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72화 (72/239)

< 54화 사과 타르트 - 수정 >

사과 타르트.

사실 타르트는 파이와 비슷한 빵이다.

차이점이라면 파이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타르트는 프랑스식 파이다.

또한 버터를 반드시 쓰는 것이 특징이다.

파이와 마찬가지로 넣는 것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기 때문에 에그 타르트, 블루베리 타르트, 베이컨이나 소고기 타르트, 복숭아 타르트 등 종류가 무척 많다.

파이와 비슷한 것이란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세한 정보를 확인했다.

[요리, 사과 타르트

사과를 넣어 만든 타르트다. 사과의 아삭한 맛과 버터가 들어간 반죽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

필요한 재료 : 밀가루 1개, 버터 1조각, 사과 1개, 설탕 1개

필요한 도구 : 화덕, 요리 스킬 Lv3, 조합 스킬]

“역시 버터가 필요하네.”

다른 재료들은 다 가지고 있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인데, 버터가 눈에 걸렸다.

버터도 재료는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버터를 만드는 방법은 쉬우면서도 힘이 드는 걸로 알고 있었다.

우선 생크림이 필요하고, 그 생크림을 마구 저어 원심분리해야 한다.

충분히 원심분리가 되면 휘핑크림 상태가 되는데, 그걸 또 계속 원심분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크림의 지방과 수분이 분리되는데, 지방은 버터가 되고 수분은 버터밀크가 되는 것이다.

집에서도 해볼 만한 것이긴 하지만 원심분리를 하기 위해 거품기로 계속 저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 것이 게임에선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골램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골램아 버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해?”

“우선 우유를 이용해 생크림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합 스킬을 이용해 우유를 생크림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우유에서 지방과 수분을 상온에 건조시켜 분리하는 과정을 생략한 것입니다.”

내 생각대로 생크림이 필요했다.

원래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모양인데, 조합 스킬로 그 과정을 대체한 듯했다.

곧 골램은 상세한 설명을 이어서 했다.

“그 후 생크림을 원심분리하여 버터밀크와 버터로 분리하면 됩니다. 원심분리를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생크림을 적당한 용기에 담아 30분 이상 거품기로 휘젓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

습니다.”

그건 내가 생각했던 현실의 방법이었다.

여기서도 구현은 되어 있나본데, 골램은 그것보다 좋은 방법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골램이 계속 말했다.

“마법공학 원심분리기를 만들면 10분만 들여 더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원심분리할 수 있습니다.”

“어, 전에 말한 거 아니었어? 설탕을 만들 때 필요하다며.”

“그렇습니다.”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 골램이 전에 말했던 원심분리기가 또 언급되었다.

비록 설탕은 꿀로 대체할 수 있긴 하지만, 설탕을 넣는 것과는 맛이 달라서 설탕도 필요할 것 같았다.

타르트도 꿀로 대체할 순 있지만, 기본 재료에 설탕이 들어가 있었다.

“설탕도 만들어야하니까, 원심분리기를 만들어야겠네.”

“마법공학 스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

나는 마법공학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열어 원심분리기를 검색했다.

[마법공학, 목재 마법공학 원심분리기(1리터)

간편하게 나무재질로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기, 1리터 분량의 액체에서 성분을 분리할 수 있다. 버터, 설탕 등을 분리시킬 때 유용하다.

필요한 재료 : 마력석 10개, 목재 20개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망치, 마법공학 Lv1, 목공 스킬 Lv3]

“이거면 적당하겠군.”

목공 스킬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장간에 갈 필요도 없이 즉시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제작 버튼을 눌렀다.골램의 몸을 제작할 때처럼 모형들이 부품으로 나뉘어져 회로가 그려져 있었다.

“골램아, 넌 망치질을 해서 부품을 만들어줘, 나는 회로를 새길게.”

“알겠습니다, 주인님.”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가 하나뿐이라서 골램에겐 부품을 만들도록 분업을 시켰다.

나중에 대장간을 쓸 때 골램에게 줄 세공도구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부품을 만들고 회로를 새겨 넣었다.

부품이 꽤 여러 개였고, 꽤 세밀한 회로를 세공 해야해서 힘이 좀 들었지만 문제없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법공학 레벨 업!]

“휴, 완성했다.”

회로를 모두 세공하자, 중앙에 마력석들을 중심으로 부품들이 자동으로 조립되었다.

이것도 골램을 만들 때와 똑같았다.

보랏빛 전류들이 흐르는 부품이 합체하는 모습은 쓸 때 없이 화려해서 여전히 변신로봇의 변신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오오, 저거 뭐야?”

