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마법공학 골램 >
나는 곧바로 제작 버튼을 눌러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의 모형을 모루에 두었다.
그리고 망치로 내려서 그것을 만들었다.
야구방망이 반 정도의 크기였는데, 생긴 것은 납땜기처럼 생겼다.
거기에 지우개연필처럼 뒷부분에 마력석이 달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소형 제작물이지만 조금 고급품이라고 판정되는지 15번 망치질해서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걸로 납땜질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제 제 몸을 제작하시면 제작 과정 중에 회로를 새겨 넣으셔야 합니다.]
“그럼 당장 해볼까.”
[마법공학, 철제 골램 몸체
대장기술을 이용한 마법공학 골램의 몸체. 기초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필요한 재료 : 마법석 10개, 철괴 50개, 마법공학 골램핵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망치, 마법공학 Lv1, 대장기술 Lv3]
나는 일전에 보았던 제작 카탈로그의 품목을 찾아서 보았다.
미리보기 샘플로 볼 땐 그냥 플레이트 갑옷으로 보이는 외관.
그것만으로는 어디에 회로를 새겨야 한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작 버튼을 눌렀는데, 나는 곧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모형들이 다 분해되어 있잖아?”
[갑옷의 내부에 회로를 새겨야 합니다. 편의상 모형의 내부가 보이도록 분해되어 있습니다. 완성하면 자동으로 조립됩니다.]
“그건 편하긴 한데······ 이것대로 납땜질을 하란 말인가?”
나는 모형 하나를 집어 들며 말했다.
갑옷 안쪽에 은은하게 빛나는 형색으로 복잡한 ‘회로’들이 새겨져 있었다.
대장스킬로 갑옷의 부위를 만든 뒤, 그 부분을 따라서 납땜질을 하라는 말 같았다.
평범한 내 손재주로 한 부위를 하는데 아무리 빨리 잡아도 5분은 걸릴 것 같았다.
갑옷 부위를 다 헤아려보니 12부위.
계산대로라면 60분, 그러니까 한 시간이 걸린다.
못할 건 아니지만 땀 좀 흘려야 할 것 같다.
“까짓것 해버리고 수영 좀 하지 뭐.”
아기 고양이가 된 물방울이랑 수영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선은 골램에게 몸을 주는 것이 먼저다.
나는 의욕을 가지고 망치를 들었다.
깡깡, 소리를 내면서 10번 망치질을 하니 부위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런 다음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를 들어 빛을 따라 회로를 새기기 시작했다.
세공도구의 뒤에 달려 있는 마법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아선, 그것을 녹여서 회로를 새긴다는 것 같다.
납땜이라기 보단 실리콘을 바르는 작업 같기도 했다.
물론 실리콘은 이런 기판 회로처럼 바르진 않지만 말이다.
[손재주에 관련된 생활 활동을 하셔서 민첩성이 오릅니다.]
[민첩이 2 올랐습니다.]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발휘하셔서 정신력이 오릅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나는 용광로의 열기를 견디면서 갑옷 부위를 만드는 것과 그것에 회로를 새기는 것을 반복했다.
회로는 정말로 기계 회로판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육망성이나 동그라미,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들도 있어서 난해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시켰다.
“다 됐다!”
[마법공학 아이템을 완성하셨습니다. 완성품이 조립됩니다.]
갑옷 부위를 전부 만들고 회로를 완성시키자 시스템창이 떴다.
그러자 보랏빛이 감도는 전류가 튀기 시작하더니, 갑옷 부위들이 공중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나온 골램핵이 그 가운데에 있었다.
모든 전류가 골램핵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갑옷 안쪽에 새긴 회로들이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곤 갑옷이 저절로 조립되기 시작했다.
철컥철컥철컥 “오······.”
갑옷이 점점 모습을 갖추는 게 변신로봇이 변신을 마치는 것 같아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변신······ 아니, 조립이 끝나자 갑옷은 안이 텅 비었을 두 다리로 대장간에 서 있었다.
“주인님, 완성되었습니다.”
“골램아, 너야?”
“그렇습니다. 골램입니다.”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리니까 어쩐지 어색하네.”
지금까지 골램의 목소리는 귓가에 대고 말하듯이 들렸다.
하지만 이젠 갑옷에서 들리고 있었다.
이제 골램의 몸에 가까이 가야만 대화할 수 있다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제 떨어져 있으면 골램의 조언을 듣기 힘들겠네.”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
“어? 다시 귓가에 들리잖아?”
[주인님이 가지고 계신 히든 피스, ‘수상한 쪽지’와 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인님의 허가가 있다면 시야를 공유할 수 있고, 원거리 통신이 가능합니다.]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도 조언 많이 부탁할게.”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주인님.]
덩치도 큰 갑옷이 그렇게 말하니까 듬직하기 짝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이상한 나라를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골램은 그런 여행보단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저에게 여러 작업을 일임시키거나 생산 보조를 시킬 수 있습니다. 생산 스킬이 요구 되지 않는 일들, 예를 들어 수액을 채취하거나 작물을 수확하는 일, 농장 경비 등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주인님과 함께 작업한다면
생산 보조를 하여 생산품을 더 생산토록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멋진 골램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걸 위해서 상당한 고생을 하면서 광산에 가서 오크들과 사투를 벌이며 마력석을 캤다.
“······식기를 만들자.”
“예, 주인님.”
······그렇다, 식기를 더 빨리 만들기 위해서였다.
잊고 있었지만 식기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골램 제작을 먼저 하기로 했었다.
