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37화 (37/239)

22화 옷 만들기(1)

[재봉 스킬 Lv1 획득!]

곧바로 재봉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단어차이긴 하지만 재봉은 실과 천으로 옷 등을 만드는 2차 제작을 칭하는 범주이다.

현실의 섬유사업에선 방적과 방직, 재봉을 엄격히 구분해서 일컫는다.

하지만 게임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재봉 스킬에 그걸 다 포함시켜 놓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확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궁금해서 그런데, 재봉 스킬로 방적과 방직 모두 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스킬을 이용하면 둘 다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물론 직접 실을 다루면 이점이 더 있지만요.”

내 예상이 맞았다.

게임의 편의상 재봉이란 말로 통쳐 놓은 것이 맞았다.

사실 과수나 원예, 양봉도 구분하자면 엄연히 다른 것인데, 이 게임에선 농사의 범주로 묶어 놓았으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적으로 나한테는 편하면서도 약간의 패널티일 수도 있었다.

재봉 스킬 하나로 모두 할 수 있다면 편하긴 하지만, 내 생활의 달인 효과 중에는 생산 스킬의 개수에 따라 공격력이 상승하는 것이 있다.

방직과 방적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다면 공격력이 더 늘어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너무 오버파워인 것은 게임을 재미없게 만들 수도 있고, 나는 전투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다지 패널티라고 생각은 안 들었다.

“저기요. 덕분에 용돈도 얻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 조언 하나 해드릴게요.”

“뭐죠?”

그때 여관주인의 딸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뭔가를 호의삼아 말해줄 모양이다.

“혹시 도축 스킬을 배우셨나요?”

“아니오, 아직 안 배웠는데요. 그건 왜요?”

“재봉에 쓸 수 있는 가죽을 얻는데 도움을 주는 스킬이거든요. 도축 스킬은 무두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고기와 가죽을 얻을 수 있어요. 동물 시체를 해체할 수 있어서 이방인들 중에서도 배우는 사람이 많아요. 푸줏간에서 배울 수 있답니다.”

“아하, 가죽을 얻을 수 있다니, 좋은 팁이네요.”

“그렇죠? 가죽도 면, 모, 비단에 이어서 좋은 옷감이에요. 재질에 따라 더 질긴 가죽은 옷만이 아니라 가죽갑옷으로 만들기도 하죠. 금속 갑옷 안에 덧대어 입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 팁 값으로······.”

“아뇨, 팁은 됐어요. 대단한 거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그보다 나중에 거래나 해줘요. 뭐 좀 사주시거나······ 아니면 혹시 술을 만드시게 되면 팔아주실래요?”

“술이요?”

여관주인의 딸이 술을 언급하자, 나는 뭔가 새로운 키워드를 깨달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술, 똑같이 발효로 만드는 것인데도 잊고 있었다.

제작 카탈로그에서 언뜻 본 것도 같았는데,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네, 가게의 술은 항상 빨리 동이 나거든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술은 숙성도 시켜야 완성품이 되기 때문에 힘들긴 하겠지만, 혹시 만들게 되신다면 팔아주실래요?”

“그러죠. 잊지 않고 여기에 팔겠습니다.”

“호호, 고마워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나는 그녀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곤 여관을 나섰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거래처를 얻은 기분이다.

술을 만들게 되면 반드시 그녀에게 팔아야겠다.

하지만 일단 그녀의 팁대로 도축 스킬을 배우러 가봐야 할 것 같다.

당연히 목적지는 푸줏간이 되었다.

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위치는 알고 있었다.

시장 역할도 하고 있는 광장에 가면 있다.

나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정육점의 고기냄새가 나는 푸줏간에 들어가니, 공손한 말투로 말하는 뚱뚱한 사내가 있었다.

푸줏간 주인 NPC였는데, 척 봐도 식탐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도축 스킬을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요.”

“10000골드에요”

“비싸군요.”

“도축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사내는 그렇게 말하곤 머리를 긁었다.

그리곤 나에겐 그리 관심이 없는지, 한편에 놔둔 딱딱한 빵을 집어먹었다.

빵······ 그러고 보니 발효통에 이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이스트는 많은 것의 재료가 되지만, 대표적인 것은 효모 빵이다.

예컨대 부드러운 빵에는 다 이스트가 들어간다.

나는 10000골드를 그에게 건네면서 푸줏간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혹시 빵집이 있습니까?”

“빵은 식료품점에서 팔긴 하죠. 하지만 제과점은 없어요. 대부분 딱딱하거나 맛없는 빵 뿐이에요.”

“그렇군요. 여기 10000골드 있습니다.”

“고마워요.”

[도축 스킬 획득!]

이걸로 도축 스킬을 얻었다.

나는 푸줏간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곤 푸줏간을 나왔다.

그에게 빵에 대해서 물어본 것은 당연히 빵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슨 빵을 만들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파티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빵만이 문제가 아니라, 처분해야할 건 산더미인데.”

이스트를 50개나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사과가 70개나 남아 있다.

우유도 상당히 많이 남았고 말이다.

전부 마음 편하게 식료품점에 팔 순 있지만, 뭔가를 만들어서 팔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원료보단 2차 가공품으로 파는 것이 이윤이 더 남기도 하고 말이다.

빵······ 사과······ 우유······ 치즈······ 꿀······ 나는 차례로 내가 만들고 있는,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재료를 떠올렸다.

그러자 문득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맞아! 사과파이를 만들면 되잖아?”

의도치 않았지만 다섯 가지 재료가 모두 들어가는 것이 사과파이였다.

