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70화 (70/239)

< 52화 호숫가의 나루 >

메주는 그렇게 만들었다.

이젠 고춧가루를 만들 때였다.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고추를 말려야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이것도 현실을 조금 고증했나보네.”

현실에서도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우선 홍고추를 햇볕에 말려야 한다.

메주 쑤는 것을 보기 힘든 것처럼 도시에선 고추 말리는 것을 보기 힘들긴 하지만, 메주와는 달리 고춧가루를 만드는데 홍고추를 말리는 것은 지금도 필수적인 거라서 지금도 직접 말려서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고추건조기란 것이 발명되어서 옛날처럼 돗자리를 깔고 고추를 말릴 필요는 없어졌다.

하지만 여기선 돗자리를 만드는 편이 더 간단할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해서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골램아, 그런데 그냥 돗자리 하나 만들고 거기에 깔아두면 되는 거 맞아?”

“그렇습니다. 햇볕에 노출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멧돼지 가죽으로 만들어볼까.”

삼국지의 유비처럼 밀짚을 이용해 전통식 돗자리를 만들어도 좋겠지만, 거기에 드는 밀이 좀 아까워서 가죽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아까 수액을 채취하면서 멧돼지를 좀 많이 잡아서 가죽이 남아돌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재봉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바느질로 가죽을 엮는 것은 힘들어서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였다.

[재봉, 가죽 모포

동물의 가죽 이용해 만든 가죽 모포. 방한용이다. 추운 곳에 간다면 반드시 챙기자.

필요한 재료 : 동물의 가죽 10장, 동물의 힘줄 10개

필요한 도구 : 바늘, 재봉 스킬 Lv1]

적당한 것이 있었다.

본래는 추울 때 쓰는 것이지만 군대에서 모포를 일광건조 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런 활용법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얼른 제작 버튼을 누르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멧돼지 가죽과 힘줄을 10개씩 소모하면서 가죽 모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몇 개나 말리지?”

“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주인님의 세상에서 고추 한 근을 고춧가루로 만들었을 때의 무게는 400g입니다. 이곳에서 고추 100개를 고춧가루로 만들었을 때의 무게는 5kg입니다.”

“10근 정도란 말이구나. 그럼 100개만 말려야겠다.”

고추는 수확량도 많지만 고춧가루로 만드는 양도 어마어마했다.

다 고춧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일을 벌이는 일이기도 하고, 혹 다름 쓰임이 있을지도 모르니 100개만 고춧가루로 만들기로 했다.

나는 인벤토리 창에서 100개의 고추를 꺼내어서 땅에 깔아 둔 가죽 모포 위에 골고루 놓았다.

“또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고추를 깔아놨는데?”

“저건 나도 앎. 고추 말리는 거임. 엄마가 자주 배란다에 말려놓음.”

“메주에 고추라······ 고추장이라도 만들려는 건가?”

구경꾼들의 말소리도 들렸다.

한 명은 내가 뭘 하려는지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여하튼 고추를 다 깔아놓은 나는 다른 할 일을 생각했다.

“고추는 한 시간이면 다 마르고, 메주는 두 시간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동안 낚시를 해야겠다.”

매운탕의 주재료는 어디까지나 물고기, 몇 개나 팔릴지 모르겠지만 넉넉하게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아까 호크와 골램이 10마리 정도 잡았지만 그 정도로는 어쩐지 부족할 것 같았다.

나는 미리 잡화점에서 사두었던 고급 그물을 생각하면서 그걸 써보려고 했다.

“그물을 쓰려면 배가 필요하겠는데.”

“목공 스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찾아볼까.”

나는 즉시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여 적당한 나무 배를 찾았다.

얼마지 않아서 찾을 수 있었다.  [소형 목조 나무 보트

돛조차 없이 노를 저어 나가는 나무 배. 본격적인 어업이나 항해에 쓰기에는 부적합하고 간단한 뱃놀이에 적합하다.

