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옷 만들기(3)-수정
“골램아, 그런데 강화용 소재가 뭐야?”
[재봉이나 대장기술처럼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데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일컫습니다. 현재 가지신 아이템 중에는 ‘고블린의 정수’가 그런 것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추가하면 뭐가 좋은 거야?”
[소재에 따라서 특별한 효과가 부여됩니다.]
나는 골램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강화용 소재에 대해 물어보았다.
잘은 몰라도 추가시키면 좋은 것 같다.
여하튼 나는 옷을 만들어 보기 위해 바늘을 만들기로 했다.
“불돌아 잠깐만 용광로에 들어가 줄래?”
[불돌이가 당신의 말에 무척 좋아합니다.]
뜨거운 환경을 좋아하는 불돌이는 몇 번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용광로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곧 후끈한 열기가 대장간 안을 데웠다.
고작 바늘만 만들 건데, 과도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깐, 아니지 아니야. 분명 더 만들어야 할 것이 있었다.
나는 제작 카탈로그에 있기를 바라면서 마구 찾아보았다.
[대장기술, 철제 증류기
증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 철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리보다 내구도가 좋다.
필요한 재료 : 철괴 3개, 못 5개
필요한 도구 : 망치, 용광로, 대장 기술 Lv2 ]
바로 증류기였다!
술을 만들 계획이 있으니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여관주인 딸이 대장기술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 것이기도 했다.
모형을 보면 마치 과학실험도구처럼 생겼는데, 가열하면 그 안의 액체를 증류시켜 분리할 수 있는 것 같다.
좋아, 그러니까 바늘 하나에 증류기 하나를 만들면 된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망치를 들었다.
땅! 땅땅땅땅!
[질 좋은 9등급 바늘 획득!]
[질 좋은 9등급 철제 증류기 획득!]
모형을 망치로 연신 두들겨 만들었다.
바늘은 한 번만 망치질을 하고 만들어냈다.
반면에 증류기는 부피가 상당히 커서 50번은 망치질한 뒤, 바로 인벤토리에 넣어야만 했다.
사실 현실의 대장간에서 바늘을 만들려면 거푸집을 이용해서 모양을 만든 뒤, 세공을 해야 할 테지만, 게임의 편의로 그런 것은 간소화한 모양이다.
어쨌든 바늘이 생겼으니 이제 옷을 만들 시간이다.
“불돌아, 이제 그만 나와도 돼.”
[불돌이가 좀 더 용광로 안에 있고 싶어 합니다.]
“그래? 그럼 뭐, 좀 더 있어. 하지만 너무 오래 놀면 안 돼?”
[불돌이가 기뻐합니다.]
[불돌이와의 친밀도가 개선됩니다.]
불돌이는 이불 바깥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그곳에 있고 싶어 했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용광로를 꺼트리고 싶긴 하지만, 장작이 다 타서 자동으로 꺼지면 불돌이도 나올 거라고 생각하곤 대장간을 나섰다.
그리곤 베틀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재봉 스킬!”
다시 재봉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곤 제작 카탈로그에서 조금 전에 찾은 양모 옷과 바지를 찾아 제작 버튼을 눌렀다.
[추가 재료를 넣으시겠습니까?]
“넣겠다.”
[인벤토리에서 선택해 주십시오.]
시스템창이 연달아 떴다.
나는 당연히 추가재료를 넣기로 하고, 인벤토리에서 ‘고블린의 정수’를 선택했다.
[몇 개나 사용하시겠습니까?]
“어······ 몇 개나 써야 하는 거지? 골램아?”
[사용량이 많을수록 더 좋은 효과가 부여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용량에 제한은 없습니다.]
“그렇구나, 지금 28개 있으니까, 상의랑 바지에 14개씩 넣어야겠다.”
나는 입력 커맨드에 14개를 넣었다.
그렇게 상의부터 만들게 되었다.
제작이 시작되자, 눈앞에는 어느새 옷감이 놓여 있었고, 거기에 홀로그램으로 x자 표시가 된 곳이 있었다.
