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선술집 오픈
그 후 나는 불돌이로 화덕에 불을 지피곤 파이를 굽기 시작했다.
구워지는 파이들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나는 부득이 계획을 수정해야했다.
58개에서 57개만 팔기로 한 것이다.
하나는 내 입으로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파이 굽는 냄새 좋다.”
“드디어 장사하려나 보네.”
“버프 기다리느라 목 빠진 줄.”
“맛도 좋으니까 개꿀인 듯.”
“아까처럼 술도 같이 팔려나?”
“선술집도 지었으니까 그렇겠죠.”
구경꾼들도 이미 기대가 충만한 듯했다.
나는 그들의 수다소리를 들으며 흥겹게 파이를 구웠다.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화덕에 파이를 넣고 꺼내는 것만으로도 파티쉐가 된 기분은 낼 수 있었다.
밀가루를 만들 수 있는 밀도 많이 남았는데, 다음엔 다른 빵도 만들어봐야겠다.
아이디어가 지금은 별로 떠오르진 않지만 빵 종류야 차고 넘치니 아무거나 고르면 된다.
그나저나 구경꾼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적게 잡아도 50명? 이미 울타리에 상당히 몰린 상태였다.
선술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문이 닫혀 있고, 문 가까이 가면 실버가 으르렁 거려서 그러지 못했다.
오픈하면 상당히 바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하튼 나는 집중해서 파이를 마저 구웠다.
파이를 다 구우니 술도 숙성까지 완료되었다.
[잘 숙성된 4등급 스카치 위스키 100리터]
“······츄릅.”
숙성통과 아이템 이름만 봤는데, 벌써 술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군침이 흘렀다.
나는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고 선술집의 후문으로 들어가 카운터인 스탠드바에 놓았다.
이걸로 준비가 다 된 걸까? 다시금 생각해보니 하나의 에로사항이 떠올랐다.
온더록스 하려면 물방울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얼음을 만들 때마다 마나가 꽤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정령술의 신비한 도구에 얼음을 만드는 것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얼음제조기는 목공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 있습니다.]
골램은 바로 조언해주었고, 나는 목공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여보았다.
[목공, 얼음제조기
정령술을 이용해 물을 얼음으로 바꾸는 도구. 정령석이 필요하다.
필요한 재료 : 나무 10개, 정령석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5, 정령술 Lv3 ]
“이거군.”
얼음제조기를 항목을 찾은 나는 바로 제작을 시작했다.
소형 제작물이었지만 목공 스킬이 5레벨이나 필요한 고급품이라선지 망치질을 50번이나 해야 했다.
그렇게 구석구석 망치질을 하여서 완성했을 때였다.
[퀘스트 달성!]
[100 업적점수 획득]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퀘스트 조건은 세 가지의 정령술을 이용한 신비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분수기, 자동 연금술도구, 그리고 방금 만든 얼음제조기까지 3가지를 만든 것이다.
이제 슬슬 문을 열어도 될 것 같은데,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혹시 그게 있을까?
[조합, 분필
석회석을 이용해 흰색 분필을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석회석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
있었다.
나는 즉시 분필 하나를 만들었다.
그다음엔 작은 나무판을 만들고 그것에 동물 힘줄을 이용한 줄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의 양면에 각각 이렇게 썼다.
[Open]
[Close]
상점에는 이런 표지판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문을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기분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하는 김에 하나 더 만들었다.
[메뉴 : 식사 사과파이(경매) / 음료 스카치 위스키, 우유]
[유리잔은 반납할 것. 절도할 시 무서운 늑대개가 쫓아감]
이런 메뉴와 경고문을 만들어서 선술집 한편에 놓아두었다.
이제 준비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기 전에······.
“내가 먼저 시음을 해야지!”
쪼르르르르르륵
술잔 가득 완연한 갈색 빛깔의 스카치 위스키를 부었다.
거기에 얼음제조기로 온더록스하고 사과파이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약 올리듯 일부러 선술집 바깥으로 나갔다.
