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32화 (32/239)

19화 요리를 해먹자.

나는 그것을 피하면서 대장간을 나왔다.

멍멍!

수탉이랑 기싸움을 벌이면서 놀던 실버가 나에게 뛰어왔다.

태산이는 땅에서 졸고 있는 것 같았다.

[태산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태산아 돌아갈래?”

[태산이가 당신의 말에 잠을 깹니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아이는 불돌이나 물방울과는 달리 역소환되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소환된 중에는 자고 싶은 모양이고 말이다.

“그럼 태산아, 물방울이 불러야 하니까, 역소환할게. 나중에 또 불러도 되지?”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고마워, 그럼 잘가.”

태산이는 그렇게 역소환 되었다.

특이한 녀석.

나는 그 후 얼른 물방울을 소환했다.

츄파앗

허공에서 물이 튀며 물방울이 나타났다.

[물방울이 당신을 반가워합니다.]

“보고 싶었어?”

[물방울이 얼굴을 붉히며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 난 물방울이 보고 싶었는데!”

[물방울이 부끄러워합니다.]

이 녀석, 생각보다 귀엽구나!

나는 흐뭇하게 물방울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을 소환한 이유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잔뜩 흘린 땀을 씻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방울아, 수영하자!”

[물방울이 당신의 말에 기뻐합니다.]

풍덩!

곧 나는 호수에 뛰어들었고, 물방울도 물속으로 따라왔다.

나는 눈을 떠도 전혀 문제가 없는 깨끗한 호수의 물을 만끽했다.

사우나로 땀을 뺀 후, 찬물에 들어가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먹음직한 물고기들이 한가득 헤엄쳐 다니는 것을 물 속에서 보았다.

[만복도가 조금 낮습니다.]

때마침 메시지도 뜨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광산도 갔다 온 뒤, 일까지 했는데 먹은 것은 없었다.

있다면 사과주스 정도 뿐.

하지만 그런 것으론 당연히 만복도를 다 채울 수가 없었다.

“푸핫.”

[물방울이 잠수 대결에서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합니다.]

“대결하는 거였어? 하하! 그런데 물방울아, 이제 낚시 할까? 물고기 잡아서 먹고 싶은데.]

[물방울은 좀 더 수영하고 싶어서 아쉬워합니다.]

“그래? 흐음······ 그럼 수영도 낚시도 같이 하자!”

물방울과 대화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낚시를 꼭 낚시대로 하란 법은 없었다.

물론 낚시 스킬을 쓰면 편하긴 하지만······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 더 기발하게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컨대 작살 낚시! 그거라면 수영과 낚시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작살은 아니지만 ‘로렌의 창’으로 작살을 대신하면 될 것 같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인벤토리에서 로렌의 창을 꺼내들었다.

“물방울아, 물고기들을 몰아줘.”

[물방울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창을 작살처럼 잡곤 다시 잠수를 했다.

물방울이 물고기를 추적하면서 이리저리 나에게 몰았다.

나는 그저 거기에 있는 힘껏 창을 내지르기만 하면 되었다.

곧 커다란 물고기 하나가 작살에 꽂힌 것처럼 창에 꽂혔다.

수면으로 올라와 물고기를 확인해보았다.

[송어(50cm)]

“대박이다!”

창으로 찔러서 다소 재료가 상하긴 했지만 훌륭한 대어였다.

낚싯대로 잡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놀라운 솜씨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더 기분 좋게 능력치도 올랐다.

나는 우선 뭍으로 올라왔다.

“우와······ 지금 봤어? 작살로 물고기 잡은 거.”

“저건 작살이 아니라 창인데······ 어쨌든 큰놈 잡았네.”

“저것도 구워먹으려나? 민물고기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양식 송어는 회로도 먹는데. 근데 이건 게임이잖아? 게임이면 자연산도 기생충은 없지 않나?”

구경꾼들이 속닥이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시선도 익숙해졌다.

나는 50센티나 나가는 송어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그때, 어김없이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냈다.

인벤토리에서 그것을 꺼내보면, 나는 절로 웃게 되었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퀘스트, 요리를 해보자!

여러 작물을 가진 당신, 이제 제대로 요리를 해먹어보자.

클리어 조건 : 푸짐한 음식과 음료를 함께 섭취해보기

클리어 보상 : 100업적점수                         ]

마침 무척 적절한 퀘스트였기 때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필요할지 몰라서 요리도구를 만들었는데, 마침 요리를 하라는 퀘스트가 나와 버렸다.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당장 수락했다.

남은 것은 요리만 하면 되는데, 퀘스트 달성 조건의 ‘푸짐한 요리’의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생선구이만으로도 그 조건이 충족될까?

확실히 50cm짜리 생선구이는 먹으면 배는 부를 것 같지만, 푸짐한 요리라고 하기엔 뭔가 부실하다.

그래서 다른 요리식재를 찾아보았다.

적당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질 좋은 9등급 계란]

[질 좋은 9등급 송로버섯]

눈에 띄는 것은 이 두 가지였다.

프라이팬이 있으니 요리하기에도 아주 쉬울 것이다.

