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61화 (61/239)

44화 4일차 로그인

“맙소사,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잖아?”

김 팀장은 로그아웃하기 전에 공진이 번 돈을 보고 경악했다.

4,446,100골드. 그것도 공진이 3일간 게임에서 번 돈이다.

그것의 절반가량은 오늘 장사를 해서 번 돈!

시간이 지날수록 공진이 게임에서 버는 골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물론 400만골드도 다른 유저들이 아주 못 모을 돈은 아니었다.

혼자 엄청난 사냥 노가다를 하거나 아니면 대형길드가 십시일반하면 모을 수 있는 돈이었다.

문제라면 그걸 게임 한지 3일된 유저가 생활 스킬만으로 벌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이대로 골드가 계속 늘어나고, 그걸 팔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이렇게 된 이상 골드를 어떤 수로든 회수해야하는데······.”

‘골드 회수’.

게임 내 골드의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 게임사에선 어떻게든 유저들 간에 풀린 골드나 게임머니를 ‘회수’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유저들의 호주머니에 있는 골드를 NPC나 상점 등의 시스템으로 회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줄어들면 물가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컨텐츠를 통해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합법적이고,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만약 공진이 차후에 골드를 시장에 풀어버린다면 게임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그걸 적당히 회수해야한다.

“하지만 원래 하려던 골드회수 계획을 망쳐놓고 있어.”

게임 회사에서 골드회수 정책으로 하는 방식 중 하나는 아이템을 골드로 파는 것이다.

이 <마일스톤>의 경우에는 ‘업적점수’를 그것에 이용할 계획이었다.

본래는 희귀한 퀘스트나 업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업적점수를 높은 교환비로 골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공진 같은 유저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유저들 사이에 골드가 과잉이 될 때가 있을 것이었다.

그때 업적상점에 여러 쓸모 있는 소모품을 추가하면서 골드를 회수할 계획이었다.

주로 도태된 생활 스킬로 얻을 수 있는 소모품들을 얻게 할 작정이었는데······

“그런 옷이나 포션, 음식을 저 유저가 팔고 있잖아!”

······도태되었던 생활 스킬을 생활의 달인이란 히든 피스를 통해 맘껏 쓰면서 공진이 그런 아이템들을 팔고 있는 것이다.

대체품이 있는 상황에서 업적 상점에 그런 상품을 내놓는 것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냥 저 공진이란 유저에게 사거나 그에게서 아이템을 산 사람에게서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적 상점에 내놓는 상품의 효과를 더 올려버리면 게임 밸런스가 망가진다.

당초의 게임 경제 유지와 골드회수 계획이 망가지고 있었다.

바로 공진이란 유저 하나 때문에 말이다.

“아직은 현금 거래를 한 것도 아니고, 생활의 달인으로 만든 포션과 옷도 군신길드가 소모하고 있어. 그래서 다행이긴 하지만······.”

다행인 점이라면 아직 거래장이 열리지 않아서 공진이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한 것도 아니란 점이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가 더 많은 골드를 벌게 되면 그걸 현금화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김 팀장이었다.

공진이 유달리 게임에 애착이 있거나 조심성이 커서 골드를 일부러 풀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현금 거래를 하는 유저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보통은 게임의 생태계가 어떻게 되든 말든, 게임이 망하든 말든, 한탕에 돈을 벌고 만다.

그런 폐해 때문에 망한 게임이 여럿 되지만, 게임이 법적으로 보장된 돈 벌이 수단이 된 시대에선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럴 리는 없지만 생활 스킬이 만에 하나라도 유저들에게 활성화되면······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 그게 될 리가 없지만.”

만약 생활 스킬이 활성화되어서 유저들이 올라가는 거래물가를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리고 생활 스킬에 쓰이는 비용을 소모한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일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부자연스러운 골드 회수 정책을 쓰지 않더라도 게임의 경제가 유지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이상적인 방법이고, 현실적이지 못 했다.

베타테스트 시절, 본래는 그런 식으로 골드를 풀고 회수하는 계획을 했었다.

