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71화 (71/239)

< 53화 장밥 만들기 >

멍멍!

왈왈!

농장으로 다시 돌아오자, 언제나처럼 실버가 마중을 나왔다.

그런 실버에게 불돌이가 쪼르르 달려가 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실버는 그런 불돌이의 애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듯 자신도 불돌이의 꽁무니를 쫓았다.

“귀여운 녀석들.”

냐아아아앙

나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도도하게 내 옆을 지키던 물방울은 그런 내 말에 반응하듯 울었다.

골램은 아직 수액을 채취하러 가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곧바로 새로 산 채소들을 기르기 위해 밭을 갈기로 했다.

“옥스야, 밭 갈자!”

음머어어어어!

여유로이 풀을 뜯고 있던 옥스에게 다가가서 그렇게 말했다.

불평을 할만도 한데, 소답게 우직하고 온순한 성격인 옥스는 군말하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곧 밭을 갈기 시작했다.

밭가는 동안 실버와 불돌이, 물방울이 함께 뛰노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밭을 갈았는데, 금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때마침 골램이 수액을 모두 채취하고 돌아왔다.

“나무수액 1200개를 채취해 왔습니다.”

“수고했어! 골램아, 그리고 옥스도.”

음머어어어

옥스의 쟁기를 풀어주었다.

옥스는 느긋하게 울고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풀을 뜯으러 가버렸다.

“사과를 비롯한 축산품들을 다시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 내가 비료를 뿌리는 동안 네가 모아줄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골램이 몸을 가지니 노동력이 하나 더 생긴 것뿐인데, 일이 참 수월하게 되었다.

골램은 사과나무 쪽으로 향했고, 나는 골램이 건네준 나무수액으로 비료를 만들곤 그것을 밭에 뿌렸다.

비료를 뿌리는 동안에도 실버와 불돌이, 물방울이 서로를 쫓아다니며 놀고 있어서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비료를 전부 뿌릴 무렵 골램도 수확을 마쳤다.

“사과 238개, 우유 8리터, 송로버섯 4개, 마나 물망초, 4개, 양털 40뭉치, 달걀 5개를 수확했습니다.”

“수고했어.”

“이제 씨를 뿌리실 겁니까?”

“응.”

“저도 돕겠습니다.”

“그래!”

나는 식료품점에서 사온 6종의 채소 씨앗 중 일부를 골램에게 나눠주었다.

골램은 한쪽에서 씨를 심기 시작했고, 나도 반대쪽에서 바람이를 이용해 씨를 심었다.

휘오오오오

바람이의 바람 덕분에 씨를 뿌리고 심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농사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만큼 일이 수월해졌다.

중급 정령으로 소환한다면 비료도 뿌려줄 수 있다는데, 나는 잠시 스테이터스 창을 띄워서 내 정신력을 확인해보았다.

[정신력 : 79]

버프 효과 없이 79.

지금 정령석 목걸이로 중급 정령을 하나 더 소환하는 것이니까, 정신력이 100까지 올라야 중급 정령을 하나 더 소환할 수 있다.

버프효과가 없다면 21의 정신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21의 정신력은 내 음식으로도 아직 충당시키는데 조금 부족한 수치다.

5 정도 더 올리면 사과파이를 먹고 100의 정신력을 만들 수 있을 듯했다.

생활 활동을 하다보면 정신력이 오르니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바람아, 너도 얼른 중급 정령으로 소환해줄게.”

[바람이가 당신의 말에 기뻐하면서 경례합니다.]

바람이는 아마도 ‘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매가 되는 건가?

약간 헷갈렸지만 아무렴 어떤가? 독수리나 매의 모습이라면 멋질 거라고 생각될 따름이었다.

곧 나와 골램, 바람이가 합심하여서 씨를 다 심었다.

물방울을 이용해 분수기를 작동시켰고, 가축들이 자라나는 잡초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슬슬 메주가 다 됐을 시간이네.”

“그렇습니다.”

“다시 고추장을 만들러 가야겠다.”

매운탕 곁 재료들을 다 심었으니, 다시 고추장을 만들러 갈 때였다.

나는 메주를 매달아놓은 곳으로 향했다.

잘 발효된 4개의 메주가 구수한 냄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현실이라면 꽤 지독한 냄새였을 텐데.”

메주의 냄새는 이렇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게임이라서 악취는 제거한 모양이다.

나는 된장찌개 같은 냄새를 풍기는 메주를 내려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음은 다 말랐을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 때였다.

“저도 함께 만들겠습니다.”

골램이 생산보조를 자청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골램과 함께 고춧가루를 만들었다.

현실처럼 힘들게 빻는 과정은 없었다.

말린 고추를 그저 조합 스킬을 이용해 고춧가루로 바꾸는 작업 뿐이었다.

다만 고춧가루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100개의 고추를 고춧가루로 바꾸니 묵직하게 무거운 고춧가루 한 포대가 모였다.

일단 이렇게 고춧가루는 해결되었다.

“다음은······.”

“장밥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밥을 여기선 어떻게 만들지?”

장밥은 엿기름(맥아)를 짠물에 찹쌀가루나 쌀가루를 뿌려 만든다.

하지만 이 게임에선 맥아를 보리로 대체한다고 했으니, 다른 방식으로 장밥을 만들 것이었다.

곧 골램이 대답했다.

“요리 스킬과 발효통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대충은 예상했었다.

장밥은 삭혀야하니 말이다.

나는 발효통으로 다가가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요리, 장밥 1리터

각종 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발효식료. 본래 맥아를 이용해 만들지만, 이 게임에선 일관성을 위해 보리로 대체되어 있다.

