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그레인 위스키 만들기
[밭을 열심히 갈아서 체력과 힘이 좋아집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읏차······ 다 갈았다.
한 시간 쯤 밭 갈기에 매진해서 필요한 넓이만큼 밭을 갈았다.
생활 노동을 했기 때문에 능력치가 올랐다.
이젠 밭 갈기가 너무 익숙해져서 별로 힘도 안 들었다.
밭을 다 간 뒤엔 가축들의 똥을 모아 고급 비료로 만들었다.
가축들의 기분도 좋아지고, 작물의 성장시간도 반감해주는 비료를 얻기에 일석이조였다.
고급 비료들을 밭에 고르고 넓게 뿌리면 이제 밀을 심을 준비가 끝났다.
[주인님, 밀로 위스키를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응? 그런데?”
그때 골램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골램이 말을 이었다.
[조언해드리자면 위스키의 발효에는 이스트가 필요합니다.]
“아, 잘됐네. 이스트는 마침······ 아!”
[혹시 이스트를 다른 곳에 사용하실 거라면 재고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음, 그래. 그래야겠다.”
원래 이스트는 사과파이를 만드는데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사과파이는 나중에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게임시간으로 8시간만 흐르면 사과는 또 열리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사과파이도 술도 둘 다 급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술이 더 마시고 싶기에 술을 빚는데 쓰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나는 밀 씨앗 50개를 정성스레 심었다.
“이제 4시간동안 뭔가 하면서 기다려야하는데······.”
멍멍!
화르르륵!
[실버가 당신과 놀고 싶어 합니다.]
[불돌이가 당신과 놀고 싶어 합니다.]
밀 씨앗을 다 심고, 할 일을 고민하고 있자, 실버와 불돌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실버야, 공 던지기 하면서 놀까?”
멍멍!
“불돌이는 실버 쫓아가기 할래?”
[불돌이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즉석에서 놀 거리를 생각한, 나는 목공 스킬로 야구공만한 나무 공을 만들었다.
평범한 공이라서 제작 카탈로그에는 없었고, 직접 홀로그램을 공작해서 만들어야했다.
공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쉽게 만들었다.
단지 스킬을 완성시키기 위해 의미 없는 망치질을 10번 하여 공을 만들어냈다.
“실버야 물어와!”
멍멍멍!
그리고 그 공을 던지며 실버와 놀았다.
불돌이는 공을 쫓아 맹렬히 뛰어가는 실버를 쫓아다니며 함께 놀았다.
나는 그렇게 놀면서 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대낫으로 베었다.
개들이 다 그렇듯이, 실버는 공을 던지고 또 던져줘도 계속 던져달라고 주워왔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방울이 자신과도 놀아달라고 합니다.]
“물방울아, 너도 공놀이 같이 할래?”
[물방울은 수영을 같이 하자고 합니다.]
“역시 그렇구나, 알았어.”
중간엔 물방울이 질투하듯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메시지를 보였다.
물방울은 그러면서도 물에선 나가기 싫은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공을 물어온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곤 공을 물려주고 옷을 벗었다.
오랜만에 팬티맨 상태가 된 나는 주저 없이 호수에 몸을 던졌다.
풍덩!
“푸하!”
[물방울이 당신에게 물장난을 칩니다.]
“하하하! 이 녀석!”
물방울이 물을 뿌리며 도망쳤기에, 나는 수영하면서 쫓아갔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을 놀았다.
[정령과 어울려서 정신력이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정령술 레벨 업!]
정신력이 오르고 정령술 레벨이 올랐다.
처음 안 사실인데, 정령술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정령과 놀기만 하여도 레벨이 오르는 모양이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렇다면 나로선 정말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령술은 전투스킬인데도 마법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정령술사 NPC의 말이 떠올랐다.
그게 정말일까?
잠깐이지만 광산이나 필드의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불돌이의 도움을 받았던 나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나는 내 공격력이 대단히 높은 상태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4시간이 지나, 밀들이 다 자랐다.
[농사 스킬 레벨 업!]
밀들이 다 자라선지 농사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이제 4레벨이 되어서 최소 7등급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밀은 레벨 업 전에 심은 것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나오는 7등급과 최소 등급인 8등급 밀이 섞여서 나왔다.
여하튼 50개의 밀을 수확한 나는 발효통으로 다가가 65개의 이스트와 치즈들을 회수했다.
그런 뒤론 발효통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여 보았다.
한참을 찾아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
[제작, 그레인 위스키 발효액 1리터
효모와 밀을 이용해 위스키 발효액을 만든다. 증류와 숙성을 하지 않은 이것만으로는 아직 위스키라고 하기 힘들다.
필요한 재료 ; 밀 3개, 이스트 2개, 물 1리터
필요한 도구 : 발효통, 농사 스킬 Lv3, 조합 스킬 ]
그레인 위스키는 맥아나 밀이 아닌 다른 곡물로도 만들 수 있는 위스키다.
재료 면에서 스카치 위스키보다 저렴하고 간편하단 장점이 있고, 맛은 부드럽다는 평이 있다.
보통은 그레인 위스키 자체만으로 판매하기 보단 스카치 위스키와 혼합해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든다고 하지만, 애주가들은 이 ‘순수한’ 맛을 즐기기도 한다고 들었다.
현실에선 당화 과정에 맥아를 좀 쓰거나 하는 등 좀 더 제조에 있어서 좀 더 다양한 기법이 있지만 게임의 시스템으로는 발효통에 밀3개와 이스트2개, 그리고 물을 넣으면 그만인 모양이다.
