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3일차 선술집 마무리 >
오늘도 잔뜩 팔았다.
두루두루 많이 팔렸지만 그 중에서 막걸리는 완판 되어버렸다.
저렴하게 판다는 전략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슬슬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꺼억 오늘도 잘 마셨다.”
“즐겁게 출근할 수 있겠네.”
“요즘 술김에 출근하는 기분이야.”
장사 끝이란 말을 하자, 남아 있던 술꾼 손님들이 수다를 떨면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유독 술김에 출근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이버 음주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술을 마셔도 현실에선 마신게 아니니 건강해칠 염려도 없고 출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말끔하다.
술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속에서 뿐이니 말이다.
“사이버 음주가 대중화되면······ 해장국 파는 사람들은 싫어하겠네.”
실제로 마신게 아니니 해장국 먹을 사람이 줄어들테니 말이다.
물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 사이버 음주를 마약에 빗대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뭐, 게임은 항상 중독이니 마약이니 하는 하찮은 비유를 들어왔으니 그런 것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여하튼 오늘도 정산을 해보았다.
“그러니까······ 12,949,100골드? 헐!”
나는 인벤토리의 골드를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선술집을 열면서 정산금을 확인하기 위해 장사 전에 보유골드를 외워뒀는데, 거의 500만 골드가 오른 것이다.
계산을 해보자면 막걸리는 200ml짜리 사발로 50리터가 다 팔렸으니까 40만 골드 가량 벌었을 것이다.
그리고 블렌디드 위스키까지 합쳐서 스카치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는 총 60리터가 팔렸다.
150ml잔으로 나눠서 계산하면 240만 골드! 역시 위스키의 이윤이 컸다.
와인은 40리터가 팔렸는데, 210ml잔이다.
계산해보면 190잔, 123만 골드 정도였다.
와인의 매출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남는 장사는 술장사라더니······.”
물론 음식도 많이 팔렸다.
약 500만 골드가 팔렸으니 음식 매출만으로도 100만 골드 정도를 벌었다.
음식은 이것저것 주문을 받느라 몇 개 팔았는지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많이 팔았다.
500만 골드를 벌었다는 것은 손님이 500명이 왔고, 한 분당 1만 골드를 써주셨단 말이다.
술이 목적이든, 추가효과가 목적이든, 장사가 성황인 것은 사실인 듯했다.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돈 벌기 위해 게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래서야 돈 욕심 안 나는 건 거짓말이군.”
혼자 치트키 쓰면서 게임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현실에도 하루 매출이 이렇게 대단한 식당이나 술집이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식당은 매우 드물고 모든 요식업자들이 그렇게 벌지는 못한다.
그런데 내가 현실도 아닌 게임에서 그렇게 벌고 있네!
기사로 나면 국내 기사가 아니라 해외토픽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돈 벌면 기분 좋다는 말이 사실이긴 하군.”
돈 버는 것도 엄연한 힐링은 힐링이다.
물론 불행하게 돈 버는 사람들은 있다.
바로 나도 얼마 전까진 그랬다.
월급날이 되면 기분은 좋지만 그 전까지 주말 구분도 없이 야근하면서 괴로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놀면서, 즐기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건 마치 월급을 두 세배는 탄 것 같은 즐거움이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도 있는데, 어디다 쓰지?”
돈이 힐링인 이유는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내겐 꽁돈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 돈은 부담없이 쓸 수 있다.
좋은 곳에 써야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만족하는 곳에 써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든 내가 후회하지 않는 쪽에 써야만 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못한 효도부터 할까.”
······가족부터 떠올랐다.
물론 지금까지도 월급을 타면 월세나 세금, 식비, 저축, 용돈을 빼곤 부모님께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는 그 돈을 잘 쓰시지 않는 듯했다.
모아두고, 나중에 나한테 돌려주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귀농하셨는데, 농사에라도 보태 쓰시면 좋으련만, 부모 마음에 자식의 돈을 쓰긴 힘든 모양이시다.
“그럼 이번엔 뭔가 대단한 걸 사드려야겠다.”
그래서 돈으로 드리기보단 값나가면서 평소에 못해드린 것을 사드리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물건은 사양하시기도 어렵고 안 쓰고 내버려두기도 힘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거래장에 얼마만큼의 골드를 내놓고, 뭘 살지는 좀 이따 고민해보고······
“좀 쉬다가 시화의 의뢰를 해볼까.”
선술집 장사에 비해 시화의 의뢰는 이제 푼돈 벌이다.
하지만 이건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 하는 일.
이 게임의 생활 스킬로 만들어내는 아이템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아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예부터 장인들이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본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가 만든 아이템이 노련한 전사들, 그러니까 군신 길드의 시화나 길드원들이 쓴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 쉬다가 하고 싶었다.
장사는 재밌지만 좀 피곤해졌으니 말이다.
“크, 취한다.”
나는 가죽 물통에 와인을 담고선 호수에 발을 담그고 마셨다.
와인잔도 좋지만 이 가죽물통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꼭 진짜 중세인이 된 기분이라서 말이다.
그렇게 쉬고 있는 내 곁에는 불돌이, 실버, 호크, 물방울, 태산이, 바람이가 몰려와서 앉아 쉬거나 애정표현을 해왔다.
나는 녀석들을 쓰다듬어 주면서 계속 쉬면서 피로를 풀었다.
“슬슬 뭔가 해볼까.”
그렇게 30분은 쉬었을 때였다.