“어? 저 사람, 또 자기 혼자 먹는다!”
“위, 위스키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거 같아!”
“파이냄새도 죽인다.”
“와 약올라, 혼자만 마시다니.”
구경꾼들이 바로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낄낄 웃으면서 술맛을 음미했다.
스카치 위스키의 맛은 굉장히 부드럽고 맛이 깊었다.
소주 같은 증류주는 마시면 톡 쏘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적은 것이다.
게다가 이 또한 현실에선 몇 년이나 숙성된 것인지 맛과 향이 황홀하다고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안주로 사과파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치즈가 들어가서 담백한 맛이 나서 술이 너무 잘 어울렸다.
“꺼억, 잘 먹었다.”
그렇게 술을 다 마시고 사과파이를 다 먹은 나는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에 못을 박고 Open 표지판을 걸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문 열었습니다, 여러분!”
울타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들었다.
나는 그들을 피하듯 다시 선술집으로 들어와 스탠드바로 향했다.
뒤에선 문이 박차듯이 열리곤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오, 아늑해.”
“목조라서 뭔가 고풍스러워.”
“서부극 선술집 같아.”
“이봐, 그런 말 하면 석양이 진다구, 후후.”
“웃기고 있네.”
들어오자마자 우선 선술집 안의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었다.
서부극 술집 같다는 느낌은 나만 느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좀 더 그쪽 기분을 내보는 인테리어를 해볼까?
근처에 물소가 있던데 물소머리 박제라도······ 아니, 그건 동물보호협회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보류해야겠다.
“어서오십시오.”
“주인장. 술집이 아주 좋네요.”
“감사합니다.”
“스카치 위스키 하나 주세요.”
“6000골드입니다.”
스탠드바에 앉은 첫 손님이 주문을 했다.
나는 숙성통의 배출구로 스카치 위스키 한잔을 따라주었다.
술을 내주면서 문득 생각난 것인데, 나는 스카치 위스키의 가격을 잠시 고민했었다.
현실에선 스카치 위스키가 그레인 위스키보다 두 배는 비쌌기 때문이었다.
양조 과정이 훨씬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일관성 있게 발효통에 재료만 보리로 바뀌었을 뿐이니, 비싸게 팔 이유가 없었다.
현실을 들먹이면서 가격을 높이면 돈은 더 받을지 몰라도 손님의 기분이나 상하게 만들고 수입도 떨어질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다.
“물이나 온더록스 해드릴까요?”
“물로 해주세요.”
“물방울아!”
나는 즉시 물방울을 불렀다.
곧 열려 있는 후문으로 물방울이 둥실둥실 날아왔다.
[물방울이 왜 부르냐며 묻습니다.]
“손님 잔에 물 좀 타드리렴, 아 그리고 얼음제조기에도 물 좀 채우고.”
[물방울이 투정을 부리다가 자신에게도 술을 주면 그러겠다고 합니다.]
“어? 너도? 뭐 그럴게.”
불돌이가 뭔가 태우길 좋아하는 것처럼 물방울은 물과 관련된 술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장사 끝난 뒤 술을 주기로 하곤, 물방울에게 일을 시켰다.
곧 물을 탄 스카치 위스키를 손님에게 줄 수 있었다.
“크, 위스키 맛이 아주 좋네요. 그나저나 정령 이름이 물방울인가요?”
“네, 귀여운 녀석이죠.”
“귀여운 이름이군요. 그런데 술집 이름은 있습니까?”
“아, 아직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농장 이름도 없네요.”
“지금 하나 정하는 게 어떻습니까? 농장에 이름이 없으면 사람들이 부르기 불편하잖아요. 허허허.”
연배가 있는 그 손님은 허허허 웃으며 말을 맺었다.
나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름을 생각해보았다.
뭔가 친근하면서 훈훈한 이름, 기왕이면 한글적인 이름이 좋은데······.
곧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햇살 농원은 어떻습니까? 선술집 이름도 햇살 선술집으로 짓는거죠.”
