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51화 (51/239)

34화 새로운 친구, 옥스

“우선 수확부터 다시 해야겠다.”

휴식하고 술이 깬 나는 다시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를 보며 말했다.

수확한지 8시간이 지나서 사과들이 다시 열린 것이다.

다른 축산물들도 다시 수확이 가능해서 함께 수확했다.

사과 120개, 우유 8리터, 양털 40개, 계란 5개, 붉은 석양초 4개, 송로버섯 4개, 꿀 10리터를 얻었다.

수확을 마친 나는 앞으로 할 일을 계획해보았다.

우선 정령석을 모으러 광산에 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곤 돌아와서 그 ‘신비한 도구들’을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뭔가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사과파이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개조가 가능하다는 연금술 도구로 물약도 만들어보고······.

할 일이 무진장 많았다.

“그럼 어서 가볼까.”

[주인님, 정령들만 데려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 응. 그런데 왜?”

[2층은 정예 고블린들이 나타나는 곳입니다. 파티원을 구하시거나, 호크를 대동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수소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타고 가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래? 그렇게 어려워?”

[2층의 정예 고블린들은 레벨이 50 정도입니다. 중수 이상의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가야만 하고, 주인님의 높은 공격력으로도 2번은 공격하셔야 할 겁니다.]

“오······ 그럼 조심해야겠네.”

나는 골램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한편으론 군신 길드의 시화에게 귓속말해서 도움을 청해볼까도 싶었지만, 이 정도 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은 좀 시기상조 같아서 그만두었다.

나는 암소와 노닥거리고 있는 수소에게 다가갔다.

“수소야, 이제 네 이름은······ 그래, 옥스(Ox)야.”

음매애애애애애

[옥스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옥스는 영어로 ‘소’라는 의미다.

음, 그러니까 이 녀석을 탈 수 있단 말이지?

“옥스야, 내가 네 등에 타도 괜찮니?”

음매애애애

[옥스가 타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럼 탈게!”

옥스의 허락을 맡은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등에 타려고 했다.

말도, 소도 타본적이 없는 나는 매우 긴장되고 신나는 일이었지만, 서툴러서 등에 잘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옥스는 얌전히 있었고, 나는 우여곡절 끝에 등에 탈 수 있었다.

음매애애

“워워워어.”

등에 타자 옥스가 살짝만 움직여도 불안했다.

뭔가 고삐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 참, 재료가 될 만한 것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토끼가죽 10개]

[토끼힘줄 10개]

이걸로 고삐를 만들면 좋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어떤 스킬로 만드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가죽을 다루는 것이니까, 재봉일까?

그래서 나는 재봉 제작 카탈로그를 켜보았다.

[재봉, 가죽 고삐

말 따위의 탈 것에 필요한 고삐

필요한 재료 : 동물의 가죽2개 동물의 힘줄 2개

필요한 도구 ; 바늘, 재봉 스킬 Lv1           ]

내 감이 좋았는지, 재봉 카탈로그에 있었다.

나는 당장 제작 버튼을 눌러 재봉을 시작했다.

바늘에 실 대신 힘줄이 걸려 있었고, 고삐 모양으로 세팅된 제작물에 표시를 따라 바느질을 하면 됐다.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으므로 간단히 끝낼 수 있었다.

[재봉 스킬 레벨 업!]

만들고 나니 재봉 스킬이 올랐다.

나는 그런 메시지를 확인한 뒤, 완성품으로 손에 쥐어진 고삐를 조심스럽게 옥스의 머리에 씌웠다.

옥스는 조금도 야단부리지 않았고, 곧 나는 고삐를 쥘 수 있었다.

그러자 붙잡을 것이 생겨서 한결 타고 있기 좋았고, 옥스에게 방향을 지시하는 것도 쉬워졌다.

“호크야! 물방울아! 불돌아! 오늘은 광산에 가자!”

꼭꼬꼭

[불돌이가 소를 탄 당신을 신기해합니다.]