바늘에도 굵은 실이 이어져 있었는데, 시스템창의 글귀를 읽고 뭘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x자 표시를 따라 실을 연달아 꿰십시오. 남은 바느질 횟수 50/50]
이것도 현실의 바느질을 게임적으로 간소화한 것인 듯했다.
그래도 50회는 유저가 지루해할만한 횟수였는데,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직을 할 때처럼 리듬게임이 미니게임처럼 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간소화된 바느질도 미니게임인 셈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x표시를 따라 바느질을 시작했다.
x표시는 계속 생겨서 옷감에 실을 연결시켰다.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실제로 옷을 만들려고 했다면 가위질도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행히 스킬을 사용하면 그런 ‘재단’은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듯했다.
너무 현실성을 반영하면 어려워져서 할 사람이 없겠지.
아니, 지금도 충분히 어려워서 생활직은 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면서 바느질을 다 했을 때였다.
[손재주에 관련된 생활 활동으로 손가락이 기민해집니다.]
[민첩이 2 올랐습니다.]
[집중하여 노동을 하면서 정신력이 좋아집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질 좋은 10등급 고블린 사냥꾼의 양모 셔츠 획득!]
드디어······ 아직 바지는 만들지 않았지만 상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스스로 옷을 만든다니, 정말로 현실에선 해볼 수 없었을 값진 경험이었다.
사람의 기본은 의식주인데, 정작 현대인은 의식주를 모두 직접 만드는 일은 드물다.
물류가 그만큼 넘쳐나니, 돈만 있다면 돈을 내고 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에서나마 그것들을 직접 만들어 본다, 나는 그것에서 큰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는 성취감에 휩싸이면서 완성품을 확인해보았다.
[질 좋은 10등급 고블린 사냥꾼의 양모 셔츠 : 방어도 15 내구도 10/10
생활의 달인 ‘사공진’이 만든 10등급 아이템. 비록 10등급이지만 생활의 달인 효과로 방어도가 상당히 보정되어 있다. 또한 고블린의 정수를 많이 넣어, 세트효과가 부여되어 있다.
세트 효과 : 질 좋은 n등급 고블린 사냥꾼의 양모 바지 필요/ 그린스킨 족에게 공격력 10% 증가 ]
뭔가 좋아 보이는 아이템 설명이었다.
특히 세트효과에 눈이 갔다.
바지를 마저 만들어야 하긴 하지만, 만들어 입으면 그린 스킨 족에게 공격력이 10% 증가한다고 한다.
그린스킨 족이면 아마도 고블린과 오크? 그런 것 같다. 잘은 모르겠으니 나중에 잘 알아봐야할 것이다.
나는 재봉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하여서 바지를 만들었다.
바지도 똑같이 겉모습은 흰색 양모 옷이었고, 방어도는 15인 아이템이었다.
다만 상의와 함께 입으면 세트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나는 주저할 것 없이 초보자 용 옷을 벗고, 양모 셔츠와 양모 바지를 입었다.
[세트 효과 발동!]
[그린스킨 족을 상대로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세트효과 발동에 대한 시스템창이 떴지만, 내 관심사는 그것보다 옷의 질감과 착용감이었다.
얇은 면옷이었던 초보자 옷에 비해서 모직이라선지 좀 더 푸근한 느낌이었다.
노동할 땐 땀을 더 흘리게 될 것도 같지만, 그렇게 더운 차림은 또 아니라서 노동복으로도 무리는 없을 듯했다.
오히려 수영을 한 뒤에는 이런 따뜻한 옷을 입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옷 만든 거 맞지, 저 사람?”
“그런 듯. 그냥 평범한 옷 같긴 한데······.”
“양모로 만든 것 같은데, 디자인은 심플해서 나쁘지 않다.”
“성능은 어떤 걸까?”
“물어보면 되겠지. 저기요!”
구경꾼 몇몇이 옷을 만드는 것을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나를 불렀다.
나는 뭔가 묘하게 옷자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를 불렀던 이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옷 직접 만드신 거예요?”