“나쁘지 않군요. 간판이나 표지판이라도 써놓으면 좋겠어요.”
“하하, 그러겠습니다.”
“주인장! 여기도 한 잔!”
“예, 갑니다!”
첫 손님과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주문이 들어왔다.
곧 스탠드바의 20개 좌석이 가득 찼다.
나는 다음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테이블 쪽도 살폈다.
“저기요, 합석해도 될까요?”
“괜찮음. 아싸라서 신경 안씀.”
“호호, 말투가 재밌으시네요.”
“그런 말 자주 들음. 파티 하쉴?”
“그러죠, 버프 받고 같이 사냥해요!”
개인좌석이 아니라 테이블로 한 것에 사람들이 어색해 할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다들 잘 합석하는 분위기였다.
하긴, 아무리 현실 같아도 이건 온라인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지나치게 낯을 가리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파티를 한다거나, 친구를 사귄다거나 하면서 현실보다 적극적이기 마련이다.
여하튼 장사에 긍정적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과파이 경매는 언제하나요!”
“네, 여기 술 주문 마치고 바로 시작합니다.”
정신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술을 찾는 사람들에게 술을 따라주는가 하면 사과파이도 경매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57개나 경매해야하는 게 상당히 부담이었다.
다음에 음식을 팔땐 그냥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개수가 적을 땐 경매를 해도 부담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바빠서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변경하기가 뭣하니 그냥 바쁘게 주문과 경매를 받았다.
“아저씨, 우유 한 잔이요!”
“네, 갑니다.”
미성년자들은 술 대신 우유를 주문했다.
미성년자는 술을 한 모금도 못 마시도록 시스템으로 락이 걸려 있기 때문에 민짜 검사도 필요 없었고, 그걸 뚫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어린 친구들은 모두 버프를 받고 사냥할 생각뿐인 모양이었다.
하긴, 공부에 억눌린 청춘이라 한창 게임에 미쳐있을 때이기도 하다.
“와, 이런 사과파이 처음 먹어봐.”
“빨랑 먹고 가려고 했는데, 천천히 먹어야할 듯.”
“아저씨, 그런데 포크랑 나이프 없어요?”
“아 그게······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뭐, 손으로 먹을 게요.”
빨리 먹고 나가려던 학생 손님들은 맛을 보곤 꿀과 치즈가 좔좔 흐르는 사과파이를 음미하듯 먹기 시작했다.
다만 내가 준비가 미숙한 점이 있었다.
식기가 없던 것이다.
다행히 파이는 그냥 손으로도 먹을 수 있었고, 이건 게임이라서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울타리에서 그냥 판매할 때와는 달리 식당에는 식기가 있어야 한다.
서비스가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장 대장간으로 달려가 만들 수도 없어서 일단은 그냥 운영하기로 했다.
“크, 오늘도 야근 힘들었다.”
“요즘 더 시켜, 완전 노예야 노예. 그런데 술맛 죽이네.”
“이게 딱 숙성된 맛이거든. 바 같은데 가도 비싸서 못 마셔. 6000골드지만 그런데 가서 마시는 거에 비하면 훨씬 싼 거야.”
“숙취도 없으니 개꿀이지.”
“하하하!”
회사원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사과파이 하나를 나눠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마 나눠 먹으면 버프를 온전히 받지 못할 텐데, 그들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른의 여유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나중에 퇴직하면 이런 농장 가지고 싶어.”
“꿈도 꾸질 말어, 현실에서 농장 차리는게 어디 쉬운줄 아나? 이건 게임이라 그런 거지.”
“그럼 나도 게임에서 차리지 뭐. 퇴직금으로 놀고먹으면서 게임이나 하면서 지내고 싶다. 보니까 농사도 짓고 낚시도 하고, 집도 짓고 별일 다 하드만.”
“그치, 신기하다니까.”
좀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들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바쁘긴 하지만 왁자지껄한 선술집의 분위기가 싫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