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수호자' >
나는 곧바로 마법공학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칼갈이’를 검색했다.
곧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마법공학, 마법공학 칼갈이
마법공학을 이용해 숫돌을 회전시킬 수 있는 간단한 도구.
연마하고자 하는 날붙이를 가져다대기만 하면 편하게 날을 세울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마력석 1개, 숫돌 1개,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마법공학 Lv1, 대장기술 Lv1]
“간단하게 만들 수 있네.”
본래는 발로 돌리거나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돌리는 물건이지만 마법공학으로 스스로 돌아가도록 하는 구조였다.
단순하게 숫돌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물건이기에, 제작 난이도는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제작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숫돌에 회로 빗금이 생겨질 뿐이었다.
“후딱 만들어야겠다.”
“저도 돕겠습니다, 주인님.”
내가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를 꺼내며 말하자, 골램이 거들었다.
나와 골램이 숫돌에 회로를 새기자 얼마지 않아서 숫돌에 회로는 다 그어졌다.
하지만 스킬이 완료되진 않고 있었다.
“망치를 두들겨 숫돌의 모양을 변형시켜주십시오.”
숫돌은 아직 네모난 모양이었고, 그걸 동그란 원통형으로 만들고 목재 고정대도 만들어내려면 망치질을 해야하는 듯했다.
나는 재빠르게 망치질을 해서 모양을 만들었다.
깡깡, 소리를 내면서 망치질을 하자 숫돌의 모양이 변했고, 목재 고정대의 푸른 모형이 생겼다.
그 푸른 모형도 때려 목재 고정대를 만드니 그것에도 회로 빗금이 있었다.
나와 골램은 그 회로 빗금도 납땜하여 스킬을 완성시켰다.
[마법공학 레벨 업!]
[마법공학 칼갈이]
“됐네. 잘 돌아간다!”
칼갈이가 완성되고, 그것을 작동시켜보니 시원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기계와 메카닉에 끌린다고 하지 않던가?
비록 회전할 뿐인 간단한 도구이지만 그걸 직접 만들고 작동시켜보니 묘한 충족감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기분 내는 것 뿐이지만 기계공학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 갈아볼까.”
카가가가가가가가각!
나는 아직 뭉특했던 롱 소드를 윙윙 돌아가는 그것에 가져다댔다.
칼날이 불꽃을 내면서 순식간에 갈아지기 시작했다.
불똥도 튀어서 현실이라면 보안경이 필요할 것 같지만, 게임이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불똥이 눈에 튀어도 실명되기보단 그냥 대미지만 입고 끝일 테니 말이다.
“한결 쉽네.”
힘들이지 않고 날을 갈 수 있어서 노동력이 훨씬 적게 들었다.
이래저래 마법공학은 노동력을 절감시켜주는 것들이 많았다.
여하튼 그것을 이용해 롱 소드의 날을 다 갈 수 있었고, 스킬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검명을 지으십시오.]
“응? 검명?”
“검을 비롯한 무기들은 이름을 지어줄 수 있습니다.”
“오, 그런 것까지 구현했다니, 재밌네..”
현실의 검에도 장인들은 멋들어진 이름을 지어주곤 했었다.자신의 검이 좀 더 용맹하고 뜻있게 쓰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나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 멋있는 이름을 생각해보려고 했다.
롱 소드이니까, 서양식 이름으로 말이다.
“이건 만티코어 슬레이어로 하자.”
여러 가지 멋진 영어식 이름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강화용소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만티코어도 꽤 이름있는 판타지 몬스터이니, 그리 폼이 나쁘진 않았다.
[대장기술 레벨 업!]
[잘 만든 5등급 롱 소드 ‘만티코어 슬레이어’]
“햐, 뭔가 있어 보이네.”
일반 아이템을 만들었단 느낌보다 뭔가 ‘유니크’를 만들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것 말이다.
나는 얼른 아이템 설명을 보았다.
[잘 만든 5등급 롱 소드 ‘만티코어 슬레이어’ : 공격력 60 내구력 : 30/3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명검. 공격력이 뛰어나고 내구도도 준수하다.
만티코어의 정수를 써서 만들었기에 특수효과가 추가된다.
특수효과 : 공격시 일정확률로 ‘만티코어의 흉맹’ 상태가 발동함.
만티코어의 흉맹 : 나약한 적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공포에 떠는 적들이 많을수록 전투력 상승폭이 증가.]
“오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처음 만든 거지만, 나쁘지 않은 아이템인 것 같다.
아마도 시화도 호평할 것 같다고 예상되었다.
그런데 조금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골램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골램아, 옷의 경우에는 세트효과가 자주 만들어졌는데, 그렇지 않네?”
“무기는 쌍검처럼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것 하나로 완전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철학적인 말이네. 그럼 똑같이 만티코어의 정수를 25개 넣어서 다른 무기를 만들면 같은 효과가 나오는 거야?”
“롱 소드로 같은 양과 같은 종류의 정수를 투입한다면 똑같이 나올 것입니다.”
“그럼 다른 검을 만들면 다르게 나온단 거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번엔 딴 걸 만들어 봐야겠다.”
서양식 검을 만들었으니, 이번엔 동양식 검을 만들고 싶었다.
동양식 검······ 그것에 대한 내 상식이 그리 깊지 않지만,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검은 ‘환도’라고 불린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도 환도를 들고 왜적을 베셨다.
뭔가 이유 모를 애국심이 들어서 그런 환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대장기술이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대장기술, 환도
조용한 동쪽의 나라 조선의 전통 검. ‘고리 환(環)’자를 사용하여 환도 칭한다. 검집에 고리를 달아 잠금장치를 만든 것에서 유래. 검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의미이다.
