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40화 (40/239)

23화 사과파이

“네? 사과파이요?”

“네, 새로 만들어보려는 음식입니다.”

“만들면 여기서 팔 건가요?”

“사신다면야 팔아드리죠. 그럼 저는 이만.”

구경꾼과의 대화를 다 마친 나는 우선 발효통에서 이스트 50개와 치즈 50개를 회수했다.

그런 다음에는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던 물방울을 불렀다.

“물방울아, 태산이를 불러야해서 널 역소환해야해.”

[물방울이 더 놀고 싶어 합니다.]

“나중에 또 놀아줄게!”

나는 물방울을 달래면서 그녀를 역소환했다.

이번에도 돌아오면 호수에서 같이 놀기로 약속하면서 말이다.

곧 태산이를 소환했고, 태산이는 두더지처럼 땅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태산아! 이번에도 벽돌이 필요해!”

[태산이가 졸려하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태산이는 잠이 많은 성격 같지만 말은 잘 듣는다.

불돌이가 강아지이고 물방울이 고양이면 태산이는 두더지나 나무늘보, 거북이가 아닐까?

잠깐 재밌는 상상을 하고선 태산이와 벽돌과 황토를 만들었다.

물론 얼마나 만들어야하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걸 만드는 이유는 사과파이를 굽는데 필요한 화덕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벽돌 40개와 황토 30개임을 카탈로그에서 다시 확인하곤 태산이와 불돌이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었다.

“수고했어 태산아! 불돌아!”

[태산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불돌이가 더 구울 것이 없는지 묻습니다.]

“화덕을 만들면 불돌이가 불을 지펴야해!”

[불돌이가 좋아합니다.]

불돌이는 또 용광로 같이 뜨거운 곳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 기쁜 모양이다.

나는 불돌이를 쓱쓱 쓰다듬어 주곤 화덕을 만들기로 했다.

적당한 위치, 불을 붙여도 사과나무나 집이 위험하지 않는 곳에 만들기로 했다.

호숫가 근처가 좋아서, 바로 옆에 파란 모형을 놓았다.

그리곤 망치를 들어 그것을 두드려 만들기 시작했다.

흠, 새삼 다시 느끼는 거지만 화덕을 망치로 두드려 만드는 것은 좀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건축 스킬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화덕이다, 화덕. 진짜 사과파이 구우려는 건가봐.”

“파이도 생선구이처럼 버프가 좋으려나?”

“아마도? 사과니까 사과주스처럼 정신력이 올라도 좋음. 마나가 늘어나니까.”

“난 마법사라 지능도 올랐으면 좋겠는데.”

구경꾼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입소문이 돈 것인지 사과주스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거, 만들면 사람들에게 꼭 팔아야 될 것처럼 되어버렸다.

안 팔면 아마 원성이 좀 있을 것이다.

원래는 마법사 길드에 팔 생각이었는데, 접수원 아가씨에겐 미안하지만 사람들에게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매를 붙일 수 있으니 말이다.

뭐 이것도 사과 파이를 만들고 나서 이야기다.

[주인님, 사과파이를 만들기 전에 그것을 담을 접시를 만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접시? 사과주스 만들 때 컵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화덕에 넣어 구워야하기 때문에 나무로 만드는 것은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그럼 어떡하지?”

[흙의 정령을 이용해 황토 접시를 구우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렇군!”

골램이 팁을 말하고 있었다.

골램은 여러모로 좋은 조언을 해주어서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나는 태산이에게 부탁해서 임시로 쓸 접시를 구웠다.

흙으로 빗고 불돌이의 화력으로 구워서,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우리가 실생활에 쓰는 도자기 접시처럼 유약처리가 되진 않아서 매우 깨지기 쉬운 것이었지만, 임시로 쓸 것이기에 상관은 없었다.

재료를 50개로 맞추고 있으니, 50개만 구웠다.

[정령술 레벨업!]

