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89화 (89/239)

< 71화 브리건딘, 롱 소드 만들기 >

나는 완성품의 아이템 정보를 보았다.

[잘 만든 5등급 리자드맨 학살자의 양모 상의 : 방어도 15 내구도 20/2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5등급 아이템. 재봉에 익숙해진 솜씨 덕분에 내구도가 더욱 좋아졌다. 리자드맨의 정수를 넣어 얻은 세트효과 또한 강화되었다.

세트 효과 : 잘 만든 n등급 리자드맨 학살자의 양모 하의 필요/ 적을 사살할 때마다 20초 동안 2퍼센트씩, 최대 20퍼센트까지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흠, 나쁘지 않은 느낌인데?”

이번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세트효과가 붙은 것 같았다.

몬스터를 20초 안에 10마리를 처치하면 전투력이 20프로까지 상승한다는 것 같다.

일전에 오크의 정수를 많이 넣어서 만든 가죽 갑옷은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울 때 30프로 상승이었는데, 그것에 비해선 10프로의 전투력이 낮다.

하지만 조건이 좀 더 쉬운 것 같다는 느낌이다.

강한 적을 상대할 때만 상승한다는 조건은 위험하고 특별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냥 적을 사살했을 때라는 것은 토끼를 잡아도 오른다는 말이니, 좀 더 범용적일 거란 느낌이다.

“좋아, 다음은 가죽인가?”

다음은 라이칸슬로프의 정수를 사용해서 가죽 갑옷을 만들 차례였다.

나는 곧바로 제작 카탈로그에서 지난번에 썼던 레더 아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문득, 다른 종류의 가죽 아머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것을 찾아보았다.

[재봉, 브리건딘(상의)

서양의 두정갑. 찰갑으로도 불린다. 가죽조각을 이어 붙여 방어력과 내구력을 강화시켰다.

필요한 재료 : 동물의 가죽 10장, 동물의 힘줄 10개, 적당한 기름 1리터

추가 재료 : 강화용소재

필요한 도구 ; 가위, 바늘, 재봉 스킬 Lv3]

“이거면 적당하겠는데······ 가위가 필요하네?”

필요한 재료는 그냥 레더 아머와 별다를 게 없었는데, 도구에 가위가 있었다.

지금껏 뭔가를 자르는 것은 대부분 조합 스킬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위의 필요성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건 가위를 이용해 만드는 과정이 구현되어 있는 듯했다.

“가위는 대장기술로 만드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물론 간편하게 상점에서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장간도 있는데, 그냥 만들면 되지.”

골램의 말대로 마을에 가서 대장간이나 잡화점의 가위를 살수도 있겠지만, 나의 대장간이 있는데 그럴 필요성은 못 느꼈다.

나는 대장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가위를 찾아보았다.

[대장기술, 가위

간편하게 뭔가를 자를 수 있는 도구. 하지만 이런 날붙이를 사용할 땐 조심하자.

필요한 재료 : 철괴 1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용광로, 숫돌, 대장기술 Lv1]

“이건 또 숫돌이 필요하네.”

“날을 가는 작업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 작업에 숫돌이 필요합니다.”

“숫돌이면 무슨 돌을 써야하는 거지?”

“숫돌은 연마재로 사용하는 모든 재질의 공구를 통칭합니다. 반드시 석기여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렇군. 철로 만들어도 된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숫돌도 대장기술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대장간으로 간 다음, 숫돌을 제작 카탈로그에서 찾았다.

불돌이가 졸졸 따라와서 용광로에 알아서 들어갔다.

이젠 내가 대장간으로만 향해도 뭘할지 아는 모양인 불돌이었다.

여하튼 숫돌은 별다른 특징 없이 철괴 하나만 들여서 만들 수 있었다.

만들어진 숫돌은 흔히 사극에서 볼 수 있었던 칼갈이용 숫돌이었다.

숫돌에 날을 대고 열심히 갈아서 날을 세우는 숫돌.