유저들이 생활 스킬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여서 구매력을 가지게 만들어 물가가 상승해도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밸런스의 한계에 가깝게 생활 스킬을 쉽게 만들어줘도 여전히 존재하는 생활 스킬의 진입장벽 덕에 실패한 일이었다.

그래서 폐기된 계획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폐기된 기획안의 발안자가······

“장기래였지. 후우······.”

······지금 생활 스킬을 이용해 게임을 위협하도록 만든 장기래였다.

김 팀장은 더욱 기분이 씁쓸해져서 한숨을 내쉬었다.

* * *

나는 오늘도 야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일하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일스톤>을 하기 전보다 일하는 의욕이 늘었다.

물론 일이 힘들긴 하지만 퇴근하면 스트레스를 풀 것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일하는 중에 게임 생각이 나긴 했지만, 게임 중독이라고 여길 만큼 심각한 금단증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생활을 견디는 힘이 늘어났으니, 나는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듯했다.

게임을 하는 회사원들이 나만 일 것은 아닐 진데, 그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하튼 집에 돌아와 씻자마자 나는 캡슐로 향했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한다!”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친 나는 캡슐에 앉아 접속을 하였다.

익숙한 감각과 함께 나는 나의 농장 ‘햇살 농원’으로 돌아왔다.

멍멍!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실버였다.

실버는 쏜살같이 달려와 나에게 안겼고, 나는 그런 실버를 안아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실버는 내가 정말 반가운 모양인지 혀로 얼굴을 핥아대었다.

“잘 있었어? 오늘도 농장 잘 지켰구나!”

멍멍!

기특하게 대답도 잘하는 녀석이다.

나는 실컷 실버와 어울리다가 농장을 둘러보았다.

우선 돌아왔으니,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사과 수확과 가축들을 돌보는 일이다.

지난 번 로그아웃할 때에도 사과가 열렸고, 가축들의 축산품도 있었지만 출근시간 때문에 수확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손해를 본 셈이지만, 그리 깐깐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즐기자고 하는 거 아닌가? 좀 손해봐도 눈에 불을 켜고 할 필요는 없다.

여하튼 나는 밀짚모자를 고쳐쓰며 사과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주인님, 좋은 밤입니다.]

"골램아 안녕! 너도 좋은 밤이야."

게임에선 해가 밝았지만, 골램은 현실의 시간을 기준으로 내게 밤인사를 했다.

나는 골램의 인사를 받은 후 사과수확을 했다.

50그루나 되다보니 이제 수확하는 것도 다소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욕심쟁이라 과일을 더 심을 생각이다.

그래서 포도와 딸기를 샀었다.

우선 과일 안주를 만들 생각으로 샀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러 가지 만들 생각이다.

과일을 심은 다음엔 고추랑 밀, 보리, 벼를 심어야 한다.

매운탕을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아, 매운탕의 주재료인 물고기도 대량 확보해야한다.

그래서 그물도 샀었지.

여하튼 이렇게 오늘도 즐거운 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잘 익은 4등급 사과 113개]

[잘 익은 5등급 사과 137개]

사과가 전부 알차게 자라서 모두 다섯 개씩 열렸다.

총 250개의 사과를 얻었다.

나는 휘파람을 부르며 가축들에게 향했다.

암탉에게 계란 5개를 얻었다.

이제 달걀은 29개나 있다.

4시간마다 또 얻을 수 있으니, 더 얻을 수 있는데 슬슬 이것도 뭔가에 써야할 것 같다.

계란후라이도 메뉴에 넣을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우유도 8리터를 짰고, 송로버섯도 4개를 더 얻었다.

그리고 어제 심은 마나 물망초를 4개 얻고, 1개는 남겨두었다.

오늘은 마나 물망초로 하급 마나 물약이란 것을 만들어 볼까?

그 다음엔 양털을 깎아서 양털 40뭉치를 얻었다.

어제 쓰지 않은 40개와 합쳐서 80개가 있었다.

“다 됐다······ 응?”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축산품을 모두 수확했을 때, 수상한 쪽지가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수상한 쪽지를 열어보았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퀘스트, 마법공학을 배우자.