여하튼 나는 열심히 물을 길러 14개의 발효통에 재료들을 넣고 발효를 시작했다.
현실이라면 밀의 이삭에서 알곡을 떼어내는 탈곡 과정을 거쳐야하지만, 게임이라서 알아서 탈곡되어 밀알들이 들어갔다.
[위스키 발효액 - 2시간]
이스트랑 치즈와 마찬가지로 발효에는 2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나는 남은 밀 8개를 뭐에 쓸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마 조합 스킬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져보았다.
[조합, 밀짚모자
아무 특징 없는 밀짚모자. 햇살 아래에서 농사짓기엔 좋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재료 : 밀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
“오오, 역시 있네.”
내가 바라던 것은 바로 농부의 상징, 밀짚모자였다.
물론 상징이라고 하기엔 요즘에선 잘 쓰지 않지만 말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제작 버튼을 눌렀고, 곧 밀 하나를 소모하여서 밀짚모자가 만들어져 손에 쥐어졌다.
나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머리에 썼다.
거울 대용으로 호수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제법 모자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농부일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도시의 회사원인 모습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서 웃었다.
“근데 그래도 밀이 7개나 남네······ 아, 혹시 모이를 만들 수 있나?”
나는 한 번 더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적였다.
[조합, 닭 모이
곡식을 이용해 만드는 닭 모이. 닭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필요한 재료 : 아무 곡식이나 1개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목축 스킬 Lv1 ]
이것도 있었다.
목축에 관련되어선지 필요한 도구에 목축 스킬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자투리 밀이지만, 땅에서 벌레만 쪼아 먹는 호크와 암탉에게 모이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7개의 모이를 만들었다.
와르르
“우왓! 생각보다 많은데.”
밀 1개라고 해서 밀지푸라기 1개가 아니란 것을 잠시 잊었다.
게임이라서 1개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사실은 1짚단이나 1더미라고 말해야할 것이었다.
여하튼 모이 7개를 만드니 거의 시중에서 파는 모이 한 포대 크기의 모이가 만들어졌다.
홀로그램 포대에 담겨져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땅에 다 쏟았을 것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인벤토리에 넣고 닭장으로 향했다.
호크와 암탉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호크야, 맛난 거 먹자! 구구구!”
비둘기도 아닌데, 비둘기에게 밥 주는 것처럼 모이 한 개를 꺼내 뿌렸다.
그러자 암탉과 호크가 맹렬히 모이를 쪼아 먹었다.
벌레만 쪼아 먹던 그들에겐 모이는 특식격인 모양이었다.
흠, 그러고 보면 다른 애들도 좀 챙겨줘야 할 것 같은데.
사료는 뭐로 만들면 되지? 마찬가지로 곡식이려나?
아, 그러고 보니 건초를 만들어 먹이라고 카우보이 목장주가 말했었다.
나는 다시금 조합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뒤져보았다.
[조합, 건초
풀이나 짚 따위를 말린 것. 소, 양, 돼지 따위에게 먹일만하다.
필요한 재료 : 풀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목축 스킬 Lv1 ]
역시 있었다.
나는 다소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데, 풀은 잡초를 베면서 산더미처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풀을 뜯어 먹기 때문에 여물인 건초는 풀과 별 차이 없지 않나?
나는 이번엔 사료를 찾아보았다.
[조합, 사료
가축의 영양을 좋게 만들어주는 먹이. 가축의 기분과 건강을 좋게 만들어준다.
필요한 재료 : 한 개 이상의 곡물
필요한 도구 : 조합 스킬, 목축 스킬 Lv2 ]
이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지금 가진 곡물이 없어서 만들 수가 없었다.
흠, 이젠 사료를 주기 위해서라도 곡물 쪽의 작물을 알아 봐야할 것 같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쌀이지만 말이다.
밥 대신 빵이라고 사과 파이를 먹긴 했지만, 한 번은 게임에서도 밥을 지어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다음에는 쌀을 사보기로 했다.
일단 밀을 다 소모한 나는 양모에 관심을 돌렸다.
지금 당장 재봉을 할 것은 아니지만 굵은 실과 옷감을 만들어두면 나중에 강화재료를 이용해서 옷을 만들기 편할 것이었다.
곧 나는 물레를 돌려 굵은 실을 만들고, 그 실로 베틀의 리듬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 농장주인 왔다.”
“그러네? 또 저걸로 연주 중이네.”
“베틀로 리듬 게임한다는 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야?”
어느새 구경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수다를 그렇게 신경 쓰진 않고 방직에 집중했다.
방직에 리듬 게임을 접목시킨 것은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나도 알고 싶었다.
재밌긴 한데, 문제는 집중하지 않으면 재료를 날린다는 점이다.
여하튼 그렇게 양모 옷감 3개와 굵은 실 10개도 만들었다.
딱 한 개 분량의 양모 옷이나 바지를 만들 수 있는 재료였다.
그런데 옷이나 바지는 세트의 느낌이라 하나만 만들기가 조금 뭣했다.
그래서 나는 재봉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보았다.
[재봉, 양모 망토
양모 옷감으로 만든 푸근한 망토, 모직의 느낌이 있어서 멋지다.
필요한 재료 : 양모 옷감 2개
추가 재료 : 강화용 소재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1 ]
[재봉, 양모 장갑
양모 옷감으로 만든 장갑, 따듯하다.
필요한 재료 : 양모 옷감 1개, 굵은 실 10개
추가 재료 : 강화용 소재
필요한 도구 : 재봉 스킬 Lv1 ]
딱 적당한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