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36화 (36/239)

21화 양봉도 해보자(2)- 1권 끝

[여왕벌이 벌통에 들어갔습니다. 곧 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골램의 말대로 꿀벌들이 벌통에 모여들었다.

양봉에 필요한 보호도구 같은 것은 입지 않았는데, 벌들은 딱히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나는 문득 꿀은 얼마 정도에 모이는지 궁금해졌다.

“골램아, 꿀은 얼마나 빨리 모여?”

[한 개의 자동벌통은 최대 10리터의 꿀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꿀을 모으는 속도는 주변의 꽃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렸습니다. 현재 사과나무 19그루의 사과꽃과 튤립 50송이는 8시간에 10리터를 모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럼 한 시간에는 1리터 정도겠네.”

[그렇습니다.]

나는 우선 한 시간만 기다려 꿀을 조금 맛보기로 했다.

작은 나무 프리스비를 만들어서 실버와 놀아주었다.

불돌이도 실버와 함께 프리스비 쫓기를 했다.

땀이 나면 물방울과 수영을 해서 더위를 쫓았다.

[흥겨운 유희로 정신력이 오릅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신력 스탯이 올랐다.

놀아도 정신력이 오른다니, 하긴 노는 것도 생활 활동이긴 했다.

그럼 노래나 춤, 연주 같은 것을 하면 마찬가지로 정신력이 오르려나?

그런 생각을 잠시 했는데, 어느덧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듯했다.

나는 벌꿀을 담을만한 커다란 나무 용기를 만들었다.

다행히 생산 카탈로그에 있었는데, 딱 곰돌이 뿌우가 자주 사용하던 꿀단지를 닮았다.

나는 그 꿀단지를 가지고 자동벌통의 원통형 관에 가져다대었다.

꿀럭꿀럭

벌꿀이 나오도록 자동벌통을 조작하자, 벌꿀이 흘러나왔다.

약간 노란색의 투명한 액체.

거기다가 단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시중에 나도는 가짜 설탕 벌꿀이 아니라 진짜 벌꿀 같았다.

물론 따지자면, 이건 가상현실이니 진짜는 아니지만 말이다.

입맛을 다시면서 꿀단지가 가득 차도록 담았다.

꿀을 다 담은 나는 참을 수 없어서 곰돌이 뿌우처럼 한손가락 가득 꿀을 펐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넣었다.

“으으음, 꿀맛.”

이전에 사탕무를 먹고 꿀맛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건 정말로 꿀맛이었다.

입안의 이빨이 당장 썩어빠질 것 같을 정도로 강렬한 단맛.

어린 시절 사탕을 먹을 때만큼이나 행복한 기분이다.

단맛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데,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퀘스트 달성!]

[100 업적점수 획득]

꿀을 채취하니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원예와 양봉을 둘 다 했으니 클리어 조건을 만족해서 완료가 된 것이다.

이제 꿀로 뭘 할 수 있을까?

물론 팔거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팔기보단 꿀은 요리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당장 우유에 타서 마시기만해도 맛이 한결 좋아질 것 같았다.

[주인님, 사과나무에 사과가 다시 열렸습니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보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사과를 땄었으니, 벌써 8시간이 흘러서 또 사과를 열렸다는 것이다.

사과나무를 돌아보니 정말로 붉은 사과들이 달려 있었다.

즐거운 수확의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사과를 따고 있었다.

“어라? 이건 왜 사과가 7개나 달렸지?”

일전에 골램의 설명대로라면 사과는 최대 5개까지 열린다고 했다.

하지만 7개가 달린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양봉과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꿀벌들이 수분을 도와, 사과가 더 열리도록 한 것입니다.]

“그렇군!”

사과의 평균 수확량이 더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또한 더 높은 등급의 사과가 나올 확률을 늘려줍니다.]

아무래도 원예, 양봉, 과수는 서로에게 순기능의 영향을 주는 듯했다.

퀘스트는 그런 것을 알 수 있도록 유도해준 것이고 말이다.

나는 뭔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면서 사과를 전부 땄다.

그렇게 해서 7등급과 8등급 질 좋은 사과를 120개 얻었다.

양봉의 효과로 사과의 수확량이 월등히 많았다.

한마디로 사과농사 대풍년인 셈이다.

당장 이 사과들을 사과주스로 만든 뒤, 다시 마법사 길드에 팔면 또 한몫 단단히 건질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창의성을 갈구하는 동물이다.

또 사과주스만 만들려고 하니, 뭔가 아쉽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침 쪽지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이 쪽지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빛을 내준 것 같다.

나는 은근히 기대를 가지며 곧 나타나는 퀘스트창을 보았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퀘스트, 가공품을 만들어보자.

농산품을 많이 얻었는가? 농산품은 있는 그대로 쓸 수 있지만, 가공하면 더 유용해질 수 있다. 이제 가공품을 만들어보자.

클리어 조건 : 3종류 이상의 가공품을 만들기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가공품!

