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된장, 간장, 페이스트리와 잼 >
“숯? 된장 만드는데 숯이 필요한가?”
“숯은 된장에 필요한 미생물과 불필요한 미생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여 된장이 부패하지 않고 발효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의 조상들은 미생물학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그렇군, 조상의 지혜란 말이네. 하지만 지금까지 장작을 많이 태웠어도 전부 재가 됐는데.”
“숯은 참나무, 신갈나무 등의 단단한 나무를 이용해야 재가 되지 않고 숯이 되기 쉽습니다. 이곳에선 숯가마를 이용해 구워야 만들어지도록 구현했습니다. 숯가마는 건축 스킬로 만들 수 있는 구조물입니다.”
“당장 만들어야겠군.”
나는 건축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숯가마를 검색했다.
크기와 종류 별로 숯가마가 있었는데, 나는 가장 작은 것을 택했다.
[건축, 소형 황토 숯가마
약간의 숯을 필요로 할 때 적당한 작은 황토 숯가마.
필요한 재료 : 황토 80개
필요한 도구 : 건축 스킬 Lv3]
“태산아, 이리온!”
[태산이가 꾸벅꾸벅 졸면서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철제 숯가마도 있었지만, 태산이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황토 숯가마로 골랐다.
태산이는 내가 부르자 졸면서 다가온다는 귀여운 메시지를 연발하고 있었다.
나는 태산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태산아, 황토가 필요하니까 우선 황토를 만들어 줘.”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도 당신을 돕습니다.]
태산이는 곧 흙을 황토로 바꾸어주었다.
황토 80개가 만들어지자, 나는 제작 버튼을 눌렀다.
숯가마의 모형이 만들어졌는데, 찰흙 같은 상태가 된 황토를 이용해서 모양만 만들면 완성이 되는 듯했다.
직접 모양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손재주가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태산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태산아, 모형에 맞게 모양을 만들어줘.”
[태산이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입니다.]
곧 태산이가 완벽하게 모형과 일치하도록 황토 찰흙을 빚었다.
그러자 건축 스킬이 완료되면서 숯가마가 만들어졌다.
크기가 작지만 아궁이에 가마를 얹어 만든 황토 숯가마였다.
“골램아, 이제 이걸로 숯을 제작하면 되지?”
“그렇습니다.”
“어디 볼까.”
나는 숯가마의 제작 카탈로그를 띄워보았다.
[제작, 숯 5개
불완전연소 현상을 이용해 만드는 탄소덩어리.
좋은 연료일 뿐만 아니라 탈취, 제습, 가습, 방부, 정화 등에 쓰이기도 한다.
필요한 재료 :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숯가마]
목재 하나를 쓰면 숯 다섯 개를 얻을 수 있었다.
문득 된장 만드는 것 외에도 숯이 어디에 쓰일지 궁금해졌다.
“골램아, 숯은 또 어디다 쓸 수 있어?”
“숯을 이용해 고기를 구우면 풍미가 더 해질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과기, 제습기에도 쓰이며, 황토 숯가마를 이용해 찜질방을 건축할 수도 있습니다.”
“찜질방을?”
“건강에 이롭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버프를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연······.”
지금은 필요 없어도 호기심이 끌리는 말이었다.
찜질방이라니 만들어보고 싶었다.
물론 건축 스킬로 만드는 거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는 불돌이를 불러 갓 만든 숯가마에 불을 붙였다.
불돌이는 왈왈 거리면서 뛰어와 얼른 목재 하나를 숯으로 만들어 버렸다.“자, 그럼 숯도 만들었고······ 된장을 만들어 볼까.”
“된장의 재료를 발효통에 넣으실 때에는 메주, 물, 소금, 숯, 추가재료의 순서로 넣으십시오. 마구잡이로 넣으면 등급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도 고증인거야?”
“그렇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어 있는 레시피입니다.”
아무래도 실제 장을 담그는 순서인 모양이다.
나는 골램이 시키는 대로 메주 2개를 먼저 넣고 물방울을 이용해 물을 부운 뒤, 소금을 붓고 숯을 메주 위에 얹었다.
추가재료로 있는 고추도 얹으니 제법 모양새가 나왔다.
그걸로 발효통 하나에 장을 담궜다.
“메주는 12개인데, 이걸로 간장도 만들어야 하니까 우선 제작 카탈로그에서 간장을 찾아볼까?”
“주인님, 간장은 따로 만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응?”
“장 가르기라고 아십니까?”
“그게 뭐야?”
“이렇게 발효시킨 메주가 된장이 되고, 간장은 그 메주를 담근 장물을 달이고 거른 것을 간장이라고 합니다.”
“그랬구나, 장을 담가본 적은 없어서 난 따로 만드는 줄 알았어.”
“본래 간장을 지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선 발효통으로 된장을 만들면 부산물로 간장이 함께 나오는 것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럼 된장만 만들면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보관은 따로 항아리를 만들어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하지.”
골램과 대화를 마친 나는 곧바로 메주 12개를 이용해서 발효통 6개에 된장을 만들었다.
[된장 발효 중 - 1시간 59분]
“자, 이러면 된장이랑 간장도 만들었네. 고추장까지 포함해서 장이란 장은 다 만들었군.”
장뿐만 아니라 케첩과 잼 종류도 확보했다.
2시간만 지나면 되는데, 그동안 뭘 할지 조금 애매했다.
쉬어도 좋지만······
“페이스트리나 만들어 볼까?”
페이스트리도 오늘 메뉴에 추가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페이스트리의 레시피를 확인하지 않았다.
나는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페이스트리를 검색해보았다.
