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56화 (56/239)

39화 선술집 개장 준비

한참을 물방울과 논 다음, 나는 뭍으로 나왔다.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마냥 놀 수만은 없다.

정확히는 놀기만 하면 지겨워진다.

적당히 할 일이 주어져야 사람은 지겹지 않는 법이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논다.

그야말로 지상낙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해야 하는 건······포션부터 만들어 볼까?”

연금술도구를 개조했으니 그걸로 포션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나는 얼른 연금술 도구를 꺼내어 보았다.

플라스크들이 이제 일체형으로 유리관을 통해 이어져 있었는데, 특이사항이라면 플라스크들 밑에 정령석이 설치되어 있단 점이었다.

마치 알코올램프처럼 말이다.

거기에 불을 붙여야 한다는 것은 골램에게 묻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나는 우선 연금술 도구의 그릇과 절구로 약초를 빻은 뒤, 첫 플라스크에 물과 함께 넣었다.

그리고 불돌이를 불렀다.

“불돌아! 여기 불 좀 붙여줘.”

[불돌이가 당신의 명령을 즐겁게 따릅니다.]

화르르륵

불돌이가 정령석에 불을 쏘아 보내자, 정령석이 알코올램프처럼 불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커다란 삼발이는 필요 없어졌다.

플라스크를 가열하는 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던 장작불을 이용할 필요도 없어졌고 말이다.

자동으로 다음 플라스크가 가열된다고 하지만, 잘 작동하는지 보고 싶어서 10분간 기다려보았다.

10분이 지나자 첫 번째 플라스크의 물이 전부 다음 플라스크로 옮겨지더니, 두 번째 정령석으로 불이 옮겨붙고 첫 번째 것은 꺼졌다.

이런 식으로 6개의 플라스크가 자동으로 가열되며 약초를 정제하는 듯했다.

“그럼 나는 1시간마다 새 약초만 세팅해주면 되겠네.”

[그렇습니다 주인님.]

골램이 내 물음에 답변해주었다.

그러자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붉은 석양초 외에도 포션을 만들 재료가 있던 것이다.

“골램아 마나 물망초는 하급 마나 물약을 만드는 거랬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럼 이것도 만들어봐야겠네······ 돼지에게 심어야겠다.”

나는 마나 물망초를 재배하려고 붉은 석양초를 심고 있는 허브돼지에게로 다가갔다.

아까 수확하고 남은 한 개의 붉은 석양초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수확하곤 마나 물망초를 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땅의 풀을 뜯는 돼지의 등을 쓰다듬어 주곤 다른 할 일을 찾으러 갔다.

“다음은······ 맞아. 발효통을 늘려야 해.”

술을 대량으로 빚기 위해서 발효통을 200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이스트가 부족해서 200개를 다 활용하진 못하겠지만, 나중을 위해 만들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즉시 발효통의 제작에 들어갔다.

200개나 만들려니 시간도 걸리고 망치질도 많이 해야했다.

하지만 연금술도구나 밭의 작물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느긋하게 해도 괜찮았다.

[반복적인 망치질로 근육이 힘을 얻습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목공 스킬 레벨 업!]

기존에 있는 발효통 20개에 더해서 180개의 발효통을 만들었더니 힘이 오르고 목공 스킬이 레벨 업됐다.

나는 정사각형의 대형으로 발효통들을 배치했는데, 꼭 항아리 단지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발효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다고?

“골램아, 전에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 그럼 간장, 된장도 만들 수 있니?”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인님.]

“오 정말?"

[한식 또한 요리의 제작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꼭 만들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도 있다.

물론 빵인 사과파이도 맛있지만, 가능하다면 한식도 만들고 싶다.

그것도 내가 키운 재료와 쌀로 말이다.

자신의 텃밭에서 키운 재료로 밥을 지어 먹는다, 소소한 농사일에서 힐링을 찾는 도시인들에겐 로망 같은 것이다.

물론 이제 규모가 텃밭 수준을 벗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 술이다.

보리로 스카치 위스키를 만들어 마실 생각이므로 술 빚을 때 쓸 이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있는 사과의 개수는 186개, 아까 사과주스를 만들어 마셔서 하나 줄었다.

이스트는 37개 있으니 223개의 이스트를 만들 수 있다.

최대로 만든다면 111리터의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겠지만, 계획대로 100리터만 만들 생각이다.

몇시간 후 사과가 다시 열리면 그거로는 사과파이를 만들 생각이고 그러기 위해선 또 여분의 발효통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사과나무 50개에서 열리는 사과는 개수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100개의 발효통은 여분으로 남겨놔야만 했다.

“규모가 늘어나니까 꼭 대농장주가 된 기분이네.”

뭔가 일을 벌일수록 농장의 규모가 커지고, 내 존재감도 커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져서 땅 관리 스킬도 써보았다.

전에 비해 월등히 늘어난 내 사유지의 크기도 확인되었다.

현실에선 내 땅이 없는데, 게임에선 내 농장이 있단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다.

이런 것을 두고 대리만족이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발효통을 이용해 이스트를 만들었다.

[이스트 발효 중 - 1시간 59분]

“또 할 일은······ 판매 준비나 해볼까.”

14리터의 위스키를 팔 때보다 규모가 몇 배나 많은 술을 팔 것이다.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울타리에 임시로 설치한 스탠드 바로 충분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럴 바에 제대로 된 선술집이 좋지 않을까?

나는 건축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져보았다.

[건축, 목재 선술집

나무로 건축한 선술집, 화재에 취약하고 내구력이 그리 좋진 않지만 고풍스러운 미가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100개, 못 5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3, 건축 스킬 Lv3                                   ]

적당한 것이 있었다.

