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66화 (66/239)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불돌이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 < 48화 중급정령소환 >

[주인님, 이제 정령술이 4레벨이 되었습니다. 3층에 가시기 전에 정령들을 중급정령으로 재소환시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맞아, 4레벨이 되면 중급 정령을 부릴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중급 정령으로 재소환시키면 목걸이의 힘을 빌려도 두 마리만 남아야하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중급 정령은 두 마리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중급 정령 한 마리에 50, 그러니까 84인 지금 내 정신력으로는 중급 정령을 두 마리 부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하급 정령 두 마리는 역소환시켜야한다.

목걸이에는 ‘부족한 정신력을 가불한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구 한 명이라도 역소환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러자 골램이 말했다.

[한 마리의 하급 정령만 역소환하시면 됩니다. 하급 정령은 정신력이 25이하여도 1마리 분의 소환한도가 주어져 있습니다.]

“맞아, 정신력이 25가 되기 전에도 불돌이는 소환했었구나. 그럼 한 명만 고르면 되겠네.”

나는 그나마 안도하며 정령들을 보았다.

이중 한 마리만 역소환시키면 된다.

하지만 그래도 불돌이와 물방울, 바람이는 어쩐지 시선을 피하는 눈치다.

역소환되기 싫어하는 듯했다.

[태산이가 크게 하품을 하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태산이만 빼고 말이다.

태산이는 항상 피곤해 보이고 역소환을 해도 그다지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태산아 돌아갈래?”

[태산이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나중에 또 불러 줄테니까 돌아가서 쉬어.”

[태산이가 졸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곧 태산이었던 바위가 땅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제 남은 세 명의 아이들 중에 중급 정령이 될 녀석을 골라야 할 것 같다.

“흠, 불돌이랑 물방울로 해야겠다.”

[불돌이가 뛸 듯이 기뻐합니다.]

[물방울이 딱히 골라주어서 기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바람이가 군인 같은 성격이라 전투에 믿음이 가긴 하지만, 불돌이와 물방울와 오래한 시간이 더 많았다.

어쩐지 둘 중 한 명이라도 고르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 같아서 불돌이와 물방울로 했다.

“바람아, 너는 나중에 중급정령으로 불러줄게.”

[바람이가 언제든 상관없다며 경례합니다.]

바람이는 강직한 성격이라선지 자신을 골라주지 않아도 딱히 토라지진 않았다.

여하튼 나는 불돌이와 물방울을 중급정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령술을 사용했다.

[불돌이]

[물방울]

[바람이]

선택 옵션이 3가지가 있었고, 불돌이를 클릭해보니 [역소환/재소환]라는 창이 생겼다.

아무래도 재소환이 진화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클릭하자 또 다른 명령창이 떴다.

[중급 정령으로 재소환하기]

바로 찾은 것 같아서 그것을 클릭했다.

그러자 불돌이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급 정령 불돌이를 중급 정령 불돌이로 재소환합니다. 정신력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 다시 하급 정령으로 재소환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불돌이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 작고 귀엽고 꼬리가 달린 이 앙증맞은 모습은······

왈왈!

“귀여운 강아지잖아!”

······진돗개를 닮은 작은 강아지였다.

다만 백구가 아니라 불로 이루어진 빨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나는 불이라는 것도 잊고 쓰다듬었다.

왈왈!

“역시 하나도 뜨겁지 않잖아!”

그저 동그란 불덩이였던 하급 정령일 때와 똑같이 만져도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어쩐지 부드러운 털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작은 진돗개가 된 것이다.

[불돌이가 자신의 몸에 만족하며 당신에게 맹렬히 애교를 부립니다.]

“너도 강아지가 되어서 좋아?”

왈왈!

불돌이가 그렇다는 듯이 왈왈 짓고 있었다.

나는 애교부리는 불돌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만지면 만질수록 중독되는 느낌이다.

[물방울이 자신도 얼른 재소환해달라고 조릅니다.]

“앗! 그래 물방울도 얼른 그래야지.”

물방울의 메시지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물방울을 재소환했다.

그러자 물방울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물방울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면서 두근두근 바라보았다.