마력석을 이용해 마법공학을 배울 수 있다. 마법공학은 당신에게 여러 편리를 제공할 것이다.

클리어 조건 : 마력석을 이용해 마법공학 용품 하나를 만들 것.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마법공학.

뭔가 기대되는 이름이었다.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일전에 골램과 대화하면서 들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공학을 배우면······

“골램아, 이 마법공학이란 것을 배우면 네 몸을 만들어줄 수 있단 거지?”

[그렇습니다.]

······골램에게 드디어 몸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법공학은 어디서 배울 수 있어? 마법사 길드에서?”

[마법사 길드에 일정 정도 이상 공헌한 유저에게 한하여 비싼 비용을 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비싼데?”

“20만 골드입니다.”

“······비싼 편이네.”

나는 비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그보다 훨씬 많은 골드를 가지고 있어서 비싸지만 비싸지 않은 듯 미묘한 감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에 잠깐 마을에 들러 마법공학을 배우고 오기로 했다.

멍멍 짖으면서 배웅하는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하곤 바로 마법사 길드로 직행해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오······ 엇,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사과파이 팔러 온 건 아닙니다.”

“그래요오오오?”

뭔가 기대를 하는 눈치인 마법사 아가씨 NPC에게 사과파이 팔러 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더니 바로 의욕이 사라지는 그녀였다.

NPC인데, 너무 개성 있는 성격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면 이곳 NPC들은 대부분 개성이 넘친다는 느낌이다.

여하튼 그녀에게 바로 용건을 말했다.

“지금은 마법공학을 배우러 왔습니다.”

“뭐라구욧!”

벌떡 일어서면서 말하는 그녀.

단번에 의욕을 되찾은 모습이다.

왜 그렇게 돌변하는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정말이에요? 마법공학은 돈도 많이 들고, 힘든 스킬이에요. 그래도 배우실 거예요?”

“네.”

“저희에게 20만 골드를 내야 하는 데도요?”

“내면 그만이죠. 아, 마법사 길드에 기여도가 있어야 한다는데, 제가 그 자격은 충분한가요?”

“충분해요! 사과주스랑 사과파이를 팔아줘서 마탑 연구를 거의 마쳤거든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정말 무르지 않는 거죠? 그럼 얼른 20만 골드 주세요.”

돌변한 이유는 아무래도 돈 때문인 듯했다.

뭔가 ‘이런 걸 다 배우려고 하는 봉이 있네.’라고 보는 눈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 번 배우면 사골까지 우려먹어서 본전 찾을 생각이다.

뭐 어려워봤자, 유리공예보다 어려운 노가다일 것 같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20만 골드를 준 뒤였다.

[마법공학 스킬 획득]

“이걸로 배운 건가요?”

“네. 뭐 대단한 거라도 기대하셨어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20만 골드나 냈는데, 팡파르 정도는 울려도 좋잖아?

여하튼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얼른 제작 카탈로그를 열었다.

그리고 그 일면에 딱 나오는 것을 보았다.

[마법공학, 절멸의 마장기 ‘마일스톤’

마법공학의 정수, 최악, 최강의 마법병기. 만들어내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지만, 사실상 제작은 불가능하다.

필요한 재료 : 마법석 1000개, 미스릴 250개, 다이아몬드 500개, 루비 500개, 사파이어 500개, 황금 500개, 은 500개, 철괴 2000개, 드래곤하트, 축성 받은 마일스톤, 세계수 아우루라의 뿌리가닥, 호수의 여신이 축복한 성배, 마법공학 골램핵

필요한 도구 : 마법공학 회로 세공도구, 망치, 마법공학 Lv10, 대장기술 Lv10, 정령술 Lv10]

······아직은 만들 수 없는, 어쩌면 절대 만들 수 없어 보이는 쇼윈도우 상품이 먼저 보였다.

하지만 미리보기 샘플에 보이는 것은 아마도 거대할 것 같은 로봇이었다.

아마도 업적상점에서 보았던 1억 업적점수짜리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쇼윈도우 상품일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림의 떡이라도 그런 것이 놓여 있으니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기분이었다.

누가 해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짓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는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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