필요한 재료 : 철괴 4개, 목재 1개
추가 재료 : 물고기 가죽 1장 혹은 적당한 대체품.
필요한 도구 : 망치, 용광로, 숫돌, 대장기술 Lv4]
뭔가 멋진 설명이 적혀 있어서 인상적인 제작표였다.
나는 곧바로 제작 버튼을 눌렀다.
푸른 모형을 두들기면서 나는 환도의 특징을 조금 알 수 있었다.
안정성을 추구한 것 같은 삼각의 칼날, 장검인데도 롱 소드에 비해 짧은 날길이.
검에 대해서 그리 아는 것이 없는 나도 이것이 경량성을 중요시한 한손검임을 알 수 있었다.
“주인님, 환도의 경우 검집을 함께 만들어야 완성됩니다.”
“그런 것 같네.”
필요한 재료의 목재 1개는 아무래도 칼 자루와 검집 만드는 용인 듯 했다.
추가 재료의 물고기 가죽도 그렇고 말이다.
물고기도 가죽이 있단 것이 조금 의아했는데 골램이 말해주었다.
“환도는 전통적으로 가오리나 상어의 가죽으로 검집을 장식했습니다.”
“그랬군. 하지만 호수에는 가오리나 상어가 없는데.”
“호수에는 낮은 확률로 철갑상어가 나타납니다.”
“아, 철갑상어······.” 철갑상어는 호수에서 사는 특이한 상어다.
캐비어로 유명한 물고기인데, 귀한 녀석이라선지 이 게임에서도 아직까지 구경을 못했다.
수영까지 했던 이 평화로운 호수에 그런 녀석이 있다면 그건 나름대로 또 무서운 일이겠지.
여하튼 물고기 가죽은 일단 물소 가죽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가진 가죽 중에선 그나마 가장 좋은 가죽 같았으니 말이다.
여하튼 환도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검명을 지으십시오.]
“쌍룡검!”
[해당 이름은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라?”
나는 조선시대의 환도를 만들었다는 뜻 깊은 생각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의 전설적인 검인 쌍룡검으로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주인님, 쌍룡검은 업적 상점에서 영웅의 무기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앗, 그렇구나. 하긴, 그럴만하지.”
다름 아닌 이순신 장군님의 검이다.
성웅의 무기이니 그것을 평범한 유저의 제작품이 사칭하게 둘 순 없으리라.
나는 문득 호기심이 들어 업적상점을 켜, 그것을 검색해보았다.
[쌍룡검(전설), 500000QP]
“오오······.”
골램의 말대로 업적상점에 있었다.
1억짜리 쇼윈도우 상품이 아닌, 그나마 이성적인 정도의 업적점수로 살 수 있는 무기였다.
사실 이런 전설적인 무기라면 쇼윈도우 상품으로 만들어놔도 좋을 것 같은데, 이 역사적인 무기를 누군가라도 한 번 사용해보길 제작진이 원한 모양이다.
물론 업적점수를 하루에 500점씩 벌 수 있는 나라도 50만 업적점수는 그림의 떡 같은 것이다.
“여하튼, 쌍룡검은 검명으로 만들 수가 없겠군. 그렇다면······ 일휘소탕 혈염산하!”
[해당 이름은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그 이름 또한 같은 영웅을 기리는 무기로 업적 상점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제작진의 애국심이 느껴져서 흐뭇하면서도 내가 만든 무기에 그 이름을 쓸 수 없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어쨌거나 욕심은 그만두고 적당한 이름을 정해야할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뭔가 이순신 장군님을 기릴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순신 장군님 뿐만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이 나라를 지켜준 모든 영웅들을 기릴 수 있는······
“······수호자.”
[등록 가능한 이름입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등록한다!”
······그런 이름 ‘수호자’.
이 나라는 수많은 영웅들, 수호자들에 의해 지켜졌다.
이순신 장군님뿐만 아니라 이름 없이 쓰러져간 모든 이들이 수호자다.
비록 역사에 그분들의 이름이 전부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쓰러진 이들을 잊지 말자는 생각에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검을 만들었다.
[장인이 만든 4등급 환도 ‘수호자’]
“장인이 만든?”
완성품의 이름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내가 그것에 의문을 표하자, 골램이 말했다.
“평소보다 더 잘 만드셔서 붙은 수식어입니다.”
“흠, 뭔가 뜻 깊은 기분인데.”
내가 한 거라곤 스킬에 의존해서 망치질을 한 것 뿐인데, 아마도 확률 같은 걸로 대성공이 뜬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아이템의 설명을 보았다.[장인이 만든 4등급 환도 ‘수호자’ : 공격력 80 내구도 40/4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혼신의 힘을 다 해 만든 명품. 좀 더 뛰어난 공격력에 내구도도 훌륭하다. 명품의 힘으로 강력한 특수효과가 추가되었다.
특수효과 : 아군의 수에 따라 방어력이 증가한다. 최대 20%까지 상승. 동시에 상승한 방어력만큼 주변의 아군 체력도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
“우연이겠지만 수호자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특수효과 같아.”
나는 그렇게 평했다.
전투를 잘 모르는 나도 이것은 아군을 지키는데 유용한 옵션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체력 회복 물약의 체력회복 효과가 15% 더 붙는 것에도 효용성을 높게 쳐주던 시화였으니, 이건 더더욱 높게 쳐주리라.
나는 만족스럽게 생각하곤 환도를 검집에 넣었다.
그런 다음 롱소드에도 검집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하곤, 그것을 만들어주었다.
검집은 따로 만들 수 있었는데, 목재와 가죽이 드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은 없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정수는 데스나이트의 정수네.”
······데스나이트의 정수로 갑옷을 만들어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