“뭐, 뭔가 일어나고 있음!”

“합체하고 있는데?”

“저거 뭐지?”

마법공학이 뭔지도 모르는 구경꾼들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모습이다 보니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작 세탁기처럼 빙글빙글 도는 도구를 만든 거라고 말해준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물론 이과생들은 중세판타지 배경인 이 게임에서 그게 구현되었단 것을 대단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엉뚱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마법공학 원심분리기]

“크흠, 이제 생크림을 만들어 넣으면 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여하튼 원심분리기가 변신(?)을 마치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열어 생크림을 검색했다.

[조합, 생크림 1리터

우유에서 생크림을 얻는다.

필요한 재료 : 우유 1리터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심플한 설명의 생크림 제작창을 찾았다.

나는 주저할 거 없이 생크림 1리터를 만들었다.

인벤토리에서 우유 1리터가 줄어들고 생크림 1리터가 홀로그램 용기에 담겨 나왔다.

자, 그럼 이걸 원심분리기에 넣을 차례였다.

난 그것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버튼처럼 돌출되어 있는 마력석을 눌러 작동시켰다.

위이이이이이잉

“소음이 엄청나네.”

1리터짜리 나무통이 맹렬히 회전했다.

확실히 거품기로 휘젓는 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흔들고 있었다.

분리시키는데 10분이면 된다고 하여서, 딱히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10분 후 원심분리기가 멈추고 위에는 지방이, 아래에는 수분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가까이 가니 따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질 좋은 5등급 버터 5조각]

[질 좋은 5등급 버터밀크 500ml]

버터를 얻었다.

버터는 인벤토리로 들어오자 큼직한 조각으로 다섯 개로 나뉘어졌다.

버터밀크는 따로 통에 담지 않아도 홀로그램 용기에 담긴 상태로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버터밀크를 좀 먹어보았는데, 흔한 저지방 우유 맛이었다.

나에겐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버터밀크는 어디에 쓰이더라?

“골램아, 버터밀크는 어디다 써?”

“버터밀크를 그냥 마시는 것 외에는 쓰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일반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구현한 것입니다.”

“그렇구나.” 버터밀크는 그냥 부산물이라서 그냥 마시는 것 외에 쓸 곳은 없는 듯했다.

현실에선 우유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게임에서 그런 알레르기나 거부반응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 테니 버터밀크는 수요가 아주 적을 것이었다.

그래도 쓸 곳이 있을지 몰라서 그냥 인벤토리에 처박아두기로 했다.

“사탕무로 설탕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사탕무를 삶아서 만든 용액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지던 건가?”

“주인님의 세상에선 더 복잡한 정제과정이 있지만, 이곳에선 스킬을 통해 간소화된 체험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에 원심분리기를 쓰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해?”

“용액을 한 시간 이상 휘저어야 물과 설탕으로 아이템이 분리됩니다.”

“······마법공학을 배워서 다행이다.”

안 배웠다면 상당한 노동을 해야 설탕을 만들 수 있는 듯했다.

어쨌거나 타르트의 재료를 다 모았다.

나는 불돌이를 부르며 화덕 쪽으로 향했다.

불돌이가 왈왈 거리며 화덕의 아궁이 속으로 쏙 들어갔고, 곧 집어넣는 장작에 불을 지폈다.

열기가 적당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요리 스킬로 사과 타르트를 만들었다.

사과파이를 만들 때처럼 알아서 재료들이 조합되어 타르트의 모양이 되었고, 나는 그것을 익히기만 하면 됐다.

나는 적당히 구워진 타르트를 담고 있는 접시를 집게로 꺼내었다.

“음, 맛있는 냄새.”

꿀의 달콤한 냄새와 사과의 상큼한 향기가 벌써 코를 간질였다.

먹기 전부터 코가 이렇게 즐거운데,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지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나는 곧 바삭하게 익은 타르트를 베어 물었다.

잘 구운 과자처럼 바삭했다.

그리고 두 말할 것도 없이 달콤했다.

꿀도 달았지만, 사과의 과즙도 달아서 극상의 단맛이 느껴졌다.

동시에 아삭하게 씹히는 사과의 맛은 사과파이를 먹을 때처럼 입이 즐거운 맛을 주었다.

나는 더 맛있게 먹으려고 우유를 꺼내 마셨다.

[음식과 음료를 함께 즐겨 추가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추가효과, 힘 + 12, 체력 + 12, 지능 + 18, 정신력 + 18]

추가효과는 사과파이랑 비슷했다.

