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피클을 넣은 베이컨 샌드위치 시식 >
[요리, 샌드위치 10개
포커라도 하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 앗! 하는 사이 다 먹어버리고, 어느 틈에 배가 부른 요리이기도 하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0개, 양배추 1개, 베이컨 10장, 계란 10개, 토마토 10개, 감자 10개
추가 재료 : 피클, 그 외 적당한 첨가물
필요한 도구 : 조리도구, 불, 요리 스킬 Lv2, 조합 스킬]
[이 제조는 간소화된 제조과정을 요구합니다.]
나는 다시 샌드위치의 레시피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재료를 다 모았지만 단 하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바로 베이컨이다.
“베이컨은 아마도 훈제로 만들 텐데.”
베이컨의 재료인 돼지고기는 대체품인 멧돼지고기가 잔뜩 있다.
하지만 예상컨대 훈제의 훈연 과정이 구현되어 있을 것 같았다.
난 그런 예상을 하면서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베이컨을 검색해보았다.
[요리, 베이컨 5개
돼지고기를 여러 방식으로 훈제하여 보관하는 보존식이었다.
하지만 훈제의 각별한 맛 덕분에 식료로 사랑받는다.
필요한 재료 : 돼지고기 1개, 소금 1개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3, 불, 훈제용 도구 중 하나]
[이 제조는 간소화된 제조과정을 요구합니다.]
“훈제용 도구 중 하나? 훈제에 쓰이는 도구가 여러 가지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훈제 방식에 따라 훈제 도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각 도구에 따라 구현된 훈제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훈제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데?”
“훈연의 방법에 따라서 분류됩니다. 우선 소금에 절인 다음 자연 건조하는 냉훈법으로 이 훈제법에는 건조대가 필요합니다. 가장 간단하나 건조에 두 시간이 소요됩니다.”
골램은 훈제법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냉훈법이란 간단하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는 방식인 듯했다.
“다음은 석쇠를 이용하여 연기에 직접 쏘여 훈제하는 온훈법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나무의 향이 잘 베어서 베이컨 및 훈제 음식의 풍미가 더해집니다. 시간은 15분 정도가 소모됩니다.”
훈제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쏘여서 익히는 방식이다.
온훈법은 냉훈법에 비해 다소 까다로울 순 있지만 시간 절약이 되고 맛도 좋아지는 방법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그냥 구워버리는 열훈법이 있습니다. 조리를 통해 훈연하므로 시간이 가장 절약됩니다. 다만 훈제음식 자체의 풍미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온훈법으로 해야겠다. 석쇠를 만들어야겠네.”
아무래도 대장간을 써야할 것 같다.
나는 불돌이를 불러서 대장간으로 향했다.
불돌이가 왈왈 거리며 용광로에 쏙 들어가기 전에 좀 쓰다듬어 준 뒤, 나는 대장기술의 제작 카탈로그에 석쇠를 검색해보았다.
[대장기술, 훈제용 석쇠
불에 직접 닿지 않고 열기와 연기로 고기 따위가 익도록 만드는 도구.
필요한 재료 : 철괴 2개
필요한 도구 : 대장기술 Lv4, 훈제용 석쇠 거푸집]
“주조로 만드네. 태산아! 이리온!”
[태산이가 당신의 부름에 화들짝 잠을 깨면서 다가옵니다.]
거북이처럼 늘 졸음에 잠겨 있는 태산이가 깜짝 깬 모양이다.
조금 미안해졌지만 태산이에게 거푸집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거푸집의 제작 카탈로그를 찾아서 제작 버튼을 누르면, 태산이가 그 모형을 잘 만들어주었다.
훈제용 석쇠의 거푸집은 석쇠와 받침대가 세트였다.
그래서 철괴가 2개 드는 모양이었다.
여하튼 철괴를 녹여서 거푸집에 부었다.
골램이 도와주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훈제용 석쇠] “좋았어. 이제 얼른 베이컨을 만들어야지.”
나는 대장간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곤 장작 깔고 그 위에 석쇠를 설치했다.
불돌이를 다시 불러서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의 연기가 적당히 석쇠를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베이컨의 제작 버튼을 눌렀다.
멧돼지고기의 삼겹살이 얇게 썰려 베이컨의 모양이 되곤 소금과 버무려졌다.
그리고 그것들이 석쇠에 놓였다.
“15분간 연기가 골고루 배도록 뒤집어 주시면 완성됩니다.”
“알겠어.”
골램의 말에 나는 베이컨을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었다.
[잘 구운 4등급 베이컨 5개]
15분간 그렇게 하자, 베이컨이 완성되면서 아이템화 되었다.
베이컨 자체로도 맛이 굉장할 것 같았다.
먹고 싶었지만,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더 맛있게 먹기로 했다.
샌드위치는 10개씩 만들어지고, 베이컨도 10개씩 들기 때문에 한 번 더 제작해야했다.
페이스트리에 된장 삼겹살까지 먹었는데, 베이컨을 구우니 다시 배고파지는 기분이었다.
식신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식탐이 느는 걸까?
게임에선 현실과는 달리 여유가 넘치니 미식이 느는 기분이다.
[잘 구운 4등급 베이컨 10개]
“됐다. 그럼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
나는 다시 샌드위치의 제작 레시피를 띄웠다.
샌드위치도 제작과정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그리 복잡한 제작과정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제작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만드시려면 불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아 참, 필요한 도구에 불이랑 프라이팬이 있지.”
방금 석쇠에 쓴 모닥불은 꺼트렸었다.