송로버섯을 볶으면 기름이 나올 테니, 계란 프라이를 하는데 따로 기름도 필요없다.

상상만 해도 입맛이 다셔져서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생선구이를 위해 목공 스킬로 긴 꼬치를 만들었다.

불돌이로 모닥불을 피우고 생선을 꿴 꼬치 꽂아서 익힌다. 이걸로 일단 생선구이는 끝.

“역시 송어는 구워먹어야지.”

“저렇게 큰 송어를 통째로······ 맛있겠다.”

“즉석에서 쿡방을 하고 있네.”

구경꾼들이 속닥이고 있었다.

송어가 익는 냄새에 그들도 배가 고파진 모양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나눠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

내가 다 먹어버릴 거다!

멍!

“어허, 실버. 먹으면 안 돼.”

끼잉······.

“조금 나눠줄테니까. 기다려.”

멍!

군침을 다시는 것은 실버도 마찬가지였다.

익어가고 있는 송어 앞에서 입맛을 다시는 실버였지만, 기다리라는 내 말을 충실히 따르는 실버였다.

나는 프라이팬을 꺼내 그 위에 송로버섯을 얹었다.

한 개만 넣기 뭣해서, 세 개를 투입했다.

현실에선 구경도 못할 송로버섯.

하지만 게임에선 귀여운 돼지의 활약 덕분에 맛을 보게 되었다.

그저 꺼내기만 했는데도 그 향이 장난 아니게 좋았다.

요리에 사용하면 풍미가 더해지고, 향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괜히 서양 요리사들이 최고로 꼽는 재료가 아니었다.

지글지글지글

만들어 둔 뒤집개를 이용해 송로버섯을 프라이팬에 익혔다.

익히면서 나오는 기름을 적당히 프라이팬에 바른다.

이게 버섯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정도의 기름이 나왔는데, 이 정도면 계란 프라이를 하기 적당할 수준일 것이었다.

그런데 원래 송로버섯에 기름이 이렇게 나왔나? 의문이 들었던 나는 골램에게 물어보았다..

[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주인님의 세상에선 올리브유에 섞어 맛과 향을 내어 먹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선 좀 더 손쉽게 송로버섯 기름을 맛보게 하기 위해 송로버섯 자체에서 기름이 많이 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

아무래도 게임적 허용인 듯 했다.

여하튼 나는 계란을 세 개 깼다.

지글지글

잘 달구어진 프라이팬 덕에 계란이 급격히 익었다.

완숙이 아니라 적당히 반숙으로 익힐 생각이다.

너무 타지 않도록 뒤집개로 살살 들어 올려 주었다.

노는 손으로는 송어 꼬치를 뒤집어 다른 면도 익도록 하였다.

타닥, 탁, 지글지글······.

요리가 거의 익어갔다.

나는 재빨리 목공 스킬로 나무 접시와 포크를 만들었다.

잘 익은 송로버섯과 계란프라이를 접시에 담았고, 흑요석 단검으로 익은 송어 살덩이를 베어서 실버에게 주었다.

멍!

실버가 뜨거운 줄도 모르고 게 눈 감추듯 그것을 먹어버렸다.

나는 만족감에 실버를 쓰다듬어 줬다.

자, 그럼 이제 내가 먹을 차례였다.

직화로 구운 커다란 송어.

프라이팬으로 볶은 송로버섯.

송로버섯의 기름으로 익힌 계란프라이.

무척 단순한 요리지만, 송로버섯의 좋은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기에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아구아구

잘 익힌 송어의 살은 혀에서 녹을 듯이 부드러웠다.

실버가 괜히 게 눈 감추듯 먹은 것이 아니었다.

한참 송어의 살을 뜯어먹다가, 이번에는 계란프라이를 먹어보았다.

반숙으로 익힌 덕분에 끈적끈적한 노른자가 담백한 맛을 냈다.

송어와 적당히 어울리는 맛이었다.

하지만 송어와 계란은 지방과 단백질, 음식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섬유질도 필요하다.

그걸 채워주는 것이 송로버섯!

하지만 맛은 기름지다.

트러플이라고도 불리는 송로버섯을 한입 베어 먹으면 버섯과 기름의 향이 아주 좋았다.

시큼하기도 하고, 담백하기도 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강렬한 맛’이었다.

미식가들이 좋아할 법한 맛이었다.

그러니 현실에선 억대를 호가하는 재료일 법했다.

듣기로는 지금의 나처럼 생 송로버섯을 익혀 먹는 경우는 드물다는데, 아무렴 어쩌랴? 게임인데 말이다.

“저 사람, 지금 먹고 있는거 송로버섯이지?”

“어, 맞아. 국회의원이 세금으로 저거 먹다가 난리난 적도 있었잖아.”

“아······ 나도 먹고 싶다. 근데 팔진 않겠지, 저런 고급요리면.”

“팔아도 비싸게 팔겠지. 저 사람, 한 번도 공짜로 줬던 적은 없대.”

후후후,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남 줄 이유가 없었다.

어지간한 돈을 준다고 해도 안 팔 것이다.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이 맛은 돈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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