애초에 비슷한 음식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일단 메뉴로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사과파이처럼 미리 만들어놓기 보단 주문을 받고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운탕도 마찬가지로 주문 후에 바로 만들어주는 것이 재료 효율과 노동 효율에 있어서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버터는 미리 만들어 둘까.”

주문을 받고 바로 구워줄 수 있도록 버터를 여러 개 만들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유 1리터에 다섯 조각의 버터를 얻었으니까, 10리터만 만들어서 50조각의 버터를 만들어두기로 했다.

나는 생크림을 만들고 원심분리기에 돌리는 것을 반복하여 버터를 모았다.

한번에 10분이 걸려서 10번 하는데 100분이 걸렸다.

그냥 있으면 지루한 일이었겠지만, 실버와 불돌이, 그리고 물방울과 놀아서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주인님, 장밥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럼 고추장을 만들자.”

버터 50조각을 만들었을 때 마침 발효통에 넣어두었던 장밥도 다 발효된 모양이었다.

나는 발효통으로 향해 장밥을 획득했다.

[잘 발효된 5등급 장밥 18리터]

“이제 메주를 메주가루로 만드셔야합니다. 조합 스킬을 통해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조합, 메주가루 10개

메주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 장을 담글 때 쓰인다.

필요한 재료 : 메주 1개

필요한 도구 : 요리 스킬 Lv2, 조합 스킬]

“메주 가루를 몇 개나 만들어야 하지?”

“항아리 한 개 분의 고추장이라면 20개를 만드시면 충분하실 겁니다.”

“그럼 메주 두 개를 가루로 만들자.”

나는 바로 제작 버튼을 눌러 20개의 메주 가루를 만들었다.이걸로 고추장을 만들 재료를 다 모은 것 같았다.

나는 발효통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드디어 고추장을 찾아보았다.

[제작, 고추장 1리터

간장, 된장에 이어서 한국의 삼대장(三大醬)인 고추장. 매운맛을 내는 음식에 쓰인다.

필요한 재료 : 장밥 1리터, 고춧가루 1개, 메주가루 1개, 소금 1개

필요한 도구 : 적당한 크기의 대야, 요리 스킬 Lv4, 조합 스킬]

[이 요리는 간단한 제조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직 만들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고추장의 매운맛이 상상이 되어서 침을 삼켰다.

“이것도 만드는 과정이 구현되어 있나보네.”

“그렇습니다. 먼저 장밥을 대야에 부어야 합니다.”

골램이 고추장을 만드는 과정을 아는 모양이므로, 그의 조언대로 아까 메주를 만들 때 썼던 대야를 꺼내 장밥을 부었다.

장밥은 전부 합쳐서 18리터뿐이었으므로 제법 크게 만들었던 나무 대야에 다 담을 수 있었다.

“다음은 고춧가루를 부으셔야 합니다. 장밥이 18리터이므로 고춧가루 18개를 부으십시오.”

“부은 다음 저어야 하지?”

“그렇습니다.”

“그럼 주걱을 만들어야겠다.”

나는 고춧가루를 붓고 나선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주걱을 검색했다.

[목공, 큰 주걱

솥 따위에 담긴 것을 휘젓는데 쓸 만한 큰 주걱.

필요한 재료 : 목재 1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1]

즉석에서 큰 주걱을 만든 나는 그걸로 장밥과 고춧가루를 섞기 시작했다.

걸쭉한 장밥과 고춧가루가 섞이면서 보기 좋은 빨간색이 되고 있었다.

충분할 만큼 섞어주자 골램이 조언을 계속 했다.

“이제 메주가루를 부어야 합니다.”

“알겠어.”

아까 두 개의 메주를 갈아서 메주가루 20개를 만들어뒀다.

그중 18개를 부어 마찬가지로 휘저었다.

문득 메주가루를 넣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것을 골램에게 물어보니, 역시 골램은 답을 알고 있었다.

“메주가루를 넣으면 숙성시 발효가 되어 맛이 더 좋아집니다. 주인님의 세상에선 메주가루를 쓰지 않아도 고추장를 만들 순 있습니다. 그곳에서의 고추장을 만드는 레시피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군.”

골램의 설명을 들으면서 주걱으로 메주가루까지 섞은 장밥을 계속 섞었다.

이미 걸쭉했던 장밥이 더욱 걸쭉해졌다.

메주가루가 잘 섞이자, 다음은 소금을 뿌렸다.

장에는 소금이 필요한데, 넣지 않으면 발효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고추장이 쉬어버리는데, 그럼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소금은 일종의 천연 방부재다.