그렇다, 예부터 인간들은 농산품을 그대로 먹기도 했지만 가공품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예컨대 치즈, 마요네즈, 이스트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꼭 먹는 것만이 가공품인 것은 아니다.

양털을 양털실로 만드는 것도 분명히 가공품에 포함될 것이다.

다만 양털은 방직이나 재봉 스킬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디자이너도 방직공인 것도 아니므로 베틀 같은 것을 만들어도 직접 실을 짤 줄은 모르니 말이다.

우선은 직감적으로 치즈와 이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

[목공 제작, 발효통

농산품을 발효해 가공품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

발효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이다.

필요한 재료 : 목재 20개

필요한 도구 : 망치, 목공 스킬 Lv3            ]

직감을 믿었는데, 역시 게임 시스템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 치즈와 이스트는 발효로 만들어진다.

만약 게임이 현실성을 고려했다면 그것에 관한 아이템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나는 주저할 것 없이 제작 버튼을 눌러 발효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발효통은 소형 제작물이라 10번만 망치질해도 만들 수 있었다.

드럼통을 조금 닮았으면서도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형태였다.

치즈 발효통은 이스트 발효통과 모습이 다른데, 게임적 허용으로 통일화시킨 듯했다.

그리고 발효통에 손을 대었을 때였다.

[발효식품 만들기]

메뉴가 하나 떴다.

나는 그것을 클릭해보았다.

역시 제작 카탈로그가 뜨고 있었다.

그것들 중에서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발효, 이스트 1덩이

제빵, 양조, 혹은 사료에도 이용되는 효모.

과일을 발효시켜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재료 : 사과 1개 혹은 적당한 대체용 과일]

우선은 이스트였다.

동양 쪽에선 효모라는 표현을 썼지만, 고대시절부터 인간이 이용해온 기초적인 발효가공품이다.

서양에선 제빵에 이스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질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었다.

그전에는 보리빵처럼 딱딱한 빵만 먹었다.

지금 나는 밀가루가 없어서 빵을 만들 순 없지만,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기에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퀘스트를 깨려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선 다른 것도 살펴보았다.

[발효, 치즈 5조각

우유를 발효시켜 굳힌 것.

그자체로도 맛있지만 조리에 자주 사용된다.

필요한 재료 : 우유 1리터                 ]

치즈도 제작목록에 있었다.

치즈는 말 그대로 치즈다.

서양에서 자주 먹은 우유의 가공품.

그냥 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요리에 가미되어서 풍미를 만들어내는 식료다.

속설에는 ‘치즈가 들어가면 맛없는 음식이 없다.’라는 말도 있다.

당장 떠오르는 거만해도 피자나 치즈 떡볶이다.

언젠가 그 두 음식도 만들 수 있을까?

[주인님, 한 개의 발효통의 용량은 과일은 10개, 액체는 2리터까지가 한계입니다. 동시에 많은 양의 농산품을 발효시키고 싶다면 발효통을 더 만드십시오.]

“응, 생산수단의 대량화는 대량 생산의 기본이지.”

비록 영업 쪽이지만 생산에 대한 기본지식이다.

한 개의 발효통이 사과 10개를 수용할 수 있다면, 5개의 발효통은 50개의 사과를 발효시킬 수 있다.

사과가 120개있으니, 우선 50개의 사과만 이스트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치즈는 5조각을 만드는데 1리터의 우유가 소모되니까, 50조각을 만들려면 10리터가 필요하다.

나에겐 33리터의 우유가 있다.

필요하다면 전부 치즈로 바꿀 순 있지만, 음료인 우유를 전부 바꾸는 것은 조금 망설여졌다.

치즈보다 우유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일단 10리터만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발효통은 10개다.

필요한 재료는 목재 200개. 벌목을 좀 해야 할 것이었다.

“오랜만에 힘 좀 써볼까!”

숲으로 향하면서 혼잣말을 했다.

불돌이와 물방울이 호위병처럼 나를 졸졸 따라왔다.

나는 곧 나무를 베기 시작했는데, 불돌이는 혼자서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잘 놀았지만 물방울은 호수가 없어서 심심한 모양이었다.

둘의 성격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져서 보게 될 때마다 재밌게 느껴졌다.

나는 휘파람과 콧노래를 부르며 벌목을 했고, 어느새 200개의 목재와 부가적으로 비료재료도 얻었다.

가축의 똥으로 고급 비료를 만들 순 있지만, 똥은 오히려 얻을 수 있는 수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일반 비료의 재료인 나뭇잎더미와 나무수액도 챙겨두었다.

나무를 전부 모은 나는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멍멍!

“하하, 실버. 농장 잘 지켰어?”

멍!

잠시 비웠을 뿐이지만 실버가 그리웠다는 듯이 나를 반겨주었다.

달려와 안기고 얼굴을 핥는 애정표현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나는 마음껏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발효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작진척도 10%]

[제작진척도 20%]

[제작진척도 30%]

······.

