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75화 (75/239)

< 57화 선술집 2일차 마무리 >

아침 시간이 가까워지자 어제처럼 술꾼들만 남았다.

오늘은 좀 일찍 열어도 그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는 슬슬 내 개인적인 마무리도 할 겸 폐점선언을 했다.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벌써 끝이오?”

“아휴 아침 다 됐구먼.”

“끄하아. 오늘도 이렇게 시작되는군.”

게임의 술은 만취하게 만들진 않기 때문에 취객들도 알아서 잘 나갔다.

나는 사람들이 나간 선술집을 바람이와 함께 정리했다.

골램도 식기를 모아주는 등 손을 보탰다.

물방울을 이용해 설거지도 해서 깨끗하게 만든 뒤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정리를 다 한뒤, 나는 오늘 번 돈을 확인하기 위해 인벤토리를 보았다.

“7,759,100골드······.”

장사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골드는 대략 420만 골드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약 776만 골드가량 되었단 것은 일수입이 300만 골드를 넘겼단 의미다.

단연 가장 많이 수익을 낸 것은 술.

49리터 있던 스카치 위스키가 다 동이났다.

150ml잔으로 계산하면 대략 326잔이 팔린 것이다.

매운탕도 한몫했다.

더 많이 팔 수 있었지만 물고기가 45마리뿐이라서, 그 이상 팔수가 없었다.

사과파이는 여전한 인기였고, 사과타르트도 마찬가지였다.

과일모듬은 확실히 인기가 있는 안주였으나, 고기 안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있었다.

내일 장사엔 반드시 고기안주를 내봐야할 것 같다.

여하튼 오늘도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

“이러다가 진짜 주객전도되겠네. 주객전도. 하하하”

회사원이 본업이고 게임은 취미이자 부업인 격인데, 돈은 게임이 더 벌고 있었다.

정말이지 주객전도란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러다가 나중에 정말 부자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나는 이 골드를 어디까지나 가상화폐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나를 힐링 해주는 도구다.

게임에서 골드를 버는 것은 어디까지나 재미를 더 보려고 할 뿐이지, 그걸 본업으로 할 생각은 없다.

물론 나중에 돈이 필요해질 때, 게임으로 번 돈이 도움이 되면 정말로 좋겠지만 말이다.

“일단 사과파이를 100개 구워둬야겠어.”

시화에게 팔 것 50개, 그리고 마법길드에 팔 것 50개로 100개의 사과파이를 구울 생각이다.

중간에 이스트를 더 만들어서 재료는 충분했다.

나는 사과파이를 구으면서 내일 장사에 보태야할 점들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술을 더 만들어야한다.

술이 다 떨어졌으니 만들어야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번엔 종류를 좀 늘리고 싶었다.

위스키만 팔려니 좀 썰렁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위스키는 인기가 있어서 좋긴 하지만 말이다.

당장 포도나무도 50그루나 심었으니 와인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었다.

“술 다음에는 음식······.”

여고생 손님이 페스츄리와 샌드위치를 제안했었다.

둘 다 못 만들 것이 아니었다.

잼이나 양배추 정도의 추가 재료가 필요하겠지만, 만들면 그만이다.

또 그걸 만드는 재미가 있을 거라서 기대가 되었다.

“한식도 만들어봐야겠지. 아니, 굳이 한식만 고집할 것은 또 없잖아?”

빵 외에도 음식을 만드는 것이 밸런스가 좋다.

그래서 매운탕을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다음 음식은 꼭 매운탕일 필요는 없다.

매운탕은 맛있지만 물고기를 잡은 양에 판매량이 한정 된다는 문제가 있다.양이 좀 많은 멧돼지 고기를 활용할 방안이 있다면 좋겠는데, 내일 한 번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파이를 굽다보니 100개를 다 구웠다.

그리고 때마침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공진씨.”

“왔군요, 시화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여전히 흑색의 멋진 갑옷이 인상적인 시화가 찾아왔다.

나는 그를 환영하면서 선술집 안으로 들였다.

“여기 사과 주스입니다. 오늘은 술이 다 팔려서 대접할만한 마실 것은 이것뿐이군요.”

“감사합니다.”

시화는 내가 건네는 사과주스를 거부하지 않고 마셨다.

그는 단번에 다 들이키곤 ‘크으.’하고 작게 소리를 내었다.

나는 테이블의 맞은 편에 앉아 협상을 준비했다.

“우선 이것부터 하죠. 귓속말로 말씀 드렸다시피 이번엔 하급 마나회복의 물약입니다.”

“어디 한 번 봐도 좋을까요?”

“물론이죠.”

[잘 만든 9등급 하급 마나 회복의 물약

30%의 마나가 즉시 회복되고, 15%의 마나가 20초에 걸쳐 회복됩니다.]

마나 물망초로 만든 하급 마나 회복의 물약은 효과가 체력 회복의 물약과 비슷했다.

체력 대신 마나를 회복해주는 것이다.

전투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선 체력이 마나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값이 싸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예상대로 이것도 지속회복이 달려있군요.”

“네, 하지만 체력 대신 마나지 않습니까? 체력 물약이 아무래도 더 좋은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체력도 중요하지만 마나도 레이드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상 딜러들이 마나를 퍼부으면서 더 빨리 몬스터를 죽일 수 있어야 탱커의 부담도 줄어들거든요. 몇몇 클래스가 마나를 회복시키는 ‘마나수급 스킬’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

한데, 그걸 보충해주는 것이 마나 물약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니 가격은 하급 체력 회복의 물약과 똑같이 개당 2만 골드로 했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하세요.”