석조 선술집도 있긴 했지만, 벽돌이 들어서 그냥 목재로 골랐다.

못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장간이 있으니 문제는 없었다.

“좋았어, 만들자!”

주저하지 않고 결심했다.

음식과 술 장사를 계속 할 생각이라면 울타리의 스탠드바로는 부족할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선술집 하나를 차리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나는 부족한 나무를 해오고 못을 만들었다.

준비는 끝났고, 울타리를 조금 치워서 부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준비한 파란색 모형을 떡하니 세팅시켰다.

나는 바로 망치질을 시작했다.

“뭔가 대단한 걸 만드는 모양인데?”

“건물? 뭘 만들 생각인 거지?”

“입구가 우리 쪽을 향하는 거 같은데, 혹시 식당 같은 걸 만드는 거 아닐까?”

“술도 팔던데······ 이제 서서 먹을 필요가 없겠네!”

“진짜면 개꿀임.”

구경꾼들이 벌써 눈치를 채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즐거운 마음이 되어서 망치질을 더욱 바삐했다.

물론 대형 건물이라서 망치질을 많이, 그리고 꼼꼼하게 해야했다.

1시간을 공들여 아래쪽의 망치질을 전부한 뒤엔 사다리를 이용하여 지붕도 망치질을 했다.

망치질만 하면 건물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확실히 현실에 비해선 편한 일이다.

연속으로 망치질을 하는 팔은 끊어질 듯이 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쉬지 않고 망치질을 해서 지구력이 붙습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건축 스킬 레벨 업!]

“와 정말 집이 완성 되었잖아!”

“저기 간판에 Pub라고 쓰여 있어. 선술집이야.”

“진짜네? 대박!”

“근데 꼭 통나무 별장처럼 생겼다.”

“시골 같아서 좋네.”

다 만들고 나니, 팔이 저려왔다.

하지만 구경꾼들이 무척 좋아하는 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에 테이블이나 의자같은 가구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놓을 공간과 내가 있을 스탠드바는 있었다.

나는 즉시 목공 스킬로 테이블과 의자들을 만들었다.

대략 15좌석, 한 좌석에 4명이 앉을 수 있을 듯 했다.

여기서 잠깐 고민을 했었다.

현실 같은 가상현실 게임이더라도 이건 엄연한 온라인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서 게임을 즐긴다.

즉, 일행이 아닌 경우가 많다.

60명의 좌석을 준비해도 일행이 아닌 사람들끼리 합석해서 마시는 것은 어색할텐데······

궁여지책으로 스탠드바에 의자를 최대한 많이 늘려도 20대가 한계였다.

“모르겠다, 현실도 아닌데 서로 낯가림은 안하겠지.”

영업계 사원으로써 머리를 굴려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생각을 그만두었다.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곳에선 웨이터가 남녀끼리 짝지어 주는 방식으로 관리한다지만, 여긴 그런 곳이 아니다.

음식만 먹고 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혼술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혼술을 해도 술친구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만석이 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면, 아쉬운 사람이 합석을 하든지, 아니면 서서 마시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술집 안의 분위기는 꼭 서부물에 나오는 선술집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술집 분위기는 그렇게 험악하지 않고, 훈훈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제 이스트는 전부 만들어 졌겠는걸.”

선술집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발효에 걸리는 시간인 두 시간이 지났다.

선술집을 만들면서 어깨가 좀 뻐근하지만 나는 발걸음을 옮겨 발효통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스트 223개를 회수했다.

보리가 다 자라면 이걸로 발효액을 만들면 된다.

그럼 이제 해야 할 건······.

“맞아, 증류기. 증류기가 50리터 밖에 증류하지 못하지.”

200리터의 술을 한 번에 증류하려면 증류기를 3개 더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100리터만 할 거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한다.

그 말인즉, 망치질을 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피로감을 느꼈지만, 만들지 않으면 증류에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나는 불돌이를 불러서 또 다시 대장간으로 향했다.

불돌이는 용광로 안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기쁘기만 한 모양이었다.

나는 제작 카탈로그에서 증류기를 찾아 3개를 더 만들었다.

부피가 크기 때문에 하나를 만든 뒤 인벤토리에 넣어야만 했다.

생각보다 시간은 그리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었다.

“자, 이걸로 스카치 위스키 만들 준비는 끝났나?”

나는 증류기를 4개 모아다 놓고, 중간점검을 해보았다.

이스트 만들기 완료.

술집 만들기 완료.

보리는 만드는 중.

그리고······.

“아, 유리잔! 유리잔을 만들어야 해.”

이번엔 볼품없는 나무잔이 아니라 유리잔으로 영업해보기로 했었다.

나는 대장기술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대장기술에는 없었다.

[주인님, 유리 위스키 잔은 게임의 편의상 조합 스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조합, 유리 위스키 잔(150ml)

위스키를 담기에 손색이 없는 고풍스런 잔이다. 깨지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조심하자.

필요한 재료 : 유리

필요한 도구 : 대장기술 Lv3, 조합 스킬                                         ]

유리를 하나 만드는데 무척 고된 노동이 필요하다.

필요한 재료인 유리 하나를 만드는데 5분 동안 철봉을 돌리면서 숨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

다행히 위스키잔 잔 자체는 조합 스킬로 그냥 만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리 하나를 만드는데 5분이 걸리면 80개를 만드는데에는 400분, 타임 오버다.

“다음에 마저 만들기로 하고 20개만 만들어야겠다.”

나는 스탠드바의 좌석수인 20개에 맞춰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20개를 만드는데 100분이 걸리고 1시간 40분이면 만든다.

얼추 보리가 다 자라는 시간과 맞출 수 있었다.

사실 욕심이 좀 나서 술병도 만들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나중에 하기로 미루었다.

나는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가 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