그래서 나는 조리대를 꺼내고 거기에 가열기를 올려놓았다.
가열기에는 프라이팬을 두고 말이다.
그런 뒤에 제작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인벤토리에서 식재료들이 춤을 추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삭해 보이는 양배추가 떠올라 샌드위치 10개분으로 잘게 나뉘었다.
계란 10개와 베이컨 10개가 각기 한 쌍씩 바뀌기도 했다.
밀가루는 빛나더니 식빵이 되어버렸다.
식빵도 따로 있겠지만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인 모양이다.
“이제 계란후라이를 만드시면 됩니다. 베이컨을 이용해 기름을 두르셔도 좋고, 다른 기름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베이컨을 또 익히는 것은 좀 그렇고······ 송로버섯 기름을 조금 써보자.”
송로버섯 기름을 둘러서 만드는 계란후라이는 예전에 먹어보았다.
불과 며칠 전 일이긴 하지만, 단순한 계란 후라이인데도 맛과 향이 끝내줬기에 또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다만 그때와는 달리 송로버섯을 통째로 익히면서 기름을 낸 것이 아니라 기름으로 짠 송로버섯을 적당히 맛과 향만 나도록 했다.
본래 송로기름은 올리브 유 따위에 인퓨즈해서 만드는 거라지만 이 게임에선 송로버섯에서 기름버섯처럼 기름이 넘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변형이라고 생각하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계란후라이를 하나씩 했다.
계란후라이가 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샌드위치가 알아서 만들어져선 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잘 만든 4등급 피클이 들어간 샌드위치 10개]
추가재료로 피클을 썼는데, 그것이 이름에 반영되어 있었다.
10개를 일단 만들었기 때문에 식탐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하나를 꺼내 먹어보았다.
음료로는 우유를 선택해서 말이다.
아삭!
“으음!” 양배추의 아삭함, 토마토의 신선함, 감자의 담백함, 피클과 베이컨의 조화로운 짭짤함, 작은 샌드위치 안에 온갖 맛이 다 들어있었다.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어느쪽으로도 훌륭한 음식이었다.
현실에서도 바쁜 나머지 자주 사먹었지만,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것은 찾기 힘들었다.
편의점 샌드위치는 따라오기 힘든 비주얼과 퀄리티이고, 전문 제과점의 샌드위치도 재료면에서 밀린다.
물론 이건 게임이라고 하지만, 맛있으니 어쩌랴?
현실에서 보여주기 힘든 맛의 극치였다.
여긴 미식가들의 천국인가? 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풍부한 영양이 잘 어울린 음식을 먹었습니다. 추가효과가 강화됩니다.]
[추가효과, 힘 + 10, 민첩 + 20 체력 + 10]
샌드위치의 추가효과는 밸런스가 좋아보였다.
채소는 민첩을 많이 올려주는 것인지 민첩이 가장 많이 올랐지만, 힘과 체력도 준수하게 올랐다.
지금까지 민첩이 오르는 요리는 없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돈만 많다면 능력치 별로 음식을 다 먹고 가면 엄청난 효율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힘과 체력은 된장 삼겹살, 민첩은 샌드위치, 지능과 정신력은 사과파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직 그런 손님은 본 적이 없지만.”
골드와 현금이 1:1 환율이라서인지 그런 과소비(?)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음, 그건 그렇고 슬슬 선술집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고기를 잡아야 했지만, 아까 놀면서 잡은 물고기가 제법 있다.
매운탕을 시킬 사람이 꽤 많을 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니 물방울과 골램을 시키면 주문을 받으면서 부족한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샌드위치도 무작정 많이 만들기보단 주문량을 보고 10개씩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오늘 메뉴를 한 번 정리해볼까.”
나는 선술집 안으로 들어가 메뉴판에 분필로 메뉴를 적어보았다.
[오늘의 메뉴
음식 : 된장삼겹살(7000골드), 매운탕(7000골드) 샌드위치(민첩 + 20, 힘이랑 체력 + 10, 7000골드), 사과파이(7000골드), 사과타르트(7000골드), 생크림 크로와상(7000골드), 케첩 및 각종 잼(버프효과 강화, 500골드)
안주 : 과일 모둠(3500골드), 베이컨 5개(3500골드)
음료 : 우유(1500골드) 사과주스(3500골드), 포도주스(3500골드), 딸기주스(3500골드), 요구르트(3500골드) ※음료에는 첨가물로 꿀과 설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술 : 그레인 위스키(6000골드), 스카치 위스키(6000골드), 블렌디드 위스키(6000골드) 와인(6500골드), 막걸리(1500골드)]
“오늘 메뉴는 굉장한데.”
예상했었지만 메뉴가 아주 풍성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될 수준이었다.
장사를 하는데 메뉴가 많은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 메뉴를 다 소화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장사와는 달리 팔리지 않는 메뉴가 있어도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것저것 만들어야 하는데, 메뉴가 많으면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메뉴를 더 늘리는 것은 곤란할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메뉴 개발을 관두는 건 싫어. 아직 여러 가지 더 만들어보고 싶으니까.”
아직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걸 관두는 것은 이 게임의 흥미요소 중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메뉴 개발은 계속 하면서, 로테이션을 돌려야겠군. 메뉴판에도 오늘의 메뉴라고 적었으니까, 그날 마다 다른 메뉴를 넣어보자.”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곤 메뉴판을 걸었다.
자, 이제 오늘도 선술집을 열 때였다.
나는 선술집의 문을 열고 Open 표지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