하나당 10번의 망치질, 열 개의 발효통을 만들어야 하니까 100번의 망치질이 필요했다.

게다가 나무를 하면서 체력을 소모했더니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선 힘이 드는 것조차 보상이 돌아온다.

[격한 노동으로 힘이 붙습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단련된 육체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바로 능력치에 대한 보상.

10개의 발효통을 만드니, 그런 메시지가 떴다.

나는 땀이 주르륵 흘렀지만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완성된 발효통들을 보았다.

그럼 이제 발효를 할 시간이다.

각각의 발효통에 재료를 넣으며 제작해보았다.

[이스트 발효 중 - 1시간 59분]

[치즈 발효 중 - 1시간 59분]

사과주스처럼 바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발효는 시간이 걸리니 당연한 것이다.

현실의 시간에 비해 2시간이면 짧지만, 이것도 인내심이 없으면 게임에선 인기 있기 힘들 것이었다.

그럼 두 시간 동안 뭘 한다?

아, 그래. 마을에 가서 재봉 스킬 같은 것이 있는지 알아보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결심하고 농장을 비우게 되었다.

다시 실버에게 농장을 잘 지키라고 명령하곤, 휘파람을 불면서 하펜 마을로 돌아왔다.

그렇게 마을 광장에 와봤는데, 이 마을엔 옷가게 같은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는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바로 광장에 있던 꽃을 파는 소녀였다.

튤립 씨앗 50개를 소녀에게서 샀었다.

나는 소녀에게 재봉 스킬에 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꽃을 심겠다고 하셨는데, 그 일은 잘되셨나요?”

“잘됐습니다. 튤립도 만개했고 양봉도 잘 되어서 꿀을 얻었어요.”

“좋은 일이네요. 꽃을 키우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에요.”

소녀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바로 소녀에게 본론을 말했다.

“죄송하지만 꽃을 사러 말을 건 것은 아닙니다. 뭐 좀 여쭙고 싶어서 그랬습니다만.”

“뭐든 물어봐 주세요. 아는대로 가르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이 마을엔 옷 만드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까? 재봉 스킬이라거나 방직 스킬이라거나······.”

“당연히 있습니다. 아주머니 분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옷은 만드실 줄 아시죠.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벌거벗고 다녀야하잖아요?”

“아, 그렇군요. 하지만 여기 옷가게는 없어 보이던데······.”

“작은 마을이라서 의류점이 없을 뿐이에요.”

“혹시 제게 스킬을 가르쳐 줄만한 분이 계십니까?”

“여관주인의 딸이 우리 마을에선 옷을 가장 잘 만들어요. 분명히 재봉 스킬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여기 얼마 안 되지만, 정보료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유용한 정보를 가르쳐 준 소녀에게 1000골드의 정보료를 주었다.

소녀는 굳이 사양하지 않고 그것을 받았다.

“마일스톤의 가호가 있기를.”

인사를 하는 소녀를 뒤로하고 나는 여관을 찾아갔다.

Inn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으므로, 여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관 문 옆에는 베틀이 있었다.

여관주인의 딸이 재봉에 조예가 깊다는 소녀의 말이 사실인 듯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나를 반기는 여자가 있었다.

다른 마을 사람들보다 옷이 조금 밝았고 귀여운 사람.

분명히 그녀가 여관주인의 딸인 듯했다.

“실례합니다.”

“네, 숙박은 100골드, 휴식은 50골드에요!”

“아, 그게 아니라, 여관주인의 따님이 맞으십니까?”

“네? 맞는데, 무슨 일이시죠?”

“그게······ 재봉 스킬을 배우려고 왔습니다만.”

“아하, 옷을 만들고 싶으신 거군요? 그런데 그냥 저한테 의뢰하면 될 텐데요?”

“저는 직접 하는 편이 좋아서요.”

“특이한 이방인이시네요. 아, 혹시 당신이 호숫가의 농가를 가진 사람이에요?”

“어떻게 아셨죠?”

“요즘 당신은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고 있거든요. 생활 스킬에 관심이 많은 특이한 이방인이라고요. 농장을 가진 것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생활스킬만 배우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아하, 그렇군요.”

모르던 사이 명성 같은 거라도 얻은 모양이다.

주목 받는 것은 그리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NPC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는 것은 꺼릴 것이 없었다.

오히려 명성이 있으면 뭔가 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투를 하지 않으신다면 숙박은 별로 안하시겠네요. 술은 좋아하세요?”

“어, 조금요.”

“그럼 술이라도 마시러 와주세요! 우리 여관은 주점을 겸하니까요.”

“네, 기회가 닿으면 찾아오죠. 그것보다 재봉 스킬은 얼마면 배울 수 있을까요?”

“5000골드만 내세요.”

“비싸군요.”

“전 제 기술을 싸구려로 취급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강단 있게 말했다.

나도 돈이 많은데 좀스럽게 굴고 싶지 않아서 흥정은 하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5000골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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