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52화 (52/239)

35화 VS 정예 광산 고블린

“골램아, 저 수정들이 정령석이지?”

[그렇습니다.]

“굉장히 아름답네. 마치 보석 같아.”

[보석세공을 배우신다면 정령석을 세공하실 수도 있습니다.]

“구미가 당기는 말이지만, 지금은 그 신비한 도구들을 만드는데 더 관심이 가.”

보석세공이란 말에 솔깃하긴 했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이 있다.

그래서 그건 나중에 배워보기로 하고, 지금은 정령석을 모으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수정들 사이에서 불청객들이 보였다.

바로 고블린들인 것이다.

[정예 광산 고블린]

머리 위에 뜨는 이름은 그러했다.

생김새도 좀 더 험악하지만, 차림새가 유독 달랐다.

1층의 광산 고블린들은 헐벗었는데, 이 녀석들은 조잡해 보이지만 철편이 박힌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 종류로 치자면 스케일 아머와 비슷해 보였다.

그런 녀석들이 우선 세 마리 뭉쳐 있었다.

“얘들아, 쟤들은 우리보다 레벨이 훨씬 높다고 하니까, 내가 공격하는 것 외의 두 마리를 상대로 버티기만 해줘. 그럼 죽이고 도와줄게.”

꼬꼬꼭

음매애애애애

[불돌이가 당신의 명령을 인지합니다.]

[물방울이 알겠다고 합니다.]

나는 간략하게 작전을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크나 옥스가 죽지 않는 것이었다.

레벨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골램의 말대로라면 호크는 잘 피할 것이고 옥스는 몇 대는 견뎌줄 것이다.

그리고 다친 옥스는 물방울이 치료해줄 수 있다고 한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믿고 싸우기로 했다.

“야아아압!”

푸욱!

케엑!

나는 그대로 돌격했고, 정예 고블린 하나에 로렌의 창을 꽂았다.

양모 옷 세트 효과로 공격력이 더 오른 일격이었는데도, 녀석은 즉사하지 않고 견뎠다.

너절한 방어구가 생각보다 튼튼한 것이거나, 아니면 놈의 체력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사상태에 빠졌는지 창에 찔린 녀석은 반격하지 못했다.

꼭꼭꼬!

화르르륵

재빨리 그 녀석을 따라 공격하는 호크와 불돌이었다.

특히 호크는 닭의 속도라고 믿기 어려운 속도로 돌격해선 부리로 쪼아버렸다.

추가 공격을 받은 녀석은 그대로 죽어버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떴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타이밍이 아니라서 서둘러 다른 녀석에게로 창을 겨누었다.

그 사이 옥스가 용맹하게 날뛰며 남은 두 녀석을 머리로 받고 뒷발로 차고 있었다.

수소의 전투능력이 뛰어나다는 골램의 말은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레벨 차이 때문인지 고블린들은 그런 맹렬한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고 반격하기 시작했다.

옥스가 오래 버틸 것 같진 않았기에 서둘러 다른 녀석을 찔렀다.

푸욱

화르르륵!

[물방울이 옥스에게 치유의 물을 뿌립니다.]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불돌이는 내 공격을 도와서 고블린을 죽였고, 물방울은 상처입은 옥스를 치유해주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고블린에게 서둘러 창을 휘둘렀고, 그 놈도 호크와 불돌이, 옥스의 협공을 맞고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그렇게 첫 무리를 간단하게 해치웠다.

[600골드]

[고블린의 정수 3개]

[조잡하고 허름한 박도 3개]

[조잡하고 허름한 철편 갑옷 3개]

전리품은 이런 수준이었다.

나는 골드와 고블린의 정수만 챙기고 쓸모없어 보이는 잡템들은 챙기지 않았다.

“휴우······.”

[주인님, 서둘러 스탯을 분배해 정신력을 50 이상으로 맞추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응? 갑자기 왜······ 아, 정령을 하나 더 부를 수 있기 때문이구나?”