이런 건 사극 아니면 사극풍의 귀신 영화에서 귀신이 칼 가는 모습으로나 볼 수 있었는데······.

“별별 일을 다 하게 되는군.” 나는 피식 웃으면서 가위도 만들었다.

그런 다음엔······

쓱싹쓱싹쓱싹!

“이거 그런데 검도 이런 식으로 날을 갈아야 하나?”

“그렇습니다. 날을 가는 작업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이긴 하네.”

······골램과 수다를 떨면서 가위 날을 갈았다.

단조도 하고, 주조도 하고, 연마도 하니까 점점 대장장이가 되는 것 같다.

여하튼 가위를 만들었으니 가죽 갑옷······ 그러니까 브리건딘을 만들어 봐야겠다.

브리건딘의 제작 버튼을 누르니, 가죽들이 나와서 빗금이 쳐졌다.

“이걸 자르란 말이네?”

초등학교 시절 색종이를 가위로 자르는 기분이었다.

물론 감상이 그렇단 거지, 지금 자르는 것은 색종이가 아니라 멧돼지 가죽이지만 말이다.

가죽 다섯 장을 다 자르니 가죽 조각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다음에는 가죽 옷을 바느질하고 가죽조각들을 덧대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물론 스킬로 간소화된 작업과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옷 만드는 기분은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잘 만든 5등급 라이칸슬로프 추적자의 멧돼지 가죽 브리건딘 상의]

[잘 만든 5등급 라이칸슬로프 추적자의 멧돼지 가죽 브리건딘 하의]

바느질을 200번 정도 하니까 상하의가 다 만들어졌다.

현실의 내 옷도 이렇게 정성들여 바느질하진 않는데, 게임에서 중세 가죽 갑옷을 만드는데 지극정성이라니 어쩐지 모순인 기분이었다.

뭐, 재밌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완성된 브리건딘의 아이템 설명도 확인했다.

[잘 만든 5등급의 라이칸슬로프 추적자의 멧돼지 가죽 브리건딘 상의 : 방어도 35 내구도 30/3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5등급 아이템. 정성을 들인 덕분에 방어도와 내구도가 훌륭하다. 라이칸슬로프의 정수로 치명적인 세트효과가 부여되었다.

세트효과 : 잘 만든 n등급의 라이칸슬로프 추적자의 멧돼지 가죽 브리건딘 하의/ 치명타가 적중되면 똑같은 수준의 추가 물리피해를 가한다.]

“흠, 이건 좋은 건가?”

조금 애매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나같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평타 공격을 하는 사람이 연속으로 공격을 가한다면 대단할 것 같지만, 문제는 ‘치명타가 적중한다면’ 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내가 전투를 그리 많지 하진 않았지만, 그 치명타라는 것이 항상 뜨는 것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민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인데, 적어도 나한텐 찍기 애매한 능력치다.

기민함, 치명타 적중률을 올려주지만 기본적으로는 원거리 공격력을 올려주는데, 나는 그런 원거리 공격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뭐, 시화씨 쪽 사람들 중엔 쓸 만한 사람이 있겠지.”

일단 이걸로 가죽갑옷도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만티코어의 정수와 데스나이트의 정수네.”

······남은 두 정수로 철제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만티코어의 정수 50개로는 검을 두 자루 만들기로 했었고, 데스나이트의 정수 2개로는 갑옷을 하나 만들기로 했었다.

난 무기와 갑옷 중 뭐부터 만들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사실 뭘 먼저 만들든 상관없었다.

“검부터 만들지 뭐. 그보다······ 휴식이다! 으하!”

우선은 휴식부터 할 생각이었다.

재봉은 그럭저럭 재밌지만 대장기술과 마찬가지로 피로가 쌓인다.

잔뜩 일했으니, 또 쉬어볼 생각이었다.

“이번엔 블렌디드 위스키를 마셔볼까.”

아까는 와인을 마셨으니 블렌디드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었다.

술 종류가 늘어나니, 목을 축일 음료도 여럿이란 것이 좋았다.