“네, 직접 양털을 깎고, 실을 뽑아서 옷감을 만든 뒤, 고블린의 정수를 넣어서 옷을 만들었어요.”
“고블린의 정수요? 그거 고블린 잡으면 주는 잡템 아니었나요?”
“그게 추가 재료라고 해서 강화용 소재에 해당하는 겁니다. 뭔가를 만들 때 사용하면 추가 효과를 부여해주는 모양이더군요.”
“헐, 나 그거 버리거나 상점에 팔았는데.”
“나도.”
“그런 건줄 몰랐지.”
내가 말한 정보가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은 정보인 듯했다.
생각해보니 그럴만했다.
이래저래 존재하는 진입장벽 덕에 생활스킬이 도외시 되는 게임 같은데, 대장장이나 재봉사를 하는 유저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추가 재료, 그러니까 강화용 소재에 대한 정보도 드물었을 것이다.
다른 시스템으로 강화 같은 것을 했을지는 몰라도, 나처럼 스킬을 통해 만들었을 사람은 없던듯하다.
그러니 반응이 이런 식이겠지.
“강화템이나 인챈트 스크롤 같은 것은 레벨이 높아야 얻을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저랩에도 할 수 있는 줄 알았으면 나도 생활 스킬 배울걸 그랬다.”
“꿈도 꾸지 마, 이 분이 만드는거 봤잖아? 물레에 베틀에······ 온갖 걸 다 혼자서 만들어서 하시던데. 당장 양털은 어디서 구하고?”
“그러네, 역시 생활 스킬은 무린가.”
“저기요, 그래서 방어도는 얼마에요? 그리고 어떤 효과가 부여됐어요?”
구경꾼들은 역시 이번에도 ‘힘들기 때문에 생활스킬은 여러모로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나에게 옷의 성능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는 자랑하는 겸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일단 세트효과가 하나 있어요.”
“세트효과? 벌써 세트 템이란 말이에요?”
“네, 그런 거 같네요. 대단한 건 아니고 그린스킨 족에게 대미지 10% 증가라고 해요.”
“······거짓말이죠?”
“네? 아닌데요.”
“그렇게 좋은 걸 리가 없잖아요! 그린스킨 족이면 오크도 포함될텐데, 그런 아이템이면 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거라고요.”
“네? 그런 정도인가요?”
“그렇죠! 고레벨 오크들은 고수들이 기본적으로 상대하는 몬스터들이에요. 그리고 오크 외에도 오우거나 트롤, 홉고블린들도 다 그린스킨 족들이라 나중가면 더 유용해질 옵션이에요.”
“그렇군요. 여하튼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렇게 대단한 건줄 몰랐네요.”
“사실이라면······ 좀 보여주실 수 없으신가요?”
그 유저의 눈에 탐욕이 일렁였다.
사기꾼의 눈이다,
하지만 내가 속을 리 없었다.
“그냥 교환창에서 보시는 것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드릴 순 없고요.”
“아······ 네.”
나는 잠시 옷을 벗고 아이템을 교환창으로 보여주곤, 잠시 후, 교환창을 꺼버렸다.
그는 내가 실수라도 하길 바란 것인지, 교환창 ‘확인’을 눌렀는데, 나는 당연히 ‘취소’를 눌러서 교환창을 껐다.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나는 쯧쯧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속질 않자, 그는 표정을 관리하지 못하고 배가 아픈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파실 생각은······.”
“없어요. 이건 제가 무조건 입을 거라서.”
“······.”
그 남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곤 물러섰다.
“저기 우리도 좀 보여주실 수 없으신가요? 진짜 구경하고 싶네요. 물론 교환창만으로요.”
"이제 그만 보여드리고 싶네요."
“저기, 그럼 우리도 옷 만들어줄 수 없나요? 돈 줄게요”
“죄송합니다만, 강화용 소재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에잉······.”
다들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젠 뭐하실 거예요?”
“이제부턴······.”
나는 발효통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과파이를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