[물방울이 무관심한 척하면서 힐끔힐끔 당신을 바라봅니다.]

레벨이 조금 오른 호크가 졸졸 따라오고, 불돌이와 물방울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출발 준비를 마치고 있으니, 실버가 다가왔다.

멍멍!

[실버도 함께 가고 싶다는 눈치입니다.]

“실버야 아쉽지만, 돌아오면 같이 놀아줄게. 네가 없으면 농장을 지켜줄 이가 없어.”

멍!

[실버가 꼭 놀아달라고 합니다.]

“응! 약속할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실버에게 나무공을 주었다.

실버는 그것을 물고 굴리며 뒹굴었다.

그렇게 농장은 실버에게 맡기고, 나는 모두와 함께 광산으로 향했다.

마을을 지나 그렇게 가던 중이었다.

[주인님, 채광 스킬에는 ‘광물 추적’ 스킬이 있습니다.]

“아, 약초 추적 같은 스킬이야?”

[그렇습니다. 인근의 광물, 혹은 광물성 소재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써볼까, 광물 추적!”

마을 근처의 강을 지날 때, 그것을 써보았다.

그러자 사방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모래에서 빛이 나잖아? 모래가 재료인 거야?”

[유리를 만드는데, 모래가 사용됩니다.]

“그럼 모아둬야겠네.”

나는 옥스에게서 잠시 내려 모래를 담았다.

[모래 1덩이]

모래도 인벤토리에 넣으니 1덩이로 아이템화 되어 들어갔다.

얼마나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50덩이만 모았다.

그 후 우리는 쭉 광산으로 향했다.

“33레벨 격수 놉니다.”

“힐느님 모셔요! 힐느님!”

“조합 상관없이 파티 모읍니다. 트라이팟임.”

오늘도 광산 입구에는 여러 사람들이 파티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2층 파티를 모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몇 가지 추측을 해보면, 1층은 레벨 업하기 좋아서 인기가 많지만 2층부터는 효율에 문제가 있는지 다들 다른 곳으로 사냥을 가버리는 듯했다.

나는 문득 호크와 옥스가 광산 2층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주인님이 집중 공격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끌어주는 역할이면 충분할 겁니다. 수탉인 호크는 날쌔서 공격을 피하기 쉽고, 수소인 옥스는 체력이 높아 몇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줄어든 체력은 물방울의 ‘치유의 물’로 치료하면 됩니다.]

“좋아, 일단 부딪혀 보자.”

나는 골램의 조언대로 해보기로 하고 옥스의 등에서 내렸다.

그러자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 사람, 소를 끌고왔는데?”

“소만이 아니라 닭도 있군.”

“직업이 테이머인가?”

“하지만 정령들도 따라다니는데?”

“무슨 히든 클래스인가?”

소와 닭, 불돌이와 물방울까지 데려와서 꽤 눈에 띄는 모양이었다.

나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계속 주목을 끄는 것도 뭣해서 얼른 광산으로 들어갔다.

광산 1층의 풍경은 여전했다.

NPC광부들과 몇몇 유저들이 철광석을 캐고 있었다.

그곳을 좀 지나면 철광석이 아니라 광산 고블린을 사냥 중인 유저 파티들이 있었다.

나는 이번엔 더 깊은 곳까지 가서 2층으로 향해야 했다.

케케케켁! 공격! 케켁!

닭고기다! 소고기다! 케켁! 별미다 별미!

“얘들아 싸울 준비 해!”

곧 고블린들이 애드되었고, 나는 로렌의 창을 쥐고선 말했다.

4마리의 광산 고블린들이었는데, 먼저 공격한 것은 불돌이와 물방울이었다.

화르르륵!

케케켁! 뜨겁다!

슈우우욱!

푸욱

켁!

불돌이가 불로 고블린 4마리를 동시에 공격하면, 물방울은 한 마리에게 날카로운 얼음 쟈벨린을 던졌다.

고블린 하나가 얼음 쟈벨린을 맞고 사망했다.

꼬꼬꼭!