막걸리가 다 떨어진 것은 좀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흠, 생각해보니 브랜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내일은 그걸 만들어 볼까? 쪼르르륵

냐오오오옹

“물방울아 마시고 싶어?”

냐오옹

“자.”

유리잔에 그레인 위스키와 스카치 위스키를 섞어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면 물방울이 다가와서 울어댔다.

마시고 싶다는 것이다.

아기 고양이의 외관인 주제에 술꾼인 물방울은 점점 주량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자주 주면 곤란한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기 고양이의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안 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유리잔 하나에 블렌디드 위스키를 따라주고, 내 것을 따로 챙겼다.

멍멍!

왈왈!

한편 실버와 불돌이가 심심한 듯했다.

둘은 내 주변을 마구 돌면서 서로의 꽁무니를 쫓기도 하고,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기도 했다.

나는 술을 홀짝이면서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공을 던지며 함께 놀았다.

꽁!

“앗, 태산아 미안.”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공이 태산이에게 날아가기도 했다.

태산이는 공에 맞아도 별 감흥이 없는지 그런 메시지를 보였는데, 관심은 오히려 그 공을 쫓아간 실버와 불돌이가 보였다.

돌덩이인 태산이를 핥거나 고개를 비비는 것이다.

태산이는 귀찮은지 데굴데굴 굴렀지만, 완전히 뿌리치거나 거부하진 않고 있었다.

뭔가 훈훈한 광경이라 나는 웃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냐아앙 딸꾹!

꼭꼬꼭!

음머어어어어어

술 취한 물방울은 호크의 등 위에 타고선 호크가 가는 곳을 이리저리 따라다니고 있었다.

호크는 등에 탄 물방울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면서 옥스가 있는 곳에 다가갔다.

옥스는 풀을 되새김질하면서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동물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피로가 회복되고,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꺼억, 잘 쉬었으니 또 일해 볼까.”

왈왈!

위스키를 다 마신 나는 설렁설렁 대장간으로 걸어갔다.

불돌이가 이번에도 눈치를 채고 맹렬히 달려왔다.

귀여운 녀석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어주고, 대장간 안에 들어가 다시 용광로를 지폈다.

이번엔 검을 만들 차례였다.

검······ 판타지에서 검이라고 하면 역시 그것이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대장기술의 제작 카탈로그에 검색했다.

[대장기술, 롱 소드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서양식 장검. 길기 때문에 양손으로 쓰지만, 숙련도에 따라서 방패를 겸해서 한 손으로도 쓸 만하다.

필요한 재료 : 철괴 5개

추가 재료 ; 강화용소재

필요한 도구 : 망치, 용광로, 숫돌, 대장기술 Lv4]

판타지 매체에서 검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롱 소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표준적이라고 할만큼 자주 나온다.

하기야 중세 때 실제로도 자주 쓰인 검이긴 하지만, 자주 쓰인 것이라면 숏소드나 글라디우스나 뭐 여러 가지 검들이 있다.

흠, 막상 롱 소드를 고르긴 했는데, 이제와선 다른 여러 종류의 검들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다른 검은 롱 소드 말고 다른 것으로 만들어 볼까?

“일단 이건 롱 소드로 만들어야지.”

“주인님, 제가 집게로 모형을 집어서 생산을 보조하겠습니다. 생산효율이 좋아집니다.”

“그래.”

할 일이 없어서 나를 따라다니던 골램이 나서서 말했다.

도움을 받아서 나쁠 것은 없기에 그렇게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검을 만드는데 망치를 두들기는 횟수가 100번을 가볍게 넘겨서 골램이 잡아주지 않았으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망치질을 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 날을 갈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한세월이겠군.”

가위 정도의 날은 쉽게 갈았는데, 롱 소드 정도의 검날을 가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

그러자 골램이 말했다.

“마법공학을 이용해 칼갈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 그 돌아가는 기계 말이지?”

“그렇습니다. 숫돌의 효율을 높여 줍니다.”

“그럼 그것부터 만들어야겠다.”

나는 아직 뭉특한 롱 소드를 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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