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9화 (29/239)

17화 새로운 퀘스트

1000골드를 받고 물고기를 구워주었던 여자였다.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차림새가 전혀 달라져 있어서 못알아 본 것이었다.

그녀는 초보자 옷이었던 전과는 달리 광산에서 본 사람들처럼 레더아머를 입은 전사의 모습이었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전에 정말 감사했어요, 그 생선구이 덕에 폭랩해버렸어요!”

“폭랩?”

“레벨 업을 엄청 해버렸다고요. 헤헤”

아, 그런 말도 있었지.

게임 용어를 조금 알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젊은 사람과 세대차이를 느껴버렸다.

“벌써 20레벨이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20레벨이면 여기서 토끼 잡을 레벨은 아니지 않나요?”

“네 맞아요.”

“그럼 여긴 무슨 일이에요?”

“왜긴요, 오빠한테 뭐 맛있는 거 사먹으러 왔죠!”

꼬박꼬박 오빠라고 말하는 것이 낯간지러웠다.

다른 구경꾼들은 전부 남자였는데, 그들은 훈훈하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몇몇은 따가운 시선도 보냈다.

그녀와 아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지금은 먹을 것은 없어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지금은 물고기도 낚은 것이 없어서 곤란한데요.”

“그래도 방금 뭔가 맛있는 거 드셨잖아요.”

“아, 사과주스 말이군요.”

“사과주스요? 그런 것도 만드세요?”

“네, 저기 사과나무에서 직접 딴 걸로 만듭니다. 그런데 이건 팔 곳이 따로 있는데······.”

구두계약이긴 했지만 이 사과주스는 마법사 길드의 마법사 아가씨 NPC에게 팔아야 한다.

금액까지 정해져 있고 말이다.

“하나만 줘보실래요? 아, 물론 돈 주고 살게요. 전에 먹은 생선구이는 너무 싸게 산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어요.”

“그럼 한 잔에 3500골드에요”

“비싸네요! 하지만 그만한 값을 하는 거겠죠, 하나 주세요!”

나는 곧 바로 거래창으로 9등급 사과주스 하나를 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곤 벌컥벌컥 마시더니, 마법사 아가씨 NPC처럼 ‘캬아’하는 소리를 내었다.

“시원한 단맛이 정말······ 시중에 도는 주스들보다 훨씬 맛있네요.”

“하하, 고맙습니다.”

“그리고 활력 증가 버프에 지능과 정신력이 많이 올랐어요.”

“활력 증가요?”

“네, 활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버프에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전투 계열에겐 꽤 중요해요. 게다가 정신력도 오르네요.”

“전사 계열에게도 정신력이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스킬은 마나가 들거든요.”

“아.”

나는 마나가 드는 전투 스킬이 없어서,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정령술을 쓰면 마나가 들긴 하지만, 불돌이의 불로 고블린이나 도깨비 토끼를 견제하는 것 외에는 딱히 전투에 쓴 기억이 없다.

“고마워요! 이번에도 상당히 좋은 버프를 얻었어요, 오빠.”

“다행이군요.”

“그럼 저는 버프 사라지기 전에 또 사냥하러 갈게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오빠!”

“네, 안녕히가세요.”

그녀는 쌩하고 달려가 버렸다.

음, 어쩐지 식당이나 카페의 셰프가 된 기분이다.

“저기요.”

“네.”

“방금 저 아가씨가 한 말, 진짭니까?”

“거짓말 할 이유 없죠.”

“바람잡이 같은 거 아니죠?”

“하하하, 무슨 야바위꾼도 아니고 바람잡이 같은 게 어딨겠습니까. 팔 것도 아닌데.”

“네? 방금 그 여자에겐 팔았잖아요.”

“그거야 아는 사람이라······ 게다가 이건 팔아야 할 곳이 따로 있어요.”

“저도 한 번 마셔보고 싶은데, 하나만 팔아주세요.”

“저도요.”

“저도!”

판매요청이 쇄도했다.

그곳에 있던 9명의 구경꾼들이 전부 팔아달라고 한 것이다.

