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와인, 막걸리, 요구르트 시음 >
“응······ 음? 그런데 골램아. 넌 유리는 못 만들지 않아? 철봉을 불어야 하는데 넌 못 불잖아.”
“중급 바람의 정령이면 제 작업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바람이를?”
삐이이이익
골램이 바람이를 언급하자, 하늘을 날다가도 쏜살같이 날아오는 바람이였다.
바람이가 내 어깨에 앉자, 골램이 부연설명을 했다.
“제가 철봉을 돌리고 바람이가 철봉을 불어주면 됩니다.”
“그렇군. 바람아 할 수 있겠어?”
삐이이익
바람이는 울음소릴 내면서 경례로 대답했다.
가능하다는 것 같았다.
“그럼 얼른 시작하자. 불돌아!”
왈왈!
“용광로 불 피우자!”
왈왈왈!
뜨거운 곳을 정말로 좋아하는 불돌이는 실버랑 놀다가도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런 불돌이를 데리고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용광로에 쏘옥 들어가서 왈왈 짖는 불돌이.
나는 얼른 장작을 넣어주고 용광로에 불을 뗐다.
“일단은 골램이가 쓸 철봉이랑······ 그래,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도 만들어줘야지.”
유리를 만들기에 앞서서 골램에게 줄 도구들을 만들었다.
하는 김에 매일 나한테 빌려 쓰던 괭이와 대낫, 삽, 도끼 따위도 만들었다.
[대장기술 레벨 업!]
[망치질로 단련되어 힘이 더 강해집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흠, 이제 준비됐으니까 유리를 만들어 볼까? 오늘 만들어야 하는 양은······ 위스키 잔 60잔에 와인잔 80잔. 하나에 5분이 걸려도 골램이 도와주면 350분이면 다 만들 수 있겠네.”
“그렇습니다. 주인님.”
혼자 만들려면 700분이 걸려서 못하는 일이었는데, 골램이 도와주면 충분히 처리할만한 양이 되었다.
나는 두 번째라서 요령있게 유리를 불기 시작했고, 골램도 바람이의 도움을 받으면서 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하는 김에 와인잔의 제작 카탈로그를 찾아보았다.
[대장기술, 레드와인잔(215ml)
레드와인을 마시는데 적합한 와인잔.
필요한 재료 : 유리 1개
필요한 도구 : 철봉, 용광로, 대장스킬 Lv3 ]
“용량이 위스키잔보다 많네? 그럼 가격을 좀 높게 해야겠군.”
본래 현실에선 와인이나 위스키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지 않지만, 술을 넘치도록 만드는 편인 나는 ‘가득’ 채워주어서 팔았다.
나중에 정산하기에도 편하고,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고, 또 왜 조금 주냐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하튼 와인도 그렇게 판다면 가격을 조금 높여서······ 6500골드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유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열중해서 유리를 불어 만들었을 때였다.
[계속 숨을 내쉬어서 폐활량이 증가합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정신력을 넘은 인내심을 발휘했습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후우, 조금 쉬자.”
“예, 주인님.” 나는 지친 것을 느끼고 잠깐 쉬자고 말했다.
그동안 유리 48개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불어대서 체력적으로 지친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선 대장간을 나왔다.
삐이이이익!
“으아아, 시원하다!”
나가자마자 바람이가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어서 용광로의 열기를 떨칠 수 있었다.
나는 뭘하며 쉴까, 생각하다가 와인을 넣어둔 숙성통이 보였다.
“피로엔 역시 술이지! 으흐흐흐······.”
나는 아저씨처럼 웃으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최고급 와인의 맛은 어떨까?
마셔본 적이 없어서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시중에서 싸게 사는 와인은 숙성이 고작 1년밖에 안된 것들이다.
그래서 맛과 향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고, 싼맛에 마시거나 요리용으로 쓴다.