[정령술을 꾸준히 사용해 정신력이 오릅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하는 김에 정령술도 레벨업하고 정신력도 올랐다.

나는 태산이 덕분에 올랐다고 생각해서 태산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 쓰다듬어 주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불돌이가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고 맹렬이 당신을 조릅니다.]

“알았어, 불돌아!”

태산이는 덤덤한 반응이었지만, 불돌이는 무척이나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쓰다듬어 주곤 불돌이에게 말했다.

“불돌아, 이제 화덕에 들어가줄래?”

[불돌이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불돌이는 그러곤 ‘쏘옥’ 하고 화덕에 들어가버렸다.

순식간에 화덕에 열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흐뭇하게 웃곤, 요리 스킬을 사용했다.

제작 카탈로그에서 사과파이를 찾았다.

[요리, 또띠아 사과파이

사과와 밀가루로 또띠아 파이를 만든다.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조화롭다.

필요한 재료 : 사과 1개 , 밀가루 1개 , 이스트 1개, 설탕 1개

추가 재료 : 적당한 첨가물

필요한 도구 : 화덕, 요리 스킬 Lv3                                ]

대략 내가 예상한대로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파이에도 이스트를 쓰던가?”

우리가 흔히 ‘빵’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제과와 제빵을 구분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제과에는 보통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고 대신 박력분으로 대체한다.

제빵은 이스트를 이용해서 부풀리는 것이 보통이고 말이다.

그런데 파이는 제과인가 제빵인가? 파티쉐가 아닌 나로선 거기까진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스트를 쓰는 파이도 있고, 쓰지 않는 제과용 파이도 있습니다. 주로 제과용 파이가 주이지만 이 파이는 이스트를 사용한 또띠아 파이입니다. 다만 이스트 특유의 악취는 없습니다.]

“그렇구나.”

골램이 적절하게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우연찮게도 내가 먹어보았던 또띠아 파이였다.

그렇다면 이스트에 대한 의문을 해결되었는데, 또 예상 밖이었던 것은 설탕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과주스도 설탕이 추가 재료로 있었다.

기본 재료는 아니라서 그냥 만들 수 있었는데, 이건 기본 재료였다.

“설탕은 어떻게 구하지?”

[대체품으로 꿀을 쓰시면 제작이 가능합니다, 주인님.]

“아, 꿀이 있었구나.”

내가 곤란해 하던 중에 골램이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요리에서도 설탕 대신 꿀을 쓰곤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한편으로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골램아, 설탕은 여기서 어떻게 만들어?”

[사탕무를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인님.]

“현실이랑 똑같네.”

본래 설탕은 사탕수수로만 만드는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유럽에서 설탕을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시킨 것은 사탕무였다.

물론 옛날에는 기술이 부족해서 지금 같은 가루 설탕이 아니라 용액이나 고체로 만들어서 썼다.

가루설탕이 만들어진 것은 원심분리기가 발명된 이후인 걸로 알고 있었다.

그것에 관해서 골램이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마법공학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마법공학이 뭐야?”

[마력석을 이용한 기술입니다. 마력석을 동력원으로 해서 여러 가지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저 같은 골램입니다.]

“그럼 마법공학을 배우면 골램에게 몸을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렇습니다.]

“그럼 꼭 만들어 줄게.”

[감사합니다.]

설탕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보니 골램의 몸 이야기를 해버렸다.

여하튼 설탕 문제도 해결됐으니, 나는 꿀을 더 확보하려고 벌통에 갔다.

꿀이 1리터 뿐이었기 때문에 조금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8시간에 평균 10리터의 꿀을 얻는다는 벌통에서 3리터의 꿀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양이었다.

이제 정말로 사과파이를 구울 준비가 끝난 것 같았다.

화르륵 화륵

“요리 스킬!”

열기가 후끈한 화덕 앞으로 돌아가서 요리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그리곤 사과파이의 제작 카탈로그를 클릭했다.

그러자 황토 접시에 아직 구워지지 않은 또띠아 사과파이가 세팅 되었다.