포크, 숟가락, 젓가락, 나이프를 각각 100개씩 만드는데 하나당 1분하여서 400분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골램이 도와주면 200분으로 줄일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앞으로의 여러 작업효율이 더 좋아질 것이다.
노동력이란 하나만 더 생겨도 이렇듯 효과가 큰 것이다.
“주인님, 저에게 생산보조를 맡기시려면 저에게도 도구를 주셔야합니다.”
“그럼 망치랑 모루를 만들어줘야겠네.”
나는 얼른 망치와 모루를 만들어주었다.
제작 카탈로그에 있었으므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물론 식기는 주조로 만들기 때문에 망치와 모루는 필요 없지만, 다른 일을 할 때 필요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골램용 망치와 모루를 만들어주었다.
그 뒤론 거푸집들을 이용해 식기 제조에 들어갔다.
한 명이 다 하던 것을 이제 두 명이 하기 시작해서 시간이 확실히 절약되었다.
게다가 골램은 일을 아주 잘했다.
쇳물을 거푸집에 붓는데 거침이 없고 정확해서 금방 식기를 찍어내서 시간이 더욱 절약되었다.
“골램 덕분에 시간이 훨씬 절약됐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예상보다 빨리 일을 마쳐서 2시간이 좀 지났을 때 식기를 다 만들었다.
나는 골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램의 철 몸체도 용광로의 열기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골램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참일꾼 같아서 듬직하기 짝이 없었다.
“잠시 쉴까!”
“주인님, 저에게 할 일을 명령해주십시오.”
“지금은 쉬어도 되는데······ 아, 혹시 낚시 할 수 있어?”
“스킬을 사용하진 못해도 기본적인 낚시 방법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스킬은 못써도 할 줄은 안다는 거네!”
나는 좋은 생각이 나서 골램에게 낚싯대와 미끼를 주었다. “지금 나는 쉴 생각이니까 딱히 시킬 일은 없고, 낚시 좀 해줄래? 못 낚아도 상관없으니까 부담 갖진 말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골램은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했지만 성실하게 대답하면서 나와 함께 호수로 향했다.
“물방울아! 수영하자!”
냐아아아!
나는 물방울을 불렀다.
아기 고양이인 물방울은 울타리의 구경꾼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앉아 있었는데, 내가 부르자 쪼르르 달려왔다.
나는 물방울이 오자마자 땀에 젖은 웃통을 벗으면서 호수로 달려갔다.
풍덩!
“후아, 시원하다. 어라? 물방울아, 안 들어와?”
냐아아아······.
그렇게 수영을 좋아하던 물방울이 물에 들어오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 물방울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골램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 물방울은 물을 싫어하는 특질의 형상으로 인해 수영이 불가능합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켜야 합니다.]
“앗, 고양이가 되어버려서 물을 싫어하는구나.”
나는 다시 뭍으로 올라오면서 물방울에게 다가갔다.
물방울은 자신이 물인 주제에 호수의 물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호숫가에는 다가가는 것이 본능이 서로 충돌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물방울아 수영하고 싶어?”
냐아아
[물방울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물은 무서워?”
냐아아아아
[물방울이 이상하게도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내가 물방울을 고양이로 빗대어서 생긴 일이었다.
나는 조금 책임감이 들어서 방법을 강구해보았다.
물에 닿지 않지만 물방울이 수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우선 물방울에게 물어보았다.
“나랑 같이 수영할래?”
냐앙
[물방울이 물이 닿을 것 같아서 싫다고 합니다.]
“흠······.”
확실히 내 어깨나 머리에 매달린다고 해도 사람의 수영자세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물을 아직 무서워하는 상태에서 그런 방법은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뭔가 안정적으로 물방울을 대리고 수영할 수 있는 아이가······
“있구나, 호크야!”
꼬꼬꼭!
······있었다.
나는 바로 호크를 불렀다.
호크는 내가 부르자마자 꼬꼬꼭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호크야 네가 물방울을 등에 태우고 수영을 시켜줘.”
꼬꼬꼭
[호크가 잘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합니다.]
호크는 그런 메시지창을 띄우면서도 물방울 앞에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물방울이 조심스럽게 호크의 등에 올라탔다.
호크는 홰를 치거나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에 다가갔다.
그리고 새의 안정된 자세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냐아아앙
꼬꼬꼭
“꺅 저기 봐, 닭이 아기 고양이를 태우고 수영하고 있어.”
“너무 신기하고 귀엽다. 영상 찍어야지.” “난 저기 낚시하는 갑옷이 더 신경 쓰이는데.”
“아까 대장간에서 갑자기 나타났던데······ 어쩐지 안은 비었을 것 같지 않아?”
“어쩐지 그런 게 나오는 만화를 본 것 같은데.”
구경꾼들이 물방울을 데리고 수영하는 호크를 보며 영상을 찍거나 수다를 떨었다.
몇 명은 뉴페이스인 골램을 보고 속닥이기도 했다.
나도 흐뭇하게 호크의 등에서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물방울을 지켜보았다.
“어엇, 떨어지잖아?”
그런데 물방울이 물에 앞발을 뻗는 등의 호기심 어린 행동을 하다가 호크의 등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나와 구경꾼들이 모두 진짜 아기 고양이가 물에 빠진 것처럼 걱정 어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철퍽!
냐아아앙!
“오오!”
······마치 돌고래처럼 포물선을 그리면서 물가를 차오르는 물방울이었다.
“두려움을 극복했구나!”
냐아아앙!
물방울은 아무래도 물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다시 수영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어쩐지 감격스러운 장면 같아서 눈물이 찔끔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