필요한 재료 : 보리 3개, 쌀가루 2개, 물 1리터

필요한 도구 : 발효통, 요리 스킬 Lv2, 조합 스킬]

“이러면 쌀가루를 좀 만들어야겠는데, 얼마나 만들어야할지 모르겠네.”

고추장을 만들거지만, 또 너무 만드는 것은 부담스럽다.

적당히 만들어야 하는데, 정보가 조금 부족해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항상 조언을 해주는 골램이 또 조언을 해주었다.

“고추장은 항아리에 보관하여 숙성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1말 크기의 항아리는 용량이 18리터이므로 그것에 맞추어 만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럼 18리터의 장밥을 만들어야 하니까······ 쌀가루는 36개 만들어야겠네.”

“쌀가루는 조합 스킬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알겠어.” 나는 즉시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찾아보았다.

[조합, 쌀가루

쌀을 빻아 만든 가루. 이 게임에선 찹쌀가루의 대체품으로 쓸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쌀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쌀은 200개나 있었다.

매운탕을 만들면 당연히 밥도 지어야하므로 다 쓰면 곤란하지만 36개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골램아, 쌀 한 개는 얼마만큼의 양이야?”

“밥으로 만들 경우 5공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대충 밥솥 한 개 분량이네.”

장사할 때 밥을 내놓아야 하므로 참고 해둬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골램이 조언을 더 해주었다.

“정령술을 이용한 신비한 도구 중에 밥솥도 있습니다. 대장기술을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 다른 건 또 뭐 없어?”

“가열도구 또한 만들 수 있습니다.”

“가스버너 같은 건가? 매운탕을 내놓을 때 써야겠다. 냄비도 하나뿐이니 여러 개 만들면 좋겠고······.”

매운탕 용 넓은 냄비면 적당할 것 같았다.

하는 김에 장사 계획도 짜게 됐는데, 여하튼 곧 조합 스킬로 쌀가루를 만들었다.

쌀 36개를 소모해서 쌀가루 36개를 만들었고, 보리 54개와 함께 18개의 발효통에 나눠서 집어넣었다.

[장밥 발효 중 - 1시간 59분]

발효에는 역시 두 시간이 요구되었다.

나는 그 동안 필요한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골램이 말한 밥솥과 가열도구, 그리고 매운탕 대접용 넓은 냄비. 밥 그릇.

전부 대장기술로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불돌아! 이리온!”

왈왈!

여전히 실버와 물방울과 놀고 있던 불돌이를 불렀다.

내가 부르자마자 쪼르르 달려오는 불돌이었다.

나는 그런 불돌이를 맘껏 쓰다듬어주었다.

불돌이는 아예 배까지 까서 드러누워서 만져달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배를 쓰다듬어 주면서도 불돌이에게 말했다.

“대장간을 써야하니, 용광로로 가자!”

왈왈!

용광로는 불돌이가 개집처럼 좋아하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돌이는 흥분한 듯 펄쩍펄쩍 뛰더니 용광로가 있는 대장간으로 쏜살같이 뛰어가 버렸다.

나는 불돌이를 따라 대장간으로 들어가선 이미 불돌이가 들어가 있는 용광로에 장작을 집어넣었다.

집어넣기 무섭게 타오르는 용광로.

나는 그 열기를 느끼며 대장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대장기술, 정령술 소형 철제 밥솥

정령술을 이용해 만든 소형 철제 밥솥. 가마솥을 쓰지 않아도 간편하게 밥을 지을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철괴 3개, 정령석 2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정령술 Lv2, 대장기술 Lv2]

[대장기술, 정령술 소형 가열기

정령술을 이용한 소형 가열기. 어느 곳에서도 냄비를 데울 수 있게 해주어서 캠핑에 필수.

필요한 재료 : 철괴 1개, 정령석 1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정령술 Lv1, 대장기술 Lv1]

만들어야 할 것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미리보기로 볼 수 있는 외형은 도색만 안 되어 있을 뿐, 영락없이 현실의 밥솥과 가스버너였다.

단지 정령석이 전기와 가스를 대신하듯 한 곳에 박혀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넓은 냄비’를 찾았다.

횟집 따위에서 매운탕을 내줄 때 쓰는 넓은 냄비도 구현되어 있었다.우선 밥솥은 한 개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가열기와 넓은 냄비는 여러 개가 필요할 것 같았다.

여러 손님이 매운탕을 동시에 주문하면 여러대가 필요하니 말이다.

“대충 10개면 넉넉하겠지.”

한 번에 10명 이상의 손님이 매운탕을 시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이상 시킨다면 좀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테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밥솥 1개와 가열기 10개, 넓은 냄비 10개를 만들었다.

그렇게 또 일 하나를 마친, 나는 잠시 호숫가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이상하게도 여기서 일하는 것은 힘들지가 않다.

똑같은 노동인데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 자신을 소모하는 느낌이지만, 여기서의 일은 힘들어도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 같았다.

귀농하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그런 것과 같은 이유일까?

“매운탕 말고도 술도 빚어야하고, 사과파이도 만들어야 하지. 하지만 슬슬 파이말고 다른 빵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사과파이는 기본적으로 군신길드와 마법사길드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야 하긴 하지만, 선술집의 메뉴로써는 그거 하나만으론 부족하단 기분이 들었다.

일일 메뉴로 매일 바꿀 생각이긴 해도, 만들 수 있는 메뉴 자체는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되어서, 나는 요리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여보았다.

“사과······ 사과를 이용한 빵 없나?”

“주인님, 카탈로그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시면 좀 더 수월하게 원하시는 것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음, 그런 게 있었군.”

골램의 조언대로 검색 기능을 썼다.

검색 기능은 인터넷 검색 엔진처럼 키워드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것에 ‘사과’라고 쳤고, 몇 가지 검색 결과가 나왔다.

[사과 타르트]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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