짠맛을 더하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제법 고추장처럼 됐는데.”

“이제 항아리에 담아 2시간을 숙성시키면 완성됩니다. 항아리는 벽돌처럼 황토를 조합해 구우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태산이를 불러야겠네.”

지금 내 정신력은 아까 타르트를 먹고 얻은 추가효과까지 해서 97.

태산이를 소환하려면 다른 아이를 역소환해야 했다.

아니면 물방울과 불돌이를 하급 정령으로 재소환하거나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방울과 불돌이를 불렀다.

불돌이는 내가 부르자마자 쌩, 하고 달려왔고, 물방울은 도도하게 걸어왔다.

“얘들아 태산이 보고싶지 않니?”

냐아아아

왈왈!

대체로 긍정하는 듯했다.

태산이가 겉도는 것처럼 졸기만 해도 다른 아이들과 친분은 있는 모양이었다.“그럼 태산이를 불러야 하는데, 하급 정령으로 돌아갈래?”

끼잉 낑

냐아앙······.

“······싫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하급 정령으로 돌아가는 것은 싫은지 불돌이는 끼잉 거리면서 납작 엎드렸고, 물방울은 동정심을 유발하듯이 아기고양이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정령들은 자신의 형상에 애착을 가집니다. 형상이 정해지지 않은 하급 정령으로 돌아가는 것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골램이 두 아이가 저러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럼 어쩐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가 자신을 역소환하여서 태산이를 부르라고 합니다.]

“엇, 바람아.”

그때 바람이가 자원해서 자신을 역소환하라고 나섰다.

바람이를 역소환하면 태산이를 부를 수 있었다.

“괜찮겠어, 바람아?”

[바람이가 주인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합니다.]

바람이는 태산이처럼 역소환되는 걸 좋아하진 않는 듯했다.

다만 날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군인처럼 충성심이 깊은 모습이었다.

“기특한 녀석, 곧바로 다시 불러줄게.”

[바람이가 당신에게 충성심을 내보이며 경례합니다.]

나는 바람이를 쓰다듬어주면서 역소환했다.

바람이 완전히 흩어지고 난 뒤, 태산이를 소환했다.

곧 바위가 하나가 땅에서 튀어나오면서 꾸벅꾸벅 조는 것처럼 흔들렸다.

[태산이가 당신을 보고 하품을 합니다.]

“태산아 항아리를 만들어야 해.”

[태산이가 꾸벅꾸벅 당신에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태산이에게 그렇게 말한 후, 조합 스킬에서 항아리를 검색해보았다.

[조합, 항아리(18리터)

장이나 젓갈 등을 발효 숙성시키기 적합한 단지.

필요한 재료 : 황토 30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불가마]

항아리는 여러 크기가 나왔는데, 골램이 말한 18리터짜리, 그러니까 1말짜리 항아리를 골랐다.

파란색 모형이 나타났는데, 본래는 내가 황토를 주물러서 모양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태산이가 황토를 만들어내서 모양까지 만들어내 주었다.

그 다음엔 불돌이가 왈왈 짖으면서 불로 그것을 구웠다.

[항아리(18리터)]

순식간에 항아리가 만들어졌다.

“잘했어, 태산아! 불돌아!”

왈왈!

[태산이가 꾸벅꾸벅 졸면서 기뻐합니다.]

“······태산이는 돌아가고 싶어?”

[태산이가 그래도 상관없다고 하품을 하며 말합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

태산이는 돌려보내고 바람이를 다시 불렀다.

바람이는 나타나자마자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바람이가 약속을 지켜서 매우 기뻐합니다.]

[바람이와의 친밀도가 개선됩니다.] “하하, 녀석.”

나는 바람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후, 대야의 고추장을 항아리에 부었다.

[고추장 숙성 중 - 1시간 59분]

2시간만 있으면 고추장이 완성되는 듯했다.

그럼 두 시간동안 뭘 할까······.

“일단 이스트를 만들어야겠다.”

사과파이와 술을 만드는데 이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번에 이스트를 다 써버렸다.

사과가 489개나 있으니 그 중 200개를 이스트로 만들기로 했다.

발효통 20개에 나눠담아 발효를 시켰다.

그다음엔······.

“마나 물망초로 하급 마나회복의 물약이란 걸 만들어봐야겠다.”

지금까진 체력회복의 물약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모은 약초는 붉은 석양초가 아니라 마나 물망초였다.