곧 환한 빛이 사라지면서 드러낸 모습은······

냐옹

“고양이잖아!”

······작은 아기 고양이였다.

불돌이보다 반 정도는 작은 아기 고양이.

마찬가지로 물방울도 물로 되어 있어서 푸른색이다.

고양이 종류는······ 잘은 모르겠지만 러시안 블루?

나는 물방울을 쓰다듬으려고 했다.

샤아아아

[물방울이 본능적으로 하악질을 합니다.]

“엇.”

하악질에 놀라 나는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물방울은 묘하게도 떼려는 손에 작고 앙즉 맞은 앞발을 뻗었다.

[물방울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합니다.]

“쓰다듬어도 돼?”

샤아아아

“해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고양이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고양이가 된 물방울 본인도 잘 모르는 눈치다.

나는 하악질을 해도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냐앙 거리면서 손에 머리를 문지르는 물방울이었다.

왈왈!

냐아앙!

불돌이는 친근한 성격이라서 물방울에게 다가가 혀로 물방울의 뺨을 핥았다.

불이었기 때문에 물방울의 뺨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물방울은 그런 불돌이의 애정표현이 부담스러운 모양인지 내 뒤로 숨어버렸다.

으음, 훈훈한 광경인데 슬슬 가야할 것 같다.

“그런데······ 비행능력은 없어진 건가? 이러면 더 약해진 거 아니야?” [비행능력은 신체적 특징 때문에 상실했지만 정령의 힘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전투에서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야 다행이지만. 그런데 왜 강아지와 고양이야?”

[주인님이 바란 불돌이와 물방울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아하.”

나는 평소에 불돌이와 물방울을 자주 강아지와 고양이에 비유했었다.

그런 심리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반영한 모양이다.

불돌이는 물방울뿐만 아니라 호크와 옥스에게도 애정표현을 했는데, 호크는 홰를 치며 거리를 벌렸고, 옥스는 무덤덤하게 있었다.

[바람이가 불돌이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합니다.]

[불돌이가 바람이에게도 애정표현을 합니다.]

결국 점잖은 바람이가 불돌이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별 소용없었다.

“불돌아, 이제 3층으로 내려가야 해. 오크들과 싸워야 하는데, 도와줄 거지?”

[불돌이가 당신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제야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2층으로 내려왔을 때처럼, 3층은 또 다시 새로운 광경이었다.

스스로 보랏빛의 광채를 내는 광물이 곳곳에 있었다.

그 덕분에 3층 전체가 보라색이었다.

“저게 마력석이지, 골램아?”

[그렇습니다.]

“보라색은 조금 컬트적인 분위기인데.”

[마력석의 근원인 마술력은 대부분 보랏빛을 띱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보랏빛을 띠는 어떤 힘에 관련된 설정인 듯했다.

자세히 알 필요는 없으므로 골램에게 더 묻진 않고 창과 방패를 들었다.

보랏빛 불빛 사이로 적인 오크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광산 오크]

녹색 피부의 오크.

판타지의 감초 같은 몬스터다.

물론 매체마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표현되지만, 이 게임의 오크는 근육질에 털가죽 갑옷을 입은 오크였다.

특징은 조잡하지만 위협적으로 보이는 커다란 쇠도끼를 하나씩 들고 있단 점이었다.

덩치는 190센티는 될 것 같은 거구들.

골램이 왜 그토록 경고했는지 알만큼 위협적이었다.

[주인님, 오크의 공격력은 아직 호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공격의 탱킹은 주인님과 옥스가 맡고 공격을 호크와 정령이 맡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저런 도끼에 맞으면 호크가 죽을 것 같은 건 나도 알 것 같아.”

호크의 덩치만한 도끼였기에 호크가 맞는 일은 절대 없어야할 것 같다.

“알겠지 호크야? 철저히 뒤에 있다가 안전할 때만 공격해야해.”

꼬꼬꼭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울음소리로 답하는 호크였다.

“그럼 간다!”

나는 일부러 가장 먼저 앞장섰다.

지금 가장 튼튼한 이는 갑옷과 방패를 착용한 나였기 때문이었다.