필요한 재료 ; 목재 30개, 못 15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2      ]

곧바로 제작 버튼을 눌렀다.

파란색 배 모형이 생기자, 나와 골램이 망치를 들고 그것을 두들겼다.

뚝딱뚝딱 소리를 내면서 배가 금방 만들어졌다.

곧 유원지 따위에서 볼 수 있는 보트가 만들어졌다.

어선이나 본격적인 배들에 비해선 작지만 그래도 회사원의 입장에선 커다랗게 느껴졌다.

“물에 밀어넣자, 골램아. 어이차!”

“예, 주인님.”

곧 나와 골램이 배를 호숫가에 띄웠다.

그렇게 배는 무사히 띄울 수 있었는데, 물에 빠지지 않고 배에 탈 방법이 좀 묘연했다.

“나루터가 필요하겠는데.”

“건축 스킬을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다 만드는 게 적당하겠다.”

나는 배를 띄운 곳에 즉흥적으로 만들기로 하고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였다.

[건축, 작은 나루터

간단한 호수나 강 따위에 만들면 적당할 작은 나루터. 배를 타고 내리기 쉽게 해줄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5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 건축 스킬 Lv3 ]

가장 쉬워 보이는 것인데도 건축 스킬이 3이나 필요하고 재료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구조 자체는 쉬워보였다.

그냥 나루터로 쓸 나무다리와 배를 묶어둘 수 있는 말뚝 정도가 전부였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물속까지 잠수해서 망치질해야 하는 건 아니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이네.”

나는 골램과 짧은 대화는 나누곤 제작 버튼을 눌렀다.

나루터를 형상화한 커다란 나루터 모양의 모형이 나타났고, 다른 건축 스킬이 그렇듯 위치를 선정하라는 듯했다.

적당한 곳에 파란 모형을 위치시킨 뒤, 골램과 함께 망치질을 시작했다.

구조는 별 거 아니지만 나름대로 중형 건축물이라서 그런지 망치질을 많이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점점 나루터의 다리가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니, 뭔가 그림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와 배에다가 선착장도 만드네.”

“별 걸 다 만드는구먼.”

“정말 혼자 다 하네.”

“지금은 저 갑옷이랑 같이 하고 있잖아.”

“끝내준다.”

거의 다 만들었을 무렵, 구경꾼들의 수다소리가 귀에 들렸다.

대부분 배와 나루터를 만든 것을 감탄하는 듯했다.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가운데, 골램이 말했다.

“배를 묶어둘 밧줄이 필요합니다.”

“하나 만들지 뭐.”

밀을 4개 써서 긴 밧줄을 만들었다.

이걸로 배가 떠내려갈 걱정 없이 나루터에 정박시킬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낚시를 하기 위해서 배에 타려는데, 물방울이 다가왔다.

눈치를 보니 배를 같이 타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방울아 배 같이 타고 싶어?”

냐아아아

[물방울이 모른 척하면서도 관심을 보입니다.]

“그럼 같이 타자.”

물방울은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배에 타는 것도 관심이 있는 듯했다.  나를 따라서 배를 타더니 매우 기쁜 듯이 뱃전을 돌아다녔다.

골램도 탔는데, 무게 때문에 배가 살짝 기우뚱거렸다.

“골램아, 넌 물에 빠지면 큰일이니까 나루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래?”

“알겠습니다.”

나는 골램에게 낚싯대를 건네주며 말했다.

골램이 낚싯대를 가지고 나루터에 머무르면, 나는 배에 앉아서 노를 저었다.

유원지의 조각배도 저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서툴지만 대충 배를 움직일 수 있었다.

대충 호수의 가운데에 도착했을 때, 나는 노를 배에 놓았다.

“한 번 해볼까? 낚시 스킬!”

냐아아아

낚시 스킬을 사용하자, 물방울이 함께 울음 소리를 내었다.