그것도 군신 길드의 길드장인 시화가 좋아할 만큼 쓸모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제 정령술 자동 연금술도구가 있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은 한결 쉬워졌다.

약초를 빻은 뒤, 정령술 자동 연금술도구에 가열시키면 일일이 플라스크를 가열시킬 필요 없이 알아서 차례로 가열되기 때문이다.

1시간 마다 새로운 약초를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걸로 또 일 하나를 해결했고······.

“이번에 광산에서 얻은 오크의 정수로 아이템을 만들어볼까?”

지금까진 고블린의 정수를 이용해서 양모 옷감의 옷들을 만들었다.

또 양모 옷감으로 만들까 했는데, 멧돼지 가죽과 힘줄이 아주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죽을 이용해서 옷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나는 재봉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재봉, 레더 아머(상의)

가죽을 무두질하여 경화시켜 만든 갑옷. 좋지 않은 가죽을 써도 평균적인 경도를 가지게 만들어준다.

필요한 재료 : 동물의 가죽 5장, 동물의 힘줄 5개, 적당한 기름 1리터

추가 재료 : 강화용 소재

필요한 도구 : 바늘, 재봉 스킬 Lv2]

"응? 기름?“

“레더아머를 만드는 데에는 무두질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두질에는 기름이 필요합니다.”

“기름 같은 건······ 송로버섯 밖에 없는데, 그걸 쓰기엔 좀 아까운 것 같은데.”

“멧돼지 고기를 조합해 돼지기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고기는 어떻게 돼?”

“시스템 구현상 사라집니다.”

“아깝네, 하지만 밀짚모자도 그랬으니 그게 일관성이 있는 편인가.”

골램의 조언에 따라 나는 이번엔 돼지기름을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검색해보았다.

[조합, 돼지기름 1리터

돼지고기를 이용해 짜낸 기름. 불이 잘 붙고, 동물성 기름의 특징이 또렷하지만 역한 냄새 때문에 식용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필요한 재료 : 돼지고기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적당한 것이 있었다.

제작 버튼을 눌러 돼지기름을 만들었다.

홀로그램 용기에 담긴 돼지기름이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이걸로 기름도 만들었네. 그런데 가죽 재질의 옷은 꼭 기름을 써야하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하이드 아머나 혹은 가죽 옷의 종류에 따라 생가죽을 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생가죽을 쓸 경우 방어도가 내구도가 가죽의 질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멧돼지 가죽은 평범한 수준의 경도이므로 무두질을 이용한 가죽 갑옷을 추천합니다. 다만 몬스터

급 동물의 가죽은 생가죽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음,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예컨대 보통 수준의 가죽은 갑옷을 만들거나 튼튼한 옷을 만들땐 무두질을 하고, 본래부터 튼튼한 가죽은 생가죽을 써도 된다는 말이다.

판타지 게임이니까 몬스터의 가죽은 튼튼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것은 이런 경화 작업이 없어도 튼튼하니까 생가죽을 써도 되겠지. 여하튼 나는 레더아머를 만들어 보았다.

옷 자체를 만드는 것은 양모 옷을 만들 때랑 비슷하게 그저 홀로그램을 따라 바느질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외형을 만든 후에 무두질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기름을 바른 후, 응달에 말리고 다시 기름을 바르는 것을 여섯 번 반복하셔야 합니다. 기름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5분이면 마릅니다.”

“여섯 번 반복하면 30분이란 말이네.”

“그 동안 원하신다면 하의도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야겠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오크의 정수 84개 중 절반인 42개를 상의에 투자했다.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돼지기름을 만들고 레더아머(하의)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상의와 나란히 그늘에 두어 기름을 말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6번째로 말릴 때가 되니, 말랑했던 가죽이 경화된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곧 아이템이 완성되었다.

[재봉 스킬 레벨 업!]

[잘 만든 8등급 오크 광전사의 멧돼지가죽 레더아머 상의]

[잘 만든 8등급 오크 광전사의 멧돼지가죽 레더아머 하의]

“괜찮은 게 나온 거 같은 느낌인데. 어디 확인해볼까.”

[잘 만든 8등급 오크 광전사의 멧돼지가죽 레더아머 상의 : 방어도 20 내구도 20/2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멧돼지가죽을 이용해 만든 레더아머. 준수한 방어도와 내구도를 가지고 있다. 오크의 정수를 많이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착용자는 오크의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세트효과 : 잘 만든 n등급 오크 광전사의 멧돼지가죽 레더아머 하의 필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울 때 전투력이 30% 상승]

좋은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전투를 하지 않는 나로선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시화에게 귓속말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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