알고보니 페이스트리는 종류가 무척 많은 것 같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요리, 초승달 모양 데니쉬 페이스트리
페이스트리의 한 종류, 크루와상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초승달 모양이 특징인 페이스트리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개, 물 약간, 설탕 1개, 이스트 1개, 버터 1개, 우유 약간
추가 재료 : 생크림, 초콜릿, 아몬드 등 적당한 첨가물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5, 조합 스킬]
[이 제조는 간소화된 제조과정을 요구합니다.]
“요리 스킬이 5레벨이라니, 간신히 충족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고급요리인가 보네, 제조과정도 구현되어 있잖아?”
“반죽을 하는 과정이 간단히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조 중에 쓸 깨끗한 조리대를 마련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조 과정 자체는 어린아이도 따라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합니다..”
“음.”
나는 우선 골램의 조언대로 조리대로 쓸 나무 테이블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곤 제작 버튼을 눌렀는데, 눈앞에 세모난 반죽 하나가 떨어졌다.
페이스트리의 반죽은 직삼각형 모양이었다.
“제조의 간단함을 위해 구체적인 반죽과 냉장휴지 과정은 생략되었습니다. 초승달 모양 페이스트리를 만들려면 밑변을 말아 꼭짓점 방향으로 말아주십시오.”
“아하, 대충 알겠어.”
직삼각형 모양이므로 골램의 말대로 하면 반죽이 돌돌만 초승달 모양이 된다.
파란색의 모형도 딱 그 모양이었다.
나는 그대로 말아서 모형을 완성시켰다.
약간 어설펐지만 스킬이 완성되면서 모양이 고쳐졌다.
“본래 30분 정도 발효시간이 필요하지만 구현된 바로는 이대로 구우시면 완성 됩니다.”
“굽는 건 파이랑 비슷하지?”
“그렇습니다. 오븐형 화덕에 타지 않도록 적당히 구워주시면 됩니다.”
“불돌아, 가자!” 왈왈!
불돌이는 내가 말만하면 뭘 원하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곧바로 화덕으로 달려가 아궁에 쏙 들어간 것이다.
나는 크루와상을 담은 흙 접시를 밀어넣고 잘 구워지길 기다렸다.
바깥에서 보는데도 크루와상의 이스트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먹음직한 빵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나는 그것을 빼내었다.
[잘 구워진 4등급 초승달 모양 데니쉬 페이스트리]
“음, 냄새좋고.”
나는 좋은 빵냄새에 나무 컵 하나를 꺼내서 우유를 담았다.
빵은 역시 우유랑 먹어야 궁합이 좋다.
나는 곧바로 크루와상을 배어먹었다.
달달한 설탕 맛과 이스트 반죽의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추가재료로 생크림이 있었는데, 생크림을 넣을 걸.”
원심분리기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만들었다.
크루와상은 그 자체로도 맛있긴 했지만 생크림이 들었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았다.
“아참, 대신 잼이 있지?”
그렇지만 잼을 잔뜩 만들어뒀었다.
나는 아마도 지금쯤이면 다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곤 절임통으로 달려갔다.
사과잼을 담은 것을 열어보았는데, 2시간이 지나서 완성된 사과잼의 향긋한 사과향과 달달한 냄새가 났다.
“크흐흐흐, 찍어 먹어버릴테다.”
나는 대마왕 같은 말을 하면서 크루와상을 잼에 찍었다.
인심 듬뿍 써서 발린 사과잼.
그것을 그대로 먹어보았다.
크루와상의 풍부한 식감에 사과잼이 그대로 묻어 환상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잼은 그야말로 제과나 제빵에 있어서 치트키나 다름없다.
전문적인 파티쉐가 아니어도 잼만 만들 줄 알면 식빵만으로도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다.
거기에 우유까지 마시면······ 캬!
아침이나 점심으로 이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다.
[맛 좋은 빵에 고급 잼을 발라 먹었습니다.]
[추가효과가 더 강해집니다.]
[추가효과, 지력 + 20, 정신력 + 20]
“추가효과가 엄청 나잖아? 잼은 토핑으로 서비스해볼까 했었는데······ 돈을 받는 게 좋으려나?”
토핑을 추가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음식점마다 하는 곳이 있고 안하는 곳이 있으니 말이다.
토핑이 부차적인 것이면 안 받기도 하고, 중요하고 재료도 귀한 것이면 돈을 받는 게 이치다.
보아하니 잼의 위력으로 지력과 정신력의 버프가 20에 이르렀다.
이건 어느 정도 돈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500골드 정도만 받자. 그 정도만 알맞을 거야. 페이스트리 자체 가격은 사과파이랑 똑같이 7000골드······ 사과 파이도 잼을 곁들여 팔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현실의 크루와상이 7000골드, 그러니까 7000원이나 하진 않지만 여기엔 추가효과라는 추가가치가 있다.
경매를 했다면 7000골드보다 더 받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장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적당한 가격을 매겼을 뿐이었다.
“페이스트리는 이걸로 된 것 같고······ 된장이 완성되면 이제 그걸 만들어야지.”
된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레시피, 된장삼겹살이다.
내가 미식가는 아니지만 빵을 먹으니 공연히 밥도 먹고 싶어졌다.
된장삼겹살에 술을 곁들이면서 밥을 먹으면······
“츄릅······ 생각만해도 배가 고프다.”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된장은 아직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얘들아 이리온!”
꼬꼬꼭
멍멍!
왈왈!
냐오오옹
삐이이익
[꾸벅꾸벅]
“요 귀여운 녀석들!”
부르면 달려와주는 친구들을 마음껏 쓰다듬고 귀여워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드러누워 잠시간 낮잠을 즐겼다.
아니, 현실의 시간상으론 낮잠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된장과 간장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