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31화 (31/239)

18화 대장간을 만들자(2)

[건축, 용광로

필요 재료 : 벽돌 50개, 황토 흙 20덩이

필요 도구 : Lv2 건축 스킬          ]

나는 곧바로 용광로 제작을 위해 벽돌을 굽고 황토 흙을 만들었다.

태산이는 연신 하품을 한다는 메시지를 연발했지만, 그래도 착하게 말을 들었다.

불돌이는 벽돌 굽는 게 재밌는지 신이 난 모양이었다.

마나 소모 때문에 잠시 쉬기도 했지만 한 시간 쯤 일하니 금방 재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재료들을 인벤토리에 모두 넣은 뒤,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대장간, 이어지지 않은 굴뚝이 있었다.

용광로의 열기와 연기가 저곳으로 빠져나가도록 설치해야한다.

건축 메뉴를 다시 켜서 반투명한 푸른색 홀로그램을 조작했다.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으로 굴뚝에 맞도록 용광로 모형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또 망치질 하는 것이다.

뚝딱뚝딱!

사실 현실적이라면 벽돌을 쌓고 거기에 미장이질을 하는 것인데, 게임의 편의를 봐준 것이다.

용광로는 구조물이지만 제법 크기가 커서 망치질을 50번 정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제작 진척도 90%]

[제작 진척도 92%]

[제작 진척도 94%]

[제작 진척도······.]

파란 홀로그램 부분이 남아 있는 곳에 망치질을 열심히 하면 어느새 100퍼센트를 다 채울 수 있었다.

[건축 스킬 레벨 업!]

[퀘스트 메인 목표 달성]

용광로를 다 만드니 건축 스킬이 레벨 업했다.

퀘스트도 달성했다는 표시가 떴는데, 평소와는 달리 메인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었다.

곧 이어서 추가 메시지들이 떴다.

[아직 추가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퀘스트를 완료하시겠습니까?]

추가목표라면 대장스킬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거나 수리하라는 것이었다.

업적점수를 더 얻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아니오.’를 입력했다.

[퀘스트 완료를 거부하셨습니다.]

[언제든 퀘스트를 완료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대장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용광로에 불을 지필 시간이었다.

나는 바깥에서 태산이와 실버를 데리고 놀고 있는 불돌이를 불렀다.

“불돌아, 여기 용광로에 들어가서 불을 때워야해.”

[불돌이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합니다.]

“응? 마음에 들어?”

[불돌이는 온도가 아주 높아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불돌이는 불이라서 온도나 열이 높아지는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실내 용광로가 불타면 온도는 1500도를 훌쩍 넘어갈 것이다.

불돌이는 마치 개집에 들어가는 실버처럼 용광로 안으로 들어갔다.

화르르르륵

안에 미리 넣어둔 장작을 불태우며 용광로가 가동되었다.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이제 대장기술 스킬을 써볼 때가 된 것 같았다.

“대장기술!”

지금껏 써온 여느 생산 스킬들처럼 대장기술도 생산품목들이 그려진 카탈로그 목록을 늘어놓았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철괴 제작]이었다.

[대장기술, 철괴

필요 재료 : 철광석 1덩이

필요 도구 : 모루, 용광로, 불, 물, 망치, 집게]

내가 철강 쪽에 해박하진 않지만, 철괴는 불순물이 많이 섞인 철광석을 제련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순도 높은 철인 철괴를 만들어야 여러 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제련 작업은 단야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일이고, 또 재료로 코크스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게임의 편의를 위해서 생략했는지 용광로 근처에 모루를 꺼내고 스킬을 사용하니, 파란색의 괴 모양의 모형이 모루 위에 생겼다.

인벤토리를 확인해보니 철광석 한 덩이가 소모되었고 말이다.

이걸 집게로 고정시키고 망치로 내려치면 되는 것 같았다.

깡깡깡깡!

[제작 진척도 20%]

[제작 진척도 40%]

[제작 진척도 60%]

[제작 진척도 80%]

한 번에 20%씩, 총 다섯 번을 두드리고 마지막은 미리 떠다놓은 물통에 담궈 식혔다.

그러자 [10등급 철괴] 하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퀘스트 완료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철괴처럼 상위 재료를 만드는 것은 인정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우선 남은 49개의 철광석을 모두 철괴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되니 자연히 노동이 시작되었다.

하나의 철괴에 다섯 번 망치질을 하니까, 49개의 철괴를 만드는데 해야하는 망치질은 245회.

실제 대장간 일에 해야하는 망치질에 비해선 수월할지 몰라도 은근히 힘든 일이 되었다.

나는 땀이 나서 웃통을 벗고, 마치 진짜 대장장이라도 된 것처럼 철을 때렸다.

[근육이 노동에 알맞도록 더 견고해집니다.]

[완력이 강해집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후우······.”

나는 50개의 철괴를 모두 만들고, 잠시 땀을 닦으며 숨을 골랐다.

마치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용광로 속의 불돌이가 신나게 불을 때고 있는 대장간 안은 사우나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땀을 뜨끈하게 흘린 뒤, 호수에 뛰어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퀘스트를 빨리 깨고 싶어졌다.

뭘 만들지 결정하기 위해서 카탈로그를 뒤적거려보았다.

여러 가지가 있었다,

검이라든지, 방패, 갑옷······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프라이팬]

[뒤집개]

[웍]

[냄비]

바로 요리도구들!

그것들이 유독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나는 농장을 가지고 있었고, 원한다면 뭐든 작물을 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요리, 제대로 된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철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라고 한다면 다른 것이 아니라 요리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저 4개의 소형 요리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프라이팬에는 철괴가 4개, 뒤집개에는 1개, 웍에는 5개, 냄비에는 4개가 들어서 총 14개가 소모되었다.

모두 망치로 깡깡 두들기고 식히는 것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추가 퀘스트 목표 달성!]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200 업적점수 획득]

추가 목표까지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모인 업적점수를 확인하니, 390이었다.

실버를 사고 난 뒤 줄어들었던 업적점수를 거의 회복한 것이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씩 웃었다.

“불돌아, 이제 그만 나가자.”

[불돌이가 용광로를 떠나는 것을 조금 아쉬워합니다.]

불돌이는 용광로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에 또 필요하면 꼭 부를게. 어차피 너 없으면 용광로 못 써.”

[불돌이가 솔깃해하며 용광로를 빠져나옵니다.]

불돌이는 내 말을 이해했는지, 용광로에서 나왔다.

나는 불돌이가 빠져나와서 불길이 약해진 용광로에 물통의 물을 뿌려 불을 껐다.

정말로 사우나처럼 증기가 솟았다.

나는 그것을 피하면서 대장간을 나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