 있으면서도 생각해보았지만, 이전에도 늘 사드리고 싶은 것이었다.

월급으로도 사드릴 수 있었지만, 말을 꺼내도 두 분께선 한사코 사양하셨다.

혼자 자취하면서 회사 다니는 내 몸을 더 걱정하면서 말이다.

사실은 귀농해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더 고될 텐데, 부모님 마음이란 것이 항상 자식을 걱정하는 것 같다.

난 이번엔 말없이 사드리고, 연락이 오면 자초지종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지 예상이 잘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처럼 게임에 빠졌다고 혼나거나 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안마의자의 가격들을 살펴보았다.

“가격은 엄청 다양하네······ 5만 원짜리들도 5백만 원짜리도 있잖아?”

최첨단 기기인 캡슐만 비싼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던 기기인 안마의자도 엄청 비싼 것이 있단 사실을 알았다.

물론 중고에 별다른 기능이 없어서 5만원 상당의 저렴한 것도 있긴 했지만, 부모님에게 그걸 사드리긴 곤란했다.

가격이 달라지는 요건은 브랜드도 있지만 부가기능과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최대한 그 기능과 모드가 다 해당하는 것을 찾았다.

찾은 상품은 350만원 상당의 국산 브랜드에 AS가 5년가량 보장되는 것이었다.

“이거면 적당할 거야.”

내가 원하는 기능과 모드가 전부 포함되었고, AS가 5년가량 보장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지금 얻은 돈 범위 내에서 가장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이 되어서 곧바로 주문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곳으로 특급배송되도록 하고, 난 통장에 들어온 400만원 가량의 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효도하는데 써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월급을 쓰는 것에 비해서 씀씀이가 크다는 느낌도 들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법이지.”

아무리 돈에 초연하거나, 검소한 사람도 쉽게 벌어들인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인 것 같다.

내가 그런 초탈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다.

여하튼 나는 일을 일단락했다고 생각하곤 캡슐에 들어갔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하겠어.”

접속여부를 묻는 OS에 언제나 그렇듯 접속하겠다고 대답했다.

곧 나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는 농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돌아보기 무섭게 골램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잘 있었어, 골램아?”

“저는 잘 있었습니다, 주인님. 또한 농장도 아무 일 없었습니다.”

“수고했어!”

“주인님, 이번에도 수확물을 거두었습니다.”

골램은 그렇게 말하곤 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과, 포도, 딸기, 양털, 우유, 붉은 석양초, 마나 물망초, 금빛 야생삼, 꿀, 달걀, 나무수액을 가져왔다.

골램이 몸을 얻은 뒤로, 내가 없을 때 농장을 돌 볼 사람이 생겼을 뿐인데 수확하는 작물의 양이 어마어마해졌다.

골램은 정말이지 좋은 노동력이었다.

멍멍!

“하하, 이 녀석. 너도 내가 반가우냐?”

멍!

골램에게 작물을 받으니, 어딘가에 가있던 실버가 멀리서 달려왔다.

실버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배를 까며 드러누웠고, 나는 기특해서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꼭꼬꼭

음매애애애애 “안녕, 호크야 옥스야!”

호크와 옥스도 인사치레를 하려는 듯이 다가와 울음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 둘도 한 차례 쓰다듬어주었다.

옥스는 머리를 쓰다듬어지곤 짧은 꼬리를 흔들며 축사로 돌아가버렸고, 호크는 한 차례 푸드덕 거렸다.

나는 씩 웃고는 정령들도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정령들을 전부 부르려면 음식으로 정신력을 보완해야한다.

“간단하게 사과주스 하나 마시면 되긴 한데······.”

어쩐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로 말이다.

“어제 팔다 남은 샌드위치가 있으니까, 잼 바르고 요구르트에 사과주스를 곁들여 마시면 완벽하겠군.”

이 게임을 하다보니 미식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먹어도 현실에서 살 찌는 것도 아니니 완벽한 욜로 라이프다.

나는 즉시 인벤토리에서 샌드위치를 꺼냈고, 요구르트를 담은 항아리로 가 딸기가 가득한 요구르트를 한 그릇 떴다.

그리고 사과주스를 만들어서 그것에 꿀을 탔다.

“잘 먹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진수성찬이라, 나는 군침을 흘리며 샌드위치를 깨물어 먹었다.

피클과 베이컨의 짭짤함이 잘 어울리고 양배추의 상큼함도 일품이었다.

거기에 사과잼은 얼마나 달콤한지, 마치 사과파이를 먹는 기분이었다.

샌드위치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요구르트도 떠먹었는데, 딸기의 맛이 제대로 배어 있는 요구르트는 정말로 맛있었다.

물론 통짜로 들어있는 딸기를 먹는 맛도 있었다.

꿀을 탄 사과주스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다.

[만찬을 즐겼습니다. 추가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활력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추가효과, 힘 + 15, 민첩 + 20, 체력 + 15, 지능 + 18, 정신력 + 18]

“꺼억, 잘 먹었다.”

제대로 먹었더니 능력치 5종이 모두 상승했다.

고기, 채소, 과일을 모두 골고루 섭취한 덕분이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 정령술을 사용했다.

“불돌아, 물방울아, 태산아, 바람아 모두 나와!”

[불돌이가 중급 정령으로 소환됩니다.]

[물방울이 중급 정령으로 소환됩니다.]

[태산이가 하급 정령으로 소환됩니다.]

[바람이가 중급 정령으로 소환됩니다.]

왈왈!

냐아아옹

[데굴데굴]

삐이이이이익!

모두가 불, 물, 흙, 바람을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냈다.

불돌이는 나타나자마자 나와 실버에게 왈왈 짖으며 애정표현을 했다.

물방울은 도도하게 울면서 내 다리에 얼굴을 부볐다.

태산이는 조금 굴러다니더니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바람이는 여전히 절도 있게 내 어깨에 앉아 경례를 했다.

“얘들아 오늘도 반가워! 잔뜩 놀자!”

멍멍!

왈왈!

냐오오옹

삐이이익

[꾸벅꾸벅]

꼬꼬꼭!

나의 말에 실버와 불돌이가 폴짝폴짝 뛰었고, 물방울이 똬리를 틀 듯 앉았다.바람이가 하늘을 빙글빙글 날면서 소리를 내었고, 호크도 홰를 치며 푸드덕거렸다.

태산이는 꾸벅꾸벅 졸았다.

자, 그러니까 오늘의 시작은······

“역시 농사부터 지어야지!”

······어제 산 씨앗들부터 심는 걸로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 산 것은 볍씨 200개, 보리 씨앗 100개, 밀 씨앗 100개, 파프리카와 양상추 각각 100개, 그리고 올리브 씨앗 10개였다.

“파프리카와 올리브는 처음 심는 거네.”

피자의 재료로 사기로 했던 것이었다.

음, 피자······ 생각만 해도 먹어보고 싶었다.

피자 외에도 햄버거를 만들어 먹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작물을 다 심은 다음엔 오늘은 바다에 놀러 가볼까, 생각도 했다.

마법사 길드의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갈 수 있단 것을 떠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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