[그렇습니다.]

골램이 좋은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얼른 스테이터스창을 켰다.

그리고 체력에 1, 정신력에 2의 스탯을 분배했다.

[정신력이 50을 넘어서 정령을 하나 더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추가 정령소환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나는 태산이를 부를 수도 있었고, 아직은 소환해본 적이 없는 바람의 정령을 소환할 수도 있었다.

약간 고민이 될 때, 골램이 또 조언해주었다.

[태산이를 부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땅의 정령은 공격보단 방어에 특화된 정령이기 때문에 옥스와 호크에게 방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냥이 더 안전해지겠구나, 그렇게 하자.”

나는 결정을 하자마자 태산이를 소환했다.

땅에서 귀여운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듯이 흔들리는 태산이었다.

“태산아, 너는 옥스와 호크가 다치지 않게 도와줘.”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태산이답게 의욕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래도 태산이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른 고블린을 찾기보단 일단은 정령석에 시선을 돌렸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령석을 얻어서 돌아가는 거지, 사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들을 쉬도록 대기시켜놓고, 주변에 널린 정령석 광맥 중 하나에 다가갔다.

깡깡깡!

그리고 곡괭이를 꺼내 채광을 시작했다.

10번 힘껏 내리치니 총 다섯 개의 정령석을 얻을 수 있었다.

2개의 광맥이 더 있어서 그것도 캐두었다.

벌써 15개나 얻었지만 나는 최대한 많이 모아두고 싶었다.

어쩐지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많이 쓰지 않더라도 또 모으는 것은 귀찮으니까 모아둘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정령석 외에도 석회석과 소금도 많이 확보해두어야 한다.

유리를 만드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금은 유리 외에도 조미료로 써야하기 때문에 많이 모아두고 싶었다.

“저쪽으로 가자.”

광물 탐색으로 보이는 다음 광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도 정예 고블린들이 있었다.

4마리였는데, 나는 애들을 지키기 위해서 먼저 돌격했다.

파캉!

[치명적인 일격!]

이번엔 크리티컬이 떠서 정예 고블린이 한 방에 죽어버렸다.

나는 민첩이 낮아서 크리티컬이 그리 자주 뜨진 않았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다.

하지만 고블린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남은 3마리의 고블린들이 나를 집중공격하려 한 것이다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생명력과 방어력은 그렇게 대단하진 않아서 3마리에게 공격 당하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음매애애애애애!

[옥스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흥분합니다.]

그때 옥스가 투우를 하는 것처럼 난입했다.

고블린들이 뿔에 받히고 뒷발에 차였다.

덕분에 고블린들의 주의는 옥스에게로 몰렸다.

나는 서둘러 다음 고블린에게 공격을 했다.

“이런!”

하지만 고블린이 공격을 피해버렸다.

나는 창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고 했지만 약간 딜레이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옥스가 위기였는데, 그때 태산이가 나섰다.

[태산이가 옥스에게 바위의 보호를 걸어줍니다.]

태산이가 정령술을 걸어 옥스의 주변에 바위와 돌이 맴돌게 했다.

고블린들의 공격은 그것에 막혀 옥스를 보호해주었다.

나는 그 틈에 고블린 하나를 공격했고, 호크와 불돌이가 따라서 맹렬히 공격했다.

곧 고블린들을 하나 둘 처치하고 이번에도 물리칠 수 있었다.

“태산아 정말 잘했어. 옥스도, 호크도, 불돌이랑 물방울도 잘했어!”

태산이 한 명만 늘었는데도 사냥이 무척 편해졌다.

직감적으로 이곳에서의 사냥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또 다시 광석을 캐고,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을 반복했다.

정령석도 모았지만, 석회석과 소금도 많이 모았다.

[정령석 127개]

[석회석 133개]

[소금 137개]

두 시간 가까이 사냥과 채광을 반복하니 이 정도가 모였다.

상당한 수의 고블린을 죽여서 레벨이 20이 되었다.