나는 딱 잘라 거절하기도 뭣해서 미리 못을 박았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만 팔죠. 단, 가격은 3500골드고, 가격협상이나 환불은 없습니다.”

“비싸네······ 하지만 맛있어 보였으니까.”

“활력 증가에 정신력이 오른다면 그 정도 가격도 할만해.”

“정말일까?”

“마셔 보면 알겠지. 게다가 전에 여기서 물고기 사먹은 사람들이 폭랩했다는 소문 들었잖아.”

벌써 전의 일로 입소문 같은 것이 퍼진 모양이다.

나는 결국 그들에게 사과주스를 하나씩 팔았다.

그들은 모두 사과주스를 마시곤 만족스럽게 떠났다.

실버에게 다시금 농장을 잘 지키라고 일러둔 뒤, 불돌이와 물방울을 데리고 마을로 향했다.

남은 73잔의 사과주스를 마법사 길드에 팔기 위해서였다.

걸어가는 도중엔 물방울과 불돌이가 태양 주위를 맴도는 수성과 화성처럼 내 주변을 돌면서 놀고 있었다.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걸었더니 어느새 마법사 길드에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오옷? 오셨군요!”

의욕 없이 인사를 하다가, 나인 것을 확인하곤 태도가 돌변하는 마법사 아가씨였다.

“사과주스!”

“저만 보면 사과주스부터 찾으시네요.”

“기다렸다고요,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그야 광산에 다녀와서······ 뭐, 이렇게 왔잖아요. 여하튼 9등급 사과주스 73잔입니다. 지난번 10등급 사과주스보다 더 좋은데, 이번엔 특별히 가격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앗 그럼 다음엔 올리겠다는 말인가요?”

“물론이죠. 질이 더 오를 텐데, 계속 가격을 동결할 순 없어요. 그리고 여기 오기 전에 10잔은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의외로 수요가 있더라고요. 만약 그쪽이 더 장사가 된다고 판단되면 여기에만 독점 공급을 하진 않을 거예요.”

“윽, 그럼 저흰, 아니 저는 어쩌란 거죠?”

마법사 아가씨가 매우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런 반응이 조금 의아했다.

사과주스가 아무리 유용해도 꽤 많이 팔았는데, 그렇게 곤란해 하다니 말이다.

“이번 것까지 하면 꽤 많이 팔았는데, 계속 사야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마법사들 사이에 맛도 좋고 정신력이 올라서 마나최대량도 오르고 마나회복도 빨라지기 때문에 음료로도 인기가 좋다고요. 연구용으로는 두 말할 것도 없고요. 당분간 계속 필요할 지경이에요. 그래서 멋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팔지 않는다고 하면 곤란해요.”

“사정은 알겠네요. 하지만 장사란 결국 이윤을 따라가는 겁니다. 딱한 사정으로 동정심을 어필해도 저는 동정심만으로는 마음을 돌리진 않아요. 윗사람에게 말해서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든, 아니면 저를 설득할만한 무언가를 내놓든지 하세요.”

“으······ 일단 이번 거나 살게요.”

마법사 아가씨는 약간 울상이 되어서 거래창을 열었다.

사과주스 73잔을 팔았다.

아까 10잔까지 해서 290500골드를 얻었다.

고블린들을 잡고 얻은 돈까지해서 수중에는 386000골드가 생겼다.

음, 확실히 과수를 하길 잘한 기분이다.

재밌는 농사도 짓고 돈도 막 버는 것이 매우 즐겁다.

이제 또 무슨 새로운 일을 해볼까······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또 다시 쪽지가 빛을 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할 일을 만들어주니, 새로운 퀘스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생]

[퀘스트, 나만의 대장간을 만들자!

채광으로 광물을 얻었다. 이제 나의 농장에 나만의 대장간을 만들어보자.

클리어 조건 : 농장에 개인 대장간을 짓는다.

추가 클리어 조건 : 대장간에서 대장기술 스킬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거나 수리할 것.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추가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