꿀까지 발라져 있어서 이대로 구우면 멋진 또띠아 사과파이가 될 것 같지만, 내가 만드는 것은 좀 더 특별한 사과파이다.

[치즈를 추가하시겠습니까?]

“응!”

제작 카탈로그의 추가 재료 칸에 치즈를 넣었다.

확인하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사과를 덮고 있는 또띠아에 치즈가 추가되었다.

일전에 내가 먹었던 또띠아 치즈 사과파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과의 아삭한 맛에 치즈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지.

분명 이것도 맛이 굉장히 좋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사과파이를 화덕에 밀어 넣었다.

“뭔가 좋은 냄새가 난다.”

“빵 굽는 냄새잖아?”

“이제 파이 굽는데?”

“빨리 먹고 싶다. 돈 이미 준비해놨음.”

“난 이 사람한테 버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음, 내가 먼저임.”

파이를 넣자마자 빵 굽는 냄새가 향긋하게 퍼졌는데, 구경꾼들이 야단이었다.

나는 일단 구경꾼들의 수를 살펴보았다.

다 헤아려 보니 20명이었다.

저들에게 다 팔면 30개는 마법사 길드에 팔면 될 것이다.

가격은 구경꾼들이 사는 것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요리 스킬만 사용하면 만들어지는 사과주스와는 달리 사과파이는 직접 굽는 과정이 있는 것이 의아했다.

나는 그것을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간단한 요리는 즉시 만들어지지만, 복잡하거나 고급 요리일수록 간소화된 조리과정을 거쳐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소화된 조리과정이라, 하긴 이것도 그냥 완제품을 굽는 수준이니까.”

현실의 내 요리 실력으로는 사과파이를 만들지 못 했을 것이었다.

그나마 스킬이 보정해주어서 나는 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요리들도 이런 수준이라면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덕이 필요하니, 이것도 대중화되긴 글렀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골램과 수다를 떨면서도 파이가 익었는지 안을 계속 확인했다.

냄새가 더 좋아지고, 안에서 보이는 파이가 구워진 듯 했다.

나는 집게를 이용해 그것을 꺼냈다.

“음, 냄새 좋고.”

치즈가 잘 녹아들었고, 사과와 꿀이 잘 버무려진 사과파이가 황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척 봐도 군침이 좔좔 흐르는 음식.

당장 먹어보고 싶었고, 나는 참지 않았다.

화덕에서 막 꺼내서 뜨거운 파이를 호호 불어가면서 먹었다.

아삭!

사과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향긋한 꿀과 부드러운 또띠아, 그리고 단백한 치즈의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마트에서 돈 주고 사먹는 과자나 빵도 이것보다 맛있을 순 없었다.

아마도 호텔의 파티쉐 정도 쯤 되어야 이런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그런 요리사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킬의 힘으로 만든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여기에 마실 것이 더 해지면 최고라고 생각해서 우유를 꺼냈다.

우유는 어차피 넘쳐나서 아낄 필요가 없었다.

쩝쩝 쩝 후르르륵

“아앗, 저 사람 혼자 먹고 있어.”

“굉장히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와아 약 올라. 당장 팔란 말이야!”

사과파이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아우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왠지 혼자 먹는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 됐지만, 이제 49개를 구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추가 효과, 힘 + 4, 체력 + 4, 지능 + 18, 정신력 + 18]

[힘과 체력의 경우, 더 좋은 추가 효과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

다 먹고 나니, 버프가 드러났다.

지능과 정신력이 월등히 올랐다.

아마도 우유의 추가 버프인 것 같은 힘과 체력은 아까 먹은 물고기 구이 때문에 효과를 받지 않는 모양이지만, 지능과 정신력 추가효과는 확실히 대단했다.

레벨로 치면 12레벨을 올려서 지능과 정신력에만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효과였다.

이걸 팔면 분명히 돈이 될 거란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다.

나는 열심히 다음 파이를 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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