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33화 (33/239)

20화 원예를 해보자(1)

[주인님, 음료와 함께 섭취 하셔야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에도 좋습니다.]

“알고 있어. 그런데 게임에서도 건강이 상관 있어?”

[일상적인 조언이었습니다.]

“그렇군.”

골램의 조언대로 나는 미리 만들어둔 컵에 인벤토리의 우유를 옮겨 담았다.

그리곤 컵을 꺼내면, 고소한 우유가 잔뜩 들어있는 잔이 나왔다.

사실 우유보단 콜라나 술이 마시고 싶지만, 지금 있는 음료는 우유 뿐이다.

하지만 맛이 아주 좋으니 상관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우유를 홀짝이며 송어구이와 송로버섯 볶음, 계란프라이를 음미했다.

지금껏 살면서 고급 음식과는 담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송로버섯은 너무 맛있었다.

흡사 미식가라도 된 기분이라 묘하게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

[퀘스트 달성]

[100 업적점수 획득]

[굉장히 만족스런 식사를 하여 컨디션이 최상이 됩니다.]

[모든 생산활동의 결과물이 더 좋게 나옵니다.]

[8시간동안 경험치가 100% 증가합니다]

[추가 효과, 8시간 동안 힘 + 15, 체력 + 15, 지능 + 10, 정신력 + 10]

퀘스트가 달성되었다.

업적점수에 이어서 음식의 추가효과들이 메시지창에 나타났다.

지금껏 본 음식의 추가효과보다 월등하게 좋은 추가효과였다.

능력치가 많이 오른 것도 그렇지만, 생산활동의 결과물이 좋아진다는 말은 등급이 더 높게 나온다는 말 같았다.

거기다가 경험치 증가까지······ 다만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사냥을 하지 않으니까, 이건 계륵 같은 효과였다.

여하튼 다 먹었으니 이제 뒷정리를 할 때였다.

[불돌이가 생선뼈와 내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웁니다.]

생선뼈와 내장은 불돌이가 없애버렸다.

식기와 프라이팬은 물방울의 물로 씻어냈다.

오수로 호수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일부러 밭에서 설거지를 했다.

물방울의 물이라선지 기름 떼도 잘 씻겨 없어졌다.

“바깥에서 밥지어 먹는 게 이렇게 맛있어 보일줄은 몰랐네.”

“보고 있으니 나도 배고프다.”

“식당가는 거, 콜?”

“콜.”

구경꾼들도 배가 고파졌는지 떠나버렸다.

몇몇은 돈을 주고 내가 먹은 음식을 사고 싶은 모양이지만, 내가 물고기를 하나만 낚은 것을 본 것인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구경꾼들이 사라졌고, 나는 농장일을 하려고 했다.

우선 씨앗을 사둔 것이 없으니 씨앗을 사러 가야겠는데······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이번에도 쪽지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이번엔 뭘 시킬지 조금 기대를 해보았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퀘스트, 꽃을 심고 벌을 모아 꿀을 얻자.

꽃도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가?

꽃을 심어 벌들을 모으고 벌들에게서 꿀을 얻어보자.

클리어 조건 : 한 종류 이상의 꽃을 심기, 벌에게 꿀을 얻어보기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꽃! 한마디로 원예를 하라는 퀘스트였다.

하지만 원예뿐만 아니라 양봉도 하라는 것 같았다.

원예와 양봉, 둘 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야할 곳은 마을이었다.

마을 광장에는 꽃을 파는 작은 소녀가 있었다.

지나가면서 여러 번 봤었는데, 아마 그녀에게서 꽃씨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당장 마을로 뛰어갔다.

그 소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항상 마을 광장에서 꽃을 팔고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헤어스타일이 꽤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갈색머리, 두 갈래로 땋은 포니테일에 갈라진 앞머리, 세로롤인 옆머리······ 예쁘긴 한데, 관리가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머리다.

뭐, 게임이니 그런 거겠지만.

