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채광을 해보자(2)
[400골드]
[닳아빠지고 쓸모없는 곡괭이]
[금이 간 작은 방패]
[고블린의 정수 1개]
고블린들이 남긴 아이템은 돈과 고블린의 정수란 것을 제외하면 잡템 같았다.
곡괭이와 방패는 고블린들이 쓰는 거라 사람에겐 작았다.
크기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닳아 빠져서 쓸 만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돈과 정수만 챙겼다.
그리고 나는 체력에 1, 정신력에 2의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하고 다른 광맥을 찾아갔다.
“꺅! 대량 애드 됐어요!”
“도망쳐!”
“이쪽으로 오지 마!”
“너희 파티끼리 해결해!”
그때, 내가 가는 방향에서 소란이 일었다.
한 파티에 20마리 가량의 고블린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애드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는데,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주의를 끌었다는 뜻인데, 대량 애드는 너무 많이 주의를 끌었다는 의미다.
그 대량 애드가 된 파티는 혼비백산 도망치려 하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휘말려서 죽을까봐 무서워하는 것 같다.
다 같이 힘을 모으면 물리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단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창을 꽉 쥐었다.
“꺄악!”
가장 가까운 곳에 도망치다가 벽에 몰린 여성 유저가 있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사제 같았다.
고블린 여섯 마리가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는 흰 빛 같은 것을 쏘아보내면서 저항하고 있었지만, 고블린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도와줘요!”
그러자 도와달라고 주변에 외치기도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만 빼고 말이다.
푸욱
광산 고블린 하나를 뒤에서 찔러버렸다.
여지없이 한 방에 사망했다.
남은 고블린 다섯 마리의 주의가 나에게로 바뀌었다.
하나같이 동료가 갑자기 죽어서 놀란 표정.
그리고 벽에 몰려 있던 여자도 놀란 표정이다.
화르르륵
푹푹 푹푹푹
고블린들이 사소한 저항을 하지만 불돌이가 화염으로 그들을 저지시키고, 내가 한 방에 다 찔러 죽였다.
사실상 찌르기를 반복하는 반복노동에 가까웠다.
“어? 어떻게······?”
여사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날 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잠깐 보곤, 아이템을 루팅했다.
[600골드]
[고블린의 정수 4개]
쓸모없어 보이는 곡괭이와 방패는 버리고 돈과 정수만 주웠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다른 고블린들을 찾았다.
여사제의 파티원들로 생각되는 남자 유저 셋이 고블린 14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밀려서 금방이라도 고블린들에게 죽을 듯했다.
“가자, 불돌아.”
[불돌이가 당신을 따라 불탑니다.]
[전투로 인해 정령과의 교감이 더욱 깊어집니다.]
[정신력이 1 올랐습니다.]
[정령술 레벨 업!]
능력치와 정령술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역시 남을 도우니까, 좋은 일도 생긴다.
기세를 탄 나는 남은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갔다.
푹
전사와 싸우던 고블린 하나를 죽였다.
“어? 뭐야?”
필사적으로 다수의 고블린들의 공격을 막던 전사였다.
그때, 자신을 공격하려던 고블린이 죽어버리자 깜짝 놀라는 모양이었다.
그 뒤의 도적도, 마법사도 내가 나타난 것이 예상 밖인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고블린이 한 방에 죽는 것이 예상 밖이었겠지만 말이다.
“저기요, 얘네들 제가 죽여도 뭐라 안 할 거죠?”
“네? 아, 예······.”
난 아마도 리더일 것 같은 전사에게 물어보았다.
게임에는 이른바 ‘몹 스틸’이란 것이 있다.
남이 때리고 있던 몬스터를 때려서 경험치나 아이템을 뺏는 행위를 말한다.
난 그런 의도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해가 없도록 물어보았다.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던 그들은, 당연히 스틸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나는 ‘몹 몰이’ 해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고블린들에게 창을 휘둘렀다.
푸욱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직 레벨이 낮아서인지 또 레벨업을 했다.
이제 4레벨이다.
하지만 전투 중이라서 능력치 배분은 일단 보류했다.
푸욱 푸욱 푹 푸푹
고블린에게 연신 찌르기를 반복해서 계속 죽였다.
하지만 수가 14마리나 됐었기 때문에 이번엔 나도 공격을 여럿 받았다.
HP가 상당히 떨어진 것 같았다.
“힐!”
조금 조심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 있던 여사제가 나에게 힐을 걸어주었다.
흰 빛이 나를 감싸면서 생채기가 아물어 사라지고 있었다.
“고마워요!”
나는 살짝 뒤를 보곤 그녀에게 말하곤, 고블린들을 찔렀다.
그렇게 13마리째 고블린을 죽였을 때였다.
“케켁, 쓸모 없는 녀석들!”
그런데 마지막 한 녀석은 조금 특별했다.
흰 수염이 나있었고, 근육이 좀 붙은 고블린이었다.
[광산 고블린 화염 대장장이]
그런 이름의 고블린이었다.
이곳의 보스 같은 것일까?
“받아랏, 케켁!”
그 놈은 나에게 손을 겨누더니, 그 손에서 화염이 뻗어져 나왔다.
마법을 쓸 줄 아는 고블린이었던 것이다.
불시의 기습이라 대응을 못하고 있었는데, 불돌이가 내 앞을 막았다.
화르륵
[불돌이가 적의 화염 공격을 흡수합니다.]
같은 불인 불돌이에게 화염공격은 소용없었다.
오히려 흡수하면서 불길의 크기를 키우는 모습!
여하튼 공격의 찬스를 잡았다.
푹!
“켁!”
잽싸게 달려가서 창으로 찔러버렸다.
그 역시 한 방에 죽어버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또 올랐다.
도합 2의 레벨이 오른 것이다.
아마도 이 녀석은 진짜 보스라서 경험치를 더 많이 준 모양이었다.
저레벨인 나는 그만큼 더 빨리 레벨이 오른 것이고 말이다.
나는 흡족하게 웃으면서 우선 대장장이가 남긴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유독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튼튼한 모루]
[특제 흑요석 단검]
[1000골드]
[고블린의 정수 3개]
골드와 정수는 다른 고블린들도 주는 것이었지만, 튼튼한 모루와 단검은 이 녀석만 주는 것이었다.
나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그것들을 주워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남은 고블린들의 아이템들도 루팅하여 1500골드와 고블린의 정수 5개를 손에 넣었다.
“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아, 네. 별 거 아닙니다.”
열심히 아이템을 줍고 있으면 여사제가 다가와서 고맙다고 말을 전했다.
아이템 루팅에 정신이 팔려서 잊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른 남자 유저 셋도 다가왔다.
전사로 보이는 남자와 마법사도 나에게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님이 아니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예요.”
“네, 다음엔 조심해서 사냥하세요.”
공손히 말하는 그들이라, 나도 훈훈하게 대답했다.
“고레벨이신 거 같은데, 왜 초보 옷을 입고 계세요?”
그때, 도적으로 보이는 차림의 유저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제 겨우 5레벨인데요.”
“네? 에이, 거짓말 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짓말 아닌데······ 어쨌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 말을 믿지 않는 모양이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볼 일이 없으므로, 나는 철광석을 캐기 위해 이동했다.