나는 똑같이 체력과 정신력을 1과 2로 배분했다.

호크도 25레벨이 되었고, 옥스는 13레벨이 되었다.

“이제 돌아가자. 충분히 모은 것 같아.”

사냥에 맛이 들리는 기분이었지만, 돌아가서 얼른 ‘정령술을 이용한 신비한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돌아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유리를 만들면 뭐에 쓸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술잔과 술병이었다.

유리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이상 볼품없는 나무잔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술잔으로 사람들을 대접할 땐, 술잔은 파는 게 아니라 장사도구로 회수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안 그러면 계속 유리잔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 외에는 연금술도구를 개조하는데 쓰고······ 그 외에는 좀 더 알아봐야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광산을 나왔다.

나는 오던 길대로 강 쪽을 경유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음? 저것들은 물소잖아?”

그때 강가에서 물을 마시는 물소들이 보였다.

저곳은 토끼 말고도 물소가 출몰하는 곳인 모양이었다.

그들을 보자, 생각이 드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소고기 먹고 싶다.”

음무우우우우

사람은 결국 먹는 동물이다.

소를 보면 자연히 소고기가 생각나는 법.

타고 있는 옥스는 어쩐지 그 말에 반응하는 듯했지만, 당연히 옥스를 먹겠다는 것은 아니다.

“옥스야, 저 물소를 잡을 건데 혹시 싫어?”

음무우우우

[옥스가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그럼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옥스를 몰았다.

옥스는 동족 아닌 동족에게 돌격했고, 나는 기병처럼 창을 휘둘러 물소 하나를 찔렀다.

물소는 내 공격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 방에 죽어버렸다.

“소고기······ 소고기다!”

물소 떼는 도망쳐버렸고, 나는 얼른 옥스에게서 내려 물소를 도축했다.

[물소고기 10개]

[물소가죽 5개]

[물소힘줄 5개]

토끼 고기와는 달리 물소는 한 마리만 잡아도 고기와 가죽을 많이 내놓았다.

다만 나는 안심이나 등심 같은 부위로 나뉘어 도축될 줄 알았는데, 게임의 편의상 그냥 고기로 분류되는 듯했다.

아마도 요리하면 적절한 부위로 적용될 것이다.

나중에 포만감이 떨어지면 꼭 이 고기를 먹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엔 물소가 많은 것 같으니 나중에 또 사냥해서 고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옆의 강도 주목이 되었다.

호수에서만 낚시했는데, 강이라면 또 다른 물고기들이 낚일 것이다.

지금은 농장으로 돌아가지만 나중엔 여기서도 낚시를 해보고 싶었다.

여하튼 일단 농장으로 향했다.

멍멍멍!

“실버야, 이번에도 농장 잘 지켰어?”

멍!

[실버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돌아오자 득달같이 달려와 나를 환영하는 실버였다.

나는 실버를 맹렬하게 쓰다듬었다.

호크와 옥스는 축사로 돌아갔고, 불돌이는 나와 실버 주변을 맴돌았다.

물방울은 호수에 조용히 몸을 담갔고, 태산이는 오자마자 꾸벅꾸벅 졸았다.

여전히 평화로운 농장이었다.

“불돌아! 용광로를 써야해!”

화르르륵!

[불돌이가 신이 나서 얼른 용광로로 날아갑니다.]

대장간을 써야했기에 불돌이에게 말했는데, 불돌이는 용광로나 화덕에 들어가는 것이 정말 좋은지 한달음에 날아갔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대장간으로 향했다.

곧 대장간의 용광로에 불이 화르륵 지펴졌다.

나는 망치를 들었고, 제작 카탈로그를 뒤져보았다.

[대장기술, 분수기

물의 정령의 힘으로 물이 자동으로 분사되는 신비한 도구. 농사에 요긴하다.

필요한 재료 : 철괴 5개, 정령석 3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집게, 정령술 Lv3, 대장기술 Lv2                    ]

가장 먼저 만들고 싶은 것은 이것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