“꽃씨를 사신다고요?”

“네, 혹시 꽃을 심는데, 원예 스킬 같은 것이 따로 있습니까? 저는 농사 스킬만 있습니다만.”

“농사 스킬이면 충분해요. 그나저나 이방인이 농사스킬이라니, 특이하시네요.”

“자주 듣는 말입니다.”

“어떤 꽃씨로 하시겠어요?”

“제가 초짜라서······ 잘 자라는 걸로 아무거나 추천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 튤립이 어떠신가요? 지금은 봄이라 무리 없이 꽃을 피울 거예요.”

“한 개에 얼마죠?”

“100골드에요.”

흠, 사탕무에 비해 조금 비싸다.

사과 씨보단 싸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진을 알아보려면 비용만 알아봐선 안 된다.

“제가 튤립을 만들어서 팔 수 있을까요?”

우선 거래처 조사. 즉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내 공급을 사줄 수요가 있는지 말이다.

그러자 소녀를 고개를 저었다.

“저는 취미로 꽃을 만들어 팔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만큼의 꽃은 스스로 가꾸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그럼 꽃을 살만한 사람은 있습니까?”

“연금술에 드물게 쓰인다고 하지만,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

아무래도 꽃 자체로는 돈이 별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망하신 눈치시군요. 하지만 꽃을 통해 꿀을 얻을 수 있으시다면 도움이 아주 안 되진 않을 거예요.”

“양봉 말씀이시군요.”

“네, 목공 스킬이 필요하지만, 벌집을 만들어서 벌들의 집을 만들어주면 꿀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것뿐만 아니라 벌들은 작물의 수분도 맺어주기 때문에 농사에도 도움이 되요.”

“그렇군요. 그럼 튤립 씨앗 50개 주시겠습니까?”

“네, 여기 있어요.”

5000골드를 지불하고 튤립 씨앗 50개를 얻었다.

나는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불돌이를 일단 역소환했다.

당연히 불돌이는 아쉬워했지만 나중에 반드시 소환해주겠다고 약속하며 불돌이를 달랬다.

[태산이가 하품을 합니다.]

그리고 의욕이 없는 태산이를 소환했다.

“태산아 밭 갈자!”

[태산이가 의욕이 없지만 당신의 명령에 따릅니다.]

태산이를 이용해 질 좋은 흙으로 밭의 흙을 바꾸고, 그 밭을 갈았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정령술은 생활 활동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전투스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생활의 달인으로 전직할 때 반드시 배워야하는 스킬로 포함되어 있던 것 같았다.

여하튼 꽃을 심기 위해 밭을 다 갈았다.

다음은 밭에 비료를 뿌릴 차례였다.

나는 여태 그랬듯이 비료의 재료를 얻으려고 벌목을 하려 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축사의 한편에 쌓여 있는 똥들이었다.

실버도 그렇지만, 가축들은 똥을 싸는데, 아무데나 싸지 않고 축사의 정해진 곳에 싼다.

게임상의 똥이라선지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다.

물론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꼭 퇴비 같은 냄새가 났는데, 직관적으로 똥은 비료의 재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조합스킬의 생산목록 중에서 똥을 이용해 비료를 만드는 것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조합, 고급 비료

일반 비료의 효과에 더불어 비료의 영향을 받은 작물의 성장속도가 100% 빨라진다.

재료 : 가축의 똥 1덩이                                                       ]

역시 예상대로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보니, 효과도 엄청 좋은 것 같았다.

성장속도가 100% 빨라진다는 말은 8시간 걸리던 성장이 4시간으로 단축된다는 말이다.

시간절약이 그만큼 된다는 말이기에, 나는 얼른 가축의 똥을 치기로 했다.

그런데 삽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삽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개인 대장간도 만들었는데 삽인들 못 만들겠는가?

의욕 없는 태산이를 역소환하고 다시 불돌이를 소환해 용광로를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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