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대장간을 만들자(1)
채광에 이어선 대장간을 만들라고 하였다.
대장간······ 우선 생각나는 것은 건축스킬이었다.
하지만 문득 떠올린 대장간의 모습은 농가나 축사와는 달리 벽돌로 만든 건축물이었다.
기침이 심한 노인 대장장이 NPC의 대장간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목재로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벽돌을 만들 필요가 있을 텐데······
“건축 스킬!”
······우선 정말로 벽돌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건축스킬을 써보았다.
대장간을 찾기 전에 용광로, 형틀, 거푸집 같은 대장간에 필요한 구조물도 보였다.
[건축, 대장간
필요 재료 : 벽돌 100개, 목재 30개, 황토 흙 50덩이, 못 20개]
벽돌뿐만 아니라 여러 재료가 필요했다.
목재는 벌목을 하면 되고, 못은 목공소나 대장간에서 사면되겠지만 황토 흙은 또 어디서 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추가 보상을 위해선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루와 망치는 있지만, 어떤 도구가 더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지······.”
[주인님, 혹시 벽돌을 만드는 법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오, 골램아. 맞아. 혹시 아는 것이 있어?”
[건축업자 길드가 있는 마을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엔 없는 모양인데. 만드는 방법은 없어?”
[황토 흙을 모래와 일정 비율로 섞은 뒤, 모양을 빚고 구우면 만들 수 있습니다.“
“황토 흙은 어디서 구하는데?”
[토양의 질이 좋은 곳에서 확률적으로 구할 수 얻을 수 있습니다.]
“땅을 파야한단 말인가?”
[주인님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응?”
[땅의 정령을 소환하시면 벽돌과 황토 흙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땅의 정령, 옛날 종이책 소설에서 나오는 정령사들은 땅의 정령으로 굉장한 일들을 했다.
그것처럼 이 게임에서도 땅을 정령을 이용해 여러 일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당장 농장으로 가볼까?”
[주인님, 그전에 대장간에서 집게를 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집게는 왜?”
[대부분의 제작은 단조식이라 집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망치와 모루, 집게가 대장기술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입니다.]
“아하, 알겠어.”
단조라고 하면 집게로 모루에 고정시킨 뒤 망치로 내려쳐 쇠를 벼리는 방식의 야금술, 그러니까 대장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주조와 함께 전통적인 방식인데······ 흔히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혼용되어 잘못 묘사되는 것이다.
보통 검을 만드는 데에는 단조 방식을 쓰는데, 쇳물을 붓는 모습이 멋지다는 이유로 주조방식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반대로 이미 쇠를 녹여 거푸집에 넣었다면서 꺼내선 망치질을 했다는 식의 주조와 단조를 구분하지 못한 채로 묘사를 하는 소설들이 있다.
물론 나라고 더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정도는 알고 있었다.
회사의 철강 팀이면 좀 더 잘 알겠지만, 나는 아쉽게도 영업 쪽이다.
여하튼 나는 대장간으로 가서 할아버지 NPC에게 600골드를 주고 쇠 집게와 못을 샀다.
그런 뒤론 농장으로 향했다.
“물방울아, 미안하지만 나중에 또 놀아줄 테니까 잠시 돌아가 있어줘.”
[물방울이 자신은 필요 없냐며 훌쩍입니다.]
“그럴리가! 물방울이가 얼마나 쓸모 있는데, 밭에 물줄 때 무척 도움이 된다고!”
[물방울이 토라집니다.]
농장으로 돌아와서는 땅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 물방울을 역소환해야만 했다.
골램이 불돌이는 일에 필요하다고 해서 물방울을 역소환 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물방울은 소외감을 느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달랬다.
“다음에 소환하면 꼭 수영도 같이하고, 낚시도 하자.”
[물방울이 당신의 말에 솔깃하며, 약속을 지키라고 합니다.]
“물론이지.”
[물방울과의 친밀도가 개선됩니다.]
필사적으로 달랜 결과, 오히려 친밀도가 좋아졌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물방울을 역소환할 수 있었다.
그리곤 정령술을 다시 사용했다.
처음으로 땅의 정령을 소환하게 되었다.
팍!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불돌이나 물방울의 크기 정도인 바위덩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저것이 하급 땅의 정령 같은데, 불돌이와 물방울과는 달리 땅에 붙어 있었다.
비행능력이 없는 정령인 것일까?
[하급 땅의 정령이 당신을 게으르게 바라봅니다.]
“안녕?”
[하급 땅의 정령이 하품을 하며 이름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이 아인······ 어쩐지 성격이 게으른 것 같군.
수시로 바위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조는 것 같다.
불돌이가 강아지고 물방울이 고양이면 이 녀석은 어째 거북이 같은 느낌이었다.
“네 이름은 태산이야!”
[태산이가 졸리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태산이가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개를 끄덕인다면서 바위가 흔들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태산이가 나타나자 불돌이도 기쁜지 태산이 주변을 맴돌았다.
태산이는 불돌이를 따라가 보려하지만, 움직임이 좀 둔한 듯했다.
나는 잠깐동안 흐뭇하게 두 정령이 놀고 있는 것을 보다가 태산이에게 말했다.
“태산아 우린 이제 대장간을 만들어야해. 그러려면 벽돌과 황토 흙이 많이 필요해. 도와줄래?”
[태산이가 자신이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도와줄래? 우선 벽돌을 100개 구워야해.”
[태산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태산이가 흔들흔들 거리더니 땅의 흙이 솟아오르며 하나씩 벽돌의 모양새 빚어졌다.
골램의 말에 따르면 땅의 정령은 기본적으로 황토 흙이나 모래 등을 만들 수 있어서 벽돌을 쉽게 빚는다고 한다.
여기서 불의 정령을 이용해서 벽돌을 구워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화르르륵
벽돌이 빚어지는대로 불돌이가 벽돌을 구웠다.
마나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버프까지 합해서 32까지 오른 정신력 덕에 마나가 쉽게 고갈나지 않았다.
마나가 다 고갈 났을 땐 잠시 휴식을 취해 마나를 수급했다.
그것을 반복하니 어느새 벽돌 100개를 만들 수 있었다.
[정령술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정신력이 향상됩니다.]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그런 뒤로 태산이가 만들어 놓은 황토 흙을 모아 대장간 건축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모았다.
남은 것은 망치질을 하면서 대장간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현실의 벽돌집 만들기와는 다르게 시멘트질을 안 하고 망치질을 한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게임적 허용이라고 생각했다.
그 대신 망치질을 300회는 해야만 했다.
대장간은 2레벨 건축 스킬로 만들 수 있는 것들 중 상당히 고급 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땅땅땅땅
반투명한 파란색 홀로그램을 두드리면 자동으로 대장간이 건설되었다.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망치질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도 망치질로 만들었다.
[힘겨운 노동으로 인해 힘과 체력이 늘어납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노가다에 가까운 생활 활동을 한 덕분인지 힘과 체력이 올라버렸다.
그러나 인내는 쓰고 결실은 달콤할 지니, 일단 겉모습이긴 해도 벽돌로 떡하니 지어진 대장간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아직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장간의 안은 텅텅 비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벽돌을 더 만들어서 용광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굴뚝으로 연기가 나가도록 여기에 설치하면 되겠네. 그런데 불은 불돌이를 이용해서 떼는 거야?”
[그렇습니다. 정령을 이용하면 풀무질을 할 필요 없이 용광로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에 정령을 쓰지 않으면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데 얼마나 걸려?”
[네다섯 시간은 풀무질을 하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
골램의 설명을 들으니, 역시 대장기술도 다른 생활기술처럼 인기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