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마법공학의 정체
여하튼 그림의 떡에 군침 흘리는 것은 적당히 하고, 나는 제대로 된 제작품을 찾아보았다.
곧 얼마지 않아서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마법공학, 철제 골램 몸체
대장기술을 이용한 마법공학 골램의 몸체. 기초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필요한 재료 : 마법석 10개, 철괴 50개, 마법공학 골램핵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망치, 마법공학 Lv1, 대장기술 Lv3]
마장기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나름대로 풀 플레이트 갑옷 같은 외형의 제작품이었다.
그 와중에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란 것이 궁금해졌지만, 나는 우선 마법사 아가씨에게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오기로 했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도 사과파이 팔러 와주세요!”
“네, 저만 보면 사과파이만 찾는군요.”
“헤헤, 사실 저도 하나씩 먹거든요.”
마법사 아가씨와 농담을 살짝 주고받고 마법사 길드를 나왔다.
나는 나오자마자 골램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골램아,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가 뭐야?”
[마법공학에 쓰이는 필수도구입니다. 마법공학 도구에 마법회로를 새기는데 사용합니다.]
“마법회로를 새긴다고?”
[마법공학 스킬은 마법석을 녹여 마법회로를 새겨 넣는 생활 스킬입니다.]
“설마······.”
골램의 설명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전기를 다루는 현대공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
전기를 마법으로 치환한 것이 마법공학이라면 마법공학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예상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납땜질?”
[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주인님의 세상에서 불리는 그 작업과 유사합니다.]
“······반도체 현장직원도 아닌데 납땜질도 해보게 생겼구나.”
납땜질은 어렸을 때 중학교 때인가 실습으로 한 번 해보고 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졸지에 게임에서 다시 해보게 된 것이 묘한 기분이다.
생활의 달인이 되면서 어째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대장기술도 하고, 방직, 방적, 재봉도 하고, 요리도하고, 집도 짓고······ 물론 게임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마법석은 어디서 구하는 거야?”
[가장 가까운 곳은 지난번 갔던 광산의 3층에서 채굴할 수 있습니다.]
“흠, 광산에 가야겠구나.”
[조심하십시오, 3층부턴 광산 오크들이 출몰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정예 고블린들보다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 그럼 일단 밭일부터 하고 생각하자.”
우선 돌아가서 밭일을 하고 알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이 퀘스트 말고도 해야 할 것이 아주 많다.
시간 절약을 위해 밭에 작물을 심고 광산에 가야할 것 같다.
그렇게 마을을 벗어나 농장으로 향하면서 비료를 사기 위해 목장으로 향할까 하던 때였다.
“골램아, 그런데 나무수액으로도 고급 비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그럼 오늘은 그걸로 해볼까?”
목장에서 비료를 사가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방식인 수액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지금은 똥을 사는 것이 간편하긴 하지만, 수액채취기라는 것을 활용하면 벌목할 때보다 수액을 2배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액은 비료 외에도 쓰인다고 골램이 말했다.
“비료말고 어떤 곳에 수액이 쓰이지?”
[꿀을 타면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시럽보다 풍미가 깊습니다. 또한 나무수액은 비약의 재료이기도 합니다.]
“비약이라면 버프 같은 것을 주는 포션을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음식의 추가효과와 중첩이 되는 효과입니다.]
“보약 같은 의미인가······.”
어쩐지 현실의 고로쇠물이 생각났다.
맛도 고로쇠물 맛이면 어쩐지 재밌을 것 같았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이라면 팬케이크 같은 것에 해먹으면 엄청 맛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무 수액을 좀 더 많이 모아서 비약이랑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봐야겠다.
여하튼 그렇게 농장으로 돌아왔다.
멍멍!
“하하, 녀석 항상 마중 나오는구나.”
실버가 언제나 그랬듯이 마중을 나왔다.
나는 녀석을 귀여워해주곤 정령들을 소환했다.
[불돌이를 소환하셨습니다.]
[물방울을 소환하셨습니다.]
[바람이를 소환하셨습니다.]
정령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불돌이는 나타나자마자 내 주변을 맴돌았고, 물방울은 도도하게 떠다녔다.
바람이는 어쩐지 차렷 자세인 것처럼 세로로 늘어났다.
[불돌이가 당신을 반가워하며 빙빙 돌고 있습니다.]
[물방울이 늦게 불렀다며 투덜댑니다.]
[바람이가 당신을 향해 부동자세를 취합니다.]
“오늘도 재밌게 지내자, 얘들아!”
각자 개성 있게 나를 반겨주는 정령들에게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정령들을 쓰다듬어 주곤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수액채취기는 대장스킬로 만드는 거야?”
[그렇습니다.]
“알았어, 그것부터 만들어야겠네. 불돌아 가자.”
나는 불돌이를 데리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물방울은 호수로 가버렸고, 바람이는 충직하게 따라왔다.
불돌이는 용광로를 지피는 것이 기쁜지 혼자 먼저 달려가 용광로 안으로 쏙 들어갔다.
곧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제작 카탈로그를 살폈다.
[대장기술, 수액채취기
정령술을 이용한 신비한 도구, 나무에 꽂으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정령석, 철괴 5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대장기술 Lv3, 정령술 Lv3 ]
미리보기로 볼 수 있는 모습은 커다란 주사기처럼 생겼다.
나는 곧바로 모형을 만들어 망치질을 시작했다.
소형 제작물이고 그렇게 고급 물품은 아닌지 15번 망치질 하는 걸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긴 했는데, 이대로 용광로를 꺼트리는 것이 좀 아쉬웠다.
그래서 만들 것이 더 있나, 생각해보았다.
“맞아, 식기를 만들어야하지.”
할 일이 생각났다.