가죽 물통에 잔뜩 담았던 와인도 다 마셨고, 나는 기분 좋게 취해서 일어났다.
취하지만 만취하지도 않고 숙취도 없어서 참 좋은 시스템이다.
“어디보자······ 오늘은 특별히 철제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지?”
철제 무기나 철제 갑옷.
지금까진 양모 옷과 기껏해야 가죽 갑옷만 만들었으니 철제 갑옷의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 철제 갑옷만 만들기는 또 뭣한 감이 있었다.
재봉 스킬을 썩히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시화에게 받은 강화용 소재들을 다시 살펴보고 생각해봐야겠다.
[라이칸슬로프의 정수 50개]
[만티코어의 정수 50개]
[리자드맨의 정수 50개]
[데스나이트의 정수 2개]
내가 이 게임의 몬스터 정보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알고 있는 판타지 지식으로는 리자드맨, 라이칸슬로프, 만티코어, 데스나이트 순으로 강할 것 같았다.
“그럼 리자드맨은 양모, 라이칸슬로프는 가죽 갑옷, 만티코어로는 무기, 데스나이트로는 철제 갑옷을 만들어봐야겠다.”
난 그렇게 생각하곤 인벤토리를 확인해보았다.
“양모는 480개······ 양모 옷이랑 바지를 만든다고 해도 80개 밖에 들지 않아서 잔뜩 남는 게 문제네.”
양모의 상하의를 만드는데 양모 80뭉치나 들지만, 양털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느낌이었다.
강화용 소재가 없으면 양모 옷은 그리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거, 고블린들이라도 잡아서 강화용 소재를 얻어야 할까?
하지만 이유 없이 광산에 가는 것은 조금 내키지 않았다.정령석이나 마력석도 아직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은 소재가 있으니까 이걸로 양모 옷을 만들어보자.”
그 다음은 가죽들, 멧돼지 가죽이나 물소 가죽은 여전히 많다.
그런데 동물 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니까 몬스터의 가죽은 더 좋은 가죽 갑옷이나 옷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화에게 한 번 말해봐야 할 것 같았다.
“무기는······ 일단 검이 좋겠지.”
판타지의 특징 중 하나가 도검제일주의다.
병기의 실용성에 있어선 창이 더 많이, 자주 쓰였지만 여하튼 판타지에선 검이 최고다.
그러니 나도 검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정수의 수를 보아하니, 하나만 만들기는 좀 그랬다.
“어차피 철괴는 많으니까 검은 두 자루 만들어 볼까?”
창이나 도끼, 망치도 떠올랐지만 일단 검을 만들기로 했고, 검 한 자루에 강화용 소재를 다 쏟아 붓는 것은 좋은 선택 같지 않았다.
물론 그만큼 더 좋은 검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 질적으로 치우쳐서 양을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다.
시화도 아마 한 자루보단 두 자루를 좋아할 것 같고 말이다.
그럼 검은 두 자루 만들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갑옷이다.
“데스나이트의 정수는 두 개 뿐이네. 엄청 강한 몬스터인가?”
갑옷에 넣기로 한 데스나이트의 정수는 수가 유독 적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몬스터가 희귀하거나 아니면 잡기 힘들거나 말이다.
“이건 갑옷 하나에 다 넣어보자.”
무슨 갑옷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개뿐이니 다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대단한 물건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럼 양모 옷부터 만들어 볼까······ 그럼 물레랑 베틀을 또 써야하네.”
방적, 방직, 재봉으로 나뉘어져 있는 옷 만들기.
재밌긴 한데, 물레는 단순노동이고 방직은 리듬게임이 포함되어 있어서 계속하면 피곤하다.
재봉에 쓰는 심력과 집중력도 적지 않다.
다소 고민되는 사항이었다.
그때 골램이 말했다.
“주인님, 마법공학을 이용하면 자동 방직기와 자동 물레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의 마법공학 레벨이 2에 도달하였으므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대량 생산을 할 때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오늘은 그냥 만들자. 그렇게 많이 만들진 않을 거니까.”
“그럼 제가 물레나 베틀 중 하나를 맡겠습니다.”
“흠, 물레를 돌려줄래? 베틀은 그냥 내가 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심심한데 베틀로 리듬 게임이나 하면서 놀려고 그렇게 말했다.
골램은 군말 없이 따랐다.
“이거 만드는 동안 포션도 제작시켜 놔야겠다.”
만들기에 앞서서 자동 연금술도구에 마나 물망초를 연금술 하도록 만들어뒀다.
그 후 나는 골램이 굵은 실 10개를 만들어 줄때마다 양모 옷감 하나를 베틀로 짜기 시작했다.
하프를 연주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옷감이 만들어졌다.
두 개 정도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퍼펙트를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평범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재봉 스킬 레벨업!]
[집중력을 발휘하여 옷감을 짜면서 손재주와 정신력이 좋아집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민첩이 2 올랐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재봉 스킬도 레벨이 올랐고, 능력치도 늘었다.
곧 양모 옷 상하의를 만드는데 필요한 옷감 6개와 굵은 실 20개를 모을 수 있었다.나는 곧바로 재봉 스킬을 이용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의와 하의에 각각 리자드맨의 정수 25개를 넣으면서 말이다.
바느질을 꽤 많이 해야 했지만 그럭저럭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잘 만든 5등급 리자드맨 학살자의 양모 상의]
[잘 만든 5등급 리자드맨 학살자의 양모 하의]
그리고 완성품을 곧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