음매애애애!

케엑!

또 한 마리는 호크와 옥스가 동시에 공격해 죽여 버렸다.

호크는 부리로 쪼아버렸고, 옥스는 과감하게 돌격해 소뿔이 난 머리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나는 남은 광산 고블린 두 마리만 상대하면 되었다.

푹! 푸욱!

케에에에엑······.

동료 둘이 당해서 혼란스러웠던 녀석들은 내 창을 피하지 못 했다.

간단하게 한 명씩 창을 맞고는 아이템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나는 400골드와 고블린의 정수 4개를 챙겼다.

쓸모없는 잡템들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쓸모가 없었기에 줍지 않았다.

“시작이 좋은데?”

아직 2층의 그 정예 고블린들을 상대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광산 고블린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호크와 옥스의 레벨을 올리고 가도 좋을 것 같지만, 일단 2층을 가보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1층의 좀 더 깊은 곳까지 갔을 때였다.

나는 온 김에 눈에 띄는 철광석들을 캐고 있었다.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서였다.

“응? 이건 철광석이 아니잖아.”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뭔가 회색빛이 도는 광물인데, 분명히 철광석은 아니었다.

나는 아이템 이름을 확인해보았다.

[석회석]

“석회석? 여기가 석회광산이기도 한가?”

철광석이 나는 광산에서 석회가 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광산은 해당 지층에 있었던 물질에 영향을 받아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석회 광산은 대량의 석회물질이 있던 지층이 드러나면서 광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라선지 그냥 아무 광석이나 두루 나타나도록 해놓은 듯했다.

확실히 그 편이 편한 것이긴 했다.

못할 건 아니지만 철광산, 석회광산, 구리광산, 석탄광산, 이런 식으로 다 따로 해놓으면 만약 생활 스킬을 하는 사람이 그걸 구하러 갈 때, 다 따로 찾아가야해서 곤란할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런 편의를 해놨어도 생활 스킬을 하는 사람은 전멸인 모양인 것 같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석회석을 반드시 가져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유리의 재료입니다.]

“아, 그럼 꼭 캐야겠네!”

그러고 보니 석회는 유리의 재료이기도 했다.

나는 유리를 만들기로 했으니 반드시 가져가야할 것이었다.

나는 석회석을 캐면서 골램에게 물었다.

“이거 외에도 꼭 캐야하는 광석이 있어?”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라면 소금도 있습니다.]

“소금!”

난 소금이란 말에 놀랐다.

확실히 소금은 광산에서 나는 산물이기도 했다.

염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는 과거 바다였던 지층이 융기하여 드러난 광산이나 땅에서 소금을 채취했다.

당연히 과거에는 소금을 두고 전쟁을 할 만큼 귀한 조미료이기도 했고 말이다.

여하튼 아무래도 정령석 외에 여기서 찾아야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았다.

나는 석회석 광맥을 캐서 5개의 석회석을 얻었다.

“골램아 2층에도 석회석이랑 소금이 나오니?”

[석회석과 소금은 1층 깊은 곳부터 무작위로 나타납니다.]

“그럼 굳이 1층에 머무를 필요는 없겠다. 가는 길에 있는 것들만 캐고 빨리 2층으로 가야겠네.”

난 그렇게 판단하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석회석 20개와 소금 15개를 캘 수 있었다.

물론 광산 고블린 무리들도 꼬였지만 별로 어려움 없이 해치울 수 있었다.

3400골드와 고블린의 정수 34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호크가 15레벨이 되었고, 옥스가 5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12레벨이 되어서 15포인트를 능력치를 배분했다.

체력과 정신력에 1과 2씩 나누어주었다.

“여길 내려가면 2층인가?”

[그렇습니다, 주인님.]

어느덧 1층의 끝까지 도착했다.

그곳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있었다.

1층 깊은 곳부터 인적이 드물었는데, 여기서부턴 아예 사람이 없었다.

나는 잔뜩 긴장하면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수정들이 빛나는 곳이었다.

바로 정령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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