선술집 손님들에게 제공할 식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몇 개나 필요할까? 현실의 식당이라면 수저통에 잔뜩 담아놓지만, 직접 만들어야하는 게임에선 마구 만들어놓을 수가 없다.
일단 제작카탈로그를 보았다.
[대장기술, 포크 5개
음식을 찍어 먹는데 쓰는 식기
필요한 재료 : 철괴 1개
필요한 도구 : 포크용 거푸집, 대장기술 Lv1]
“어라? 단조 제작이 아니네?”
[식기, 악세서리 같은 소형 제작물은 거푸집을 이용한 주조로 제작됩니다.]
“그렇구나, 거푸집을 만들어야겠구나, 그런데 거푸집은 그럼 뭐로 만들어?”
[벽돌과 마찬가지로 황토를 구워 만듭니다.]
“이런, 태산이를 불렀어야 했는데.”
거푸집을 만들려면 황토가 필요하고, 황토를 만들려면 태산이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태산이 대신 바람이를 불렀다.
[바람이가 당신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합니다.]
내가 그런 말을 하니, 바람이가 자신을 역소환 할까봐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방금 소환했는데, 역소환하는 것은 나도 마음이 아팠다.
물방울도 역소환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불돌이는 대장간 작업에 필요하고 말이다.
그때 골램이 나에게 조언했다.
[사과주스를 하나 마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응?”
[주인님의 현재 정신력은 71입니다. 추가 효과를 받으면 75를 넘고, 추가효과를 받는 동안은 정령을 추가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네! 고마워, 골램아. 넌 항상 도움이 되는구나.”
[과찬이십니다.]
골램의 조언에 고마워하면서, 나는 즉시 요리 스킬로 사과주스 한 잔을 만들어 마셨다.
[잘 요리한 6등급 사과주스를 마셨습니다.]
[시원한 음료를 마셔 갈증이 해결됩니다.]
[추가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활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추가효과, 지능 + 13, 정신력 + 13]
요리 스킬 레벨이 올라서 6등급인 사과주스는 기존에 + 9였던 추가효과보다 효과가 더 좋아졌다.
정신력이 75가 초과된 것을 확인한 나는 바로 태산이를 불러보았다.
[태산이를 소환하셨습니다]
[태산이가 당신의 부름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지만, 하품을 늘어지게 합니다.]
“안녕 태산아!”
나는 태산이를 보자마자 밝게 인사했다.
태산이는 항상 피곤해보여서 벌써부터 바위를 꾸벅꾸벅 흔들고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쪼그려 앉아 태산이를 쓰다듬어 준 뒤, 말했다.
“태산아, 거푸집을 만들어야 해. 오늘도 잘 부탁한다.”
[태산이가 당신의 명령을 듣지만 피곤한 모습입니다.]
대답하면서도 꾸벅꾸벅 조는 태산이! 나는 연신 쓰다듬어주면서 제작 카탈로그에서 거푸집을 찾아보았다.
[대장기술, 포크용 거푸집
포크를 주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푸집. 황토로 모양을 만들고 구워야한다.
필요한 재료 : 황토 20개
필요한 도구 : 대장기술 Lv1, 조합 스킬 ]
황토로 모양을 만들고 굽는 것이기 때문에 망치가 필요하진 않았다.
대신 조합 스킬이 필요했다.
나는 태산이에게 바로 황토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용광로 안의 불돌이를 불렀다.
그리고 황토가 모이자마자 제작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바로 거푸집 모양으로 만들어진 황토 모형이 만들어졌다.
이걸 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화르르르륵
불돌이가 불을 뿜어 구워주었다.
그런데 만약 정령술을 안 배웠다면 다른 수단으로 구워야하는 걸까?
도자기 굽듯이 도자기용 화덕이라도 만들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정령술을 배운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아마도 생활의 달인은 이런 경우를 예상하고 여러 스킬들을 배우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생활의 달인 클래스가 아닌 다른 유저들도 이런 스킬들을 배우기만 한다면 이런 생활 스킬을 그나마 편하게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들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관심이 없으니 생활 스킬이 그렇게 활성화되긴 힘들 것 같았다.
[포크용 거푸집]
“이거면 됐나? 그럼 수저랑 식사용 나이프용 거푸집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는 사이 포크용 거푸집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포크만으로는 식기가 부족하다.
수저와 나이프도 필요하므로 그것들의 거푸집도 만들었다.
태산이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착실하게 황토와 거푸집 모형을 만들었고, 불돌이는 신이나서 구웠다.
곧 거푸집들은 하나씩 다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식기들을 만들면 되겠네.”
몇 개나 만들어야 할까? 한 개의 철괴에 다섯 개씩 만들 수 있는 모양인데, 20번 해서 100개씩만 만들기로 했다.
선술집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100명 정도기 때문이다.
식기 반납이 필수겠지만, 여하튼 그 정도가 미니멈인 것 같았다.
나는 바로 주조를 시작했는데, 망치를 두드리는 단조와는 달리 철괴를 녹인 물이 홀로그램 단지에 담기고 그걸 거푸집에 붓는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다.
다섯 개를 만들자 철괴 1개분의 쇳물이 다 떨어졌다.
재료는 그렇게 부족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포크, 숟가락, 젓가락, 나이프를 각각 100개씩은 만들어야 하니, 하나당 1분으로 잡아도 400분이 걸릴 것이다.
최소 여섯 시간. 나는 결국 계획을 바꾸어야만 했다.
“수액부터 모으러 가야겠다.”
수액부터 모아서 비료를 만든 뒤, 밭농사부터 처리하는 것이 수순에 맞을 것 같았다.
밭농사는 이제 씨 뿌리는 것까지만 해놓으면 물은 분수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뿌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