오크들이 곧 돌격하는 나를 알아보았다.

“크아아아! 오크의 영광을 위해!”

“크르르 적을 도륙해라!”

4마리의 오크였는데, 두 마리가 사람의 말을 했다.

나는 고블린과는 달리 사람 말을 할줄 아는 것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네 명의 오크가 나에게 도끼질을 해대서 방패를 들어 막아야만 했다.

“크르르르!”

[사기저하의 함성을 들었습니다]

[‘불굴’효과로 인해 사기가 꺾이지 않습니다.] 까앙!

어윈의 방패가 도끼를 막았다.

두 개의 도끼는 그렇게 막았는데, 나머지 두 개가 문제였다.

하나는 내 옆구리를 때렸다.

다행히 갑옷 덕분에 피해는 미미한 듯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도 도끼가 휘둘러지고 있었다.

음머어어어!

“옥스야!”

그 도끼는 옥스가 대신 맞았다.

옥스의 몸에 커다란 도끼가 찍히면서 옥스가 울부짖었다.

[물방울이 당신과 옥스에게 치유의 물을 시전합니다.]

[불돌이가 강력한 불길을 적에게 내뿜습니다.]

꼬꼬꼬꼬꼬꼭!

즉시 물방울과 불돌이가 치유와 공격을 했다.

호크도 가세하여 놀라운 점프를 보이며 오크 한 마리의 머리와 눈을 쪼았다.

공격의 방어에 치중하던 나는 그것에 용기를 얻어 창을 내찔렀다.

“쿠왁!”

오크 한 마리가 내 창에 찔렸다.

오크는 고블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근육질에 튼튼한 모습이었으나 여러 보정을 받아서 공격력만큼은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내 일격을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화르르르륵

[불돌이가 빈사상태인 오크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합니다.]

불돌이가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불을 쏘았고, 방금 창에 찔린 오크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아직 오크가 세 마리나 남은 것이 문제였다.

옥스는 공격을 받은 뒤 치유 받고 있고, 오크들의 도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서 거듭 내 창을 방어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의 공격을 거의 내가 막고 있어서 3:1의 싸움은 힘들었다.

고블린처럼 약하면 몰라도 오크들은 강하고, 또 노련한 것이 문제였다.

[물방울이 적에게 강력한 한기를 발산합니다.]

그때, 물방울이 그런 메시지를 띄우더니, 오크 두 마리의 팔과 다리를 얼려버렸다.

완전히 꼼짝 못하게 하진 못 했지만 오크 두 마리를 상당히 둔하게 만들어주었다.

“야아아아압!”

나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남은 한 마리의 오크에게 온힘을 다해 창을 내찔렀다.

1:1 상황이 되어서 반격 받아도 피해가 크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내질렀기에 찌르는데 성공했다.

“크오오오!”

오크 한 마리가 또 쓰러졌다.

남은 것은 물방울에 의해 둔화된 오크 두 마리, 이젠 우리가 수적으로 유리했다.

물방울이 둔화시킨 두 마리의 오크는 큰 저항을 하지 못했다.

옥스와 호크가 달려들고 물방울과 불돌이가 얼음창과 불길을 내뿜으니 둘은 내 창을 막을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둘 다 창에 맞고 죽어버렸다.

“휴우, 정말이지 준비를 하고 와서 다행이네.”

골램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4마리의 오크를 쉽게 처리한 것 같지만 적어도 8번은 반격을 당했다.

만약 로드릭 경의 갑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하튼 나는 오크들의 드롭템을 확인해보았다.

[2000골드]

[무식하게 큰 오크용 도끼 4개]

[오크의 정수 4개]

고블린 때처럼 골드와 쓸모없는 잡템, 그리고 정수가 나왔다.

쓸모가 없어 보이는 오크용 도끼는 그냥 버리고 골드와 정수를 챙겼다.

오크의 정수는 마찬가지로 강화용소재인데, 이걸 모아서 만들면 또 어떤 옵션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여하튼 나는 가까운 마력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어서 마력석을 캐볼까.”

나는 창과 방패를 집어넣고 곡괭이를 꺼내 마력석을 채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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