곧 열화상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물속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많은 물고기들이 보였지만, 당연하게도 어느 한곳에 잡기 좋게 뭉쳐있거나 하진 않았다.

그물을 던지기 전에 물고기를 유인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간단하게 미끼를 풀어서 모으는 방법 생각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들었다.

“물방울아, 전에 해준 것처럼 물고기들을 모아줄 수 있니?”

냐옹

[물방울이 새침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부탁할게!”

냐아아아

물방울은 맡겨달라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고선 뭔가를 한 듯했다.

전처럼 물 속에 잠수하지 않아도, 물을 다룰 수 있는지 물 속이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물고기들이 물살에 따라서 한 곳에 모여들었다.

“지금이닷!”

나는 그때를 노리고 그물을 던졌다.

어설픈 그물질, 물고기들은 그물이 던져지자 물살을 헤치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치지 못한 물고기들이 4마리나 그물에 걸렸다.

[송어(40cm)]

[배스(40cm)]

[배스(46cm)]

[붕어(30cm)]

“크, 그래도 많이 잡았다.”

놓친 것이 더 많고 아직 더 잡아야겠지만 4마리를 잡은 것도 한 마리씩 밖에 낚지 못하는 낚싯대보단 잡는 속도가 빨랐다.

다만 입질을 당기는 느낌이 없어서 낚싯대보다 심심한 느낌이 있었다.

취미로 낚시를 할 땐 역시 낚싯대가 더 좋을 것 같았다.

“물방울아 한 번 더 부탁할게!”

냐아아아

나는 곧바로 다시 물방울에게 몰이를 부탁했고, 물방울은 또 한 번 물고기를 몰았다.

다시 그물을 던져서 이번엔 더 많은 물고기를 낚았다.

나는 그런 것을 반복하여서 30마리 정도의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마침 1시간이 지나서 고추가 다 말랐을 시간이라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노를 힘껏 저어 나루터로 돌아왔다.

골램이 다섯 마리의 물고기를 낚았다.

아까 호크와 함께 낚은 10마리의 물고기까지 하여서 인벤토리에 들어간 물고기의 수는 45마리가 되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배를 나루터에 묶었다.

이대로 순조롭게 매운탕을······

“앗!”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매운탕 곁 재료가 없어.”

······잊고 있었는데, 매운탕이라고 해도 고기와 고추장, 고춧가루로만 만들 순 없다.

무, 깻잎, 다진 마늘, 버섯, 쑥, 파, 콩나물 따위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뭐든 건져 먹을 거 아닌가? 고추장과 고춧가루에 물고기만 넣은 매운탕은 매운탕이라기 보단 그냥 매운물에 고기가 익사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고 있을 때, 골램이 말했다.

“식료품점에서 사실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만, 그냥 사면 어쩐지 지는 기분인데.”

“직접 키우실 겁니까?”

“그러고 싶어.”

“그렇다면 마을에 다녀오시는 동안 저에게 수액채취를 명령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부탁할게.”

나는 수액채취기를 골램에게 건넸다.

골램은 수액채취기를 가지고 농장을 떠나 숲으로 향했다.

한편 나는 실버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로 향했다.

불돌이와 물방울이 짧은 다리로 쫓아왔고, 여전히 하급 정령인 바람이가 뒤따라 날아왔다.

잠시 후 마을에 도착한 나는 식료품점으로 곧바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엔 무얼 사러 오셨나요?”

“음, 마늘 씨앗이랑 깻잎 씨앗, 콩나물 씨앗이랑 파 씨앗, 그리고······ 사탕무 씨앗 각각 100개씩 주세요.”

“많이 사시네요!”

내가 많이 사서 그런지 식료품점 아가씨가 활짝 웃었다.

“전부 해서 3만 골드입니다!”

“여기요.”

활짝 웃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매운탕 곁재료로 쓸 것이긴 하지만 지금 사는 것들은 현실에서 텃밭으로 기르기 딱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키우면 보람이 두 배일 것 같다는 기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한달음에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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