치즈는 기본 재료라기 보단 추가재료지만, 예전에 치즈를 추가한 또띠아 애플파이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걸 만들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킬로 만들어야 할 텐데, 제작이 가능할까?

무엇보다 빵을 구으려면 오븐이 있어야 한다.

즉 화덕이 필요하다.

화덕은 벽돌로 만드니 아마도 건축 스킬에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고, 나는 건축 스킬을 사용해 제작 카탈로그를 뒤져보았다.

[구조물 건축, 화덕

간접적인 열기로 음식을 익힐 수 있는 구조물.

필요한 재료 : 벽돌 40개 황토 3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건축 스킬 Lv3         ]

있었다!

필요한 도구에 해당되는 건축 스킬도 딱 3레벨이었다.

재료는 태산이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문제없었다.

필요한 도구에 망치가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건축 스킬의 게임적 편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만 모으면 된다.

정작 필요한 밀가루가 없으니, 그건 식료품점에서 사야한다.

밀을 직접 기를 순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니 말이다.

나는 바로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자주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식료품점 아가씨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농사에 관련된 일이 많다보니 그녀는 꽤나 자주 만난 사람이다.

“이번엔 어쩐 일이세요?”

“밀가루를 사고 싶어서 왔습니다.”

“빵이라도 만드시려고요?”

“네.”

“호호, 당신이라면 밀가루도 직접 재배해서 만드실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아, 그게 시간이······ 어?”

“음? 왜 그러세요?”

나는 문득 또 다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밀은 또 다른 쓰임새가 있지 않던가?

“저기요, 여기 밀 씨앗도 팔죠?”

“네, 팔죠. 그런데 밀가루는 안 사시게요?”

“아니요, 밀가루도 사려고 하는데요. 밀 씨앗도 사야겠어요.”

“사주시면 저야 좋죠. 밀가루는 한 개에 100골드에요.”

“밀가루는 보통 무게 단위로 팔지 않나요?”

“이방인 씨, 헷갈리면 안 되죠. 여긴 인벤토리가 있다고요.”

“아하.”

그녀의 말대로 헷갈렸다.

그런데 이거, 다소 ‘메타성 발언’ 아닌가?

게임 속 인물이 자신이 게임 속 인물인 걸 자각하듯이 말한 것 같았다.

물론 이전 NPC와의 대화에서 그들이 이방인의 세계와 자신들의 세계를 구분하곤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러모로 심오한 생각이 드는 가운데, 나는 밀가루를 50개 샀다.

“밀 씨앗은 개당 50골드에요.”

“마찬가지로 50개 살게요.”

“네, 합쳐서 7500골드입니다. 저, 그런데 밀 씨앗은 왜 사시는 여쭤 봐도 괜찮아요? 제가 호기심이 좀 많아서요.”

“그건 말이죠, 술을 만들려고 합니다.”

술.

여관주인의 딸이 부탁했던 것이다.

그리고 밀은 위스키의 재료가 된다.

정확히는 몰트 위스키 혹은 스카치 위스키가 아니라 그레인 위스키지만 말이다.

여하튼 술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긴 하지만 그레인 위스키는 효모, 그러니까 이스트만 있으면 밀 외의 다른 재료나 담금주는 필요가 없어서 만들기가 편하다.

그냥 발효시키고, 증류시키고, 숙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대충 아는 지식이 그런 정도고, 게임의 시스템은 알아봐야할 것이다.

여하튼 양조를 해보기 딱 좋다고 생각이 들어서 밀을 재료로 선택했다.

“아하, 그레인 위스키를 만드시려고 하시는군요.”

“맞습니다. 눈치 채셨네요.”

“밀로 만들 술이야 그레인 위스키 정도니까요. 하지만 증류하시는 법은 아세요?”

“증류는······ 끓여야 하는 거죠?”

“네, 아시고 계시네요. 대장스킬을 배우셨으면 편하실 거예요.”

“이미 배웠습니다!”

“호호, 역시 특이하시네요. 생활 스킬만 배우시는 분 같아요.”

“같은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 저는 그럼 이만.”

“네, 안녕히 가세요.”

NPC와의 대화는 사람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진짜 사람과는 오히려 이렇게 대화를 터놓고 하기 힘든데 말이다.

잠깐 현대사회의 고립성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나는 의욕적으로 농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졌다.

밀농사도 지어야하고, 술도 빚어야하고, 사과파이도 만들어야 하고, 재봉도 해봐야하고······ 할 일을 끝내면 할 일이 또 생긴다는 것이 즐거운 적은 처음이었다.

잊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서둘러서 집 같은 농장으로 돌아왔다.

멍멍!

“실버야 농장 잘 지켰어?”

멍!

가장 먼저 실버가 반겨주었다.

호크는 아직 애완동물이라기 보단 가축에 가까워서인지 나를 봐도 멀뚱히 땅을 쪼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호크는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닭이니까!

그것보다 일단 먼저 해야 할 것은······ 아무래도 양털로 무언가를 만들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발효통의 발효가 끝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선 양털로 뭔가를 만들어 퀘스트 달성 조건을 완료해 퀘스트부터 깨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해야 할 것은 ‘방적’이다.

방적이란 동식물의 섬유에서 실을 만드는 것인데, 즉 지금 가지고 있는 양털에서 실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전통적으로 방적을 하는 기구는······

[목공, 방적용 물레

전통적인 물레식 방적기. 재료만 있다면 옷감을 만드는데 필요한 실을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목재 15개, 못 5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Lv1                                                 ]

······바로 ‘물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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