내가 와인 애호가는 아니지만 애호가들은 그래도 3~8년 정도 된 와인들을 주로 마시고, 정말로 귀한 와인은 15년 이상, 20에서 30년 이상의 것들은 보물 취급이라고 한다.
여하튼 위스키 때도 그랬고, 게임으로 구현된 맛은 그런 20년 이상은 숙성된 와인 맛일 것이다.
현실에선 비싸서 절대 못 마실 맛이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쪼르르르륵
숙성통의 배출구에서 방금 만든 와인잔으로 레드와인을 따랐다.
이미 포도 향기부터가 범상치 않다.
색깔도 정말 황홀한 검붉은 색.
와인은 향과 색부터 맛본다고 하지 않던가?
소믈리에도 아닌데 벌써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괜히 소믈리에 흉내를 내면서 와인잔을 조금 흔들곤 그것을 마셨다.
“으으으으음······ 캬아아.”
맛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우선 단맛······ 와인의 단맛의 정도로 와인에 쓴 포도의 작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작황이 좋으면 당도가 높아서 당이 전부 알코올 화 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와인에선 충분한 단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결코 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와인 맛을 깊게 해주는 떪은 맛도 느껴졌다.
와인에 탄닌(tannin)이 충분하단 의미이다.
또한 신맛이 단맛의 느끼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신맛은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처럼 술맛도 다시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위스키의 곡물주의 맛도 나는데, 포도로 담은 술에서 왜 그런 맛이 나냐면 바로 숙성통은 오크통이기 때문이다.
위스키도 술맛의 70%는 오크통에서 나오는데, 와인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와인은 포도의 질이 중요할 따름이고 말이다.
여하튼 갖가지 맛이 잘 어울려진, 충분히 고급이라고 불릴 수 있는 맛이었다.
“크으으으, 한 잔 더 마셔야겠다.”
나는 순식간에 한 잔을 비우곤 또 따랐다.
실컷 일하고 고급 와인을 마신다.
꼭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 대부호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 와인 마시는 거지?”
“그런 듯, 포도냄새 여기까지 남.”
“또 혼자 마시면서 자랑질한다. 치사해.”
“저기요! 오늘은 와인 팝니까?”
구경꾼들이 시샘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와인을 파는지 묻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와인이 가득 든 유리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네! 오늘 와인 팝니다! 와인 말고도 위스키랑, 막걸리도 팝니다! 그 외 빵이랑 요리도 추가하니까 꼭 오십쇼!”
“빨리 좀 열어주세요!”
멀찍이서 구경꾼 유저와 대화를 나눴다.
후후후, 애가 타는 것 같지만 좀 기다려줘야 한다.
유리잔들도 준비되어야 하지만 요리재료도 만들어야하고 요리도 한 번씩은 해봐야하니 말이다.
나는 여유롭게 와인을 또 한 잔 비웠다.“나온 김에 발효통에 든 술들을 옮겨 담을까.”
발효통의 발효도 끝났다.
나는 우선 숙성통을 두 개 더 만들었다.
그레인 위스키와 스카치 위스키를 구분해 담기 위해서였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거지만, 그렇다고 스카치 위스키나 그레인 위스키를 찾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 차이는 없지만 맛의 취향 차이는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 전에 위스키들은 증류를 시켜야 한다.
정령술로 자동 증류가 가능하니, 그냥 증류기에 넣어두고 숙성통에 연결시켜 놓으면 알아서 될 일이었다.
그 작업을 마친 뒤, 막걸리가 든 통으로 향했다.
“으음, 막걸리 냄새가 너무 좋아.”
나는 시음하고 싶다는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즉시 목공 스킬로 나무 사발 하나를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판매하려면 사발 용량도 규격화 해야 한다.
나는 한 번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검색해보았다.
[목공, 막걸리 사발(120ml)
나무로 만들었지만 도자기로 만든 막걸리 사발을 대체할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스킬 Lv1]
“120ml면 이건 오히려 더 싸게 팔아야겠네. 뭐, 막걸리는 싸다는 인식도 있으니까.”
