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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74화 (74/239)

< 56화 선술집 2일차 - 유료 시작분 >

나는 게 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비워버렸다.

하지만 매운탕은 많이 남아서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유혹이 들었다.

“참을 필요 없지!”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밥솥에서 한 그릇을 더 펐다.

현실이면 살이 찐다든가,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못 먹는다든가 같은 제약이 있지만 여기선 그딴 걸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는 포만감이 이미 찼지만 두 번째 그릇을 마구 비웠다.

중독될 것 같은 얼큰한 맛에 매운탕 국물도 거의 비워버렸다.

커다란 메기의 살도 다 먹어버린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식사를 마쳤습니다. 추가효과가 발생합니다.]

[추가효과, 힘 + 20 체력 + 20]

“끄윽, 맛있었다.”

다 먹은 뒤 트림을 한 뒤에 그 자리에서 드러누웠다.

이 정도 맛이면 팔아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효과 또한 준수해서 인기도 있을 것 같았다.

가격은······ 사과파이랑 똑같이 7000골드로 하면 될 것 같았다.

골드와 현금의 비율이 1:1인걸 감안하면 현실의 매운탕에 비해 엄청 저렴한 것이다.

현실에선 小짜리 매운탕도 만원이 넘는 게 비일비재하다.

그래놓곤 횟집에서 회를 만들고 머리와 꼬리만 넣어 만든 매운탕과 별반 차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건 맛도 훌륭하고 추가효과도 뛰어나다.

7000골드로 파는 건 오히려 저렴할 지경.

하지만 너무 비싼 가격은 오히려 영업력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에 사과파이와 똑같이 가격을 둔 것이다.

“좀 쉬다가 장사해볼까.”

배도 불러서 지금은 움직이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잔뜩 자는 것.

게으르다고 할 만큼 원초적인 휴식이지만, 현대인에겐 너무도 부족한 것이다.

특히 회사원들은 아침부터 출근해서 일하곤 잠깐의 점심시간을 가지곤 낮잠을 잘 시간도 없이 또 서류와 씨름한다.

그걸 저녁까지, 심지어는 야근까지 해버리면 휴식이란 단어는 이 사회에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단순히 술이나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음, 충분히 쉬었으니 슬슬 휴식을 팔아볼까.”

내가 게임 속 사람들에게 파는 것은 ‘휴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음식의 추가효과만 바라고 오기도 하지만, 어제 장사해본 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대리만족을 얻으러 온 것 같았다.

현실에선 비싼 위스키를 잔뜩 마시고, 취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래, ‘휴식’은 이제 현실에선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나는 그것을 이곳에서 대리만족으로 파는 것이다.

나는 묘한 자부심에 씩 웃고선 선술집에 향했다.

그리고 석회석 분필로 메뉴판에 적었다.

[오늘의 메뉴

요리 : 매운탕, 사과파이(1시간 후 가능), 사과 타르트

안주 : 과일 모둠

술 : 스카치 위스키

음료 : 우유, 사과주스

※식기 및 유리잔은 반드시 반납할 것

※오늘부턴 주문한 후 요리를 합니다. 기다려주세요. ]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오늘은 영업전략을 조금 바꿔서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아니라 주문 받으면 그때 만들어 줄 생각이다.

이걸로 개점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다.

손님이 좀 기다려야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스킬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원래 현실에서도 그렇게 팔기도 하고 말이다.

준비가 다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선술집의 정문으로 향해서 ‘Open/Close'표지판을 Open으로 바꾸었다.

“문 열었습니다!” 그리곤 소리를 크게 질렀다.

곧장 구경꾼으로 몰려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오, 문 열었나봐!”

“오늘은 좀 일찍 열었네?”

“혼자만 밥 먹더니 문 열려고 그랬던 거구나.”

“아싸 빨리 먹고 사냥 가야지.”

“크으, 오늘도 한 잔 해보실까.”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술이 주목적인 것 같은 성인 손님들부터 음식보단 추가효과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인 학생들까지 여럿이었다.

그들은 테이블과 스탠드바에 앉으면서 메뉴판을 보았다.

“매운탕? 주인장, 아까 맛있게 먹던 매운탕 파는 거요?”

“네, 물고기 종류는 호수에서 낚을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를 수 있지만, 전부 맛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하나 먹어봐야것네. 소짜 하나 줘보쇼. 스까치 한잔이랑.”

“매운탕은 크기 구분 없이 7000골드입니다. 물고기들은 다 대짜만큼 커다랗습니다.”

“아니? 대짜가 그렇게 싸단 말여? 아니 주인장 그렇게 팔면 뭐 남나 그래?”

“현실에서 하는 장사도 아니라서 인건비나 월세값도 안 드니까요. 오히려 이런 가격인 건 버프 효과 때문에 사과파이랑 같은 가격으로 파는 겁니다.”

“그렇구먼. 나만 입이 호강하게 생겼구먼.”

조금 중견 레벨인지 체인 메일을 입은 중년의 남자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즉석에서 가열기를 꺼내 냄비를 올렸다.

냐아아아앙

“귀여운 고양이군요, 하지만 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정령입니까?”

“네, 중급 정령입니다.”

“귀엽군요. 정령술이 조금 인기 있었으면 자주 볼 수 있었을 텐데, 마법이 전투에 더 효율적이라고 다들 마법사만해서 아쉽군요.”

냄비에 물을 담아주는 물방울을 보고 말하는 마법사 남자도 있었다.

나는 정령사 NPC에게서 정령사는 전투에 조금 비효율적이라 인기가 없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여전히 정령술은 인기가 좀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이유가 더 궁금하긴 했지만, 우선 요리 스킬을 써서 매운탕을 계속 만들었다.