“네, 8개 전부 사겠습니다.”

시화는 160,000골드를 지불해 하급 마나 회복 물약 8개를 전부 사버렸다.

다음은 레더아머를 팔 차례였다.

“아까 말씀드렸던 레더아머입니다.”

“······역시 굉장하군요.”

“제 눈에는 시화씨가 입은 갑옷이 훨씬 좋아보입니다만.”

“그야······ 이건 제 히든 클래스의 아이템이라서 그렇습니다. 흑기사의 갑옷이죠.”

“그런 것도 있습니까?”

“네, 여하튼 이 레더아머는 가죽 옷이나 가죽 갑옷을 입은 클래스들은 눈에 불을 켜고 얻고 싶어할 물건입니다. 강한 적을 상대로 30퍼센트나 상승하면 레이드에선······ 아니, 어쩌면 PVP에서도 성능이 뛰어날지도 모르겠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값만 좋게 쳐주십시오.”

“공진씨,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길드원 분들은 자신들의 사비를 들여도 상관없으니 공진씨가 만드는 아이템들을 더 원합니다. 이런 아이템들을 더 빨리 만드실 수는 없습니까?”

“음,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들이죠?”

시화는 다소 다급함을 감추지 못한채 말하고 있었다.

괜히 나를 떠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우선 저는 선술집의 장사를 우선시합니다. 그게 수익이 더 큰 것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재미도 더 커서 그렇죠. 재봉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은 농사와 요리가 중심이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하튼 그것보다 우선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뿐만

이 아닙니다.”

나는 일단 농사를 짓는데 가장 기쁨을 느낀다.

재봉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만 하여도 매운탕을 만들기 위해 고추장을 만들고,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 메주도 만드는 등, 그런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제쳐두고 재봉에만 몰두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나 아웃인 셈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난번에 팔았던 양모 옷들도 그렇지만, 옷의 주재료 외에도 강화용소재가 필요합니다. 고블린의 정수나, 오크의 정수들 말이죠. 그 레더아머 상하의를 만드는데에도 84개의 오크의 정수를 들였습니다. 마력석을 캐러 갔다가 얻은 것을 쓴 거죠. 그런데 내일은 또 간다

는 보장은 없습니다. 강화용소재가 없으면 아마 그런 좋은 옵션도 없겠죠.”

“음, 그럼 제가 제안 하나 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내 말을 들은 시화는 다른 제안을 해보려는 듯했다.

“공진씨의 플레이에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 애초에 길드의 가입조건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다만, 강화용소재가 문제라면 저희가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강화용 소재를요?”

“예, 저희 길드원들이 사냥하면서 얻는 정수들을 제공해드리는 거죠. 공진씨는 그걸 이용해서 만들기만 하시는 겁니다. 물론 만들고 싶으실 때만 말이죠.”

“나쁜 제안은 아닌데, 제가 그것들을 가지러 갈 수가 없는데요.”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내일 접속하시면 바로 저에게 귓속말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때까지 제가 모아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음······.”

나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솔직히 호기심도 동했고, 이걸 통해서 재봉도 돈벌이가 더 될지 모를 일이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다만 강화용소재를 넣는 양은 제 마음대로입니다. 질이나 양이 일정할거라고 보장해드릴 수 없습니다.”

“한 개라도 더 만들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이건 얼마에 사실 거죠?”

“상하의 모두 합쳐서 30만 골드 어떻습니까?”

“그러죠.”

나쁘지 않은 가격을 불러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사과파이 뿐이었고, 방금 만든 100개 중 50개를 팔았다.

군말없이 개당 7000골드에 팔아서 350,000골드를 얻었다.

이번에 시화에게 뜯어낸 골드를 통합해보면 16만, 30만, 35만.

81만 골드를 뜯어냈다.

길드 공금으로 산다는데, 이거 길드에 돈이 남아나는지 궁금한 수준이었다.

여하튼 내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져서 8,569,100골드가 되었다.

그렇게 시화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자 이제 마을에 다녀와야 하나······.”

마법사 길드에 사과파이를 팔러 가야한다.

나는 그러기 위해서 농장의 출구 쪽으로 향했다.

멍멍!

“하하, 배웅와주는 거야, 실버야?”

끼잉······ 낑.

“응?”

항상 그랬듯이 배웅을 와준 실버였는데, 어쩐지 지금은 뭔가 안절부절한 기색이었다.

[실버가 당신과 같이 산책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농장을 지킬 사람이 필요한데.”

“저에게 맡기실 수 있습니다, 주인님.”

“아, 맞아 너도 경비를 설 수 있다고 말했었지.”

“다만 저에게 무기를 주셔야 합니다.”

“무기······ 나한텐 로렌의 창뿐인데. 자, 여기.”

“감사합니다, 농장을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나는 미련 없이 골램에게 로렌의 창을 건넸다.

내 무기는 다른 것을 만들어 봐야할 것 같았다.

멍멍멍!

“하하, 그렇게 좋으니, 실버야?”

멍멍!

“흠, 이렇게 된 김에 실버 먹이도 구해볼까?”

오는 길에 사냥을 좀 해서 실버의 먹이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물소고기와 칠면조 고기를 모으면 좋을 것 같았다.

“호크야, 이리와!”

꼭꼬꼬 사냥하면 또 호크를 빼놓을 수 없어서 호크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당연히 불돌이와 물방울, 바람이도 함께다.

그렇게 강아지, 고양이, 늑대개, 닭이 나란히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