게다가 막걸리는 전통주로 자리 잡긴 했지만, 고급술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이 있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비싸게 팔면 팔리지 않을 것이었다.
시판되는 막걸리의 가격은 저렴한 것은 천원까지도 한다.
좀 고급이라고 우겨도 2000~3000원이 한계일 텐데, 게임에서도 그 이상 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
위스키와 와인은 고숙성된 것의 맛을 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꺼이 값을 지불했지만, 막걸리는? 글쎄······.
“일단 맛부터 봐야겠다.
나는 사발로 발효통에 든 막걸리를 떠서 마셔 보았다.
막걸리는 숙성이 필요 없어서 바로 마실 수 있었다.
그 맛은······ 굉장히 좋았다.
흔히들 5미라고 하지 않던가? 단맛, 쓴맛, 신맛, 청량한 맛, 걸쭉한 맛.
막걸리를 평할 때 쓰는 다섯 가지 맛이다.
그것이 조화롭게 되어 있어서 목에 쉽게 넘어갔다.
“맛은 충분히 고급진데······ 아무리 그래도 인식 때문에 다른 술처럼 비싸겐 못 팔 거야. 1500골드 정도가 적당하겠다.”
나는 적당한 가격을 생각해냈다.
나는 돈도 돈이지만 만족감을 위해서 이 게임을 하고 있다.
열심히 만든 내 작물로 음식이나 술을 만들고, 그걸 내가 먹거나 사람들이 먹게 되는 것.
거기서 얻는 만족감과 보람이 내 마음의 힐링인 것이다.
그러니 막걸 리가 안팔리면 그건 좀 곤란한 일이다.
“싸게 팔아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어. 증류과정이랑 숙성과정이 필요 없어서 다른 술보다 생산성이 좋아.”
위스키는 증류와 숙성을 둘다 거쳐야 하고, 와인은 숙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막걸리는 쌀을 발효만 하면 바로 막걸이가 되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만큼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나로서도 부담이 적다.
“막걸리는 이걸로 됐고······ 요구르트도 한 번 맛볼까.”
나는 요구르트를 담은 발효통으로 향했다.
열어보니 하얀색 요구르트에 통짜 딸기들이 조각나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시판되는 요구르트엔 딸기 조각의 조각이 좀스럽게 들어있는데, 이건 수제 제과점에서 드물게 만들어줄 비주얼이었다.
군침이 돌아서 결국 접시 하나를 만들어서 떠먹어 보았다.
“음, 으음, 맛있어.”
요구르트 특유의 맛에 딸기향과 과즙의 단맛이 잘 어울렸다.
빵과 같이 먹기 좋은 것이었다.
이것도 메뉴에 반드시 추가해야할 것이다.
“그럼 막걸리랑 요구르트도 옮겨 담아야겠는데······ 둘 다 항아리가 좋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고추장을 담을 때처럼 항아리를 검색했다.
[조합, 3말 항아리(54리터)
3말짜리 항아리. 황토로 형태를 만들고 구워서 완성시킨다.
필요한 재료 : 황토 90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도자기용 아궁이]
적당한 것을 찾았다.
나는 곧 꾸벅꾸벅 졸고 있던 태산이를 불러서 황토를 만들고, 항아리의 형태를 만들게 했다.
[태산이가 꾸벅꾸벅 졸면서도 당신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합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졸면서도 넌 참 일 잘하는구나?”
[태산이가 꾸벅꾸벅 부끄러워합니다.]
[태산이와의 친밀도가 개선되었습니다.]
태산이가 만든 항아리를 불돌이가 화르륵 구워서 항아리 두 개가 완성되었다.
그것에 막걸리와 요구르트를 담았다.
요구르트를 항아리에 담는 것은 좀 이상한 것도 같지만, 식혜랑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