“오오, 재료가 하늘에서 춤춘다.”

“저게 요리 스킬인가?”

“재료들이 알아서 다듬어지잖아?”

“난 저것보다 저 가스버너 같은 게 더 신경 쓰이는데.”

“그러게, 이거 판타지 겜인데 저런 게 있어도 괜찮음?”

“자세히 보면 가스캔은 없는데······.”

매운탕은 요리 스킬이 좀 화려해서 주목을 끌었다.

요리 재료인 각총 채소들이 알아서 다듬어지고 고기와 함께 냄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열기를 신기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정령술도 인기가 없는데, 정령술로 만든 신비한 도구를 사람들이 알 턱이 없었다.

여하튼 매운탕이 다 익자 매운탕을 시킨 사람에게 밥솥에서 밥 한 공기를 꺼내 나무 그릇에 담아주었다.

“밥 한 공기는 서비스입니다.”

“캬 7000원 주고 현실에선 이렇게 못 먹는데······ 잘 먹겠수다, 주인장.”

첫 번째 손님은 입에 귀에 걸릴 듯이 웃으며 말하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을 밥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주인장 여기도 매운탕!”

“여기 위스키 한 잔 주소!”

“위스키, 온더록스해서 한잔.”

“사과 타르트 하나 주세요, 우유 한 잔이랑!”

“저는 사과주스 한 잔이요.”

곧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우유를 내주고, 사과주스를 준 다음 위스키들을 따라주고 매운탕을 만들었다.

우유는 1500골드, 사과주스는 3500골드를 받았다.

우유보다 사과주스의 추가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한 차례 일을 마치니 한 곳에서 보고 있던 골램이 말했다.

“주인님, 저도 돕고 싶습니다. 2개 이상의 주문을 요리할 때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손님들의 주문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서빙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도와줘, 너무 바쁘네.”

골램이 합세했다.나는 좀 더 요리를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사과 타르트 주문을 받으면 화덕이 있는 바깥으로 나가서 구워왔는데, 아무래도 선술집 안에도 부엌을 만들어서 오븐형 화덕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사과 타르트는 파이보다 좀 더 과자 같아서 맛있네.”

“우유나 사과주스랑 마시면 존맛임.”

사과 타르트는 호평인 듯했다.

나는 그런 반응에 흐뭇해서 사과 타르트를 연신 구워 날랐다.

“오늘은 포크랑 나이프가 있네요.”

“아, 어제 오셨던 손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 중에는 어제 포크와 나이프가 없다고 말했던 여고생 손님이 있었다.

나는 반가움에 인사를 했다.

“게임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타르트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희 집보다 잘 만드네요.”

“집이 빵집을 하나요?”

“아······ 그건 아니지만요.”

“아, 빵집은 하지 않지만 직접 만들어 드시는 모양이군요.”

“그런 셈이에요. 메뉴는 더 늘리실 생각이신가요?”

“네, 하지만 제가 파티셰가 아니라서 아이디어가 좀 부족하네요.”

“페스츄리나 샌드위치는 어때요? 물론 타르트 종류를 늘려보는 것도 좋겠어요.”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다소 부잣집 아가씨 같은 여고생 손님에게서 장사 아이디어를 얻었다.

더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단골이 될 것 같은 손님이었다.

“여기 과일 모둠 하나요!”

“예 3500 골드입니다.”

“이렇게 푸짐한데, 그리 싸도 되는 거요?”

“상점 매각가로 파는 정가입니다.”

안주인 과일모둠도 인기였다.

큼직한 딸기 3개에 엄청 달고 거봉 같은 포도 1개, 차례상 사과만큼이나 큰 사과 1개를 깎은 것.

현실에선 이런 고품질의 과일은 비싸서 못 사먹는다.

떨이로 한 봉지에 5000원씩 해서 사긴 하지만, 그런 것은 말 그대로 떨이.

당도나 크기가 떨어져서 시장에 헐값에 팔린 것들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파는 것은 선물용이나 차례용으로나 쓸 만한 것들을 파니까, 당연히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없었다.

“햐, 맛 좋다. 술도 과일도······ 헌데 주인장. 위스키 하나만 파는 건 너무 허전하지 않나?”

“술 종류 늘려보고는 싶습니다만, 오늘은 여러 가지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네요.”

“나 같은 애주가들은 술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지. 평범하게 와인이나 맥주도 좋고. 막걸리나 소주도 나쁘지 않아. 사실 여기 분위기라면 보드카, 진, 럼, 브랜디 같은 거 만들어서 칵테일을 하는 것도 좋겠는데.”

“참고해 두죠.”

조언을 해주는 애주가도 있었다.

안주를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을 들은 것처럼, 술의 종류를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진작 만들어보려고 했었고 말이다.

막걸리 같은 전통술도 좋을 것이었다.

쌀이 있으니 못 만들 것은 아니었다.

“와, 사람 많다.”

“난 오늘도 서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사과 타르트? 이거라면 그냥 들고 먹어도 되겠지?”

“저 빨간 강아지 뭐임? 졸 귀엽네.”

“옆에 파란 아기 고양이도 귀여워.”

“다들 저 갑옷이 서빙하는 건 신경 안쓰는 거임?”

어느새 만석이 된지 오래였다.

서서라도 먹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어제처럼 선술집은 무척이나 북적이게 되었다.

매운탕도 불티나게 팔렸지만, 오히려 불티나게 팔려서 가열기가 모자란 일도 있었다.

가열기를 더 늘려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손님은 계속 왔기에 줄어들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음식의 추가효과를 노리고 온 손님들이 다 빠진 다음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8시간가량 장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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